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양사들은 검은색의 긴 옷을 입고 있었고 가슴 쪽에 뱀이 그려져 있었다.“이자 신전의 나미 대신관님?”이노우에 마노는 요염한 여자를 바로 알아보았다.부성국에는 아메 신전, 이자 신전, 레나 신전, 그리고 가장 강한 태양 신전을 포함한 4대 신전이 있었다.4대 신전은 부성국에서 엄청난 지위를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 천 년 정도 되는 역사가 있었다.이자 신전의 여자가 나타나자 이노우에 마노는 곧바로 그녀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그러나 나미 대신관은 이노우에 마노를 무시하고 천천히 붉은 머리의 무토 대신관 앞으로 걸어가서 몸을 살짝 수그리며 말했다.“무토 대신관님, 오랜만이네요!”붉은 머리의 무토 대신관은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네요. 오랜만이네요.”“아메 신전이 파괴된 일로 무토 대신관님까지 오시다니, 저 화진 사람 실력이 꽤 강한가 보네요.”나미 토모코는 웃으며 말했다.붉은 머리의 무토 대신관은 싸늘한 눈빛으로 하치카미 산을 바라보았다.“10개국 간의 전쟁 이후 우리 부성국은 화진으로부터 이렇게 큰 모욕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화진 사람이 감히 우리 부성국에 쳐들어와서 파괴된 우리 부성국 신전에서 단약을 만들다니 정말 기막힌 일입니다.”“저 화진 사람 실력이 꽤 좋네요. 제가 알기론 그는 혼자서 아메 신전을 파괴하고 기타가와 신사를 몰살했어요.”나미 토모코가 말했다.“네? 그건 어떻게 안 겁니까?”무토 대신관이 물었다.나미 토모코는 기괴하게 웃더니 오른손을 움직여 말했다.“데려오거라.”그녀가 말하자 두 명의 음양사가 가녀린 여자를 데리고 왔다.자세히 보니 그녀는 야나가와 노아였다.“이 사람은 누구죠?”무토 대신관은 야나가와 노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야나가와 노아라고 기타가와 신사의 아가씨였습니다. 이번에 기타가와 신사의 수천 명 되는 문하생들이 죽었다죠. 야나가와 노아 씨가 그 광경을 직접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아 씨는 그 화진 사람과 함께 지내기도 했었고요.”나미 토모코의 말 때문
“화진 사람은 그 사람 혼자뿐입니까?”이때 경비대 책임자 이노우에 마노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야나가와 노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혼자서 천 년 역사를 지닌 아메 신전을 파괴했단 말입니까? 그게... 가능합니까?”“그러게 말입니다. 게다가 기타가와 신사도 파괴하고 수천 명의 문하생들을 죽였다면서요?”주위에 있던 군인들과 음양사들은 야나가와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 표정이 달라졌다.그중 대부분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지금 보니 그 화진 사람은 아마도 화진의 신급 강자인 것 같군요.”붉은 머리의 무토 대신관이 갑자기 천천히 입을 열었다.“신급 강자요?”나미 토모코는 당황했다.“맞습니다.”무토 대신관은 말을 마친 뒤 머나먼 동쪽을 바라보면서 중얼대며 기억을 떠올렸다.“당시 저는 운이 좋게도 화진에 가서 아주 남다른 신급 강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신급 강자는 성이 문씨였어요. 화진의 오래된 세가 출신의 기인이었죠. 그 사람은 눈빛 한 번으로 제 마음속 무도를 간파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만 굳어버린 채 오후 내내 그곳에 서 있었죠. 그가 절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전 아마도...”무토 대신관의 말을 듣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랐다.눈앞의 무토 대신관은 부성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고수였다.“물론 그건 10년 전 일입니다. 이미 10년이 지났고 제가 수련한 신도술은 화진의 신급 강자와 엇비슷한 수준이죠.”무토 대신관의 입가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걸렸다.“하하하하!”이때 한바탕 웃음소리가 등 뒤의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아주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무토 대신관님 말이 맞습니다. 상대가 신급 강자든 뭐든 우리 부성국 땅에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으니 죽어 마땅하죠.”뒤이어 탱크 같은 체구의 거인이 십여 명의 음양사들을 데리고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레나 신전의 사람이다!”“와! 레나 신전의 대신관까지 오다니!”뒤에 있던 군인들은 회색 옷을 입은 음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곧바로 그들을 알아보았다.
3대 신전의 사람들이 산으로 향하려고 할 때 한 차례 굉음이 다시 한번 하치카미 산꼭대기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붉은 구름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붉은 기운 중에서 짙은 단약 향기가 나기도 했다.단약 향기가 나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면서 다시금 하치카미 산꼭대기를 바라보았다.“단약이네요!”“화진 사람이 단약을 만들고 있어요!”“젠장, 그 화진 사람 대체 무슨 단약을 만들고 있길래 이렇게 어마어마한 기운을 발산하는 거죠?”미나 토모코는 심각한 눈빛으로 하치카미 산꼭대기를 바라보았다.“무슨 단약이든 상관없어요. 오늘 우리 3대 신전의 대신관들이 전부 모였는데 화진 사람 하나 죽이지 못하겠어요?”오카다 지로가 말했다.붉은 머리의 무토 대신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싸늘한 시선으로 산꼭대기를 바라보았다.“갑시다!”그 말과 함께 대신관 세 명은 각자 데리고 온 음양사들과 함께 산꼭대기로 향했다.하치카미 산꼭대기.윤구주는 온몸에서 금빛을 번쩍이면서 책상다리하고 청색 솥 앞에 앉아 있었다.엄청나게 짙은 단약 향기가 청색 솥에서 흘러나왔다.“드디어 성공한 건가?”윤구주는 눈을 번쩍 떴고 두 개의 빛이 솥으로 쏘아져 나갔다. 윤구주는 손을 들었고 곧 휙 소리와 함께 붉은색 단약이 청색 솥에서 날아와 윤구주의 손바닥 안에 떨어졌다.그것은 피갈기 단약이었다.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피갈기 단약은 단약 전체가 핏빛이었고 나타나자마자 주변 온도가 바로 낮아졌다.피갈기 단약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손바닥 안의 단약을 본 윤구주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였다.이 피갈기 단약을 만들기 위해 윤구주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이 피갈기 단약은 윤구주 체내의 기린화독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실력을 전성기 때로 되돌려 놓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기린화독을 없앤다면 사랑하는 소채은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갑자기 시선을 들면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채은아, 조금만 기다려
이때 위패들 앞에는 흐릿한 노인의 허상이 꼼짝하지 않고 책상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다.노인의 몸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영혼 같았다.노인이 책상다리하고 앉아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미간이 번쩍이더니 신기하게도 눈에 보이는 화염 표식이 그의 미간에 나타났다.“음?”그 화염 표식이 나타난 순간, 노인은 돌연 눈을 번쩍 떴다.그는 오른쪽 눈의 동공이 번쩍였고 왼쪽 눈에는 회색 안개가 껴있었다.눈을 뜨는 순간,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큰일이네! 기린화독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발견됐어. 설마... 그가 우리 문씨 일가의 화독을 해독한 걸까?”노인은 놀란 목소리로 말하더니 훌쩍 일어나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자신의 미간에 나타난 화염 표식을 만졌다.자신의 미간에 확실히 화염 표식이 나타난 걸 확인하게 되자 노인의 표정이 유달리 심각해졌다.이때 쿵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고 곧 사당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리고 곧 사당 아래쪽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넓은 사당 중앙에 아주 거대한 균열이 하나 나타났다.그 균열은 마치 지진처럼 사당을 두 쪽으로 나누었고 곧 나이든 목소리가 아래에서부터 들려왔다.“역시 화진의 왕이야! 화진의 천명을 타고난 놈다워! 우리 문씨 일가의 기린화독을 해독한 걸 보면 말이야!”땅속에서부터 소리가 울려 퍼지자 노인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조상님, 깨어나셨군요!”노인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땅속의 목소리가 대답했다.“우리 문씨 일가에서 가장 강력한 기린화독조차 천하제일의 왕을 억누르지 못하는구나! 놀라워!”그의 목소리는 감탄하는 것 같기도, 탄식하는 것 같기도 했다.“조상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기린화독을 없앴다고 해도 지금은 한낱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합니다. 현재 화진의 왕은 우리 문씨 일가 사람이 아닙니까?”땅속의 목소리가 말했다.“아니, 넌 틀렸다. 구주왕은 비록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여전히 자타가 공인하는
땅 밑 조상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노인은 조금 전 그곳에 대고 예를 갖춘 뒤 순식간에 어두운 사당 속에서 사라졌다.서울, 국방부 이황전.이곳은 화진의 새로운 왕 문아름의 침궁이었다.이때 커다란 침궁 안에는 정갈한 옷차림을 한 아름다운 문아름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온몸에 검붉은색 기운이 감돌았다. 문아름이 백옥 같은 손으로 수인을 맺자 검붉은색의 기운이 마치 갑옷처럼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자세히 보니 그녀의 미간에 작은 화염 표식이 있었다.그것은 문씨 세가의 기린 혈맥의 표식이었다.그 표식을 얻었다는 것은, 문아름이 문씨 세가 혈맥의 힘을 각성했다는 것을 의미했다.혈맥의 힘이 점차 각성하면서 문아름의 내공 또한 무서운 속도로 치솟고 있었다.문아름이 수련하고 있을 때 갑자기 음산한 바람이 불어왔다.“누구냐?”문아름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오른손을 움직여 주변 검붉은 기운들을 칼처럼 날카롭게 만들어 뒤로 날려 보냈다. 쿵 소리와 함께 그것은 뒤에 있는 견고한 벽에 부딪혔고, 벽에는 1m 넘는 움푹 파인 자국이 생겼다.“좋아. 역시 우리 문씨 세가의 미래 기둥답네. 혈맥의 힘을 6할 정도 각성했구나.”음산한 목소리가 문아름의 뒤에서 들려왔고 곧 노인 한 명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할아버지세요? 문아름, 할아버지를 뵙습니다!”문아름은 상대를 확인한 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를 갖추었다.노인은 손을 저었다.“예를 갖출 필요는 없다.”그러고는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할아버지, 갑자기 오신 걸 보니 단순히 제 수련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죠?”문아름은 노인이 자리에 앉자 물었다.“네 짐작이 맞다. 내가 널 찾아온 이유는 그 자식이 우리 문씨 일가의 기린화독을 없앴기 때문이야. 내 예상대로라면 곧 내공이 전성기 때만큼 회복될 거야.”노인이 다시 말했다.‘뭐?’“할아버지... 혹시 윤구주 말씀하시는 거예요?”문아름의 아름다운 얼굴에 놀라움이 드리워졌다. 그녀의 질문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빨리 없앴
비록 전성기 때 실력이 되었다고 해도 아무렇게나 공개할 수는 없었다.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퍼져나간다면 화진의 국방부, 문벌, 종문, 문파들이 혼란에 빠질 테니 말이다.화진에 내란이 생기면 10국은 분명 그 기회를 틈타서 설욕하려고 할 것이다.그래서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은 아직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 그 때문에 윤구주는 지금껏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있었다.“어찌 됐든 전성기 때 실력이 되었다면 우리 문씨 일가에는 그의 상대가 될 사람이 없겠네요. 그에게는 봉왕팔기와 구양진용결이 있으니 그에 대적할 만 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문아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괜한 걱정을 하는구나. 비록 윤구주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명을 타고난 인재가 맞아. 하지만 우리 문씨 일가의 저력은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단다.”노인은 의미심장하게 말한 뒤 오른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나오거라!”그렇게 말하자 두 명의 검은 인영이 방 안에 나타났다.두 사람 중 한 명은 흰색 옷을, 다른 한 명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흰색 옷을 입은 사람은 선비처럼 생겼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귀신처럼 못생겼다.두 사람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이들처럼 온몸에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죽음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유명전, 흑백무상 문아름 씨를 뵙습니다!”유명전이라는 세 글자에 문아름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앞의 흑백무상이라고 자신을 칭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내공이 무시무시했고 대충 짐작해 보니 둘 다 신급 강자인 듯했다.“그... 유명전 사람이라고요?”문아름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게다가 유명전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우리 문씨 세가의 에이스라고도 할 수 있지.”노인은 웃으며 말했다.그의 말에 문아름은 다시 한번 놀랐다.유명전은 아주 오래된 은밀한 조직으로 화진의 4대 문파 위에 군림했다.유명전에 대한 전설은 너무 많았다.누군가는 유명전의 강대함이 오래된 홍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고
노인의 전부 죽이라는 말에 금색 옷을 입은 문아름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 곧 그녀의 눈동자가 뜨겁게 불타올랐다.“할아버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사실 문아름은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대적하는 사람들을 없애 왕의 지위를 굳히고 싶었다. 그런데 드디어 할아버지가 제거 작전을 진행하자고 하자 무척 기뻤다.노인은 서늘한 눈빛을 하면서 계속해 말했다.“국방부를 통합하려면 반드시 눈엣가시인 암부를 없애야 해. 당시 암부는 윤구주가 직접 설립했어. 3대 지휘사도, 여단장들도 전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윤구주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했었어. 그러니까 암부가 쓰러진다면 윤구주를 따랐었던 국방부의 장교들도 전부 우리 편에 서게 될 거야.”“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암부의 3대 지휘사는 전부 신급 강자예요. 특히 그 민규현이라는 자 말이에요. 소문에 따르면 그의 호마공은 윤구주가 직접 지도한 적이 있어서 동일한 경지에서는 그 호마공을 이길 자가 없대요.”문아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친 화진 암부의 3대 지휘사인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의 실력은 명불허전이었다.만약 속 빈 강정이었다면 화진의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암부의 지휘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노인은 기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말거라. 그 세 지휘사를 어떻게 상대할지는 이미 생각해 두었으니까 말이야. 이번에는 흑백무상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에이스가 한 명 더 있다.”“누굽니까?”문아름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노인은 싱긋 웃더니 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나오거라!”곧이어 노인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그 그림자는 아주 위험한 기운을 띤 채로 어둠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왔다.쿵.쿵.쿵.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위험한 기운이 점점 더 짙어졌다.문씨 일가 혈맥의 힘을 각성한 문아름조차도, 아주 위험한 기운을 감지하게 된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이 막힐 정도로 두려워졌다.마치 이제 곧 나타날
“윤구주, 미안해! 네가 힘들게 설립한 암부는 이제 곧 내 손에 무너질 거야.”문아름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부성국 하치카미 산.밤이 되자 수십 명의 강자들이 산꼭대기에 접근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태양 신전의 무토 대신관이었다.붉은 머리의 대신관인 그는 신급 강자로 부성국에서는 10위 안에 드는 정상급 인물이었다.그의 뒤에 있는 이자 신전의 나미 토모코는 비록 무토 대신관보다는 실력이 약했지만 그녀의 환술은 아주 기묘하고 대단했다.가장 뒤에 있던 레나 신전의 오카다 지로는 부성국에서 무적의 육체로 불렸고 레나 신전의 수화술을 수련한 무시무시한 광인이었다.3대 대신관은 부성국에서 모두 정상급이었다.현재 세 명의 대신관은 윤구주를 상대하려고 했다.무토 대신관이 수십 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산꼭대기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 갑자기 산꼭대기에서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그 진동은 마치 산사태가 일어나기 직전과도 같았다.“젠장, 저 화진 사람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걸까요? 단약을 만드는 거 아니었나요? 왜 인기척이 점점 더 커지는 거죠?”말한 사람은 나미 토모코였다.그녀는 자줏빛 동공을 반짝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하치카미 산꼭대기를 바라보았다.“토모코 씨, 너무 간이 작은 거 아닙니까? 일개 화진 사람이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어요?”레나 신전의 오카다 지로가 경멸에 차서 말했다.나미 토모코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그녀의 자줏빛 동공은 가장 앞에 서 있는 무토 대신관을 바라보고 있었다.“두 분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 화진 사람이 감히 혼자서 우리 부성국에 왔다는 건 실력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걸 의미하니까요.”무토 대신관이 말했다.오카다 지로는 비록 표정에 경멸이 차 있었지만 무토 대신관의 말을 듣고 결국 침묵했다.쿵.쿵.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하치카미 산에서 다시 한번 굉음이 들려왔고, 곧 엄청난 흡입력이 산꼭대기에서 느껴졌다. 잠시 뒤, 하치카미 산 주변의 자연의 기운이 전부 산꼭대
천옥이 위치한 곳은 세계 10대 생명 금지구역으로도 분류되었다.극단적인 기후 외에도 이곳에서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가 전부 무효화되었다.근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탐험대가 이곳을 정복하려고 금지구역까지 깊이 들어갔는데 결국 실종되거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이제 막 진입한 대오는 이미 완전히 방향감을 잃고 말았다.윤구주가 앞에서 인도하지 않았다면 암부 3대 지휘사라도 길을 잃었을 것이다.“저하, 여긴 정말 기이한 곳이네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도 소용없고 나침판조차 엉망이네요.”“이런 제기랄! 하늘에 왜 태양이 열 개나 있는 거야? 오로라도 있고! 여긴 도대체 어떤 곳이야!”정태웅 3인은 구시렁거리기만 했다.“그래서 내가 진북왕을 앞장세웠잖아. 구오 지존이 길을 안내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정에 빠질지 몰라. 너희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허구일 뿐 직접적인 생명 위협은 가하지 않을 거야. 제일 무서운 것은 이곳 영기가 무질서하다는 거야. 쉽게 말해 자기장이 비정상적으로 혼란스러워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기에 오래 머무를수록 더 깊이 빠지게 될 거야. 게다가 자기장이 불안정해서 어떤 규칙도 적용되지 않아. 내비게이션 장비는 물론 현수오행, 풍수 변위 기술도 여기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윤구주가 설명했다.정태웅 3인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저하, 왜 진북왕은 괜찮은 거예요?”정태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너희는 구오 지존에 도달하지 않으면 이 경계의 신비를 알수 없어. 이 경계가 지존 왕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곳이 천지의 영기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야. 내가 방금 말했듯이 천옥 영기가 혼란스러운 것은 영기가 너무 많아서야. 구오 지존 절정에 이르면 천지의 영기를 명확히 감지할 수 있어. 이곳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변동은 모두 영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야. 영기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 대부분 숨겨진 위험을 예측하고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영기가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중심점이 존
“조상님! 채은 씨는 이미 안전해. 스승님이 단련시키려나 본데?”검도 도주가 직접 단련시킨다는 말에 민규현 3인은 부럽기 그지없었다.“알았어.”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소채은에게 별일 없다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조상님, 한 가지 더 이야기할 거 있어! 우리 검도도 참여하게 해주지? 진작에 종문 동맹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무슨 낯짝으로 감히 화진 무도라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 조상님 한마디면 우리 검도 전원이 곤륜 구역을 벗어나 종문 동맹을 모조리 없애버릴 거야.”전화기 너머에서는 거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윤구주가 아무 말도 없이 민규현에게 눈빛을 보내자 통화는 이대로 끝났다.“저하, 저 자식 도대체 누구예요? 검도까지 나서면 정말 종문 동맹을 해결하는 건 크게 문제도 아니잖아요.”천현수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권모술수의 달인은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너의 시야는 너무 좁아. 권모술수도 일정한 실력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하는 거야. 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몰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거야. 권모술수를 남용하면 화를 자초할 뿐이라고.”윤구주가 진지하게 말하자 천현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종문 동맹이 내가 봤던 거와는 다른가? 그 뒤에 다른 고수도 있는 건가?’“채은이가 별일 없다는데 굳이 급해 할 필요도 없어. 지금은 예전과 달라서 잘못 움직였다간 잘못될 수도 있어. 내 계획대로 진행해.”천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윤구주가 권모술수를 쓰려는 모양이다.그는 권모술수의 길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국주가 직접 나서서 따로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이제 왕이 직접 나선다는 것은 상황이 이미 통제 불능이라 국주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저하, 그 자식 도대체 누구예요?”정태웅이 질문했다.“검황도종의 선배이자 검도의 검수. 간단히 말해서 야망은 크지만 속셈이 없는 허수아비일 뿐 큰일을 이루기 어려운 사람이라
두둥!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뭘 폭파했는지 폭발음이 귀청을 찌르는 듯했다.“이런 제기랄! 난 윤구주 아버지라고! 전하든 말든 마음대로 해!”세 사람은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전화기를 들고 걸어가며 조용히 경고했다.“말조심해 주세요. 저희도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윤구주 앞에 도착한 민규현은 전화기를 막으면서 말했다.“저하, 곤륜 구역에서 전화가 왔는데 어떤 건방진 놈이 검도의 사람이라면서 저하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더라고요. 저희가 도저히 어떻게 할수가 없었어요.”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규현이 핸드폰을 건네려고 하는데 스피커폰으로 해놓으라고 했다.윤구주는 몸에 쌓인 눈을 훌훌 털어내고 천현수에게 천옥으로 출발할 준비 하자고 했다.‘대화도 해보지 않고 떠날 준비를 한다고? 설마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핸드폰은 이미 스피커폰 모드로 되어있는데 검도 강자라는 사람은 핸드폰이 이미 윤구주에게 건네진 걸 모르고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병신같은 자식들! 윤구주 부하들은 왜 하나같이 멍청한 거야. 정말 짜증 나네? 윤구주, 이 망할 놈! 빨리 네 아버지 전화를 안 받아?”윤구주에게 이렇게 대드는 사람은 처음이라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말았다.동시에 상대방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말할 줄 모르면 말하지 마. 저번에 떠나면서 너희 스승님더러 너한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는데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나 보네.”윤구주의 담담한 목소리에 상대방은 멍해졌다.민규현 3인은 상대방이 긴장한 것을 느낄수 있었다.“어...”“뭐라고? 벌거벗고 15,000km를 달리게 한 게 모자랐나 봐?”민규현 3인의 표정은 순간 밝아졌다.‘글쎄 어딘가 이상하다 했어. 아까 대화를 나누면서 저하를 언급했을 때 원망이 가득했단 말이야. 이제 보니 저하에게 학대당한 거였네!’“윤구주...”“뭐라고?”“저하!”“저하가 네가 마음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화진 북부지역에 있는 비밀 공항.윤구주 일행은 아침에 이미 천옥과 50km도 안 되는 곳에 도착했다.눈이 펑펑 내려 추운 눈 속에 고립된 윤구주는 계속 서울에서 전해지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서울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다음 행동을 시작할 방법이 없었다.극도로 억제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소채은의 영향을 받아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였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암부 3대 지휘사는 그들의 왕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그들도 소채은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소채은은 너무나도 중요했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아무도 몰랐다.“걱정하지 마세요. 문씨 가문이 바보도 아니고 형수님을 죽였다간 별로 좋은 일도 없을 거예요.”“제가 봤을 땐 아무 일도 없거나 이미 문씨 가문에 잡혀갔을 수도 있어요.”가장 권모술수에 능한 천현수가 분석했다.“씁! 그럼 우린 왜 서울을 떠나야 하는데? 천옥에 가는 게 급하지도 않은데.”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정태웅이 구시렁거렸다.“너 바보야? 저하가 안 가는데 현문 시조가 서울에 갈수 있겠어?”“우리는 움직이지 않고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거야?”민규현이 정태웅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말했다.“그래. 서울에 남아있으면 더욱 수동적일 수밖에 없어. 저하가 이러는 것도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거라고!”천현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바로 이때, 민규현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민규현이 핸드폰을 꺼낼 때, 세 사람은 동공이 확장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핸드폰은 암부와 곤륜 구역을 연결하는 전용 핸드폰으로 곤륜 구역에서만 암부에 연락할 수 있었다. 이 선로가 설치된 이후로 곤륜 구역에서 암부와 연락한 것은 처음이었다.“곤륜 구역이에요?”정태웅이 긴장하며 물었다.암부는 곤륜 구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곤륜 구역은 전 세계와 맞먹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그 역사는 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으면 이 지구에서 가장 신비로운 지역이었다.민규
바로 이때, TV에서 점심 뉴스가 방송되었다.뉴스는 왕실 대표가 직접 진행했으며 뒤쪽 화면에는 구주왕의 좌상이 비치고 있었다.화면 속에서는 윤구주가 군복을 입고 가장자리에 앉아있었다.화면이 펼쳐짐에 따라 여러 장군이 좌우에 나란히 서 있었다.그 기세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대단했다.화면을 통해서도 여러 장군에게 압도당하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가장 강력한 것은 구주왕이었고, 그는 온몸에서 왕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대세가 이미 정해진 듯한 안전감을 줬다.왕실 진행자는 구주왕의 화려한 역사를 이야기하며 과장된 표현으로 구주왕에 대한 개인적인 숭배의 감정을 드러냈다.가장 빛나는 전적으로는 혼자서 열 개국을 상대했는데 그 열 개국의 적들이 스스로 화해를 요청한 것이다.소채은은 그만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이순간 그녀는 꿈처럼 느껴졌다.화진에서 오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나올까 말까 한 존재가 그녀의 남자였으니 말이다.“어? 구주네? 저 사진은 쟤가 가장 기세등등할 때 찍은 사진이거든요. 저 자신감 넘치는 눈빛을 봐봐요. 너무 잘난 척하지 않아요?”김도현은 밥을 다 먹고 이를 쑤시며 말했다.“선배님, 윤구주를 알아요?”소채은이 놀라면서 물었다.“그럼요. 제가 쟤 아버지거든요.”김도현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소채은은 멍을 때리고 말았다.“김씨 아니셨어요?”“아, 양아버지라고요.”소채은은 그제야 왜 그가 자신을 양딸이라고 불렀는지 알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져 얼굴이 발그레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양딸로 인정받아서 내심 기뻤다.“하하.”김도현은 피식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정말 이 헛소리를 믿는 거야?’이런 관계 덕분에 소채은은 자연스럽게 김도현과 가까워지게 되었다.“선배님, 뉴스에서는 왜 제 스승님을 언급하지 않는 거예요?”소채은은 이상하기만 했다.‘설마 사부님이...’“이것저것 의심하고 걱정하는 대신 제발 자신감 좀 가져줄래요? 제가 괜찮다면 괜찮은
서울에 있는 한 편의점.“담배 주세요. 비싼 거로요. 다른 건 기침해서요. 언제 이런 브랜드가 나온 거예요? 맛은 괜찮아요? 저를 속일 생각하지 말고요.”가게에 앉아 밀크티를 마시고 있던 소채은은 카운터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김도현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정말 담배를 너무 자주 피우네.’김도현은 한순간도 담배를 끊지 못했고 입에서 연기가 안 나면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게다가 알코올중독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 마시는 걸 보면 이미 바닥이 났을 텐데 아직도 마시고 있었다.그런데 국주마저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 여기서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니 꽤 재미있는 상황이었다.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사장님을 계속 칭찬했다.말 한마디에 천 냥 빛도 갚는다고 30% 할인 가격으로 담배를 한 갑 살 수 있었다.그런데 뻘쭘하게도 돈을 내려니 여기저기 들춰봐도 모자랐다.“채은 씨! 보고만 있지 말고 얼른 와서 계산해요!”편의점 손님들이 모두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소채은은 급히 달려가 계산하고서 김도현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왜 그렇게 급해요? 사장님, 라이터도 좀 몇 개 주시죠? 바람을 막는 거로요.”떠나기 전에 김도현은 라이터까지 달라고 했다.김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채은의 무언의 눈빛을 주더니 라이터 한 박스를 들고 잽싸게 뛰쳐나갔다.할 말을 잃은 소채은은 라이터값까지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편의점을 떠나자 김도현은 또 배가 고프다며 먼저 밥 먹고 출발하자고 했다.돈 있는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소채은이 아까 계산할 때 김도현은 이미 현금다발을 눈여겨본 것이다.고급 레스토랑 룸.김도현은 맛있는 음식을 한 상 주문한 것도 모자라 모태 고량주도 한 박스 가져왔다.“선배님, 이렇게 많이 다 드실 수 있어요?”소채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왜요. 제가 채은 씨 돈을 써서 그래요? 인색하긴.”“선배님, 오해예요. 제가 선배님에게 빚진 것이 있으니 얼마든지 사드릴 수 있죠. 그런데 낭비는 안 하는것이 좋지 않을까요?”소채은의 설명에 김도
“됐어요. 이제 그만 가요.”“천수진, 철수!”그의 손가락이 검으로 변해 땅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어둠을 밝히던 검은 빛을 빠르게 거둬들이면서 성스러운 빛을 지닌 백옥으로 된 보검이 칼집으로 돌아갔다.검이 칼집으로 들어가서야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대략 40세로 보이는 그는 한창 젊은 나이였다. 생김새는 평범했고, 얼굴이 지나치게 빨간 것이 술주정뱅이 코를 가지고 있었고, 눈빛은 흐릿한 것이 온몸에서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그는 말하면서 다시 술병을 집어 들어 한 모급 마셨다. 이어 입에 담배를 물었는데 안타깝게도 라이터가 바닥나서 불이 켜지지도 않았다.그는 담배를 피울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가자고요. 어떻게 왕궁에 편의점도 없어. 일단 불 좀 빌려올게요.”소채은은 어이없었다.‘내가 언제 시간을 지체했다고 저러시지?’“선배님! 저한테 라이터 있어요!”소채은은 라이터를 꺼내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는 내뱉은 연기를 다시 흡입하는 그 황홀한 표정은 그야말로 짜릿해 보였다.담배 냄새를 참기 힘들어하는 소채은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찡그렸다.‘담배를 너무 자주 피우는 거 아니야?’“뭘 보고 있어요? 그리고 라이터는 어디서 났어요? 어린 나이에 좋은 것만 배울 것이지 담배는 왜 피우는 거예요?”소채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선배님, 저는 담배를 안 피워요.”“그런데 왜 라이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그게... 사실은 도화선을 이용해 폭탄을 터뜨릴 계획이었어요. 점화가 늦어질까 봐 다른 방법으로 바꿨지만요.”소채은은 설명하면서 그제야 몸에 폭탄이 묶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폭탄을 해체할 틈도 없이 그녀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다.임정설은 멍하니 그 사람이 소채은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나의 수련은 아직 멀고도 멀었네. 구오 지존은 시작일 뿐이야. 설령 언젠가 황도에 이를 수 있다고 해도 선배와는 거리가 멀 거야.
그는 바로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십여 미터 떨어져 있던 해청현은 뺨 맞아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한 덩어리의 음기가 해청현의 등에서 폭발해 나왔고, 이것은 해청현에게 남은 절반의 내공이었다.이런 초월적인 수단은 이미 해청현의 인지를 초월해 버렸다.“이런 젠장! 구오 지존이 아니었어! 정말 화가 나네. 너무하는 거 아니야?”해청현은 억울해서 울음을 터뜨렸다.‘이런 무도에 어긋나는 짓을 하다니!’“해청현! 너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어!”그 사람이 해청현을 죽이려고 할 때, 현문 시조는 오히려 겁을 먹었다.“그만해! 난 종문 동맹의 장로야! 절대 나를 죽일 수 없어! 우리 종문 동맹 맹주님은 왕도 강자이기도 하다고!”왕도 강자라면 진정으로 구오 지존을 넘은 극전 신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종문 동맹 맹주로 나를 협박하려고? 웃기는 소리! 너희 맹주가 직접 와도 나한테 선배라고 불러야 하는데 네까짓 게 뭐라고. 쓰레기보다도 못한 자식! 죽어!”샤삭!검으로 변한 그의 손가락은 차가운 빛을 뽐내면서 해청현의 정수리를 찔렀다.머리가 거의 잘려 나간 해청현은 뒤로 물러서며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현문 시조가 쓰러지면서 현문이 멸망하고 말았다.해청현이 죽자 소채은을 속박하던 기술은 즉시 무효가 되었다.움직임을 회복한 소채은 즉시 임정설 곁으로 달려가 그녀를 돌보았다.“제가 이미 양기를 드렸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임씨 가문의 기운은 이미 끊어져 더 이상 천자의 명분을 지닐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 죽을 고비로 구오 지존의 도를 깨달았으니 곧 정점에 달할 텐데 열심히 노력하면 극전의 경지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예요.”그 사람은 말할 때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켁켁...”바로 이때 정신 차린 임정설은 소채은이 괜찮은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부님!”“괜찮으면 됐어.”눈물범벅이 된 소채은을 본 화진 국주인 임정설은 감동하여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소채은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보기 드물게
독소가 그의 가슴을 타고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그의 몸의 대부분이 검게 변했다. 심지어 하늘을 가르는 검광마저 그 독에 의해 영향을 받아 흐려지고 침체됐다. 분명히 이 독은 매우 강력하고 사용된 기술마저 방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음? 이건 이미 전해지지 않은 현명 신공중의 현명 귀수...” “강력하긴 하지만 저에게는 아무 소용없어요.” 그 사람은 담담하게 말을 뱉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깊은 숨을 들이쉬자 순간적으로 천지마저 왜곡된 듯한 느낌을 주며 만물의 기운이 모두 그에게 흡수됐다. “후우.” 깊은 숨을 들이킨 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에 퍼졌던 독소가 모두 밖으로 뿜어져 나가며 해청현이 그 절반의 수련으로 만든 독소가 그의 앞에 떠다니는 장난감처럼 보였다. 이 장면을 본 임정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건 천수성검입니다. 그 사람이 쓴 건 신천비술 황도 공법이에요.” “소채은은 괜찮아졌습니다.” “아쉽게도 내 목숨은 여기까지 인것 같다.” “구주야, 난 너무 쓸모없구나. 너는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고 외부의 도움을 구했지. 결국 네가 예상한 대로 됐다.” “하지만 난 기쁘다. 그 덕분에 너는 나를 훨씬 초과해버렸고 화진에는 너 같은 인물이 있으니 이제 안심이다.” 임정설이 간신히 버텼던 숨을 내쉬자 그의 반 생명도 함께 사라졌다. 그의 눈 속 신광은 사라지고 생명력은 급속히 떠나갔다. “스승님!” 소채은은 무너지듯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음? 화진 국주가 죽어가는 건가?” “이건 안 되지.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안 그러면 이 인과는 반드시 나한테 돌아와. 내 수련에 큰 해가 될 거야.” 그 사람은 손끝으로 계산을 하며 결국 임정설이 살아있는 게 더 유용하다 판단했다.그는 손을 하늘로 뻗어 영기를 끌어들이며 한 손으로는 천지의 기운을 움켜잡고 다른 손은 술법을 써서 독소를 분해하고 순수한 기운으로 변환시켰다. 반 생애의 수련이 그렇게 해체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