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천둥과 같이 맹렬했다. 공포가 윤구주를 향해 올 때 다카야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아직도 안 죽어?”기타가와 신사에서 그는 비록 귀무인의 선배였지만, 예로부터 그의 명성은 자신의 후배에 미치지 못했다.이번에 무사시가 화진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그가 명성을 떨칠 가장 좋은 기회였다. 만약 그가 윤구주를 죽인다면 그의 명성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옛 후배들을 누르고 올라설 것이다.우르릉!거대한 진동 소리가 들려오더니 한순간에 무형의 검에 의해 룸의 벽이 갈라져 버렸다.“빌어먹을! 감히 내 일도류를 막아?”눈앞의 광경을 본 다카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눈앞의 윤구주가 그의 검을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건 윤구주가 일어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치욕!이건 기타가와 신사 최대의 치욕이었다!“대단한 화진의 녀석이군, 내 두 번째 검을 받아낼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지!”다카야가 포효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검을 꼭 쥐었다. 순간 검은 기운이 그의 주위에서 흘러나오더니 그의 손에 들린 카타나가 순식간에 몇 미터나 늘어났다.“일도류, 귀영!”둥!다카야 손에 들린 검의 그림자가 바뀌더니 검을 휘두르는 순간 룸에서 귀신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귀영이 하나둘 윤구주에게 덮쳤다. 다카야의 검은 장검이 귀영 사이에서 윤구주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오른손으로 무수한 귀영을 향해 꾹 눌렀다. 그러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미륵보살처럼 거대한 금빛 손바닥이 무수한 귀영들을 전부 산산이 조각내버렸다.심지어 다카야의 귀영장검도 윤구주의 금빛 손에 꽉 잡혔다.‘응?’“내 검?”다카야는 자신의 카타나가 윤구주에게 잡히는 순간 다급히 회수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당신의 일도류는 겨우 이 정도인가?”신마와 같은 목소리가 다카야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리고 갑자기 웬 그림자 하나가 다카야의 앞에 나타났다.윤구주, 그가 드디어 일어섰다.그가 일어서는 순간 금빛 손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다
그 말에 벽에 박혀 있던 다카야는 분노 때문인지, 수치 때문인지, 아니면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고개를 픽 떨구더니 그대로 죽었다.기타가와 신사의 제자인 다카야가 죽은 뒤, 고개를 돌린 윤구주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진 야나가와 노아를 바라보았다.“이젠 네 차례야.”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그 미소를 본 노아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뭘 어쩔 생각이에요...”그녀는 검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로 두려워하며 말했다.“귀무인의 복수를 하려고 온 거 아냐? 사람이 겨우 이것뿐이야?”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노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우... 우리 아버지가 곧 화진으로 와서 당신에게 도전할 거예요!”“아버지? 그게 누군데?”윤구주가 물었다.“우리 아버지는 기타가와 신사 최고의 검객 야나가와 류이치예요. 들어본 적 있죠?”노아는 아버지의 이름을 대면 윤구주에게 겁을 줄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렇게 말했다.“미안하지만 그런 보잘것없는 인물은 기억할 가치도 없어.”그 말에 노아는 기가 막혔다.“당신 정말 너무 건방지네요. 우리 아버지는 기타가와 신사의 최강자예요. 우리 아버지가 온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요!”노아가 계속해 말했다.그런데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윤구주는 두 눈을 빛내면서 차갑게 말했다.“그래?”곧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기운이 노아를 압박했고, 노아는 그렇게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게 되었다.“노아 씨!”주변에 있던 네 명의 부성국 사무라이는 노아가 무릎을 꿇자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다.그런데 그들이 나서기도 전에 윤구주가 손을 휘둘렀고, 네 명의 부성국 사무라이들은 피를 토하면서 멀리 날아가서 죽었다.다른 부성국 사무라이들은 그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렸다.아무도 감히 꼼짝하지 못했다.윤구주는 네 명의 부성국 사무라이를 죽인 뒤 고개를 숙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노아를 바라보았다.“겨우 너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쳐? 당시 난 부
다들 노아가 그 자리에서 죽을 거로 생각했는데 윤구주가 갑자기 손을 멈출 줄은 몰랐다.모두 어리둥절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윤구주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반짝였다. 그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겁에 질린 노아를 바라보았다.노아 또한 어리둥절했다.윤구주는 뭘 하려는 걸까?다들 궁금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너에게 내가 찾고 있는 게 있을 줄이야!”노아는 당황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윤구주가 계속해 말했다.“내가 왜 널 죽이지 않은 줄 알아? 바로 이것 때문이야!”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구주는 갑자기 손을 뻗어 노아의 봉긋한 가슴을 잡았다. 순간 엄청난 금빛 현기가 노아의 몸으로 흡수되었다.“꺅!”노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곧 일그러진 문양이 노아의 몸에 천천히 나타났다.그 문양은 빨간색이었고 마치 비늘처럼 하나하나 그녀의 몸에 나타났다.그리고 문양이 나타나자 방 안이 음기로 휩싸였고 이내 수많은 사악한 검은 기운이 노아의 몸에서 흘러나왔다.“아아아아!”노아가 비명을 지르자 쿵 소리가 다시 노아의 몸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곧 수많은 검은색 마기가 천천히 허상 하나를 이루었다.자세히 보니 그 허상은 머리에 뿔이 두 개 달리고 이빨이 날카로우며 눈은 하나뿐인 데다가 머리를 풀어 헤친 아주 흉포한 얼굴의 악귀였다.그 악귀가 나타나는 순간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겁을 먹고 얼어붙었다.소채은 또한 겁을 먹었다.악귀는 곧바로 입을 쩍 벌리고 윤구주를 물려고 했다.“흥! 분신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설쳐? 죽으려고!”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 순간 팔뚝만 한 번개가 악귀 위로 내리쳤다.“악!”악귀는 비명을 지르더니 고개를 돌리고 도망치려고 했다.“도망치려고? 그런데 도망칠 수 있겠어?”윤구주의 눈이 빛났다. 그의 두 눈동자에 금빛의 연꽃이 나타났다. 그것은 화련금안이었다.금빛의 연꽃은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악귀에게로 향했다.악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연꽃에 공격당했고 곧 몸
검은색 브라에 핑크색 팬티를 입은 노아는 넋이 나갔다.“당신...”그녀는 깜짝 놀라서 말하더니 서둘러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뭘 하려는 거지? 내 몸을 원하는 걸까?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게다가 여자 친구도 바로 옆에 있잖아.’윤구주가 노아의 옷을 전부 벗기자 주변에 있던 부성국의 사무라이뿐만 아니라 소채은마저 넋이 나갔다.다들 윤구주가 뭘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다.모두 넋이 나간 상태였는데 윤구주가 갑자기 손을 뻗어 노아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누가 네 몸에 주술을 건 것이지?”노아는 흠칫하더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평탄한 그녀의 복부에는 원형의 빨간색 문양이 있었다.자세히 보니 그 문양의 중앙에 뿔이 하나뿐인 악귀가 그려져 있었다.그 문양을 본 노아는 얼이 빠졌다.“이게 뭐죠?”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신이 옷을 입지 않고 있지 않다는 것마저 잊었다.주변에 있던 부성국 사무라이들은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감히 노아의 몸을 볼 수가 없었다. 부성국은 규칙이 아주 엄격했고 만약 그들이 노아의 몸을 본다면 돌아가서 두 눈을 도려내는 형벌을 받을지도 몰랐다.노아가 경악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말했다.“악귀가 빙의한 것뿐이야. 하지만 난 누가 이 악귀의 분신을 네 몸에 심어놓았는지가 궁금해!”윤구주가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노아는 넋이 나간 채로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힘껏 저으며 모른다는 걸 티 냈다.“정말 몰라?”윤구주가 다시 물었고 노아가 대답했다.“네, 정말 몰라요...”노아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윤구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윤구주는 귀신 들리게 하는 건 태허 경지 이상의 강자여야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악귀 분신의 주인은 분명 아주 강력한 영혼일 것이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신경 쓰는 것이라고는 외뿔 악귀의 영혼이 어마어마한 한기를 발산한다는 점이었다.음기는 한기에 속했다.윤구주는
그렇게 윤구주는 기타가와 신사 아가씨의 몸에 생사인을 남겼다.동시에 윤구주는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용인 빌리지.이때 정태웅은 용인 빌리지 문 앞에 앉아서 중얼거리고 있었다.“저하 쪽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네.”그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세 명의 사람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정태웅은 그들을 보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저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정태웅은 흥분해서 달려오면서 외쳤다.“어라? 웬 낯선 여자랑 같이 오셨네요? 이 사람은 누구예요?”정태웅은 넋이 나간 듯한 노아를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이 사람이 내게 복수하려던 기타가와 신사의 아가씨야.”“네? 부성국 여자였어요?”윤구주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흥분했다.“태웅아, 일단 이 여자를 가둬.”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안쪽으로 걸어갔다.“구주야, 나 집에 가고 싶어.”소채은이 갑자기 뒤에서 말했다.소채은이 갑자기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자 윤구주는 당황했다.“나랑 같이 산에 올라가지 않을 거야?”“응, 오늘 너무 피곤하거든. 돌아가서 쉬고 싶어.”소채은은 말을 마친 뒤 그대로 산을 내려갔다.소채은이 떠나자 윤구주가 말했다.“그래, 가는 길에 조심해.”소채은은 산을 내려가면서 입을 비죽이며 화를 냈지만 윤구주는 그런 것들을 전혀 몰랐다.윤구주는 노아를 정태웅에게 넘긴 뒤 혼자 방으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간 뒤 윤구주는 손바닥을 살짝 펼쳤고, 그의 손바닥에서 섬뜩한 검은 기운이 천천히 피어올랐다.그 기운은 노아의 몸에서 나왔던 악귀 영혼이었다.하지만 이 영혼은 그냥 분신 중 하나로 기운이 아주 적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방 전체가 음산해졌다.“좋아. 이 영혼은 평범한 약재보다 한기가 훨씬 더 강해! 만약 이 악령의 본체라면 천년초만큼 효과가 강할 거야!”윤구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현재 윤구주는 천년초를 하나 가지고 있었고 서남 고씨 가문에서 얻은 봉안보리구슬도 있었다. 그러니 윤구주에게는 천년초 두 개가 있는 셈이었다.하나만 더 있으면 체내의
“뭐라고요? 부성국 여자라고요? 저하께서 왜 부성국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죠?”백경재는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관심은 무슨 관심이에요? 이 여자는 저하를 해치려고 했다가 잡혀서 온 거예요.”정태웅이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백경재는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이마를 쳤다.“아아, 그렇군요! 그런데 저하께서는 왜 저 여자를 데리고 왔답니까? 바로 죽이지 않고요.”백경재가 또 물었다.정태웅이 말했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두 사람이 중얼거리고 있을 때 윤구주가 문 앞에 나타났다.“둘이 무슨 얘기 해?”정태웅과 백경재는 윤구주가 나타나자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저하,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윤구주는 더 묻지 않고 방을 힐끔 보고 말했다.“안에 있어?”“네, 저하!”“문 열어.”“네!”정태웅은 서둘러 문밖의 자물쇠를 열었다.방문이 열린 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의 노아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고 안색도 좋지 않았다. 작은 입술은 마치 큰 병을 앓은 사람처럼 말라서 갈라져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던 기모노는 찢겨서 너덜너덜했고, 이따금 흰 피부가 보였는데 아주 매혹적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윤구주는 그녀의 몸에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던 정태웅과 백경재에게 말했다.“두 사람 먼저 나가 있어요.”두 사람은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고개를 끄덕인 뒤 나갔다.그들이 물러난 뒤 윤구주는 기타가와 신사의 노아에게 시선을 옮겼고, 노아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그녀는 두 손으로 찢긴 옷을 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윤구주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앉아서 물었다.“어쩌다가 악구의 주술에 걸린 건지 얘기해 봐.”“주술이요?”그 말을 들은 노아는 멈칫했다.“그래. 네게 걸린 악귀의 주술은 신혼빙의술이라고 불리는데 이런 빙의술은 순음지체여야 할 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순결한 몸이어야 해. 그리고 이런 빙의술은 아주 어렸을 때 주술을 걸어둬야 해.”그 말을 들은 노아는 몸을 떨었다.
윤구주의 설명을 듣자 노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부성국 사람으로 노아는 당연히 식신, 음양사 같은 것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하지만 소문을 들어보기만 했었지, 정말로 마주친다면 아마 머리털이 쭈뼛 설 것이다. 게다가 악귀 분신이 그녀의 체내에 있었다.야나가와 가문이 이 비밀을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잠깐 침묵하던 노아는 창백한 얼굴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악귀 분신이 왜 제 몸에 빙의된 건지 알려줄 수 있나요? 저한테서 뭘 원하는 거죠?”“당연히 너의 육신을 얻으려고 그런 거지!”윤구주가 말했다.‘뭐라고?’그 말을 들은 노아는 당황했다.“놀랄 필요 없어. 네 몸에 기생해 있던 그 악귀 분신은 순음지체인 육신만이 버틸 수 있으니까. 일반인이었다면 이미 기혈이 쇠퇴하고 정혈을 전부 빨려서 미라가 됐을 거야. 네가 살아있다는 건 그것이 네 육신을 완전히 점령하지 못했다는 의미야. 그것이 네 육신을 전부 점령했더라면, 네 영혼은 그것에 삼켜졌을 것이고 네 육신은 그 악귀의 것이 됐을 거야!”그 말을 들은 노아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멍해져서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럴 리가 없어요.”노아는 자신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부성국의 아주 유명한 음양사와 잠깐 왕래했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노아는 너무 어렸었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그저 그 음양사가 그녀가 10살이 되기 전까지 종종 기타가와 신사로 찾아와서 아버지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것만 기억했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노아는 큰 충격을 받았다.“설마... 그게 전부 진짜였다고요?”몇 분간 넋을 놓고 있던 노아는 갑자기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제발... 살려주세요! 절 살려주신다면 뭘 시키든 다 할게요!”노아는 눈앞의 윤구주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좋아, 똑똑하네.”윤구주가 말했다.“하지만 내가 살려주길 바란다면 누가 이 악귀 분신을 네 몸에 심어둔 건지, 그리고 이 악귀 분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줘야 해.”노아는 한참을
윤구주가 노아 체내의 악귀 분신을 꺼내는 순간.부성국.오래된 음산한 대전 안. 고모를 쓰고 가리기누를 입은 음양사가 피를 뒤집어쓴 채로 대전에서 뛰쳐나왔다.그는 달리면서 외쳤다.“살려줘... 살려줘...”그러나 곧 무시무시한 검은색 음기가 신전에서 나오더니 손이 되어 부성국의 음양사를 콱 잡았다. 도망치던 음양사는 비명을 내지르다가 다시 대전으로 끌려갔다.처참한 비명이 신전 안에 퍼졌다.커다란 신전은 마치 지옥처럼 아주 짙은 피비린내를 내뿜고 있었다.대전 안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에 수십 명의 가리기누를 입은 부성국의 음양사들이 사방팔방에서 몰려들었다.그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큰일입니다!”“스사노오님께서 깨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화를 내면서 시녀들을 전부 죽였고, 스사노오님을 공양하는 음양사들까지 전부 도륙했어요!”한 음양사가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신전을 바라보면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가장 앞에 서 있던 자들은 네 명의 부성국 노인이었다.그들은 눈빛이 강렬했고 수련의 기운도 아주 강했다. 만약 수련자들이 그들을 봤다면 그들이 적어도 태허 경지 이상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을 것이다.그들은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신전을 바라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스사노오님은 1년 뒤에야 깨셔야 하는데, 왜 지금 갑자기 깨어나신 거지?”“모르겠습니다. 스사노오님께서는 깨신 뒤로 미친 듯이 사람을 잡아 죽이고 있습니다!”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선두에 있던 백발의 음양사는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눈앞의 신전을 바라보았다.“됐다. 스사노오님께서 깨셨으니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 보자고.”말을 마친 뒤 그는 다른 세 명의 강한 음양사를 데리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피비린내로 가득 찬 신전 안, 네 명의 부성국 음양사들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닥을 흥건히 적신 피를 보았다. 그리고 그 위에는 20여 구의 갈기갈기 찢긴 시체들이 있었다.신전 중앙에는 아주 큰 신상이
독소가 그의 가슴을 타고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그의 몸의 대부분이 검게 변했다. 심지어 하늘을 가르는 검광마저 그 독에 의해 영향을 받아 흐려지고 침체됐다. 분명히 이 독은 매우 강력하고 사용된 기술마저 방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음? 이건 이미 전해지지 않은 현명 신공중의 현명 귀수...” “강력하긴 하지만 저에게는 아무 소용없어요.” 그 사람은 담담하게 말을 뱉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깊은 숨을 들이쉬자 순간적으로 천지마저 왜곡된 듯한 느낌을 주며 만물의 기운이 모두 그에게 흡수됐다. “후우.” 깊은 숨을 들이킨 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에 퍼졌던 독소가 모두 밖으로 뿜어져 나가며 해청현이 그 절반의 수련으로 만든 독소가 그의 앞에 떠다니는 장난감처럼 보였다. 이 장면을 본 임정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건 천수성검입니다. 그 사람이 쓴 건 신천비술 황도 공법이에요.” “소채은은 괜찮아졌습니다.” “아쉽게도 내 목숨은 여기까지 인것 같다.” “구주야, 난 너무 쓸모없구나. 너는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고 외부의 도움을 구했지. 결국 네가 예상한 대로 됐다.” “하지만 난 기쁘다. 그 덕분에 너는 나를 훨씬 초과해버렸고 화진에는 너 같은 인물이 있으니 이제 안심이다.” 임정설이 간신히 버텼던 숨을 내쉬자 그의 반 생명도 함께 사라졌다. 그의 눈 속 신광은 사라지고 생명력은 급속히 떠나갔다. “스승님!” 소채은은 무너지듯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음? 화진 국주가 죽어가는 건가?” “이건 안 되지.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안 그러면 이 인과는 반드시 나한테 돌아와. 내 수련에 큰 해가 될 거야.” 그 사람은 손끝으로 계산을 하며 결국 임정설이 살아있는 게 더 유용하다 판단했다.그는 손을 하늘로 뻗어 영기를 끌어들이며 한 손으로는 천지의 기운을 움켜잡고 다른 손은 술법을 써서 독소를 분해하고 순수한 기운으로 변환시켰다. 반 생애의 수련이 그렇게 해체되었
“이제 끝났다. 내 말은 신명의 명령 너의 생사도 네가 아닌 나에게 달렸다.”“지금부터 너의 목숨은 내 것이다.”“내가 주인이 되어 너를 살리면 넌 살고 죽이면 넌 죽는다.”해청현은 소채은의 호신법기를 부수고 다음에는 손을 뻗어 꽃을 따듯이 그녀의 운명을 완전히 얽어 매었다.‘정말 어쩔 수 없을까? 죽음조차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걸까?’소채은은 절망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개자식, 내가 네 음모를 세상에 알렸고 이제 화진 백성들은 너희 종문 동맹을 죽음의 적으로 보고 있어.”“너희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할 거야.”해청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벽에 세워둔 핸드폰을 발견하고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눈이 커졌다.손을 휘둘러 핸드폰을 끌어당기고 그 화면이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되고 있음을 보자 해청현은 얼굴이 굳어졌다.“이런 거였어? 정말 구주왕의 여인답네.”“이제 내 계획을 바꿀 거다. 널 죽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겠다.”해청현은 격분하여 강하게 손을 휘둘러 소채은의 경맥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을 내리쳤다.“현문 시조, 멈춰라.”“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마라. 고통은 끝이 없을 거다.”“지금이라도 돌이키는 것이 늦지 않았다.”갑자기 거대한 음성이 울려 퍼지며 해청현은 그 소리에 어지럽고 혼란스러워졌다.“뭐라고? 백리전음에 또 다른 고수가 있다니.”해청현은 눈빛을 가다듬으며 멀리서 다가오는 존재를 추적했다. 이렇게 멀리 있어도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젠장, 아직도 나를 막으려는 자가 있어?”“나는 구구제일 해청현이다. 네가 아무리 나보다 강하다고 해도 지금은 시간이 없다.” 해청현은 냉소를 지었다. 만약 그가 도망치려고 한다면 아무리 많은 구구제일이 와도 소용없다.말을 마친 해청현은 강제로 소채은을 잡아끌려 했다.“해청현,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그녀에게 손대면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소리가 다시 전해졌고 해청현은 그 경고
임정설은 잠시 정신을 차린 듯했지만 곧 다시 마법의 소리에 압도되어 의식을 잃고 말았다.“하하. 정말이지. 큰 일을 하려면 자신을 위해 구실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왜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는 거냐.”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국토를 나누고 나라를 세우는 것은 대세다. 너희들은 역행하며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다. 우리가 손을 대지 않아도 하늘이 너희를 처리할 것이다.” “이만 알겠으니까 소채은 씨,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이제 나랑 같이 가자.” 해청현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소채은은 그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 해청현은 눈가를 좁혔다. “네 꼴을 보니까 나와 함께 가기는커녕 죽고 싶은 거냐?” “맞다. 이 개놈아.” “나는 윤구주의 여자다. 구주왕은 악당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아.” “너의 음모는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이제 모든 이들이 너희 종문이 조상을 배반하고 역사 속 죄인이 되려 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너희들이야말로 역적이다.” “내가 죽더라도 윤구주는 나를 위해 복수할 것이다. 너희 같은 놈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소채은의 기세는 대단했다. 해청현은 잠시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볼 것 없는 평범한 집안 출신의 여자가 어떻게 이런 배짱을 가질 수 있는가?’“구주왕의 안목이 정말 대단하군. 너는 열녀가 되고 싶어? 죽음을 통해 뜻을 밝히려는 거냐? 아니면 스스로 구주왕의 약점을 없애려는 건가?”“하지만 안타깝게도 넌 내가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르고 있어. 내 앞에서 넌 죽을 자격조차 없어.”“그리고 네가 말하는 세상 모든 이가 알게 된다는 말 나는 이해하지 못해. 그냥 네가 떠드는 헛소리로 치고 말지.”“슥.”갑자기 해청현의 몸에서 악령 같은 기운이 폭발하듯 퍼져나가면서 주위가 차갑게 얼어붙었다.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이 망할 놈, 그 애를 데려갈 엄두도 내지마.”이때 임정설은 강
소채은이 사라졌다! 구주왕의 여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서울 지하에 은밀하게 숨겨진 시설 안에서 우상 육도진은 불안에 휩싸였다.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금위군이 시설 전체를 뒤졌지만 소채은의 행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육도진은 결국 방송을 통해 서울의 모든 세력을 불러 모아 소채은을 찾도록 명령했다. 이로 인해 원래 왕궁을 향해 모여 있던 각 군대의 움직임이 대혼란에 빠졌다. 국주를 지원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소채은을 찾아야 할 것인가? 왕궁. 국주 임정설은 이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임정설은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해청현의 한마디가 임정설의 도심을 부수었고 그의 기운도 서서히 흐려지며 빛을 잃어갔다. “너의 이 길은 통하지 않는다.” “항복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기는 자가 왕이고 역사는 살아있는 자가 써가는 것이다. 죽은 자들은 무슨 의미가 있겠냐?” “그저 나에게 구주왕의 여인 위치를 말해라. 그럼 나는 지금 떠날 것이다. 아무도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화진인들은 그저 그들의 국주가 왕궁에서 혼자서 종문 동맹의 음모를 꺾었다고만 알 것이다. 그리고 소채은은 내가 우연히 발견해서 데려간 것일 뿐.” “더군다나 나는 그녀를 해칠 생각도 없다. 그저 종문 동맹에서 잠시 머물게 할 뿐이다.” “오늘 밤이 지나면 넌 여전히 화진의 왕이 될 것이다.”마음의 흐름이 흔들리며 해청현은 임정설의 도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금지술을 사용하여 국주의 의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임정설은 이미 정신을 잃은 채 머리가 텅 비어 자신을 조종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끈에 묶인 인형처럼 해청현에게 끌려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소채은, 내 좋은 제자. 그 애는 우상이 지하 궁전으로...” “좋아! 계속 말해.” “지하 궁전은 어디에 있지?” 해청현의 눈가가 좁혀지며 이미 안달난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길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인가? 특히 그가 희망을 걸었던 두 장로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임정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혈액이 거꾸로 솟구쳐 올라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그 자리에서 곧장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서울 왕실 피난처. 왕실 일행을 지하 피난처로 호위하던 이홍연은 갑자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지?” “저기! 아버지는 어디 계셔? 아버지가 곧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어디에 계신 거지?” 이홍연은 왕실의 한 전장 장수를 붙잡고 추궁했다. “전하, 소인도 알지 못합니다. 전하를 피난처로 호송하라는 조서만 받았을 뿐 그 외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공주에게 급하게 질문을 받자 전장 장수는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입을 열었다. “뭐라고? 나를 피난처로 호송한다고?” 이홍연은 경악했다. 그녀가 받은 조서는 분명 왕실 구성원들을 호송하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이홍연은 상황을 깨닫고 즉시 이곳을 떠나려 했다.“전하!” 수천 명의 금위군이 이홍연을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다들 물러가라.” 이홍연은 강제로 뚫고 나갈 수 없었고 명령도 듣지 않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사람을 처치하려 했다. “누가 내 길을 막으면 죽여버리겠다.” 금위군의 병사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홍연을 여기 남겨두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공주가 이런 것에 신경 쓸 리 없었다. 바로 칼을 휘둘러 병사들을 베었지만 병사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막혀서 안 되자 이홍연은 더욱 단호하게 행동하려 했다. 길을 열지 않으면 피의 길을 열어야 했다. “화진 여섯 번째 공주, 명령을 받들라.”이때 한 명의 전장이 국주가 미리 준비해 놓은 성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종문 동맹은 우리 화진을 삼천 년간 어지럽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종문 동맹은 끊임없이 여론을 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화진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불리던 국주 임정설이 단 한 합 만에 패색이 짙어졌다. ‘구구제일 그 경지가 이토록 압도적인 것이었던가.’ 애초에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임정설은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망칠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는 왕궁에 남아 맞서기로 했다. 그는 화진의 국주이기 때문이다. 화진 백성의 신념을 계승한 자이자 백성들이 인정한 왕이며 대통일의 이상을 실현할 자이다. ‘이런 내가 어떻게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선비도 기개를 지키거늘. 하물며 국주라면 당연한 일이지.” “하하. 내가 바로 그걸 노린 거다.” “임정설, 너는 네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거다.” “하지만 나는 널 죽이지 않겠다. 우리와 손을 잡아라. 화진에는 진정한 왕이 존재한 적이 없다. 영웅이란 것은 단지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뿐. 그리고 이야기는 승자가 써나가는 법이지.” “세상의 본질은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이다. 고통을 견디는 것만으로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거냐?”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목소리를 낮췄다. “장수 하나가 패왕이 되려면 수만의 목숨이 희생되는 법. 하나의 통일이란 것은 수많은 시체 위에서 이루어진다.” “오직 분열과 균형만이 화진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백성? 하하. 천하의 흥망이 백성의 뜻에 달렸다고 믿는 거냐?” “화진의 왕이여,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해청현은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굉음과 함께 강대한 위압이 폭발하며 임정설을 짓눌렀다. “건방진 놈! 화진의 국가는 백성이 있기에 존재하는 법이다. 대나무는 불에 타도 그 절개를 잃지 않으며 옥은 깨져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나더러 너희 같은 반역자들에게 굴복하라고? 어림도 없다.” 임정설의 외침이 금전 안을 울렸다. “설령 너희가 역사를 조작할 수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반드시 누군가는 오늘 내가 세운 업적을
“너의 근위가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예 그들을 철수시키고 온 거군?”“그런데 왜 너는 떠나지 않았지? 지하 궁전에 숨으면 나조차도 쉽게 찾을 수 없을 텐데.”해청현은 손을 뒤로 모은 채 천천히 국주 앞에 다가갔다. 금계단에 가까워지자 멈춰 서서 의도적으로 국주에게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왕좌에 앉아 있던 임정설은 서서히 일어나며 그와 동시에 헌원검이 검집을 벗어났다.“왕실 근위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무용지물이다.”“내가 왜 도망가지 않냐고? 하하. 네 놈은 내가 왕궁을 떠날 리 없다는 걸 확신했기에 나를 찾으러 온 거 아닐까?” 임정설은 차분히 입을 열며 말했다.금계단 위에서 양손으로 헌원검을 잡고 서 있는 임정설은 마치 태산처럼 해청현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그 자체로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그래? 나한테 이렇게 압박을 줄 수 있다니. 역시 화진의 국주답군. 정말 강한 기세를 지닌 자로구나.” 해청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해청현은 말하며 금전을 천천히 훑었다. “이게 바로 화진의 왕궁인가? 이 궁전은 천 년을 자랑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 세 번의 왕조가 교체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에 우뚝 서 있는 이 궁전은 대단한 상징이지.” “화진의 국주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사람의 의지가 수억 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고 온 나라의 재물이 그 사람의 보물이 된다니. 그야말로 즐겁지 않겠어?”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 생애에 화진의 왕이 될 수 없어. 그래도 두 주를 차지하고 작은 나라의 왕이라도 되는 건 문제없겠지.” 해청현은 자부심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종문 동맹의 의도 즉 국토를 분할하고 토를 나누자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화진을 다시 삼국시대처럼 만들어 각지의 제후들이 패권을 다투는 시대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쿵.” 해청현의 말에 임정설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원래 태산처럼 흔들림 없던 그는 해청현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경고음이 폭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암부 삼대 거두는 모두 잠시 멈추어 서며 당황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무언가가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레이더에서 아예 사라졌어” “레이더 출력을 강화해.” 통신에서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위 전투기가 이미 배치되어 수송기를 위한 미사일 방어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이게 뭐야? 종문 동맹의 자식들이 미사일까지 가지고 있다고? 이런 상황이면 군부 고위직들은 모두 총살감이야.” 정태웅이 격분하며 욕을 내뱉었다. “진정해. 국주가 없다고 생각해? 군부 대원들은 은용위의 감시를 받고 있어.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어.” “종문 동맹이라기보다는 외부 세력이 관련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화진의 중심에 있어. 그들이 어떤 무기를 써서 위성 감시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령 다른 나라의 땅에서 한 나라의 중요 인물을 암살하려 한다면 그건 국가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천현수가 차분히 분석했다. 민규현은 이미 조사를 시작했고 국토 방어 부서에서는 아무런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당황하지 마라. 이건 종문 동맹이나 외부 세력과는 아무 상관없다.” 윤구주가 차분하게 말했다. “뭐라고요? 저하, 그럼 저 자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죠?” 정태웅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자는 내가 불러온 무기다. 다만 아쉽게도 이번 한 번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바로 그때 구름 속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며 한 인물이 번개를 가르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인물은 불꽃과 번개를 뒤로하며 서울을 향해 날아갔다. “훔!” 정태웅과 다른 두 사람은 그 장면을 보고 눈이 저절로 커지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게 사람이야?’ ‘뭐야! 사람이 맞잖아.’ “세상에! 저하, 구구제일이 이렇게 괴물 같습니까? 우리는 지금 만 미터 고공에 있잖습니까.” 정태웅은 혀를 찼다. 이 장면은 인
멀리서 전투기 편대의 굉음이 점점 다가왔다. 그 소리를 들은 현문 시조, 구구제일 해청현마저도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이곳의 병사들을 손쉽게 도륙낼 수 있을지언정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와 강철같은 전력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날 전략 미사일이 현문을 폭격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만약 그때 그가 빠르게 달아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다행히 서울이 바로 코앞이군. 너희가 감히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무기를 쓸 깡이라도 있겠느냐?” 해청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현기를 발동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 왕궁. 임정설은 해청현의 행방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받았다. “현재 방위군이 총력을 다해 저지하고 있지만 최신 정보에 따르면 그 자는 기갑 합성 부대를 전멸시킨 후 행방을 감췄습니다.”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죠. 암부와 은용위가 이미 출동했습니다...” 아래에서 보고하던 육도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바보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지 않겠지. 해청현은 구구제일. 나타날 때는 그림자처럼, 사라질 때는 흔적도 없이. 강철 대군과 정면으로 싸울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암부와 은용위로는 역부족이다. 그 자를 찾는다 해도 목숨을 내놓는 것밖에 안 되겠지.” “강철 대군을 동원하는 건 더 말도 안 돼. 저 늙은 여우는 이미 우리 약점을 다 파악하고 있어. 우리가 서울에서 함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임정설은 천천히 일어나 용포를 떨쳐내고 그 아래의 황금 용갑을 드러냈다. “휘익!” 금검이 날카롭게 뽑히자 검의 기운이 퍼지며 왕궁이 강렬한 검의 압박감에 휘청였다. “헌원검.” “그 검은 국주께서 구주왕에게 하사하지 않으셨습니까?” 육도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내가 언제 구주에게 이 검을 줬다고 했나? 그저 잠시 맡겨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