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 종문, 국방부, 문벌, 4대 서열. 돌아가면 내가 전부 후회하게 해주겠어!”...소채은은 윤구주가 천하를 뒤흔든 구주천왕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그녀는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구주왕은 화진 백성들 마음속의 신화나 전설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 신화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라니.다른 사람이었어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채은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자 화진의 왕이야. 그런데 왜 전혀 기뻐하지 않는 거야?”방 안에서 소청하와 천희수는 멍한 표정의 딸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래, 채은아. 구주는 우리 화진의 신이야. 네가 구주를 만난 건 우리 소씨 가문의 엄청난 영광이자 복이라고!”소청하도 말했다.그러나 소채은은 여전히 침묵하며 넋을 놓고 있었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아빠, 엄마. 그만 말해요. 사실 전 기쁘지 않은 게 아니에요. 전 그저... 그저 구주가 우리 화진의 신화와도 같은 존재, 구주왕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해서 그러는 것뿐이에요.”소청하는 웃으며 말했다.“바보야, 그건 우리 집안이 운이 좋다는 걸 증명하는 거야.”“맞아, 맞아. 예전에는 내가 안목이 없어서 구주를 얕봤어. 그런데 지금 보니 정말 그러지 말아야 했어.”천희수는 후회하며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잘 됐지. 우리 딸은 천하무적의 구주왕과 만나고 있으니 우리 소씨 일가는 평생 영광을 누리게 될 거야. 아니, 앞으로 대대로 영광을 누리게 될 거야.”부모님의 말씀을 들은 소채은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아빠, 엄마. 구주가 정말로 우리 화진의 구주왕이라면... 저랑 구주가 만나는 건, 제게 너무 과분한 일 아닐까요?”소채은은 갑자기 예쁘장한 얼굴을 들고 말했다.‘응?’“그게 무슨 말이야?”천희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 그러셨잖아요. 결혼하려면 집안이 비슷해야 한다고. 그런데 아빠, 엄마도 보셨다시피 구주는... 우리 화진의 구주
점심때가 되자 윤구주는 소채은을 보러 왔다.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소청하 부부가 보였다.“아버님, 어머님. 채은이 안에 있나요?”소청하는 서둘러 대답했다.“그래.”“그러면 저 들어가 볼게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문을 열기 직전, 소청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구주야... 너 혹시 우리를 원망하니?”“원망이요?”윤구주는 당황했다.“그래. 우리가 예전에 어리석고 안목이 없어서 널 무시했었잖아. 그래서...”천희수는 용기를 내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구주야, 우리를 원망해도 괜찮아. 우리를 때려도 좋고 욕해도 좋아. 하지만 절대 채은이를 힘들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채은이는 진심으로 널 사랑하니까!”천희수가 말했다.두 사람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말문이 막혔다.“아버님, 어머님.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전 단 한 번도 두 분을 원망한 적이 없어요.”“정말?”천희수가 말했다.“그럼요.”“구주야, 고마워. 예전에는 우리가 어리석었어. 우리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어떤 상황이 생기든 절대 우리 채은이를 원망하지는 말아 줘. 너희 지금처럼 잘 만나기까지 쉽지 않았잖아. 만약 우리 둘 때문에 너희 사이가 멀어진다면 우리가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그래.”천희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윤구주는 똑똑했기에 그들의 말을 듣고 대충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그런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 단 한 번도 제 신분 때문에 누군가를 싫어한 적이 없어요. 게다가 전 채은이를 무척 사랑하는걸요.”그 말을 듣자 소청하 부부는 그제야 마음이 한결 놓였다.“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도 마음이 놓인다.”윤구주는 소청하 부부와 간단히 대화를 나눈 뒤 문을 열고 소채은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서 소채은은 혼자 멍하니 창가 옆에 앉아 있었다.미풍이 불어와 그녀의 아름다운 뺨을 쓸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채은아,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윤구주는
윤구주가 손을 뻗자마자 소채은은 감전되기라도 한 듯 황급히 몸을 움츠렸다.윤구주는 무서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소채은은 몸을 움츠리고 말했다.“미안해. 지금은 너무 충격이 커서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어.”“내 신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야? 아니면 그냥 나라는 사람을 받아들이기 힘든 거야?”소채은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그냥 내가 지금의 너에게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바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말했다.“진짜야. 넌 화진의 왕이지만 난 그냥 평범한 여자일 뿐이잖아. 내가 어떻게 너처럼 대단한 영웅과 어울리겠어?”소채은이 말했다.“채은아, 이러지 마. 네가 그랬잖아. 내가 예전에 누구였든 우리 둘이 만나는 것엔 영향이 없을 거라고 말이야.”“그... 그거랑은 달라. 난 네가 예전에 좀 남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네가 우리 화진의 왕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소채은의 말은 사실이었다.구주왕은 화진의 영웅이었다.그는 한때 신화였고 전설이었다.그런데 그런 신화 같은 인물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애인이라는데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채은아, 이러지 마. 우리 지금처럼 만나는 거 쉽지 않았잖아. 난 내 신분 때문에 우리 사이에 벽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아.”윤구주는 중얼거리면서 말한 뒤 소채은의 떨리는 손을 살짝 잡았다.“채은아, 내가 그랬었잖아.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걸 다 너에게 주겠다고. 이젠 그 약속을 지키고 싶어. 지금부터 넌 내 여자야. 평생토록 말이야.”윤구주는 애절하게 말한 뒤 소채은을 품에 안았다.품 안의 소채은은 여전히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그녀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그녀조차 믿기 어려운 그런 꿈을 꾸는 것 같았다.‘내가 구주왕의 여자라고?’그건 수많은 여자가 꿈에도 바라던 일이었다. 그리고 윤구주는 화진의 수많은 소녀들이 사랑하는 엄청난 영웅이었다.그런데 그녀가 구주왕의 여자가 되었다.이 순간, 소채은
소채은은 강제로 하려는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소채은이 먼저 적극적으로 리드했다.윤구주를 안은 소채은은 호흡이 눈에 띄게 가빠지기 시작했다.소채은의 흰 다리가 윤구주의 허리에 감겼다. 그녀는 마치 뱀처럼 윤구주의 몸 위에 앉았다.“채은아, 정말이야?”윤구주는 소채은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소채은은 짧게 대답했다. 곧 그녀의 어깨에서 끈이 흘러내렸다.옥처럼 흰 그녀의 어깨에서 소녀의 체향이 느껴졌다.게다가 소채은은 눈빛이 매혹적이었고 옅은 향기도 났다. 그래서 참기가 힘들었다.그렇게 방 안에서 두 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다.방 밖에서는 소청하 부부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그들은 바보 같은 소채은이 정말로 구주왕을 거절할까 봐 걱정되었다. 만약 구주왕을 거절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그런데 두 사람은 곧 이상함을 느꼈다.방안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목소리와 가쁜 숨소리는 아주 이상하게 들렸다.“여보... 우리 딸 구주랑 뭐 하는 거래요? 우리 딸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요?”이상함을 감지한 천희수는 서둘러 소청하에게 말했다.소청하는 문에 귀를 붙였다가 천희수를 끌고 가면서 히죽 웃으며 말했다.“바보 같긴, 눈치 못 챈 거야?”“네? 뭐가요?”천희수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소청하는 천희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고 천희수는 곧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뭐라고요? 진짜요? 우리 딸이 구주랑...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요?”“그게 아니면 뭐겠어?”소청하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관계를 가지면 우리 딸이 너무 손해잖아요!”천희수가 말했다.“왜 이렇게 바보 같아? 화진의 구주왕과 하는 건데 우리 딸이 손해 볼 게 뭐가 있어? 잊지 마. 구주는 화진의 구주왕이야!”그 말에 천희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윤구주가 구주천왕이라는 걸 떠올린 천희수는 순간 자기가 어리석게 느껴졌다.이 세상에 구주왕을 만나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겠는가?황실도, 10개국의 공주들
윤구주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따지고 보면 윤구주에게 소청하와 천희수는 장인어른, 장모님이었다. 그런데 윤구주와 소채은이 관계를 가졌다는 걸 두 사람이 소문냈다.현재 윈워터힐스에 있는 사람들은 윤구주와 소채은이 관계를 가졌다는 걸 전부 알게 되었다.윤구주가 조금 불쾌해하는 것 같자 옆에 있던 연규비가 앞으로 나서면서 웃으며 말했다.“구주야, 두 분을 탓하지 마. 내 생각엔 두 분 다 너무 기쁘셔서 얘기한 걸 거야.”윤구주가 소청하와 천희수의 속셈을 모를 리가 없었다.하지만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뒤이어 윤구주는 천현수와 박창용에게 서울 일을 조사해 보라고 한 뒤 소채은과 함께 있었다.현재 윤구주는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다.그러니 이제 속세로 나와야 했다.그날 점심, 천현수는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는 윤구주를 본 뒤 곧바로 말했다.“저하, 조사해 냈습니다! 규현 형님은 정말로 서울 의수 감옥에 있었어요. 저희 지금 출발합니까?”민규현이 잡혀간 뒤로 천현수는 줄곧 걱정했다.그런데 민규현이 서울의 의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빨리 그를 구하러 가고 싶었다.“서울에 가야 하긴 해. 현수야, 가서 준비해. 난 채은이한테 얘기하고 올게.”천현수는 윤구주의 뜻을 이해하고 곧바로 말했다.“네!”부성국에서 돌아온 뒤 윤구주는 소채은과 2, 3일밖에 함께 있지 못했다.그런데 갑자기 서울에 가야 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이 일을 얘기한다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생사를 함께했던 형제가 위험한 상황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민규현을 제외하고도 과거 그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청룡도 있었다.그래서 윤구주는 반드시 서울로 가서 청룡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봐야 했다.소채은의 방에 도착해 보니 그녀는 연규비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윤구주가 오자 소채은은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구주야, 왔어?”윤구주는 짧게 대답했다.“먼저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먼저 가볼게.”연규비는
“응? 왜인지는 묻지 않는 거야?”윤구주는 소채은의 태도에 호기심이 생겼다.소채은은 윤구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바보야, 아까 규비 씨가 나한테 얘기해줬어. 너랑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네 형제에게 문제가 생겼고 반드시 네가 그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말이야. 난 모두 이해할 수 있어!”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깨달았다.연규비가 미리 소채은에게 얘기를 해준 것이다.“그래도 미안해. 또 너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그윽한 눈빛으로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소채은은 고개를 저었다.“넌 화진의 구주왕이잖아. 바쁜 건 당연하지. 그러니까 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난 규비 씨한테 얘기했어. 난 앞으로 너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거라고.”소채은이 자신을 이해해 주자 윤구주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뒤이어 윤구주는 서울로 갈 준비를 했다.거실 안.윤구주는 서울로 가기로 결정한 뒤 사람들을 전부 소집했다.정태웅, 천현수, 원성일, 연규비, 박창용, 남궁서준, 그리고 백경재까지 말이다.다들 윤구주가 서울로 갈 준비를 한다는 걸 알고 본인들도 한바탕 싸울 준비를 했다.그러나 윤구주의 이어진 말에 그들은 곧 실망스러워했다.이번에 서울에는 천현수와 정태웅만을 데려갈 것이고 남은 이들은 전부 강성에 머무르라고 했기 때문이다.그 말에 박창용이 제일 처음 나섰다.“저하, 저도 서울에 갈 수 없단 말입니까?”“창용 씨는 갈 수 없어.”윤구주가 말했다.“무엇 때문입니까?”박창용은 원망스러운 얼굴이었다.“창용 씨는 창용 부대의 총사령관이자 우리 화진 10대 군사 구역 중 하나잖아. 창용 씨가 움직인다면 국방부에서는 분명 알아차릴 거야. 그렇게 되면 창용 씨는 반란하려고 했다는 낙인이 찍히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 화진에 어떠한 재앙이 찾아올지 예상이 가지?”그의 말에 박창용은 침묵했다.“저하 말씀이 맞습니다. 박 사령관님은 강성에 남으시죠.”천현수도 그를 설득했다.박창용은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내키지 않는 표
다들 떠난 뒤 거실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연규비와 윤구주만 남았다.“구주야, 내게 남으라고 한 건 채은 씨에 관해 묻고 싶어서지?”연규비는 아주 똑똑했다. 윤구주가 남으라고 하자 연규비는 예쁜 눈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정말 너에게는 뭘 숨길 수가 없네.”윤구주는 인정했다.“솔직히 얘기할게. 널 남긴 이유는 너와 채은이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야.”연규비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에 관한 일은 채은 씨에게 대충 설명해 줬으니까.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고마워. 그리고 너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화폭을 하나 꺼냈다.그것은 아주 오래된 듯한 화폭이었는데 짐승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그걸 꺼내자 연규비는 예쁜 눈을 반짝이면서 궁금한 듯 고개를 돌렸다.“이건 뭐야?”“이건 무도 비법이야. 이름은 접무구변이지. 이건 여자에게 적합한 공법 비법이야.윤구주는 들고 있던 화폭을 연규비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접무구변?”연규비는 화폭을 쓱 훑어보더니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이 공법을 채은 씨에게 가르쳐주길 바라는 거야?”연규비는 예쁜 눈을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고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도 알다시피 채은이는 평범한 사람이야. 그래서 난 반드시 채은이를 변화시켜야 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주 길 테니까 말이야. 채은이가 이 접무구변을 수련한다면 대가 9품이 안 되는 사람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윤구주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사실 윤구주는 줄곧 소채은을 신경 쓰고 있었다.그는 화진의 왕이지만 소채은은 그저 평범한 여자였다.윤구주의 말대로 만약 두 사람이 만남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아주 긴 길을 걸어야 했다.그러니 소채은은 반드시 수련하여 실력을 높여야 했다.그래야만 윤구주의 곁에 진정으로 함께 설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연규비는 윤구주의 마음을 깨닫고 말했다.“넌 정말 채은 씨에게
전용기에 탄 윤구주는 마지막으로 모두를 쭉 둘러본 뒤 문을 닫았다.전용기는 활주로 위를 달렸다. 드디어 서울 전투가 시작되었다....호화로운 전용기 안.윤구주는 전용기에 탄 뒤 줄곧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서울은 한때 윤구주가 왕의 신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었다. 종문, 국방부, 문벌, 4대 서열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구주천왕이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있었다.옆에 있던 꼬맹이 남궁서준은 줄곧 묵묵히 윤구주의 곁을 지켰다.뒤에는 정태웅과 천현수가 있었다.강성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려면 세 시간 정도 걸렸다.세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렀다. 잠시 뒤, 그들은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화진의 가장 큰 경제 중심이자 정치, 권력 중심인 서울에는 하늘 높이 치솟을 듯한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저하, 저희 돌아왔습니다!”입을 연 사람은 정태웅이었다.그는 말하면서 흥분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과거 그들은 윤구주를 따르면서 아주 위풍당당하게 서울에서 지내며 다른 지역을 장악했었다.그러나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았다.지금 서울에는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이 있었다.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뜬 뒤 아래쪽의 익숙한 도시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그래, 돌아왔네.”10분 뒤, 전용기는 한 개인 공항에 착륙했다.그 공항은 암부의 비밀 공항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쓸쓸해 보였다.전용기에서 내린 뒤 정태웅은 텅 빈 공항을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젠장, 전부 국방부의 그 잡놈들 때문이에요. 그놈들만 아니었다면 저하가 돌아왔을 때 9부 24사의 사람들 모두 무릎 꿇고 저하를 맞이했을 거예요!”“됐어. 그만 얘기 해. 날 믿어. 우리 저하가 돌아왔으니 우린 분명 다시 정상에 서게 될 거야.”천현수가 말했다.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공항에서 나온 뒤 정태웅이 말했다.“저하! 우선 여기 계세요. 제가 가서 차를 부를게요!”그곳은 비교적 구석진 곳이었고 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