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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차갑게 이 말을 내뱉은 후, 소채은은 곧장 몸을 돌려 떠났다.

“이 계집아, 거기 안 멈춰? 네가 우리 가문 가주가 됐다고, 내가 네 아빠인 게 변할 것 같아? 똑똑히 알려주마,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한, 너는 절대 저 윤 씨 자식하고 같이 있을 수 없어!”

그 뒤에도 소청하는 계속해서 폭언을 퍼부었으나, 소채은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뒤.

소채은은 집안 가득 펼쳐진 캐롤라인 장미꽃을 힐끗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그녀가 이 장미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이 보낸 것이 아닌가.

이윽고 그녀는 즉시 하인에게 시켜 방안에 원래 비치되어 있던 캐롤라인 장미꽃을 한 대야씩 밖으로 옮겼다.

“아가씨, 이 꽃들 정말 다 필요 없으세요?”

하인들은 이 아름다운 캐롤라인 장미꽃을 전부 밖으로 내본다는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네, 저는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전부 밖으로 내가세요.”

비록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하인들도 더 감히 물어보지 못하고 옮기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였다.

하인들이 하나둘 장미꽃을 옮기는 것을 보고 윤구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소채은도 때마침 윤구주를 보고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 마침 잘 왔다! 이 꽃들 좀 같이 옮겨줘.”

“어? 왜?”

윤구주는 장미꽃을 버리겠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왜긴 왜야, 내가 이 꽃들을 싫어하니까 그런 거지.”

소채은도 곁에서 직접 옮기며 대답했다.

“하지만 너 캐롤라인 장미꽃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소채은이 이 장미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주세호에게 이 많은 양의 꽃을 보내라고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가 지금 이 모든 걸 버리려 하고 있으니...

“나 캐롤라인 장미꽃 좋아해! 하지만 싫어. 어중이떠중이들이 나한테 이런 걸 주는 게.”

“어중이떠중이라니?”

“헐! 윤구주, 너 진짜 바보야?”

소채은이 갑자기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녀가 갑자기 자신에게 짜증을 내자 윤구주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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