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이 제정도 옆으로 다가오며 덤덤히 말했다.“제가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제정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따님 구하러 가는 거 아니에요?”염구준은 이미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제정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낮에 딸을 구하러 가지 못하게 한 것은, 그들의 실력으로는 절대로 적을 상대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면 오직 아버지인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하, 무관 사람들도 알아차리지 못한 걸 염 선생님이 간파하고 있을 줄이야, 놀랍네요.”제정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소용돌이가 불어왔다. 사람 일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것일까?“저도 같은 입장이 되어 본적 있어서 알아챌 수 있었던 것뿐입니다.”그 말과 함께 염구준은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지금만큼 강하지 않을 때였다. 부하가 함정에 빠져 포로로 잡혔던 순간이 있었다. 그는 구하려 나서려는 사람들을 만류하고 홀로 몰래 부하를 구하러 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 또한 지금의 제정도처럼 모두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염 선생님, 손 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제정도가 고마웠지만, 염구준에게 분명히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모험 함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밤, 결코 쉬운 전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재촉하고 나섰다.“됐어요. 얼른 가요!”제정도는 그제야 마음을 굳히고 길을 앞장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둠속에 모습을 감추며 빠르게 보채성맹을 향했다. 그런데 가는 길, 염구준이 문득 떠오른 듯 말을 꺼냈다.“문주님, 저랑 거래 하나 할까요?”“거래요? 말씀하세요.”제정도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염구준과 만난 뒤로 그는 항상 신세 지기만 했는데,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거래를 원하다니 의문스러웠다.“별거 아니에
제정도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공격에 꽤나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염구준의 신형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폭탄이 쏘아진 지점으로 돌진했다. “이런! 각 팀들 주의해! 목표물 중 하나가 사라졌다!”야간 투시경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정찰원이 갑작스레 시야에서 사라진 염구준을 발견하곤 놀라 무전기에 외쳤다. 그리고 다급하게 염구준을 찾기 시작했다.“찾을 것 없어.”이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총을 거의 떨어뜨릴 뻔했다. 놈이었다! 사려졌던 목표물, 염구준!그는 제대로 반격할 틈도 없이 목에 서늘한 느낌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토록 인기척이 없이 나타날 수가 있지? 죽기 직전까지 남자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자, 한 명.”염구준이 가볍게 말하며 다시 한번 어둠속에 사라졌다. 이들은 누가 봐도 미끼였다. 시간 끌기 위해 귀호가 배치해둔 희생양. 운 좋으면 제정도에겐 약간의 피해는 입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처음엔 끊임없이 들려오던 폭탄과 총탄 소리가 점차 줄어 들었다. 이제 제정도에게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명령을 내리던 남자는 매우 당혹스러웠다.“야, 뭐하는 거야! 다들 빨리 발포하지 않고 뭐해?”남자가 적어진 공격 소리에 분노하며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이미 염구준에게 모두 처리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남자를 마지막으로 모든 인원이 제거되었다. 모든 것이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다 처리했어요. 계속 가죠.”제정도 옆으로 돌아온 염구준이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제정도는 놀라운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염구준의 실력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만약 아군이 아니라 적으로 만났다면, 아무리 전신 초기 경지라도 저들처럼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을 것 같았다. 잔챙이들이 모두 처리되자, 두 사람은 더 속도를 내
“그러니까, 사람 함부로 건드리는 거 아니야.”염구준이 손바닥으로 남자의 얼굴을 내리치며 말했다. 남자는 이빨은 물론 얼굴이 피떡이 되어 정신을 잃었다. 염구준은 남자를 한쪽으로 걷어 찬 뒤, 고개를 들어 빌딩 가장 꼭대기에 있는 귀호를 향해 중지를 내밀어 보였다. 국적불문, 만국공통 욕이었다.“이놈이! 두고 봐, 손가락 잘라버리겠어!”건물 꼭대기 층에서 귀호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원샷하며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말했다. 오늘 밤, 그는 제정도를 죽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귀호가 천천히 몸을 돌리며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건물 내부 장치들을 가동해. 일단 먼저 지치게 만든다.”“네!”그러자 그 즉시 누군가가 빠르게 답하며 문 밖으로 나갔다. 귀호는 전죽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음모와 계략 측면에는 매우 뛰어났다. “우리까지 불러놓고서 이렇게까지 조심성 있게 해야겠어?”이때, 옆 소파에 앉은 채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던 두 사람 중 젊은 여자가 입을 열었다. “맞아. 제정도 하나 상대하는데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릴 필요 있을까?”나머지 한 사람, 노인이 젊은 여자의 말에 동의하며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전신 경지에 오른 강자들이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쉽게 갈 수 있다면, 쉽게 가는 게 좋잖아. 그리고 걱정 마. 여기까지 온 이상, 이따가 두 사람이 나설 일이 생기던, 생기지 않던 약속된 보수는 줄테니.”귀호가 싱긋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뭐, 마음대로 해.”젊은 여자가 계속해서 와인을 음미하며 가볍게 대답했다. 귀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계속해서 계획을 세워갔다. 아직 두 사람에겐 염구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편, 염구준과 제정도는 무사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은 꼭대기 층과 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 모두 불이 꺼진 채 매우 어두컴컴했다. 누가 봐도 이건 음모가 느껴졌다. “염 선생님, 계단으로 갈까요?”제정도가 조심스레 물었다. 대놓고 파
강한 유독물질, 염산!뿌려진 물체를 눈치챈 순간, 정제도는 망설임없이 전신 영역을 펼쳐 자신과 염구준을 감쌌다. 액체가 영역 외벽을 접촉하며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치직… 사방이 부식되어가는 소리. 산이 닿은 곳곳마다 녹이 쓰며 독성을 뿜어 댔다. 귀호는 이 함정을 위해 거액을 들였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효과가 없었다. “불타올라라!”염구준이 외치자 몸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며 높은 온도로 인해 액체가 모두 증발했다. 거기에 스프링쿨러는 녹다 못해 모두 막혀 버렸다. 자연스레 뿜어져 나오던 액체도 멈췄다. 반보천인!제정도는 마음이 격하게 떨렸다. 좀 전에 염구준이 보여준 모습, 그건 가문의 고서에서나 본적 있었던 반보천인의 기술이었다. 그는 어리벙벙했다.“뭘 그렇게 쳐다봐요? 제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남자한테 그런 시선은 사양이에요. 얼른 계단이나 찾아요.”염구준이 장난스레 농담을 건네며 말했다. “아!”제정도는 순간 말문이 막혀 말 대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 앞에 도착해보니, 입구가 무수히 많은 물건들로 꽉 막혀 있었다. 두 사람은 황당해 웃음이 나왔다. 겨우 이까짓 것으로 두 사람을 막으려 들다니, 너무 어이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이었으면 몰라도 염구준에겐 이정도는 힘쓰는 것에도 속하지 않았다.“지루하네요.”염구준은 계단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그냥 바닥을 박차고 천장을 뚫었다. 마치 종잇장처럼 구멍 난 콘크리트, 제정도도 그 뒤를 따랐다. 다음 층에 도착하니, 이상한 냄새가 염구준의 코를 간지럽혔다. 잠시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하나.이건 인! 일정한 농도에 도달하면 폭발하는 가연물이었다!이때, 쾅하고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화력이 담긴 불꽃이 피어나며 순식간에 그들을 덮쳤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잠시 건물이 흔들릴 정도였다. 참 대단한 시도였다. 정말 자칫했다가 건물이 날아갈 수도 있는 함정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염구준에겐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다. 폭발이 일
“염 선생님, 귀호가 지금 저희 힘 빼려고 이 짓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제정도가 이상함을 느끼고 말했다.“알고 있어요.”염구준이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는 진작에 귀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제정도에겐 차이가 있었겠지만, 염구준에겐 이 정도는 힘쓴 축에도 속하지 않았다.“그럼 계속 위층으로 올라갈까요?”귀호의 의도를 알았다고 해서 제정도에게 달리 방법이 없었다.“물론 올라가야죠. 하지만 방법은 좀 바꾸도록 할까요?”염구준이 창 밖을 바라보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창문 앞쪽으로 다가갔다. 제정도는 곧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정도는 당황스러웠다. 염구준이면 모를까, 그는 맨몸으로 벽을 타본 경험이 없었다.“잠시만 기다려요.”염구준은 발에 기를 모아 강한 흡입력을 만들었다. 그는 마치 평지를 걷듯 벽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보채성맹 빌딩 꼭대기 층.귀호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의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함정이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35층 함정을 마지막으로 염구준과 제정도의 움직임이 사라졌다. ‘설마 딸 구하는 걸 포기했나?’만약 진짜라면 함정을 꾸리기 위해 들인 그 많은 자본이 헛되게 된다. 거기에 상대는 전신 경지 강자, 원한을 품었으니 분명 추후에도 복수하려 들 것이다. 그럼 귀호는 앞으로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 그건 정말 골치 아픈 것이었다. “거기 너, 지금 아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봐.”귀호가 옆에 서 있던 부하에게 명령했다. “그게… 놈들이 35층 함정에 걸려든 뒤로, 계속 잠잠합니다.”부하도 당혹스러웠다. 매층마다 감시 카메라가 있긴 했지만, 어디든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모든 것을 파악하긴 어려웠다.“무능한 놈들. 겨우 두 놈이다. 겨우 두 놈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다니!”귀호가 분노를 표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죄, 죄송합니다. 그래
이것이 바로 실력 차이, 이들은 마치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쓸모 없는 것들!”귀호가 욕설을 내뱉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뒤로 물러나며 옆에 있던 두 강자를 향해 말했다. “당신들은 왜 움직이지 않지?”“우린 제정도 때문에 온 거지, 다른 사람 상대하라는 얘긴 없었잖아.”두 사람 중 여자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러니까, 사람 추가할 거면 금액도 추가해야지!”나머지 한 사람도 맞장구 치며 교활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두배 줄게.”귀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론 둘이 염구준과 싸우다 죽길 바랐다. 그러면 한 푼도 주지 않고 끝낼 수 있을 테니까.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체된 사이, 제정도가 밧줄을 타고 슉하고 꼭대기 층에 나타났다. “귀호, 당장 내 딸 풀어!”원수가 눈앞에 있으니, 제정도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귀호에게 달려갈 듯 온 몸에서 전신 영역을 끌어올렸다. 딸이 납치되어 있는 상황에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과연 몇이나 될까?“당신들도 당장 움직여! 제정도 죽여야지!”귀호가 큰 목소리로 외치며 동시에 전신 영역을 펼쳤다. 사실 그도 얼마 전에 전신 경지를 돌파한 상태였다. 하지만 고수는 늘 삼할의 실력을 숨겨야 하는 법, 밝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비장의 카드를 쓸 날이 왔다. 무슨 일이 있던 오늘 제정도는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으리!“그래, 알겠어. 도와주지!”그 말과 함께 두 고수 중 노인이 기괴하게 웃으며 끔찍하게 생긴 붉은 두꺼비를 꺼내 공격 태세를 취했다. 함께 힘을 합친다면 제정도 정도는 손쉽게 제거할 수 있으리, 노인은 자신했다.“누굴 상대한다고?”염구준이 몸을 날려 그들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비켜, 난 네놈 따위와 놀 시간 없다.”노인이 몸을 비틀며 염구준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염구준이 더 빨리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다시 가로막았다. “수안, 너도 같이 도
“맞혀봐.”노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약 올렸다.“늙은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염구준이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며 무섭도록 차가운 분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기꺼이 죽이지 않고 봐줬더니, 상대는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흥, 난 남북을 누비며 온갖 일들을 겪었다. 너의 공격 속도는 인정하지만, 그 뿐이다.”노인은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멍청하긴, 설마 진짜 내가 속도만 빠른 것 같아?”그 말을 끝으로 염구준의 모습이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노인 앞까지 다가왔다. 전신 영역!노인은 당황하기도 잠시, 정면전이라면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즉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약 백여 마리 되는 두꺼비를 소환했다. 같은 전신 경지 고수라도 싸움에는 먼저 영역을 펼치는 사람이 승산이 더 높았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하!”염구준이 기합 소리와 함께 오른손 주먹에 기를 모으며 정면으로 노인이 펼친 정신 영역에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노인이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 상태를 보니, 뼈도 여러 개 부러진 것 같았다.“터져라!”이때, 노인이 미약한 소시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백여 마리가 되는 두꺼비들이 동시에 폭발하며 사방에 독액을 뿌렸다. 지독한 냄새가 온 공간을 지배했다. 전신 경지 중기나 되는 고수가 이토록 쉽게 패배할 줄이야!귀호는 제정도과 꽤나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는데, 염구준 쪽에 일어난 소란 때문에 잠시 집중력을 잃고 가슴에 한방 맞고 말았다.“크헉!”고통을 느낀 귀호가 황급히 몸을 뒤로 물렀으나,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고수들의 대결에서 한눈을 판다는 것은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귀호는 위기감을 느꼈다. “수안 문주, 이제 좀 도와주지!”귀호가 아직 움직이고 있지 않는 유일한 아군, 수안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는 수안이 나서면 그 틈을 타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내가 왜? 둘 다 당한
“좋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대신 먼저 사람부터 확인해야겠어.”염구준이 바로 대답했다. “제정도 문주도, 당신도 동의하지?”귀호가 다시 확인 사살했다.염구준은 잘 모르겠지만, 대염무관 문주는 이 지역에 명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약속해준다면 귀호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염 선생님이 그러시겠다면, 나도 따르지.”제정도가 답했다.“좋아, 남자라면 한 입에 두말하지 않겠지.”귀호가 이 말을 끝으로 주머니에서 리모컨 하나를 꺼내 눌렀다.그러자 그림이 걸려 있던 벽 한쪽이 서서히 갈라지더니,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곧이어 작은 소녀가 조용히 한쪽 구석에 웅크려 누워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제주아였다.“주아야!”제정도가 다급히 딸의 이름을 외치며 안쪽으로 들어섰다. “계약서 내놔, 빨리.”귀호가 재촉했다. 비장의 카드까지 모두 보였으니, 얼른 원하는 것을 얻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서류 봉투를 귀호에게 던졌다.“하하, 드디어 손에 들어왔군. 도박장은 여전히 내 거야!”귀호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이곳은 보채성맹 본부이긴 했으나, 이미 염구준 때문에 함정들도 모두 엉망진창이 되었고, 지켜줄 사람도 없었다. 떠나야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거기 서. 왜 내 딸이 깨어나지 못하지?”제정도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보나마나 귀호가 또 무언가 했을 게 뻔했다.“워워, 흥분할 거 없어. 약간의 독을 썼을 뿐이야. 여기서 안전하게 떠나는 즉시 해독제를 보내줄게.”귀호가 사악하게 웃으며 당장이라도 떠날 듯 몸을 돌렸다. “이놈! 사람과 계약서를 교환하기로 했잖아! 이제 와서 감히 이런 더러운 수단을 쓰다니!”그 말을 들은 제정도는 주먹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하게 쥐며 분노에 부들부들 떨었다. “에이, 나 약속은 지켰어. 사람은 넘겼잖아. 뭐가 불만이야?”귀호가 계약서를 품에 소중이 넣으며 문쪽으로 걸어갔다. “개소리 지껄이고 있네.”옆에서 듣고 있던 염구준이 차갑게 웃으
탁!갑자기 강준휘의 여비서가 테이블을 탁 치며 벌떡 일어섰다.“손가을 씨, 주제를 파악하세요. 강씨 가문에서 손씨 그룹을 좋게 봐서 사업을 제안하는 겁니다. 당장 계약서에 사인하세요.”상대 측에서 드디어 노골적으로 협박하기 시작했다.강준휘가 비서를 제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도 이런 행동을 묵인한 셈이다.“사인하지 않으면 어쩌시려고요?”손가을은 정색하며 여비서를 노려보았다.“핍박하지 마세요!”여비서는 싸늘하게 말하면서 기운을 끌어올렸다.전신지상의 실력을 갖춘 무술인이었다.입구를 지키던 호찬은 회의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나서서 말렸다.“이봐요, 지금 뭐 하는 겁니까?”“싸우자는 거야? 어떤 놈을 때리면 되냐?”방금까지도 졸던 용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는 근육을 팽팽하게 부풀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무술인들은 싸움으로 끝낼 일에 대해 절대 쓸데없이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그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회의실 분위기가 점점 미묘하게 변하더니 공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그때 회사 로비에 들어선 염구준은 프런트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염희주를 발견했다.지금 프런트 직원들이 모여서 그녀의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염 선생님, 오셨어요?”한 직원이 염구준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그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우리 딸을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인사는 됐고 편하게 말하세요.”“아빠, 이 수학 문제 어떻게 풀어요? 여기 언니들이 설명한 게 다 달라요.”염희주가 도움을 청했다.그 말에 직원들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그녀들도 대학교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수학을 손에 놓아서 대부분 까먹었다.“여기 정삼각형은…”염구준이 나서니 일분도 안 되는 사이에 문제를 해결했다.그것도 문제를 풀이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었다.“아빠, 최고예요!”그제야 염희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여기서 숙제하고 있어. 아빠는 엄마 찾으러 갈게.”염구준은 딸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그가 익숙하게 회의실에 찾아왔을 때 밖에서
“제가 아니었다면 삼촌이 다치지 않았을 텐데… 죄송해요.”제이든은 미안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하하하.”그 말에 염구준은 생뚱맞은 녀석의 뇌회로에 웃음이 터졌다.“내가 다친 건 너랑 상관없어. 내가 그놈들을 찾아간 거야. 자책하지 마.”양마을에 만능 전당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진상을 알아보러 갔을 뿐이다.그런데 상대방이 미리 함정을 파고 기다릴 줄은 몰랐다.만옥루는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들이니 단번에 처리한 것이 참 다행이었다.아니면 흑풍 같은 놈이 또 생겼을 것이다.“네.”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았다.청해 외곽에 도착하자 염구준이 옆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당부했다.“집에 도착하면 양마을 사건과 내가 부상을 입은 거 절대 말하지 마. 알겠지?”“알겠어요.”제이든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바로 대답했다.염구준은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청해에 들어가기 전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이런 일들은 그가 혼자 감당하면 충분했다.“구준이 왔어? 밥은 먹었어?”마침 식사 중이던 두 노인이 염구준과 제이든을 보더니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이런 따뜻한 미소는 가족들에게서만 볼 수 있었다.두 사람을 본 순간 손태석은 제이든의 부모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먹었어요. 가을이는 어디 있어요? 올 때가 되었는데 보이지 않네요.”아내와 딸이 보이지 않자 염구준이 물었다.지금은 오후 6시, 두 노인이 회사에서 돌아왔으니 손가을도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었다.“요새 처리할 게 많아서 아직도 회사에 있어. 우린 저녁 준비하러 먼저 온 거야.”손태석이 말할 때 표정이 어색한 것이 뭔가 숨기는 것 같았다.“그럼 제가 가을이 데리러 갈게요.”입구로 가던 염구준이 다시 돌아서서 제이든에게 당부했다.“제이든, 이제 함부로 나가지 마. 네 부모님 일은 내게 맡겨.”저녁 무렵, 손씨 그룹 빌딩의 전등이 대부분 꺼지고 유독 회의실만 밝게 켜져 있었다.지금 백 명
“주상께 보고합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체포했습니다.”백호는 상황을 보고하다 잠시 사색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근데 여자 한 명이 너무 시끄럽게 굽니다. 공을 세워 죄를 갚겠다면서 주상께 중요한 일로 보고할 것이 있답니다.”나무가 무너지면 원숭이들도 흩어진다고, 만옥루가 멸망하니 아랫사람들은 자기 살길을 도모하기 시작했다.염구준은 이미 누군지 짐작하고 있었다.“데리고 와. 일단 들어보고 다시 처리해도 늦지 않아.”한참 뒤, 진희는 두 손이 묶인 채 부하들에게 끌려왔다.헝클어진 머리와 얼굴에 먼지가 묻은 것을 보아 체포할 때 어지간히 반항한 것 같았다.도도하고 기품이 흐르던 화장이 지워지니 평범한 여자의 얼굴로 돌아왔다.“시간이 없으니까 쓸데없는 말은 말고 본론만 말해.”염구준은 먼저 경고했다.그런데 진희는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오자마자 조건부터 내세웠다.“내가 아는 걸 전부 말할게요. 날 보내줘요.”“끌고 가!”염구준은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기도 귀찮아 바로 손을 휘저었다.이미 죄인 신세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사태가 파악되지 않은 모양이었다.“말할게요. 만능 전당포의 세력은 막강하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만옥루는 용하에 시장을 개척하러 왔을 뿐이에요. 그리고 제이든을 납치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해외에서 왔어요. 그들 세력도 만만치 않아요.”진희는 끌려갈 때 두 가지 조건을 제기했지만 염구준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이런 말들은 너무 포괄적이라 들을 가치가 없었다.염구준이 원하는 것은 구체적인 세력이나 개인의 이름이었다.그래야 상대방을 찾을 수 있으니까.나중에 진희는 심문을 받으면서 죽지는 않았지만 평생 전신전에 갇혀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으로 속죄했다고 전해졌다.그때 사타가 히죽거리며 면상을 들이댔다.“염 선생님, 일이 끝났는데 저희 가도 됩니까?”그 말에 염구준이 되물었다.“어디로 가는데?”“집에 가죠. 보내준다고 약속했잖아요.”음양쌍살 중 남자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너희들 죽이지 않는다고
백호는 몸을 약간 떨더니 곧 이를 악물고 약물이 체내에서 천천히 흐르도록 유도했다.일단 약효가 폭주하면,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염구준도 가만히 있지 않고 두 손으로 백호의 등을 누르며 온몸의 기운을 일사불란하게 불어넣어 날뛰는 약효를 제지했다.만약 컨디션이 최고조였다면 이런 것쯤은 염구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부상을 입고 있어 기운이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약효를 억누르는게 매우 힘들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고 억지로 버텼다. 주위의 전신전 성원들은 모두 두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하고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두 사람 모두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남에 따라 백호는 얼굴색이 많이 붉어졌으나 염구준은 되려 창백해져만 갔다.“쿨럭!”결국 그는 피가 올라오는 걸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으나 기운을 주입하는 건 멈추지 않았다.생사를 함께한 전우를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괜찮기 때문이었다.직위에는 높고 낮음이 있다지만 생명에는 귀천이 없었다.“주상, 그만하세요.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백호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바로 제지했다.“조용히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이건 명령이야!”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오늘 백호는 살리고야 만다. 염라대왕이 와도 못 데려 가.’“네!”백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명령이었다. 명령이라고만 하면 무작정 따른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말이다. 그는 다시 염구준의 지시대로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한편,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전신전 성원들은 전부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조급해하는 수박에 없었다. “후.”또 30분이 지난 후, 백호의 상태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염구준은 손을 떼고 숨을 길게 내쉰 뒤, 자아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원기가 크게 상한 탓에 그는 최소 몇 달은 걸려야 다시 컨디션이 최고조로 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상!”백호는 무릎을 꿇고 울부짖
그는 더 이상 이 일을 고민하지 않고 또 다른 문제를 물었다.“언제부터 날 노린거야?”이렇게 다양한 사살 방식과 행동들이 단시간내에 계획한 것일 리가 없었다.‘임시로 한 것들은 더욱 아니고.’“당연히 만능 전당포를 설립할 때지. 내 사업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방해되는 요소가 너였거든.”“네가 이곳으로 온 건 계기에 불과해.”만옥루는 이 일을 숨기지 않고 뿌듯해하며 전부 털어놓았다.이런 강한 반보천인을 이 정도까지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도 몇 안 되니까 말이다. 이 계획에서 유일한 변수는 염구준이 너무 강하다는 거였다.“됐어.”“넌 네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용하국엔 오지 말았어야 했어.”염구준은 말을 마치고는 검기로 상대방의 머리를 뚫어 죽였다.이렇게 바로 죽게 하는 것도 일종의 배려였다. 만능 전당포에서 내린 임무 중에 극악한 게 적지 않으니까 말이다.우두머리가 없어졌으니 이제 용하국의 만능 전당포도 존재할 수가 없었다.그 후 염구준은 일찍이 외곽에서 포위하고 있던 백호에게 연락했다.“상황 보고 해.”“방금 전에 적지 않은 무인들이 포위망을 뚫고 도망가려 했습니다. 한 명을 놓치긴 했는데, 저로는 안 될 것 같아요.”현재 백호의 목소리는 무척 허약했다.“지금 갈게.”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위치를 켜 백호의 위치를 향해 달려갔다.이곳에서 백호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까 도망쳤던 두 명의 반보천인들 밖에 없었다.‘그런데 한 명만 도망쳤다니.’백호가 있는 곳에 도착한 염구준은 상대방이 나무 옆에 기대앉은 채로 의료진에 의해 구멍 뚫린 오른쪽 어깨를 치료받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의 옆에는 시체 하나가 누워 있었는데, 바로 아까 도망간 반보천인 중 한 명이었다.“제가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두 명 다 붙잡지 못했어요.”백호는 피를 토하며 참담한 미소를 지어보였다.그는 지금 부상이 심각해서 살 수 있는지도 미지수였다.염구준은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 한손으로는 그의 등을 누르며 진기를 불어넣으면서 상
예상대로 전력을 다한 염구준은 두 사람 따위는 쉽게 짓눌렀다. 두 사람은 반격을 하려 했지만 방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쾅!격렬한 싸움 끝에, 염구준에 의해 지하 통로 밖으로 내쳐진 두 명은 부상을 당했고, 염구준은 그들을 무시한 채 바로 만옥루가 도망친 방향을 따라 달려갔다.그야말로 염구준의 진정한 타겟이었으니까 말이다.두 반보천인에게 부상을 입히고도 계속 맞붙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느라 숨겨둔 비장의 카드까지 사용한다면 짧은 시간내에 처리하기 힘들어서도 있었다.구자검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도 하고, 오른팔로 칠권합일을 두 번이나 써 무리가 가기도 했기에 염구준은 현재 필살기를 자유자재로 쓸 수가 없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칠권합일을 한 번 더 쓸 필요는 없지.’“가자!”눈을 마주친 두 반보천인은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쳤다. 한편, 밀림속에서 만옥루는 이미 아주 멀리 도망친 상태였는데,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고서야 나무에 기대어 한숨을 돌렸다.“후...”“이번에는 실패했네. 저렇게 강할 줄이야. 몇 명의 탑 반보천인들만이 저 녀석을 한 번 상대해 볼 수 있겠어.”오랫동안 강호를 떠돌면서 그가 만났던 강한 반보천인들은 적지 않았는데, 염구준도 그 중 하나였다.그는 지금 마음이 매우 아팠다. 용하국에서 만능 전당포를 순리롭게 운행하기 위해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였다.바스락.바로 이때, 미세한 소리가 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곧 눈을 크게 뜨며 식은땀을 흘렸다.염구준이 시야에 나타나서였다.‘도망쳐야 해!’만옥루는 쉬고 있던 자리가 따뜻해지기도 전에 다시 앞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속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기를 빌면서 말이다.“도망치지 말고 그냥 죽음을 받아 들여.”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의 목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육체의 차이 때문에 만옥루의 속도는 염구준보다 조금 많이 느렸다.‘망했어. 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저희 삼촌은 천하무적이니까요. 죽는 건 그쪽이야, 아니, 그쪽 가족들이야!”제이든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허, 너는 값이 적지 않게 나가니 죽이긴 아까워.”만옥루는 화를 내지 않고 사타와 음양쌍살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너희들은 만능 전당포에서 일하면서 전당포를 배신했으니 죽어 마땅해.”이 말을 들은 그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큰 일이야.’‘도망쳐야 해!’그러나 비록 두 명이 중상을 입긴 했으나 네 명의 반보천인이 있는 상황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이었다.그들은 곧 상대방이 날린 진기에 맞아 날아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염구준,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음양쌍살 중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는 이런 분쟁은 그들이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끼어들면 발을 쉽게 빼지 못하니까 말이다.“울지 마, 너희들도 곧 그 녀석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말하자면 너희들에게도 고마워해야 해.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염구준도 단서를 찾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안타깝게도 너희들은 앞으로 만능 전당포가 강해지는 걸 못 보겠군.”만옥루는 그의 계획에 자부심을 느끼며 생각했다. ‘공무적에게 중상을 입힌 반보천인이면 뭐 어때? 머리에서 졌잖아.’“맞아, 왜 울어? 내가 왔잖아.”‘염구준?’이때, 지하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누군가 나와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을 향해 돌진했다. 처리를 확실히 하는 건 좋은 습관이었다.“빨리 막아!”불바다에 묻혀야 할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사람들은 무척이나 당황해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순식간에 열몇 대의 주먹을 날려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의 목숨을 앗아갔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임무를 통해 받은 거액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었던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나머지 몇 명은 빠르게 범위를 줄이며 방어진형을 만들어 염구준을 주시하면서 꾸짖었다.“만옥루, 염구
“조심해!”누군가가 일깨워 주었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은 재차 최강의 권법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때렸고, 이 주먹에 맞은 사람은 피를 토하면서 후퇴하더니 결국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비록 오른팔이 백년산 붉은 영지를 복용한 탓에 강화되고, 육체도 강해지긴 했지만, 짧은 시간내에 강력한 필살기를 두 번이나 쓴 탓에 팔이 조금씩 아파왔다.이런 싸움 방식은 오른팔에게 부담이 너무 컸다.이 모습을 본 다른 두 사람은 당황하며 더 이상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방어만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또 그들을 무시하고는 이미 부상을 입은 만옥루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 슉.그러나 만옥루는 염구준이 몸을 돌리는 틈을 잡아 재빨리 후퇴하여 별장밖으로 돌진했다.그는 다시 싸울 용기가 없었기에 결국 도망치기로 결심했다.이를 본 염구준은 두 발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돌진하며 만옥루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는 이대로 상대방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쿵쿵.만옥루가 별장을 뛰쳐나오는 순간, 기관이 가동되며 두꺼운 철판이 솟아올라 문을 막았고, 곧이어 창문, 베란다 등도 전부 봉쇄되었다.나머지 세 사람 역시 어느새 모두 별장에서 나가버렸다.‘이것도 만옥루가 짠 플랜인 것 같네.’염구준은 그가 제이든을 미끼로 썼을 때부터, 상대방의 계산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별장 전체의 배치가 바로 그를 겨냥한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하하, 안에서 죽기를 기다리시죠.”만옥루는 크게 웃으며 사람들을 데리고 거래소로 가버렸다.‘이곳을 폭발 시켜서 날 죽일 셈인가 보군. 미친 영감 같으니.’쾅!염구준은 생각을 마친 뒤, 벽 쪽으로 가서 힘껏 주먹을 날렸고, 곧 블록이 떨어지며 변형된 금속판이 모습을 드러냈다.이건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깨려면 칠권합일을 써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굳이 오른손으로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죽을 때까지 가둬놓을 셈이야?”철수한 네 사람 중 한 명이
이 대화를 들은 염구준은 우스워서 그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벌써부터 나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네?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기운이 폭등하며 진기가 사납게 소용돌이쳤다.방금 전에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굉장한 광경이었다.“공격해!”만옥루가 소리치자 네 명이 동시에 염구준을 향해 덤벼들었다. 진기와 함께 느껴지는 원소의 힘으로 보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에서 두 명은 목이고 한 명은 금,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물이었다.“어이, 영감, 내 주먹 맛 좀 보시지!”염구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강렬한 기세로 만옥루를 향해 돌진했다.지금 네 사람이 전부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 한꺼번에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먼저 타겟을 정하고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막을 테니 너희들은 공격해!”그러나 만옥루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도 약하지 않은 반보천인이기에 잠시 버티는 것 쯤이야 쉬울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자신과 염구준 사이의 격차를 알게 되었다. “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이 외치는 동시에 대량의 진기가 그의 오른손에 모였는데, 기세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 강했다. 쾅!!!만옥루는 두 손을 교차해 방어했지만, 온전히 받아낼 수 없어 뒤로 후퇴하면서 힘을 흘렸다.강대한 충격에 내장까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염구준의 제일 강한 한 수는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세 명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곧장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염구준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죽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겁 먹지 마! 매번 저 위력으로 공격할 건 아닐 게 아니야? 어서 덤벼!”이 모습을 본 만옥루는 답답해서 이를 악물고 소리쳤고, 다른 세 사람도 반응이 왔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당장 공격을 하진 않았다.염구준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만옥루를 향해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