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피, 파열된 몸,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렇게 로버트는 죽었다. 염구준은 그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다 몸을 돌려 중상을 입은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머지 주술사들을 바라봤다.“선생님, 저희도 저 인간한테 통제당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맞아요. 우리 몸에 저 인간이 심어놓은 독충이 있어 복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잘못했습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로버트가 죽자, 이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빌기 시작했다. “꺼져!”그들을 쓱 훑어본 염구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가,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들은 후다닥 인사를 건넨 뒤 빠르게 현장에서 탈출했다. 그렇게 브루스 일당은 톡톡히 사람 잘못 건드린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격렬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염구준은 거기에 수안의 기운이 섞여 있는 것을 느끼고 빠르게 움직였다. 어두운 숲속, 두 인영이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의 것으로 보였다. 남자는 거대한 바위를 방패삼아 공격을 피했지만, 여자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이 변태 도둑! 넌 오늘 반드시 내 손에 죽는다!”여자가 살기를 내뿜으며 외쳤다. 그녀는 바로 수안, 스타킹 도둑을 잡기 위해 북쪽 숲까지 쫓았지만, 상대는 생각보다 강자였다. “예쁜이, 그것 하나 좀 훔쳤다고 이렇게까지 해야겠어?”남자가 장난스레 말했다. 남자의 별명은 초상비, 달리기에 특화된 신법을 연마한 고수였다. 하지만 그는 항상 어디에 나타나든 말썽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죽여버리겠다!”수안은 상대가 뻔뻔하게 나오자 크게 분노하며 더 거칠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상비의 움직임이 너무 빠른 탓에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이때, 숲속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바로 염구준이었다.“수안아, 무슨 일이야?”“어? 오라버니, 여긴 어떻게?”수안이 멍한 얼굴로 공격도 멈춘 채 물었다.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도둑이 훔쳐
초상비가 복잡한 얼굴로 침묵하자, 염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자, 그쪽도 용하국 출신인 거 감안해서 이쪽 물건만 돌려줘. 그러면 곤란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야.”그러나 이 발언은 초상비에겐 도발로 들렸다. 그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고란? 이 세상에서 날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그는 자신의 실력에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염구준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빠르다! 초상비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당장 이 자리를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꽤 거리를 벌렸다고 느낀 초상비가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염구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따돌렸다고 안심하곤 발걸음을 멈췄다. “하하, 역시 허세였어!”그런데 이때, 앞쪽에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놀라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염구준은 뒤가 아니라 그의 앞에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 돼!”초상비는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몸을 움직여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세상에서 자신보다 더 빠른 신보는 존재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그는 염구준이 자신을 초월했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무공, 나한테 도망칠 순 없을 거야.”이번엔 염구준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둘은 나란히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이럴 수가….”초상비의 안색이 까맣게 어두워졌다. 처음으로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가 생겼다.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다시 한번 몸을 돌려 염구준을 따돌리려 했다. “여기까지!”염구준이 그의 복부를 발로 차며 움직임을 저지했다. 더 도망 다녀 봤자 의미 없었다. “변태 도둑!”수안이 그 모습을 보고 급하게 초상비의 손에서 스타킹을 되찾았다. 그런 다음 연달아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였다. 초상비는 너무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제대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누가 널 보냈지?”염구준이 그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흥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 것은 천무산이다. 이렇게 된 이상 염구준은 직접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탄.물가에 짙은 녹색을 띤 꽃봉오리가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로 독용초의 꽃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이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몇 시간째인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한 사람이 눈을 비비며 소좌에게 물었다. 오랜 시간 한 곳만 주시하고 있자니, 눈이 건조했다. 소좌가 독용초를 바라보며 답했다.“곧. 꽃이 완전히 피면 바로 수확하면 돼.”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위에서 지시가 떨어진 이상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근처에 있는 큰 바위 뒤, 염구준과 수안이 도착했다.“오라버니, 지금 나설까요?”수안도 독용초가 필요했다.“조급해하지 마.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먼저 움직일 거야.”염구준이 멀리 시선을 두며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낯선 기운 몇몇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독용초 정보, 둘에게만 흘러 나간 것이 아니었다. 전쟁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렇게 잠시 뒤, 몇몇 사람들이 한탄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좌, 한밤중에 잠도 안 자고 여기서 낚시라도 하고 있는 거야?”“반시, 천무산이 하는 일이다. 함부로 나서지 마라.”소좌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돌렸다. “천무산의 이름으로 나를 협박하면, 내가 겁먹을 것 같아? 웃기지 마.”반시가 계속해서 소좌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설사 그 천무산을 적으로 돌리는 일일지라도 상관없었다. 독용초의 만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소좌가 갑자기 출현한 불청객들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공격해! 저놈들 다 죽여!”이번 임무에 실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독용초가 완전히 꽃피우기 전에 반드시 변수들을 제거해야 했다.“죽여!”함성이 울려 퍼지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양측 모두 한 치
분명 전투한 낌새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로 온 것일까? 반시는 소름이 끼쳤다.“아이고, 제가 착각했습니다. 이쪽으로 가려던 게 아니었는데, 잘 못 왔네요.”염구준의 날카로운 기운을 느낀 반시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소좌와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었다. 독용초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오늘 밤 일, 소문나는 거 사양이야.”염구준이 뚜렷이 반시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네! 그럼요!”반시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꺼져!”염구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반시는 자신의 일행을 데리고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오라버니, 성공했어요. 이제 드디어 전신 중기에 들어섰어요.”수안이 기쁜 얼굴로 염구준 쪽으로 다가왔다. 독용초는 벌레뿐만 아니라 주술사에게도 최고의 영약이었다.“잘됐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속으로는 천무산에 대해 생각했다. 잠시 후, 몇 명의 인물들이 한탄 쪽으로 걸어오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순 장로님, 정말 현명하십니다! 전신 강자들을 북쪽 숲으로 유인해 안정적으로 독용초를 독식할 생각을 하다니!”한 남자가 순 장로를 치켜 세우며 말했다.“겨우 그 정도 가지고, 뭘! 하하!”순 장로는 칭찬에 기분이 좋았으나, 태연한척 대꾸했다.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놓치고 싶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나머지 사람들도 질세라 너도나도 아첨하기 시작했다.“음? 그런데 소좌는 어디 갔지?”한탄 근처에 도착한 순 장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단번에 변수가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빠르게 상황 판단한 순 장로는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함께 온 사람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입을 다물고 함께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탄 근처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독용초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그저 흔적을 보여주는 작은 구덩이 뿐.“이, 이! 망할 놈들이 뿌리까지 캐다니!”순 장로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뿌리조차 남지 않은
무대 위에서 상업적인 미소를 띤 사회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독무대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오늘 최강의 주술사를 가르는 날이 왔습니다. 모두 치열한 경쟁을 치렀으며, 그 중에서 가장 끝까지 살아남은 여덟 명의 주술사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그렇게 대회 개막이 울렸고, 호명된 여덟 주술사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결승전까지 올라온 만큼 모두 강한 사람들이었고, 이들 중에 가장 약한 인물도 무성 경지였다. 그런 이들이 절반 이상 부상당한 모습이었다. 모두 어젯밤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치른 전투의 흔적이었다. 여덟 명의 주술자들 중 수안도 있었다. 염구준은 멀찍이 떨어져서 단상 위에 올라간 이들을 살폈다. 여덟 명 중, 단 한명만이 수안보다 높은 경지에 있었다. 이변이 없다면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그 사람이 될 것 같았다.“4강전, 시작합니다!”심판의 신호와 함께 두 명씩 나누어져 전투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결과에 딱히 관심이 없었던 염구준에겐 지루한 시간이었다. 그는 얼른 이 대회가 끝나 진짜 숨겨져 있던 음모가 드러나길 기다렸다.“좋아, 싸워라!”“죽여, 저놈을 죽여!”“와, 대단한 실력이군!”구경꾼들이 대회를 보며 여기저기에서 감탄사를 뱉었다. 무대 위에 올라간 이들은 부상에도 매우 치열하게 싸웠다. 사방으로 강력한 기운이 뻗어져 나가며, 현장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염구준의 눈엔 그냥 평범하고 지루한 일반인들의 싸움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 그의 최대 관심사는 대회가 아닌 천면색용이었다. 염구준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끊임없이 탐색을 이어갔다. 하지만 실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쉽게 기운을 드러내지 않는 법, 잘 찾아지지 않았다. “4강전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준결승을 진행하겠습니다!”심판이 흥분된 목소리로 외치자, 승자 네 명만이 무대 위에 남았다. 관중들은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이 환호하며 응원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전투가 치러졌다.그리고 결승전
수안과 전갈의 공격은 상당히 예리했지만, 결론적으론 상대의 방어를 뚫는 데는 실패했다. 이때, 검은 망토의 남자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수안을 밀쳤다. 그렇게 또다시 교전이 시작되었고, 남들 보기엔 비등해 보였지만, 수안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육체와 힘!염구준은 그 모습을 살짝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 다른 것을 제쳐두고, 육체적인 능력만 봤을 때, 남자의 실력이 자신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염구준은 반보천인의 경지에 이르렀고, 몸은 이미 천지 기운으로 일반 사람보다 월등히 강했다. 그런데 저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저런 강한 육체를 가졌을까? 그가 생각에 빠져 있을 사이, 검은 망토 남자의 공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허점투성이 주먹치기와 발차기였지만, 이상했다. 그냥 보기엔 전혀 위협적이지 않는 공격이었다. 반대로 수안의 움직임은 매우 민첩했으며 예리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빈틈을 찾아 공격을 넣었다. 어느새 남자의 검은 망토는 너덜너덜해졌다. 하지만 남자는 마치 아무것도 못 느끼는 것처럼 꿋꿋했다. 어떻게 이런 육체가? 남자는 너무나도 단단했다. 그는 수안이 어떠한 공격을 해와도, 피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였다. 남자는 마치 타격을 못 느끼는 거대한 돌덩어리처럼,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공격을 이어 나갔다. “당신이 아무리 강해도, 나는 절대로 포기 안 해!”수안이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거두며 품에서 작은 병 몇 개를 꺼냈다. 모두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는 것들이었다. 수안은 아낌없이 그 독들을 한 번에 남자에게 뿌렸다. 그러자 너덜너덜 했던 망토가 이제는 아예 부식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드러난 남자의 모습! 수안의 독으로 더럽혀졌지만, 원래는 하얀색이었을 붕대를 온몸에 칭칭 감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딱히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다시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수안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상대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고, 정말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그도 설명할 수 없었다.시상식이 시작되었지만, 주최 측인 천무산, 순 장로의 모습은 좀체로 보이지 않았다.이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었다.살기! 수많은 전투를 겪었던 염구준은 살기에 매우 예민했다.여덟 명은 미묘한 살기를 풍기며 여덟 강자에게 다가갔다.반 발짝 남짓한 거리에 다다르자 갑자기 빛이 번쩍이며 일제히 단검을 꺼내 강자들의 복부를 찔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강자들은 피를 보고 말았다.강자 한 명도 죽이지 못했지만, 중심이 무너져 중상을 피하지 못하지 못할 것이다. 시상하던 여덟 명은 당연히 당장에서 숨졌고 수안과 망토를 입은 신비로운 남자만 아무렇지도 않았다.남자는 전신이 단련되어 칼과 총알이 관통할 수 없는 몸이었고 수안는 염구준이 미리 귀띔해 주어 경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잠깐!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그 속의 속임수를 눈치챘다."시상대에서 물러나!" 한줄기 약하지 않은 기운이 지하에서 올라와 시상대를 향했다. 뭐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시상대 위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위협이었다.수안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시상대에서 뛰어내려 염구준에게 달려갔다. 이는 염구준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반면 이유를 알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다.그때, ‘쾅!’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임시로 지어진 시상대가 박살 나고 나무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거대한 고충이 나타났다. 전갈 몸체에 뱀의 꼬리를 한 고충은 성인 코끼리만 한 크기였다. 기괴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갈사는 나타나자마자 입을 벌리고 먹이를 노렸다. 목표는 부상당한 강자들이었다.평소라면 막을 수 있었겠지만, 중상을 입은 상태라 저항할 수 없었기에 꼼짝없이 먹이가 되고 말았다.입을 벌릴 때마다 한 명씩 먹어 치우는 그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강력한 주술사로 고충을 빠르게 키우려는 계략이군!"염구준은 모든 것을 깨
"모두 함께 돌격!"위급한 순간, 하나로 뭉친 주술사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일제히 외곽으로 돌진했다. 생존을 위해 정면돌파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의 마지막 기회였다."시체는 성충에게 아무 소용도 없으니 죽이지 말고 막아라."순 장로는 초조한 표정으로 현장을 지휘했다.대체적으로 이기적인 성질을 갖고 있던 주술사들이 지금처럼 하나로 뭉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천무산의 지형과 수많은 고충은 너무 버거웠다. 공격을 여러 번 개시했지만 아무도 탈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도리어 많은 주술사들이 죽었다. "하하, 최후의 발악이로군. 그럴 필요가 있나?"성공을 확신한 순 장로는 미친 듯이 웃었다. 이대로라면 계획은 완벽하게 마무리될 것이다."우리도 나설까요?"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수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좀 더 기다려!"염구준은 집중하며 눈을 빠르게 움직였다. 단 하나의 사소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천면색용을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용필은 더욱 위험했다.그 순간,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여섯 명의 강자는 모두 먹히우고 검은색 망토를 입은 남자와 갈사가 치영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남자는 주먹을 휘두르며 죽기 살기로 덤비고 있었다.그의 강력한 체력은 인간이 아니었다.그의 눈에 띄는 성과는 자연스럽게 순 장로의 주의를 끌었다. "인간인지 귀신인지 봐야겠으니 저 검은 망토를 벗겨."명령이 떨어지자, 갈사는 독액을 뿜어내며 망토를 부식시켰다.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흰 붕대가 단단히 감싸고 있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붕대는 특수 처리된 것이어서 독액에 부식되지 않았다. "전형!"이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무리안에서는 모두가 강력한 전형을 노예로 소유하고 싶었다.하지만 제조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수량이 매우 희소했다. 눈앞의 이 전형은 무리안 전역, 나아가 전국에서 유일했을 것이다. "천면색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