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사람 함부로 건드리는 거 아니야.”염구준이 손바닥으로 남자의 얼굴을 내리치며 말했다. 남자는 이빨은 물론 얼굴이 피떡이 되어 정신을 잃었다. 염구준은 남자를 한쪽으로 걷어 찬 뒤, 고개를 들어 빌딩 가장 꼭대기에 있는 귀호를 향해 중지를 내밀어 보였다. 국적불문, 만국공통 욕이었다.“이놈이! 두고 봐, 손가락 잘라버리겠어!”건물 꼭대기 층에서 귀호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원샷하며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말했다. 오늘 밤, 그는 제정도를 죽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귀호가 천천히 몸을 돌리며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건물 내부 장치들을 가동해. 일단 먼저 지치게 만든다.”“네!”그러자 그 즉시 누군가가 빠르게 답하며 문 밖으로 나갔다. 귀호는 전죽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음모와 계략 측면에는 매우 뛰어났다. “우리까지 불러놓고서 이렇게까지 조심성 있게 해야겠어?”이때, 옆 소파에 앉은 채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던 두 사람 중 젊은 여자가 입을 열었다. “맞아. 제정도 하나 상대하는데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릴 필요 있을까?”나머지 한 사람, 노인이 젊은 여자의 말에 동의하며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전신 경지에 오른 강자들이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쉽게 갈 수 있다면, 쉽게 가는 게 좋잖아. 그리고 걱정 마. 여기까지 온 이상, 이따가 두 사람이 나설 일이 생기던, 생기지 않던 약속된 보수는 줄테니.”귀호가 싱긋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뭐, 마음대로 해.”젊은 여자가 계속해서 와인을 음미하며 가볍게 대답했다. 귀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계속해서 계획을 세워갔다. 아직 두 사람에겐 염구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편, 염구준과 제정도는 무사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은 꼭대기 층과 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 모두 불이 꺼진 채 매우 어두컴컴했다. 누가 봐도 이건 음모가 느껴졌다. “염 선생님, 계단으로 갈까요?”제정도가 조심스레 물었다. 대놓고 파
강한 유독물질, 염산!뿌려진 물체를 눈치챈 순간, 정제도는 망설임없이 전신 영역을 펼쳐 자신과 염구준을 감쌌다. 액체가 영역 외벽을 접촉하며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치직… 사방이 부식되어가는 소리. 산이 닿은 곳곳마다 녹이 쓰며 독성을 뿜어 댔다. 귀호는 이 함정을 위해 거액을 들였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효과가 없었다. “불타올라라!”염구준이 외치자 몸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며 높은 온도로 인해 액체가 모두 증발했다. 거기에 스프링쿨러는 녹다 못해 모두 막혀 버렸다. 자연스레 뿜어져 나오던 액체도 멈췄다. 반보천인!제정도는 마음이 격하게 떨렸다. 좀 전에 염구준이 보여준 모습, 그건 가문의 고서에서나 본적 있었던 반보천인의 기술이었다. 그는 어리벙벙했다.“뭘 그렇게 쳐다봐요? 제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남자한테 그런 시선은 사양이에요. 얼른 계단이나 찾아요.”염구준이 장난스레 농담을 건네며 말했다. “아!”제정도는 순간 말문이 막혀 말 대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 앞에 도착해보니, 입구가 무수히 많은 물건들로 꽉 막혀 있었다. 두 사람은 황당해 웃음이 나왔다. 겨우 이까짓 것으로 두 사람을 막으려 들다니, 너무 어이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이었으면 몰라도 염구준에겐 이정도는 힘쓰는 것에도 속하지 않았다.“지루하네요.”염구준은 계단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그냥 바닥을 박차고 천장을 뚫었다. 마치 종잇장처럼 구멍 난 콘크리트, 제정도도 그 뒤를 따랐다. 다음 층에 도착하니, 이상한 냄새가 염구준의 코를 간지럽혔다. 잠시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하나.이건 인! 일정한 농도에 도달하면 폭발하는 가연물이었다!이때, 쾅하고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화력이 담긴 불꽃이 피어나며 순식간에 그들을 덮쳤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잠시 건물이 흔들릴 정도였다. 참 대단한 시도였다. 정말 자칫했다가 건물이 날아갈 수도 있는 함정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염구준에겐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다. 폭발이 일
“염 선생님, 귀호가 지금 저희 힘 빼려고 이 짓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제정도가 이상함을 느끼고 말했다.“알고 있어요.”염구준이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는 진작에 귀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제정도에겐 차이가 있었겠지만, 염구준에겐 이 정도는 힘쓴 축에도 속하지 않았다.“그럼 계속 위층으로 올라갈까요?”귀호의 의도를 알았다고 해서 제정도에게 달리 방법이 없었다.“물론 올라가야죠. 하지만 방법은 좀 바꾸도록 할까요?”염구준이 창 밖을 바라보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창문 앞쪽으로 다가갔다. 제정도는 곧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정도는 당황스러웠다. 염구준이면 모를까, 그는 맨몸으로 벽을 타본 경험이 없었다.“잠시만 기다려요.”염구준은 발에 기를 모아 강한 흡입력을 만들었다. 그는 마치 평지를 걷듯 벽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보채성맹 빌딩 꼭대기 층.귀호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의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함정이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35층 함정을 마지막으로 염구준과 제정도의 움직임이 사라졌다. ‘설마 딸 구하는 걸 포기했나?’만약 진짜라면 함정을 꾸리기 위해 들인 그 많은 자본이 헛되게 된다. 거기에 상대는 전신 경지 강자, 원한을 품었으니 분명 추후에도 복수하려 들 것이다. 그럼 귀호는 앞으로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 그건 정말 골치 아픈 것이었다. “거기 너, 지금 아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봐.”귀호가 옆에 서 있던 부하에게 명령했다. “그게… 놈들이 35층 함정에 걸려든 뒤로, 계속 잠잠합니다.”부하도 당혹스러웠다. 매층마다 감시 카메라가 있긴 했지만, 어디든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모든 것을 파악하긴 어려웠다.“무능한 놈들. 겨우 두 놈이다. 겨우 두 놈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다니!”귀호가 분노를 표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죄, 죄송합니다. 그래
이것이 바로 실력 차이, 이들은 마치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쓸모 없는 것들!”귀호가 욕설을 내뱉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뒤로 물러나며 옆에 있던 두 강자를 향해 말했다. “당신들은 왜 움직이지 않지?”“우린 제정도 때문에 온 거지, 다른 사람 상대하라는 얘긴 없었잖아.”두 사람 중 여자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러니까, 사람 추가할 거면 금액도 추가해야지!”나머지 한 사람도 맞장구 치며 교활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두배 줄게.”귀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론 둘이 염구준과 싸우다 죽길 바랐다. 그러면 한 푼도 주지 않고 끝낼 수 있을 테니까.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체된 사이, 제정도가 밧줄을 타고 슉하고 꼭대기 층에 나타났다. “귀호, 당장 내 딸 풀어!”원수가 눈앞에 있으니, 제정도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귀호에게 달려갈 듯 온 몸에서 전신 영역을 끌어올렸다. 딸이 납치되어 있는 상황에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과연 몇이나 될까?“당신들도 당장 움직여! 제정도 죽여야지!”귀호가 큰 목소리로 외치며 동시에 전신 영역을 펼쳤다. 사실 그도 얼마 전에 전신 경지를 돌파한 상태였다. 하지만 고수는 늘 삼할의 실력을 숨겨야 하는 법, 밝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비장의 카드를 쓸 날이 왔다. 무슨 일이 있던 오늘 제정도는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으리!“그래, 알겠어. 도와주지!”그 말과 함께 두 고수 중 노인이 기괴하게 웃으며 끔찍하게 생긴 붉은 두꺼비를 꺼내 공격 태세를 취했다. 함께 힘을 합친다면 제정도 정도는 손쉽게 제거할 수 있으리, 노인은 자신했다.“누굴 상대한다고?”염구준이 몸을 날려 그들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비켜, 난 네놈 따위와 놀 시간 없다.”노인이 몸을 비틀며 염구준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염구준이 더 빨리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다시 가로막았다. “수안, 너도 같이 도
“맞혀봐.”노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약 올렸다.“늙은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염구준이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며 무섭도록 차가운 분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기꺼이 죽이지 않고 봐줬더니, 상대는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흥, 난 남북을 누비며 온갖 일들을 겪었다. 너의 공격 속도는 인정하지만, 그 뿐이다.”노인은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멍청하긴, 설마 진짜 내가 속도만 빠른 것 같아?”그 말을 끝으로 염구준의 모습이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노인 앞까지 다가왔다. 전신 영역!노인은 당황하기도 잠시, 정면전이라면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즉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약 백여 마리 되는 두꺼비를 소환했다. 같은 전신 경지 고수라도 싸움에는 먼저 영역을 펼치는 사람이 승산이 더 높았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하!”염구준이 기합 소리와 함께 오른손 주먹에 기를 모으며 정면으로 노인이 펼친 정신 영역에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노인이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 상태를 보니, 뼈도 여러 개 부러진 것 같았다.“터져라!”이때, 노인이 미약한 소시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백여 마리가 되는 두꺼비들이 동시에 폭발하며 사방에 독액을 뿌렸다. 지독한 냄새가 온 공간을 지배했다. 전신 경지 중기나 되는 고수가 이토록 쉽게 패배할 줄이야!귀호는 제정도과 꽤나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는데, 염구준 쪽에 일어난 소란 때문에 잠시 집중력을 잃고 가슴에 한방 맞고 말았다.“크헉!”고통을 느낀 귀호가 황급히 몸을 뒤로 물렀으나,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고수들의 대결에서 한눈을 판다는 것은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귀호는 위기감을 느꼈다. “수안 문주, 이제 좀 도와주지!”귀호가 아직 움직이고 있지 않는 유일한 아군, 수안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는 수안이 나서면 그 틈을 타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내가 왜? 둘 다 당한
“좋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대신 먼저 사람부터 확인해야겠어.”염구준이 바로 대답했다. “제정도 문주도, 당신도 동의하지?”귀호가 다시 확인 사살했다.염구준은 잘 모르겠지만, 대염무관 문주는 이 지역에 명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약속해준다면 귀호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염 선생님이 그러시겠다면, 나도 따르지.”제정도가 답했다.“좋아, 남자라면 한 입에 두말하지 않겠지.”귀호가 이 말을 끝으로 주머니에서 리모컨 하나를 꺼내 눌렀다.그러자 그림이 걸려 있던 벽 한쪽이 서서히 갈라지더니,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곧이어 작은 소녀가 조용히 한쪽 구석에 웅크려 누워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제주아였다.“주아야!”제정도가 다급히 딸의 이름을 외치며 안쪽으로 들어섰다. “계약서 내놔, 빨리.”귀호가 재촉했다. 비장의 카드까지 모두 보였으니, 얼른 원하는 것을 얻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서류 봉투를 귀호에게 던졌다.“하하, 드디어 손에 들어왔군. 도박장은 여전히 내 거야!”귀호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이곳은 보채성맹 본부이긴 했으나, 이미 염구준 때문에 함정들도 모두 엉망진창이 되었고, 지켜줄 사람도 없었다. 떠나야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거기 서. 왜 내 딸이 깨어나지 못하지?”제정도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보나마나 귀호가 또 무언가 했을 게 뻔했다.“워워, 흥분할 거 없어. 약간의 독을 썼을 뿐이야. 여기서 안전하게 떠나는 즉시 해독제를 보내줄게.”귀호가 사악하게 웃으며 당장이라도 떠날 듯 몸을 돌렸다. “이놈! 사람과 계약서를 교환하기로 했잖아! 이제 와서 감히 이런 더러운 수단을 쓰다니!”그 말을 들은 제정도는 주먹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하게 쥐며 분노에 부들부들 떨었다. “에이, 나 약속은 지켰어. 사람은 넘겼잖아. 뭐가 불만이야?”귀호가 계약서를 품에 소중이 넣으며 문쪽으로 걸어갔다. “개소리 지껄이고 있네.”옆에서 듣고 있던 염구준이 차갑게 웃으
염구준의 말은 마치 비수처럼 귀호의 가슴을 꿰뚫었다.“죽어!”수안이 서서히 몸을 돌리며 황금색 등껍질을 가진 전갈을 어깨 위에 올리며 공격을 시작했다. 부상당한 귀호는 완전한 상태인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아악”!귀호는 절망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피투성이 된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 도시를 점령하던 거물이 저물어갔다. 수안은 귀호를 제거한 뒤, 제정도 쪽으로 걸어가 제주아의 독을 풀어주었다. 한편, 염구준은 아직 죽지 않은 부상당한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오, 오지 마!”노인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외쳤다. 그에게 염구준은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옥패, 어디서 났지?”염구준은 노인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가 알고 싶은 건 단 하나, 옥패뿐이었다.“주웠다!”노인이 다급히 외쳤다.“나 그렇게 인내심 많은 사람 아니야. 왜 자꾸 명을 재촉하는 말을 하지?”염구준이 온몸에서 기운을 끌어올리며 차갑게 말했다.“마, 말할게! 독무대회 초청장에 딸려왔어. 난 그냥 모양이 괜찮길래 목에 걸었을 뿐이야!”노인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해명했다.“정말?”염구준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염 선생님, 저 말은 사실일 겁니다. 저도 하나 받았거든요.”그 말과 함께 수안이 품에서 같은 모양을 가진 옥패를 꺼냈다. 그제야 염구준은 노인의 말을 믿었다. 누군가가 이것을 미끼로 옥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유인하려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원하는 것을 얻자, 염구준은 노인을 풀어주었다. 그는 비록 한번 마음먹으면 손에 자비가 없었지만, 살생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정말?”노인이 믿기 어려운 듯 반문했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놓아주려 하다니,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왜, 왜 풀어주는 건데? 이유라도 알려줘. 안 그럼 풀려나도 불안하잖아!”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마음에 들어서. 됐어?”염구준이 귀찮은 듯 대답하며 노인한테 신경 껐다. 사실 이유라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제주아가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아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주아야, 기억나는 거 없어?”제정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있어요. 언니랑 같이 놀이공원에 갔는데, 제가 깜빡 잠이 든 것 같아요. 맞죠? 그런데 저 왜 여기 있어요?”주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데리러 왔는데 네가 너무 푹 자고 있길래, 이쪽으로 옮겼어. 좀 더 자. 아직 집에 도착하려면 조금 걸려.”제정도가 다시 딸을 재우기 위해 어설프게 변명했다. 그리고 시야를 가리며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볼 수 없게 했다. “네!”제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잠에 들었다. 독은 거의 다 해독했지만, 아직 어린 제주아가 바로 컨디션을 회복하기엔 무리였다. 완쾌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수안은 제도주를 도와줄 이유가 없었지만, 염구준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귀한 가문의 약재도 내놓았다.“이 약,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게 하세요. 그럼 열흘 정도면 말끔히 나을 겁니다.”“감사합니다.”제정독가 약을 받으며 미소 지었다. 해독제가 있으니, 이제 딸의 안전도 확실해졌다. 그는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이후 제정도는 남은 귀호 부하들을 이끌고 대염구관으로 돌아왔다. 귀호가 죽었으니, 보채성맹도 지도자를 잃게 되었다. 제정도는 조만간 보채성맹을 인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전에 염구준에게 했던 약속이었다.“염 선생님, 전에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하셨던 거, 지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대염무관에 돌아오자 마자 제정도는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별거 아니에요. 앞으로 용하국 사람들을 구하게 되면, 제 사람들을 보내 그들을 인수하도록 허락해 주셨으면 해서요. 가끔 힘들 땐 제가 직접 나설 때도 있을 거고요. 이게 답니다.”그 말을 들은 제정도는 얼굴이 환해졌다. 그도 염구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염구준이 먼저 언급해 주다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