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 그게 뭔데? 난 설마 알 자격이 없는 거야?”윤구주는 난감해졌다.그는 당연히 소채은에게 어젯밤 백 명 넘는 킬러들을 죽였다는 걸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었다.그리고 오늘은 연예계에서 유명한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걸 얘기할 수도 없었다.윤구주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채은아, 날 믿어. 오늘 일 다 끝내고 나면 쭉 네 옆에 있어 줄게. 응?”소채은은 남자에게 비밀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좋아, 일 끝내면 나랑 같이 강성으로 돌아가자.”“응? 갑자기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어?”윤구주가 궁금한 듯 말했다.“집 떠난 지 꽤 됐잖아. 당연히 돌아가야지. 우리 엄마, 아빠도 다 강성에 있고 내 회사도 강성에 있으니 말이야.”소채은은 중얼거리며 말했다.윤구주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강성에는 소채은의 집이 있었으니 돌아가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다.윤구주가 말했다.“그래. 일 마치면 같이 강성으로 돌아가자.”“응!”그렇게 윤구주는 소채은을 달랜 뒤 출발했다.도시 외곽.제36여단 여단장 원건우의 도움 덕에 헬리콥터 하나가 오후 두 시에 공지에 착륙했다.정태웅과 윤구주가 다가오자 원건우는 서둘러 그들에게 달려갔다.“지휘사님, 윤구주 씨!”어젯밤 일로 원건우는 윤구주를 자신의 우상으로 삼았다.윤구주는 하룻밤 사이에 백 명 넘는 킬러들을 학살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크 사이트 랭킹 1위인 무사시까지 죽인 대단한 인물이니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더욱 중요한 건 킬러 중 대다수가 화진의 천망수배록에 등록된 중요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윤구주 덕분에 암부의 임무가 반으로 줄어든 셈이다.그러니 서남 여단장으로 그에게 고맙고 또 동시에 놀라웠다.“헬리콥터 준비됐어?”정태웅이 물었고 원건우가 대답했다.“지휘사님, 준비는 끝났습니다.”정태웅은 헬리콥터를 힐끗 본 뒤 말했다.“좋네.”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저하, 저도 같이 갈까요?”윤구주는 고개를
거의 2만 톤에 달하는 이 거대한 크루즈의 소유자는 연예계의 황제라 불리는 탁천수였다.요 며칠 부둣가는 아주 떠들썩했다.동경의 자선 파티가 세기호에서 주최되었기 때문이다.이번에 자선 파티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화진의 유명한 연예인들과 감독들, 심지어 연예계의 황제라 불리는 탁천수도 있었다.날이 어두워지자마자 부둣가는 환해졌다.게다가 비싼 차들이 하나둘 부둣가 근처에 차를 세웠다.오늘은 자선 파티가 열리는 마지막 날이자 가장 성대한 날이었다.그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크루즈 안으로 하나둘 들어가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어두운 하늘에 헬리콥터 한 대가 소란스럽게 바닷가에 있는 크루즈로 날아가고 있었다.“윤구주 씨, 곧 도착합니다.”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서남 제36여단 여단장 원건우였다.그를 제외하면 헬리콥터 파일럿 한 명이 더 있었다.검은 옷을 입은 윤구주는 헬리콥터 안에 우뚝 서서 몇 킬로미터 밖에 있는 세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바로 저 크루즈인 거지?”원건우가 대답했다.“네, 그렇습니다.”“좋아, 헬리콥터는 여기서 멈추는 게 좋겠어.”윤구주가 말했다.‘응?’윤구주의 갑작스러운 말에 원건우와 파일럿 모두 당황했다.“윤구주 씨, 여긴 바다입니다. 착륙은 불가합니다.”원건우가 말했다.“내가 언제 착륙하라고 그랬어? 헬리콥터는 여기서 멈춰도 된다고 했지.”윤구주가 말했다.그 말에 원건우는 경악했다.그러나 그는 윤구주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그들에게 멈추라고 명령을 내렸으니 그들은 그의 명령을 따르면 되었다.원건우는 눈앞의 파일럿을 향해 손을 들여 보였고, 곧 헬리콥터는 허공 중에 멈췄다.헬리콥터가 바다 위에 멈춘 뒤, 파일럿과 제36여단 여단장 모두 의문 가득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두 사람 다 왜 헬리콥터를 여기에 멈춰 세운 건지 알지 못했다.두 사람이 답답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갑자기 몸을 날려 거친 바다를 향해 뛰었다.“윤구주 씨...”윤구주가 수천 미터 높이의 고공에서
바닷가.그곳은 대형 크루즈 외에도 소형 어선들이 있었다.신처럼 바다 위에서 비행하는 윤구주의 뒤로 수십 미터 넘는 하얀 물보라가 일었다. 왼쪽에 있던 소형 어선에서 그물을 들고 있던 구릿빛 피부에 마른 남자가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세상에, 영철아. 저거, 저거 뭐야?”영철이라고 불린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바다 위에서 날고 있는 윤구주와 그의 뒤에 있는 하얀 물보라를 본 순간, 남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에구머니나, 저... 저거 지금 바다 위에서 날고 있는 거야?”마른 남자는 서둘러 주머니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며 말했다.“세상에, 저거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아주 대박 나겠어!”마른 남자가 그 광경을 찍으려는데 옆에 있던 영철이라는 남자가 그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찍으면 안 돼!”휴대전화를 빼앗긴 마른 남자는 당황했다.“왜?”“왜냐면... 저 사람은 아마도 용왕일 거야.”용왕?영철의 말에 마른 남자는 흠칫했다.연해 지역의 어민들은 바다의 신, 용왕의 전설을 믿었다.그들은 물고기를 잡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기 때문에 바다의 용왕을 섬겼다.그런데 누군가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바다 위를 비행하는 것을 보니 영철은 곧바로 전설 속 용왕을 떠올리게 되었다.“영철아, 나 놀라게 하지 마. 저게 진짜 전설 속 용왕이라고?”마른 남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영철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저것 봐, 크루즈보다 더 빨리 움직이잖아. 용왕이 아니면 뭐겠어?”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멀어져가는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용왕을 뵙습니다.”마른 남자는 영철이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자 서둘러 같이 무릎을 꿇으면서 중얼거렸다.“용왕님, 부디 절 보우하여 올해 물고기를 많이 잡아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해주십시오.”...세기호 크루즈.거대한 크루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그곳에 온 사람들은 전부 동경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이거나 유명한 연예인들이었다.오늘 밤의 자선
“시간 없다고 했잖아. 귀가 먹은 거야? 아니면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거야?”탁천수가 버럭 화를 내자 부하는 곧바로 말했다.“네, 네...”그는 곧바로 나갔다.“멍청한 것들!”탁천수는 욕지거리를 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임기석, 오늘 자선 파티 책임자에게 얘기해. 난 파티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고.”옆에 있던 안경을 낀 부하는 곧바로 말했다.“네, 회장님!”탁천수는 말을 마친 뒤 곧장 룸 안의 비밀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그 비밀 문 뒤에는 밀실이 하나 있었다.밀실 안에는 키 작은 도인 한 명과 도포를 입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명이 제단을 준비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탁천수가 거액을 들여 모셔 온 향문의 주술사 진구양과 그의 제자 명재경이었다.탁천수가 안으로 들어오자 명재경은 곧바로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회장님.”탁천수는 명재경을 무시하고 진구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진 선생님, 제 아들을 죽인 그 자식을 죽여줄 수 있습니까?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진 선생님이라고 불린 향문의 주술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회장님,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는 그냥 포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탁천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소문을 들어 보니 현상금으로 10억 달러를 걸었는데 킬러들이 전부 서남에서 살해당했다면서요? 제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 회장님께서 건드린 분은 아마도 신급 강자일 겁니다.”진구양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신급 강자요?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탁현수는 무도를 수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무도의 경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진구양은 쓴웃음을 지었다.“회장님은 일반인이라 신급 강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모를 겁니다.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나뭇잎 하나로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탁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생각만으로 천리 밖에서 사람을 죽이는 걸 본 적 있으십니까? 혼자서 백만 군대를 홀로 막아내는 사람은요? 총알과 대포를 맞아도 멀쩡
“그렇다면 선생님 말씀은, 제 아들을 죽인 놈을 그냥 가만히 놔두자는 겁니까? 제 아들이 그냥 이렇게 헛되이 죽게 내버려두란 말입니까?”탁천수는 용납할 수 없었다.진구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회장님, 만약 아드님이 정말로 엄청난 신급 강자를 건드렸다면 회장님도 얼른 숨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네? 제가 숨어야 한다고요?”탁천수가 말했다.“네, 만약 상대가 정말로 신급 강자라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회장님을 보호한다고 해도 절대 회장님을 지키지 못할 겁니다. 신급 강자가 회장님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이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절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진구양은 솔직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탁천수는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앞의 진구양을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진 선생님은요? 진 선생님은 절 지킬 수 있습니까?”진구양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만약 상대가 반보 신급 강자라면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탁천수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는 갑자기 진구양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진 선생님, 꼭 저를 지켜주세요. 진 선생님께서 절 지켜주신다면 10억 달러를 전부 드리겠습니다.”진구양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비록 그가 한 말은 진짜였지만 사실 본질만 따지자면 탁천수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였다.화진에 신급 강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그런데 탁천수가 갑자기 10억 달러를 전부 주겠다고 하니 진구양은 매우 기뻤다.그러나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회장님, 그게 정말입니까?”“그럼요, 당연하죠! 절 지켜주신다면 겨우 10억 달러쯤이야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진구양은 그 말을 듣더니 호쾌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 제가 있다면 상대가 신급 강자라고 해도 지켜드리겠습니다!”탁천수는 기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탁천수는 경영자였다. 그것도 엄청난 재력을 가진 경영자였다.돈
“넌, 넌 누구야? 감히 내 룸 안에 들어와? 심지어 내 술을 마셔?”탁천수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8억짜리 로마네 꽁띠 와인을 마시고 있는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향문 출신의 주술사 진구양은 음산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8억짜리 와인을 들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구주왕 윤구주였다.그는 로마네 꽁띠 와인을 흔들면서 말했다.“술은 괜찮네. 그런데 사람은 너무 멍청해.”윤구주가 자신을 욕하자 탁천수는 화가 났다.그가 반박하려는데 옆에 있던 키 작은 도인 명재경이 갑자기 눈을 둥그렇게 떴다.“스승님... 바로 저놈이에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짚었다.옆에 있던 지구양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달라졌다.“뭐라고?”“저... 저... 저놈이 바로 탁시현 씨를 죽인 놈이에요!”쿵!그 말을 듣자 진구양의 안색이 돌변했다.옆에 있던 탁천수는 윤구주가 자기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듣자 얼이 빠졌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잘생긴 얼굴에 남다른 분위기.하지만 윤구주는 너무도 젊었다.게다가 그는 어떻게 그의 크루즈로 들어온 걸까?게다가 어떻게 그의 부하들을 전부 죽인 걸까?탁천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로마네 꽁띠를 한 잔 다 마신 뒤 와인잔을 살짝 내려놓았다.“난 줄 안다면 얘기를 좀 나눠야겠네.”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들은 내가 죽였어. 당신이 10억 달러를 현상금으로 걸어서 날 찾아왔던 백여 명 넘는 킬러들도 다 내가 죽였지. 뭐 비장의 카드라도 있으면 어디 한번 꺼내 봐. 오늘 밤이 지나면 영영 쓸 기회가 없을 테니까 말이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 띤 얼굴로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덤덤한 말이었지만 탁천수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천음 엔터 회장인 그는 윤구주의 말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옆에 있던 향문의 주술사 진구양에게 말했
윤구주가 오늘 당신은 반드시 죽을 거라고 하자 진구양은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참으로 거만하군요. 어린 나이에 감히 절 죽이겠다고 하다니. 우리 태현문은 향문에서 수백 년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당신처럼 거만한 사람은 처음입니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태현문으로 내게 겁을 주려고? 미안하지만 그건 내게 안 먹혀. 오늘 태현문의 조상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당신은 죽어야 해.”윤구주의 말을 들은 진구양은 단단히 화가 났다.그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그런데 윤구주가 감히 그를 죽이겠다고 한 것이다.“참으로 건방지군요. 그렇다면 어디 오늘 한번 그 대단한 실력 좀 봅시다!”진구양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과감히 공격했다.윤구주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진구양은 주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 주술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진구양은 소리를 지르면서 두 손으로 수인을 맺은 뒤 윤구주의 앞을 가리켰고 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주변에 기괴한 붉은색의 안개가 나타났다.붉은색 안개가 나타나자 팔뚝만큼 굵은 붉은색 쇠사슬이 독사처럼 갑자기 나타났다.“주술, 창용박!”진구양은 끊임없이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었다.수인을 맺자 쇠사슬들이 사면팔방에서 나타나 윤구주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묶었다.“하하, 어떻습니까? 제 창용박에 당해버렸군요! 이래도 거만 떨 수 있겠습니까?”진구양은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붉은색 쇠사슬이 사지를 속박했음에도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이게 당신 술법이야?”“그래요. 잘 들어요. 난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주술을 읊었습니다. 하지만 거만한 당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더군요! 이제 제 창용박에 당했으니 반보 신급 강자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향문 태현문 출신인 진구양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윤구주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오늘 치열한 전투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주술을 읊었다.창용박은 태현문의 무시무시한 주술이었다.그 주술은 시전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
자신의 붉은 사슬이 윤구주로 인해 쉽게 부서지자 진구양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 당신 정말 반보 신급 강자인가요?”윤구주는 설명하기 귀찮아서 웃기만 했다.“반보 신급 강자면 뭐 어떤가요? 오늘 우리 태현문의 저주를 보여주겠어요.”진구양은 이젠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오늘 반드시 그를 죽일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진구양이 수인을 맺자 넘실대는 기운이 거대한 그물이 되었다.그 그물은 마치 물고기 그물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주술, 혈금술!”그물과 함께 핏빛이 윤구주를 뒤덮었다.그 금술은 태현문을 유명해지게 하는 공법이었다. 이 주술은 무인의 힘을 억누를 수 있었고 수련자의 현기도 억누를 수 있었다.태현문에서 이 주술은 전투에서 주로 쓰이는 아주 중요한 술법이었다.핏빛이 윤구주를 뒤덮는 순간,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날 막으려고? 그럴 실력은 있고?”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오른발을 내밀었고 쿵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운이 번개가 되어 핏빛 그물을 향해 돌진했다.촤악.핏빛 그물은 대포에 맞은 것처럼 단숨에 재가 되어버렸다.“너... 너무 강한데?”진구양은 그제야 후회되었다.그는 눈앞의 윤구주가 반보 신급 강자가 아니라 진짜 신급 강자라는 걸 느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두려웠다.“만약... 제가 지금 용서를 빈다면 살 기회가 있는 겁니까?”진구양이 뻔뻔하게 물었다.아무래도 생사가 걸린 일이니 말이다.누가 죽고 싶겠는가?윤구주는 슬쩍 웃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진구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승낙하지 않는다면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겠군.”진구양은 그렇게 말한 뒤 오른손을 움직여 에메랄드빛 검을 꺼냈다.그 검은 아주 기괴했다.그 검을 꺼내자마자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검날에는 일그러진 문양이 적혀 있었는데 바로 태현문의 유명한 춘신도였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
“구주왕, 당신은 우리 국주를 죽였어요. 게다가 우리 설국의 금전까지 점유했죠. 대체 뭘 어쩔 생각입니까?”이때 유니스 대학사가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난 설국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어.”“정상으로요?”대신들은 놀랐다.“맞아.”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난 죽어 마땅한 설국인들에게 다 벌을 주었어. 지금 설국은 국주의 자리가 비었지. 그래서 나는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할 생각이야. 그래야만 설국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뭐라고?’“우리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하겠다고 한 겁니까?”“그... 그럴 수 있나요?”윤구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이곳을 설국이고 윤구주는 심지어 설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구주가 무슨 자격으로 설국을 대신하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단 말인가?“구주왕! 우리 설국의 일에 화진인인 당신은 끼어들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설국의 국주는 당연히 설국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다는 거죠?”유니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난 윤구주니까. 난 설국의 존망을 정할 수 있어. 내가 설국의 존재를 허락한다면 설국은 존재할 수 있고 내가 설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라면 설국은 망할 거야.”패기 넘치는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이 한 나라의 존망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얼마나 놀라운가?“이... 이... 정말 너무 하는군요!”유니스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씩씩댔다.윤구주는 그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내가 당신을 괴롭힌다고 해도 당신이 뭘 어쩔 수 있지? 내가 지금 명령을 내린다면 화진의 병사 수십만 명이 이곳으로 몰려와서 설국을 공격할 거야.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보든가.”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화진의 병사들 수십만 명이 낙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은 곧바로 설국을 평정할 수
설국 금전.천 년 가까이의 역사가 있는 대전은 엉망이었다.게다가 금전의 지반은 땅 밑으로 우묵하게 내려앉았다.백옥이 깔린 금전의 지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열과 틈이 생겼다.이 순간, 유니스 대학사는 설국의 문무백관을 이끌고 금전 밖에 도착했다.커다란 금전을 바라보면서 유니스는 갑자기 눈빛이 혼탁해지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군요.”길게 한숨을 내쉰 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백옥 계단으로 올라갔다.대신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댕.댕.댕우렁찬 종소리는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유니스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을 이끌고 금전을 올랐고 곧 그들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세나미였다.“세나미 아가씨야...”“세나미 아가씨께서 살아계셨어!”세나미를 본 대신들은 모두 흥분했다.세나미는 이때 유니스가 문무 대신들을 데리고 온 걸 보고 빠르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드디어 오셨군요!”유니스는 서둘러 말했다.“세나미 씨, 다치지는 않았습니까?”“네, 괜찮아요.”세나미가 말했다.“그런데 세나미 씨께서는 그 악마에게 납치당한 것 아니었습니까? 왜 그가 그냥 풀어준 거죠?”일부 대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나미가 말했다.“절 풀어준 이유는... 그가 우리 설국에 아주 중요한 일을 전하기 위해서예요.”“아주 중요한 일이요?”“그 악마는 우리 설국인들을 수도 없이 죽였어요. 심지어 국주님의 목까지 베었죠. 그런데 또 뭘 하려는 거죠?”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가 말했다.“여러분도 아시죠? 화진의 구주왕 말입니다.”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은 모두 침묵했다.구주왕.설국에 있어서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지금 때문만이 아니라 6년 전 구주왕이 설국을 항복시켰기 때문이다.“그가 천하무적의 구주왕이면 뭐 어떤가요? 이 세상에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요?”유니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유니스 대학사님, 제 말을 들어주세요.
윤구주가 설태현의 목을 벤 뒤로 설국의 종은 계속해 울었다.그렇게 종은 1박 2일을 울렸고 그러다 이 순간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대신에 힘이 느껴지는 종소리가 들려왔다.그 종소리는 설국 금전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함을 의미하는 종소리였다.설국 수도의 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 종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울려 퍼졌을 때 백성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금전을 바라보며 의논했다.“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금전의 종소리가 멈췄어. 대신에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의미를 종소리가 울리는데?”“설마 우리 화진을 침략했던 그 악마가 떠난 걸까?”“모르겠어.”백성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황성의 한 대학사부 밖에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눈앞의 대학사부는 화진의 재상부와 비슷했다.설국의 대학사는 유니스라고 불렸다.유니스는 설국 백관의 우두머리이자 세 명의 국주의 중용을 받았던 원로로서 설국에서의 지위가 높았다.이때 금전에서 우렁찬 소리가 대학사부에 울려 퍼졌다.“대학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백발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그가 바로 설국의 원로 유니스였다.유니스가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문무 대신들 모두 예를 갖추었다.“대학사님을 뵙습니다.”유니스는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을 쓱 훑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다들 왔습니까?”“네, 대학사님.”“대학사님,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서 알려졌습니다. 더욱 괘씸한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지원하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이때 군복을 입은 설국의 장군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그리고 그 밖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판인국과 연국에서는 우리의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유니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들면서 비참하게 웃으며 말했다.“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다는 말이 있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설국은 아주 작은 나라였다.게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