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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이윽고 윤구주의 머릿속에 손에 군도를 들고, 만천의 시체 앞에 서서, 자신을 위해 돌격 전진하는 부창용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윤구주의 가장 좋은 “형제” 중 한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예전 윤구주의 휘하에서 가장 맹렬했던 장군이었다!

다만,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부창용을 서부전선 전장에 보냈다. 때문에 윤구주가 “순국”했을 때 부창용은 그의 곁에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도 아끼던 친한 형제, 부창용이 모레 열리는 연회에 참석할지 모른다는 소식에, 윤구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부창용 장군이 온다니, 저도 한번 가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모레 제가 저하를 모셔 올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윤구주는 더는 말하지 않고 이내 통화를 끊어버렸다.

고개를 들어 먼 곳의 흐린 창공을 바라보자, 윤구주의 눈동자가 두 번 반짝였다.

바로 그때였다.

소청하 부부가 캐롤라인 장미꽃을 운반하는 일꾼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자, 이리로 천천히 오세요! 꽃들은 전부 이곳에 놓으면 됩니다!”

“조심해요! 캐롤라인은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란 말이에요, 천천히!”

소청하는 앞에서 일꾼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주 회장님은 어떻게 우리 채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캐롤라인 장미꽃이라는 걸 아셨대요?”

소청하는 갑자기 궁금해했다.

그러나 일꾼들은 꽃을 옮길 뿐이니 뭘 알겠는가?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곧이어 윤구주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봐, 윤 씨, 두 눈 크게 뜨고 똑바로 좀 보지, 그래? DH 그룹 주 회장님께서 우리 채은이한테 또 캐롤라인 장미꽃을 선물하셨다고. 뭐가 낭만인지 조금 알겠어? 진짜 여자를 쫓아다닌다는 게 뭔지 알겠냐는 말이야.”

하지만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웃으며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웃어? 정말 뻔뻔하군.”

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뒤, 소청하는 더 이상 윤구주를 신경 쓰지 않기도 했다.

‘아버님... 혹시 주세호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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