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다고 했잖아. 귀가 먹은 거야? 아니면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거야?”탁천수가 버럭 화를 내자 부하는 곧바로 말했다.“네, 네...”그는 곧바로 나갔다.“멍청한 것들!”탁천수는 욕지거리를 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임기석, 오늘 자선 파티 책임자에게 얘기해. 난 파티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고.”옆에 있던 안경을 낀 부하는 곧바로 말했다.“네, 회장님!”탁천수는 말을 마친 뒤 곧장 룸 안의 비밀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그 비밀 문 뒤에는 밀실이 하나 있었다.밀실 안에는 키 작은 도인 한 명과 도포를 입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명이 제단을 준비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탁천수가 거액을 들여 모셔 온 향문의 주술사 진구양과 그의 제자 명재경이었다.탁천수가 안으로 들어오자 명재경은 곧바로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회장님.”탁천수는 명재경을 무시하고 진구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진 선생님, 제 아들을 죽인 그 자식을 죽여줄 수 있습니까?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진 선생님이라고 불린 향문의 주술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회장님,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는 그냥 포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탁천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소문을 들어 보니 현상금으로 10억 달러를 걸었는데 킬러들이 전부 서남에서 살해당했다면서요? 제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 회장님께서 건드린 분은 아마도 신급 강자일 겁니다.”진구양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신급 강자요?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탁현수는 무도를 수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무도의 경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진구양은 쓴웃음을 지었다.“회장님은 일반인이라 신급 강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모를 겁니다.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나뭇잎 하나로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탁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생각만으로 천리 밖에서 사람을 죽이는 걸 본 적 있으십니까? 혼자서 백만 군대를 홀로 막아내는 사람은요? 총알과 대포를 맞아도 멀쩡
“그렇다면 선생님 말씀은, 제 아들을 죽인 놈을 그냥 가만히 놔두자는 겁니까? 제 아들이 그냥 이렇게 헛되이 죽게 내버려두란 말입니까?”탁천수는 용납할 수 없었다.진구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회장님, 만약 아드님이 정말로 엄청난 신급 강자를 건드렸다면 회장님도 얼른 숨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네? 제가 숨어야 한다고요?”탁천수가 말했다.“네, 만약 상대가 정말로 신급 강자라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회장님을 보호한다고 해도 절대 회장님을 지키지 못할 겁니다. 신급 강자가 회장님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이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절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진구양은 솔직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탁천수는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앞의 진구양을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진 선생님은요? 진 선생님은 절 지킬 수 있습니까?”진구양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만약 상대가 반보 신급 강자라면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탁천수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는 갑자기 진구양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진 선생님, 꼭 저를 지켜주세요. 진 선생님께서 절 지켜주신다면 10억 달러를 전부 드리겠습니다.”진구양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비록 그가 한 말은 진짜였지만 사실 본질만 따지자면 탁천수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였다.화진에 신급 강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그런데 탁천수가 갑자기 10억 달러를 전부 주겠다고 하니 진구양은 매우 기뻤다.그러나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회장님, 그게 정말입니까?”“그럼요, 당연하죠! 절 지켜주신다면 겨우 10억 달러쯤이야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진구양은 그 말을 듣더니 호쾌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 제가 있다면 상대가 신급 강자라고 해도 지켜드리겠습니다!”탁천수는 기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탁천수는 경영자였다. 그것도 엄청난 재력을 가진 경영자였다.돈
“넌, 넌 누구야? 감히 내 룸 안에 들어와? 심지어 내 술을 마셔?”탁천수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8억짜리 로마네 꽁띠 와인을 마시고 있는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향문 출신의 주술사 진구양은 음산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8억짜리 와인을 들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구주왕 윤구주였다.그는 로마네 꽁띠 와인을 흔들면서 말했다.“술은 괜찮네. 그런데 사람은 너무 멍청해.”윤구주가 자신을 욕하자 탁천수는 화가 났다.그가 반박하려는데 옆에 있던 키 작은 도인 명재경이 갑자기 눈을 둥그렇게 떴다.“스승님... 바로 저놈이에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짚었다.옆에 있던 지구양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달라졌다.“뭐라고?”“저... 저... 저놈이 바로 탁시현 씨를 죽인 놈이에요!”쿵!그 말을 듣자 진구양의 안색이 돌변했다.옆에 있던 탁천수는 윤구주가 자기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듣자 얼이 빠졌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잘생긴 얼굴에 남다른 분위기.하지만 윤구주는 너무도 젊었다.게다가 그는 어떻게 그의 크루즈로 들어온 걸까?게다가 어떻게 그의 부하들을 전부 죽인 걸까?탁천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로마네 꽁띠를 한 잔 다 마신 뒤 와인잔을 살짝 내려놓았다.“난 줄 안다면 얘기를 좀 나눠야겠네.”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들은 내가 죽였어. 당신이 10억 달러를 현상금으로 걸어서 날 찾아왔던 백여 명 넘는 킬러들도 다 내가 죽였지. 뭐 비장의 카드라도 있으면 어디 한번 꺼내 봐. 오늘 밤이 지나면 영영 쓸 기회가 없을 테니까 말이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 띤 얼굴로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덤덤한 말이었지만 탁천수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천음 엔터 회장인 그는 윤구주의 말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옆에 있던 향문의 주술사 진구양에게 말했
윤구주가 오늘 당신은 반드시 죽을 거라고 하자 진구양은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참으로 거만하군요. 어린 나이에 감히 절 죽이겠다고 하다니. 우리 태현문은 향문에서 수백 년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당신처럼 거만한 사람은 처음입니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태현문으로 내게 겁을 주려고? 미안하지만 그건 내게 안 먹혀. 오늘 태현문의 조상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당신은 죽어야 해.”윤구주의 말을 들은 진구양은 단단히 화가 났다.그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그런데 윤구주가 감히 그를 죽이겠다고 한 것이다.“참으로 건방지군요. 그렇다면 어디 오늘 한번 그 대단한 실력 좀 봅시다!”진구양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과감히 공격했다.윤구주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진구양은 주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 주술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진구양은 소리를 지르면서 두 손으로 수인을 맺은 뒤 윤구주의 앞을 가리켰고 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주변에 기괴한 붉은색의 안개가 나타났다.붉은색 안개가 나타나자 팔뚝만큼 굵은 붉은색 쇠사슬이 독사처럼 갑자기 나타났다.“주술, 창용박!”진구양은 끊임없이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었다.수인을 맺자 쇠사슬들이 사면팔방에서 나타나 윤구주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묶었다.“하하, 어떻습니까? 제 창용박에 당해버렸군요! 이래도 거만 떨 수 있겠습니까?”진구양은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붉은색 쇠사슬이 사지를 속박했음에도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이게 당신 술법이야?”“그래요. 잘 들어요. 난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주술을 읊었습니다. 하지만 거만한 당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더군요! 이제 제 창용박에 당했으니 반보 신급 강자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향문 태현문 출신인 진구양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윤구주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오늘 치열한 전투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주술을 읊었다.창용박은 태현문의 무시무시한 주술이었다.그 주술은 시전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
자신의 붉은 사슬이 윤구주로 인해 쉽게 부서지자 진구양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 당신 정말 반보 신급 강자인가요?”윤구주는 설명하기 귀찮아서 웃기만 했다.“반보 신급 강자면 뭐 어떤가요? 오늘 우리 태현문의 저주를 보여주겠어요.”진구양은 이젠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오늘 반드시 그를 죽일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진구양이 수인을 맺자 넘실대는 기운이 거대한 그물이 되었다.그 그물은 마치 물고기 그물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주술, 혈금술!”그물과 함께 핏빛이 윤구주를 뒤덮었다.그 금술은 태현문을 유명해지게 하는 공법이었다. 이 주술은 무인의 힘을 억누를 수 있었고 수련자의 현기도 억누를 수 있었다.태현문에서 이 주술은 전투에서 주로 쓰이는 아주 중요한 술법이었다.핏빛이 윤구주를 뒤덮는 순간,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날 막으려고? 그럴 실력은 있고?”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오른발을 내밀었고 쿵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운이 번개가 되어 핏빛 그물을 향해 돌진했다.촤악.핏빛 그물은 대포에 맞은 것처럼 단숨에 재가 되어버렸다.“너... 너무 강한데?”진구양은 그제야 후회되었다.그는 눈앞의 윤구주가 반보 신급 강자가 아니라 진짜 신급 강자라는 걸 느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두려웠다.“만약... 제가 지금 용서를 빈다면 살 기회가 있는 겁니까?”진구양이 뻔뻔하게 물었다.아무래도 생사가 걸린 일이니 말이다.누가 죽고 싶겠는가?윤구주는 슬쩍 웃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진구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승낙하지 않는다면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겠군.”진구양은 그렇게 말한 뒤 오른손을 움직여 에메랄드빛 검을 꺼냈다.그 검은 아주 기괴했다.그 검을 꺼내자마자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검날에는 일그러진 문양이 적혀 있었는데 바로 태현문의 유명한 춘신도였
쿵, 쿵, 쿵!화염을 내뿜는 검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훨씬 더 빨랐다. 눈으로는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진구양은 수천억에 달하는 세기호 크루즈를 망가뜨릴 뻔했지만 윤구주는 상처 하나 없이 멀끔했다.심지어 진구양은 윤구주의 옷자락도 스치지 못했다.이러한 상황에 천음 엔터 회장 탁천수는 울고 싶었다.‘난 대체 어떤 괴물을 건드린 거야?’그는 무척 후회되었다. 탁천수는 다시는 윤구주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아들이 아니라 온 가족이 죽는다고 해도 절대 윤구주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이 자식, 피하지 마!”진구양은 몇 번이나 검을 휘둘렀지만 윤구주에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하자 윽박질렀다.그는 태허 초경이라 춘신도를 조종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조금 전 자신의 정혈을 대가로 겨우 시전한 것이었다.그런데 정혈이 거의 다 소모된 상태에서 윤구주에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하니 절망에 빠졌다.“내가 피하지 않길 원해?”윤구주는 갑자기 진구양의 앞에 멈췄다.“이 자식, 정말 실력이 있다면 어디 한 번 맞아봐! 감히 그럴 수 있겠어?”진구양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윤구주는 싱긋 웃었다.“좋아, 당신 뜻대로 해주지.”“정말?”진구양은 윤구주가 농담하는 거로 생각했다.“그래,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마!”윤구주가 말했다.진구양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환해졌다.‘후회라니? 후회는 네가 하게 될 거야!’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태현문의 대단한 법기였다.태현문의 조상은 그 검으로 신급 강자도 베었었다.그런데 윤구주가 꼼짝하지 않고 그의 검에 베여주겠다니 너무 기뻤다.‘하하!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진구양은 오른손으로 미친 듯이 수인을 맺으며 춘신도 위에 주술을 걸었다. 핏빛 화염을 내뿜는 춘신도는 주술을 걸자 그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무시무시한 기운이 눈앞의 공간을 전부 뒤덮을 듯했다. 그래서 눈앞의 모든 것이 핏빛이 되었다.“이 자식, 어디 한 번 견뎌봐!”진구양은 고함을 지르면서 춘신도를 휘둘렀다.
용!금빛용이다!용이 나타나자, 진구양은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그 공포스러운 용은 한입에 화염을 띤 검을 삼켜버리고는 진구양을 향해 덮쳐왔다.이 재수 없는 향문 주술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금빛용에 의해 삼켜졌다.만약 윤구주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을 시전했다는 사실을 진구양이 알게 된다면,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용은 나타났다가 재빨리 공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진구양의 몸이 금빛용에 의해 삼켜지면서 그는 뼛가루도 남지 않았다.쾅!무언가가 땅에 떨어지는 맑은소리에 자세히 보니, 그것은 진구양 손에 들려있던 춘신도였다.춘신도가 땅에 떨어진 후, 윤구주는 손을 들어 춘신도를 흡수했다.“이 검 괜찮네! 아쉽게도 잘못된 곳에 사용했네!”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춘신도를 품에 넣고는 고개를 돌려 아직 숨이 붙어있는 작은 도인 명재경과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진구양이 죽기 전, 뼛조각도 남지 않았을 때, 철퍽 주저앉아버렸다.특히 주 회장은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져서 다리 사이에서 지린내가 진동했다!그는... 놀라서 바지에 지린 것이다!“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다시는 복수하지 않을게요! 진짜예요! 앞으로 절대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드릴게요... 참, 저 돈 많아요! 재산이 20조예요! 원하신다면 다 드릴게요!”깜짝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지린 탁천수는 윤구주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그는 죽음을 두려워했다.돈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죽기를 두려워했다.탁천수도 예외는 아니었다.고생스럽게 평생을 바쳐 이렇게 큰 기업을 일구었는데 이제 와서 죽고 싶지 않았다.윤구주는 그를 담담히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죽이든 살리든, 어차피 당신 재산은 내 거야.”이 말을 들은 탁천수는 멍해졌다.“그리고 당신은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죽어서도 그 벌을 다 받지 못할 거야!”말을 마친 윤구주는
오늘 아침 신문.연예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20조의 몸값을 자랑하는 연예계 황제, 탁천수가 어젯밤 11시, 개인소유의 크루즈에서 사망했다.알려진 얘기로는, 어젯밤 탁천수는 자선 파티에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다.하지만 지금, 20조 회장님은 아이러니하게도 크루즈에서 목숨을 잃었다.이 소식은 마치 역병처럼 각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했다.서남 백화궁.이른 아침.정태웅도 이 뉴스를 보았다.뉴스를 보자마자 그는 신이 나서 대 스타 은설아를 찾아갔다.그때까지도 은설아는 연예계에 벌어진 엄청난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천음엔터에 미움을 산 이후로 그녀는 모든 공연과 일정이 끊겨버렸다.지금 그녀는 조용히 방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옆에 놓인 휴대폰은 꺼져있었다.그때, 쾅 쾅 쾅 하는 문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누구세요?”그녀는 곧장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딸깍.방문이 열리자 정태웅의 얼굴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당신이...?”정태웅을 마주한 은설아는 멍해졌다.“히히, 대 스타님, 나 몰라요?”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요...전 그저...당신이 갑자기 절 찾아올 줄 몰랐어요!”은설아가 말했다.그러자 정태웅이 대답했다.“제가 온 건 엄청난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예요!”은설아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무슨 좋은 소식인데요?”정태웅이 은설아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직접 봐요!”은설아는 어리둥절했지만,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봤다. 정태웅 휴대폰에 나온 연예계 황제 탁천수가 어젯밤 사망했다는 소식을 본 은설아는 아! 하며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작은 입을 막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뭐라고요? 탁천수가... 죽었다고요?”이 뉴스를 본 은설아는 멍해 있었다.정태웅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이거 대 스타님한테는 좋은 소식이죠?”은설아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한참 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 마음속에서 천음엔터 회장
그래서 그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길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인가? 특히 그가 희망을 걸었던 두 장로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임정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혈액이 거꾸로 솟구쳐 올라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그 자리에서 곧장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서울 왕실 피난처. 왕실 일행을 지하 피난처로 호위하던 이홍연은 갑자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지?” “저기! 아버지는 어디 계셔? 아버지가 곧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어디에 계신 거지?” 이홍연은 왕실의 한 전장 장수를 붙잡고 추궁했다. “전하, 소인도 알지 못합니다. 전하를 피난처로 호송하라는 조서만 받았을 뿐 그 외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공주에게 급하게 질문을 받자 전장 장수는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입을 열었다. “뭐라고? 나를 피난처로 호송한다고?” 이홍연은 경악했다. 그녀가 받은 조서는 분명 왕실 구성원들을 호송하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이홍연은 상황을 깨닫고 즉시 이곳을 떠나려 했다.“전하!” 수천 명의 금위군이 이홍연을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다들 물러가라.” 이홍연은 강제로 뚫고 나갈 수 없었고 명령도 듣지 않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사람을 처치하려 했다. “누가 내 길을 막으면 죽여버리겠다.” 금위군의 병사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홍연을 여기 남겨두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공주가 이런 것에 신경 쓸 리 없었다. 바로 칼을 휘둘러 병사들을 베었지만 병사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막혀서 안 되자 이홍연은 더욱 단호하게 행동하려 했다. 길을 열지 않으면 피의 길을 열어야 했다. “화진 여섯 번째 공주, 명령을 받들라.”이때 한 명의 전장이 국주가 미리 준비해 놓은 성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종문 동맹은 우리 화진을 삼천 년간 어지럽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종문 동맹은 끊임없이 여론을 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화진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불리던 국주 임정설이 단 한 합 만에 패색이 짙어졌다. ‘구구제일 그 경지가 이토록 압도적인 것이었던가.’ 애초에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임정설은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망칠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는 왕궁에 남아 맞서기로 했다. 그는 화진의 국주이기 때문이다. 화진 백성의 신념을 계승한 자이자 백성들이 인정한 왕이며 대통일의 이상을 실현할 자이다. ‘이런 내가 어떻게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선비도 기개를 지키거늘. 하물며 국주라면 당연한 일이지.” “하하. 내가 바로 그걸 노린 거다.” “임정설, 너는 네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거다.” “하지만 나는 널 죽이지 않겠다. 우리와 손을 잡아라. 화진에는 진정한 왕이 존재한 적이 없다. 영웅이란 것은 단지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뿐. 그리고 이야기는 승자가 써나가는 법이지.” “세상의 본질은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이다. 고통을 견디는 것만으로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거냐?”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목소리를 낮췄다. “장수 하나가 패왕이 되려면 수만의 목숨이 희생되는 법. 하나의 통일이란 것은 수많은 시체 위에서 이루어진다.” “오직 분열과 균형만이 화진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백성? 하하. 천하의 흥망이 백성의 뜻에 달렸다고 믿는 거냐?” “화진의 왕이여,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해청현은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굉음과 함께 강대한 위압이 폭발하며 임정설을 짓눌렀다. “건방진 놈! 화진의 국가는 백성이 있기에 존재하는 법이다. 대나무는 불에 타도 그 절개를 잃지 않으며 옥은 깨져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나더러 너희 같은 반역자들에게 굴복하라고? 어림도 없다.” 임정설의 외침이 금전 안을 울렸다. “설령 너희가 역사를 조작할 수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반드시 누군가는 오늘 내가 세운 업적을
“너의 근위가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예 그들을 철수시키고 온 거군?”“그런데 왜 너는 떠나지 않았지? 지하 궁전에 숨으면 나조차도 쉽게 찾을 수 없을 텐데.”해청현은 손을 뒤로 모은 채 천천히 국주 앞에 다가갔다. 금계단에 가까워지자 멈춰 서서 의도적으로 국주에게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왕좌에 앉아 있던 임정설은 서서히 일어나며 그와 동시에 헌원검이 검집을 벗어났다.“왕실 근위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무용지물이다.”“내가 왜 도망가지 않냐고? 하하. 네 놈은 내가 왕궁을 떠날 리 없다는 걸 확신했기에 나를 찾으러 온 거 아닐까?” 임정설은 차분히 입을 열며 말했다.금계단 위에서 양손으로 헌원검을 잡고 서 있는 임정설은 마치 태산처럼 해청현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그 자체로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그래? 나한테 이렇게 압박을 줄 수 있다니. 역시 화진의 국주답군. 정말 강한 기세를 지닌 자로구나.” 해청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해청현은 말하며 금전을 천천히 훑었다. “이게 바로 화진의 왕궁인가? 이 궁전은 천 년을 자랑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 세 번의 왕조가 교체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에 우뚝 서 있는 이 궁전은 대단한 상징이지.” “화진의 국주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사람의 의지가 수억 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고 온 나라의 재물이 그 사람의 보물이 된다니. 그야말로 즐겁지 않겠어?”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 생애에 화진의 왕이 될 수 없어. 그래도 두 주를 차지하고 작은 나라의 왕이라도 되는 건 문제없겠지.” 해청현은 자부심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종문 동맹의 의도 즉 국토를 분할하고 토를 나누자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화진을 다시 삼국시대처럼 만들어 각지의 제후들이 패권을 다투는 시대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쿵.” 해청현의 말에 임정설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원래 태산처럼 흔들림 없던 그는 해청현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경고음이 폭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암부 삼대 거두는 모두 잠시 멈추어 서며 당황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무언가가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레이더에서 아예 사라졌어” “레이더 출력을 강화해.” 통신에서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위 전투기가 이미 배치되어 수송기를 위한 미사일 방어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이게 뭐야? 종문 동맹의 자식들이 미사일까지 가지고 있다고? 이런 상황이면 군부 고위직들은 모두 총살감이야.” 정태웅이 격분하며 욕을 내뱉었다. “진정해. 국주가 없다고 생각해? 군부 대원들은 은용위의 감시를 받고 있어.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어.” “종문 동맹이라기보다는 외부 세력이 관련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화진의 중심에 있어. 그들이 어떤 무기를 써서 위성 감시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령 다른 나라의 땅에서 한 나라의 중요 인물을 암살하려 한다면 그건 국가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천현수가 차분히 분석했다. 민규현은 이미 조사를 시작했고 국토 방어 부서에서는 아무런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당황하지 마라. 이건 종문 동맹이나 외부 세력과는 아무 상관없다.” 윤구주가 차분하게 말했다. “뭐라고요? 저하, 그럼 저 자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죠?” 정태웅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자는 내가 불러온 무기다. 다만 아쉽게도 이번 한 번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바로 그때 구름 속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며 한 인물이 번개를 가르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인물은 불꽃과 번개를 뒤로하며 서울을 향해 날아갔다. “훔!” 정태웅과 다른 두 사람은 그 장면을 보고 눈이 저절로 커지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게 사람이야?’ ‘뭐야! 사람이 맞잖아.’ “세상에! 저하, 구구제일이 이렇게 괴물 같습니까? 우리는 지금 만 미터 고공에 있잖습니까.” 정태웅은 혀를 찼다. 이 장면은 인
멀리서 전투기 편대의 굉음이 점점 다가왔다. 그 소리를 들은 현문 시조, 구구제일 해청현마저도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이곳의 병사들을 손쉽게 도륙낼 수 있을지언정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와 강철같은 전력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날 전략 미사일이 현문을 폭격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만약 그때 그가 빠르게 달아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다행히 서울이 바로 코앞이군. 너희가 감히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무기를 쓸 깡이라도 있겠느냐?” 해청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현기를 발동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 왕궁. 임정설은 해청현의 행방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받았다. “현재 방위군이 총력을 다해 저지하고 있지만 최신 정보에 따르면 그 자는 기갑 합성 부대를 전멸시킨 후 행방을 감췄습니다.”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죠. 암부와 은용위가 이미 출동했습니다...” 아래에서 보고하던 육도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바보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지 않겠지. 해청현은 구구제일. 나타날 때는 그림자처럼, 사라질 때는 흔적도 없이. 강철 대군과 정면으로 싸울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암부와 은용위로는 역부족이다. 그 자를 찾는다 해도 목숨을 내놓는 것밖에 안 되겠지.” “강철 대군을 동원하는 건 더 말도 안 돼. 저 늙은 여우는 이미 우리 약점을 다 파악하고 있어. 우리가 서울에서 함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임정설은 천천히 일어나 용포를 떨쳐내고 그 아래의 황금 용갑을 드러냈다. “휘익!” 금검이 날카롭게 뽑히자 검의 기운이 퍼지며 왕궁이 강렬한 검의 압박감에 휘청였다. “헌원검.” “그 검은 국주께서 구주왕에게 하사하지 않으셨습니까?” 육도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내가 언제 구주에게 이 검을 줬다고 했나? 그저 잠시 맡겨둔 것뿐
서울에서 삼백 리 떨어진 황량한 산자락. 이름조차 없는 이 산자락에는 은용위와 암부원 백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엄숙했고 어떤 이는 비통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이를 악문 채 피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 앞에 선 이는 다름 아닌 견배영. 윤구주는 떠나기 전 서울에 남는 암부를 모두 견배영에게 맡겼다. 윤구주가 견배영에게 남긴 명령은 단 하나. 국주를 지키는 것. 견배영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국주가 서울에 남은 이유는 서울을 지키고 윤구주의 남은 혈육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도망친 현문 시조. 지난 사흘간 암부와 은용위는 힘을 합쳐 현문 시조의 행방을 쫓아 밤낮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흔적을 쫓아 도달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견지휘사님, 저희 왕께서 이전에 현문 시조 추격을 중지하라고 명령하셨으나 형제들이 그 명을 어겼습니다...”옆에 있던 한 암부 대장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곳에 모인 은용위와 암부원들이 이렇게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구주왕의 명령을 어긴 형제들이 이곳까지 추적해 현문 시조의 행방을 알아냈지만 그들이 겨우 소식을 전한 순간 불행히도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백여 명의 은용위와 암부원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두 전사했다. 각각의 암부와 은용위 대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서에 입대할 때부터 언제든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다졌다. 나라를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죽음은 반드시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두 부서의 대원들이 분노에 치를 떨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형제들이 죽기 전에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백여 명의 형제들이 시체로 나뒹굴며 그들의 몸은 이곳에 처참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자는 다름 아닌 현문 시조였다. 당초 십만 대군이 출동했으나 각종 중무장 대살기조차 현문 시조를 어찌할 수 없었다. 하물
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임정설을 향해 예를 갖추었고 이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구주야.”윤구주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임정설은 눈가가 촉촉해졌다.두 사람은 단순히 군신의 관계가 아니었다. 임정설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윤구주를 아들처럼 여겼다.이때 임정설의 뒤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임정설은 손을 움직여 신식을 차단할 수 있는 법기를 치웠다. 그곳에 숨어 있던 소채은의 모습이 드러났다.이때 소채은의 뺨은 눈물로 잔뜩 젖어 있었다.그녀는 윤구주가 출정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진의 평화를 위한 싸움인데 이런 때일수록 그녀의 존재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됐기에 반드시 충동을 참아야 했다.“국주님, 구주를 알지 못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 너무 소용없어요. 구주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구주의 발목만 잡으니까요. 그리고 저 때문에 국주님도 서울에 있어야 하잖아요.”소채은은 목 놓아 울었다.윤구주의 곁에 있는 다른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그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채은아, 내 제자야. 나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단다. 지금의 너는 아마 알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때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다. 사랑 때문에 가끔 거사가 지체될 때가 있기는 해.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해본다면, 만약 네가 없었다면, 구주가 너처럼 착하고 선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구주는 어떻게 됐을까? 구주는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야. 적을 상대할 때는 심지어 잔인할 정도지. 가장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전우들은 구주 때문에 박해를 받다가 비참하게 죽어갔어. 네가 없었더라면 구주는 정말로 매정하고 무자비한 사람이 됐을 거야. 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구주를 죽였을지도 몰라. 왕실과 구주왕이 싸우는 것, 그것이 문씨 일가가 가장 처음 계획했던 일이야. 문아름은 교활하지만 너 같은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을 거야. 너의 존재가 문아름의 계획들을 망친 거야.”임정설이 많은 말을
하지만 심각한 사안이었기에 윤구주는 반드시 상황을 완벽히 장악해야 했다. 이 일에 그의 휘하에 있는 수많은 병사들의 생사가 달려 있었고, 화진 백성들의 존망이 달려 있었기에 절대 경솔하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몇백만 명의 백성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국주님, 이제야 국주님이 왜 그동안 매일 수심 가득한 얼굴을 했는지 알 것 같네요. 이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윤구주가 진국왕이 되는 걸 거절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구주왕은 정무에 관여하지 않고 싸움만 했다.예전에는 국주가 배후에서 많은 걸 계산하고 획책해 주면 그는 싸움만 했다.그러나 진국왕으로서 병권을 손에 쥐게 된 그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고 그 생각만 하면 윤구주는 머리가 아팠다.다른 한편, 서울 왕궁.임정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줄곧 윤구주 쪽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비록 궁 안에 있었지만 화진, 그리고 해외의 일부 상황까지 그는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그러나 갑자기 소식이 멈춰서 천옥을 공격한 건지, 안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서울의 삼십만 병사들도 각 주둔지에서 초조하게 명령을 기다렸다.“구주야, 네 판단이 맞아. 이럴 때일수록 조급해해서는 안 돼. 충분히 고려한 뒤 결정을 내려야 해. 이 결정을 내리는 건 아주 어려울 거야. 나라고 해도 그 정도의 박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임씨 일가는 널 전폭적으로 지지할 거야.”비는 계속 내렸고 임정설은 그렇게 왕좌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을 때쯤 육도진이 새로운 소식을 안고 대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국주님! 구주왕께서 천옥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저희는 곤륜을 적으로 돌렸습니다!”육도진은 매우 당황했다. 예로부터 각 종문, 심지어 왕실까지 곤륜을 언급할 때는 조심스러웠다.곤륜은 전 세계와 대항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왕실이라고 해도 감히 그들을 적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그 말을 듣자 미리
“저하!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길 서요산은 칠수방과 연합하여 자운각을 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운각의 시조가 서요산 검종 종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서부 대군이 현문을 함락했습니다. 하지만 현문 시조가 너무 막강했습니다. 현문 시조는 홀로 서부 대군의 포위를 뚫고 도망쳤고 은용위와 암부 쪽에서 사람을 보내 현문 시조를 추격하고 있다고 합니다.”밖에 있던 암부 구성원이 보고했다.“알겠어. 각 종문의 시조들은 대부분 최소 반폭 지존 경지니까 이해해. 은용위와 암부에 추격하러 간 부하들을 철수시키라고 해. 그들로는 그 늙은 괴물들을 잡을 수가 없어.”윤구주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저하, 그리고 은용위 지휘사 견배영이 천옥을 공격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쪽은 곤륜과 인연이 있기 때문에 저하께서 명령을 내리셔야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암부 구성원이 또 물었다.“조급해할 것 없어.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미리 통지할 거야.”윤구주가 대답했다.윤씨 일가의 저택. 윤구주는 선조들의 위패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조금 전 그것이 우연이었을지 아니면 암시였을지 알 수 없었다.“윤상, 우리 윤씨 일가의 시조로 천 년 전 화진 무도의 최강자였지. 심지어 몇 년 연속 무도 도주였어. 윤씨 일가의 기록에 따르면 조상님께서 화진의 무도를 주름잡았을 때 종문 동맹은 무척이나 얌전했다고 했어. 하지만 조상님께서는 도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종문 동맹을 감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을 귀순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하셨지.”“조상님, 어떤 이들은 영원히 개과천선할 수 없어요. 죽이는 게 답이에요.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뒤에 다시 손을 쓴다면 너무 늦어요.”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당시 손을 썼더라면 지금 같은 일들이 없었을 것이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윤상이 무도 도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로 성전을 찾으러 서역으로 향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윤상의 실종으로 윤씨 일가는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