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윤구주는 살모사의 아랫배를 주먹으로 쳤다. 운이 좋지 않았던 살모사는 다시 한번 피를 토했고, 그녀의 몸은 데구루루 굴러서 골목길의 벽 쪽으로 굴러갔다. 그녀의 등 뒤에 있는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살모사는 바닥에 축 늘어진 채로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너희 따위가 감히 화진으로 와서 날 죽이려고 해?”윤구주는 바닥에 쓰러진 살모사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다크 사이트 랭킹 3위인 살모사는 자신이 오늘 이렇게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절대 화진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었다.“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날 살려준다면... 내 모든 걸 줄게... 내 몸까지도 줄 수 있어.”살모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옷깃을 풀어 헤쳤다.윤구주는 눈살을 찌푸렸다.외국인이라 그런지 아주 개방적인 듯했다.이기지 못하니까 다짜고짜 옷을 벗다니.살모사는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풍만한 그것이 윤구주의 시야에 들어왔다.해외 여자들은 몸이 아주 섹시하고 풍만했다.윤구주가 그녀의 몸을 보고 있을 때 살모사의 눈동자가 갑자기 음산하게 번뜩였다. 곧 슉 소리와 함께 검은색의 독사가 그녀의 매끈한 등에서 튀어나와 윤구주를 물려고 달려들었다.“죽어!”그것은 그녀의 몸에 둘려져 있던 검은색 뱀이었다.팔뚝만큼 굵은 검은색 살모사가 덤벼들자 윤구주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보잘것없는 수작으로 날 기습하려고 해?”독사가 윤구주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펑 소리와 함께 독사는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현기로 인해 반으로 갈라졌다.기습이 또 한 번 실패하자 아리나는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그녀는 몸을 비틀며 어둠 속을 향해 달려갔다.그녀는 도망칠 생각이었다.도망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그녀를 쫓아가는 대신 화련금안을 이용해 살모사의 등에 흔적을 남겼다.곧 외마디 비명이 들렸고 앞쪽 골목길에서 화산보다 더 무시무시한 고온이 전해졌다. 그리고 금빛 불꽃이 타올랐
“이번 공격은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날 만났네.”이미 3m 밖으로 움직인 윤구주는 어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둠속 그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낮게 으르렁거렸고 곧 수많은 암살 무기가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총알보다도 더 빠른 그 암살 무기는 십자가 형태를 띠고 있었다.그것은 부성국의 닌자 무기 십자검이었다.십자검이 전부 자신을 공격할 때 윤구주는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고 십자검들은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윤구주가 십자검들을 날려버리자 어둠 속에서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돌풍참!”검은 안개 속에서 검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반월 형태의 카타나였는데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며 윤구주를 베려 했다.윤구주는 꿈쩍하지 않은 채로 검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움직였다.쿵!그의 주먹에 모든 것이 부서질 듯했다. 윤구주의 주먹이 카타나에 닿는 순간, 검은 안개 속에서 누군가 몸을 움찔 떠는 것이 보였고 동시에 뒤로 물러나는 발소리가 들렸다.“그만 숨고 이젠 나오지 그래?”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어둠 속의 검은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곧 오니 가면을 쓴 사람이 윤구주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전 세계 다크 사이트 랭킹 1위인 오니 가면의 사무라이, 무사시였다.오니 가면을 쓴 그는 피에 굶주린 듯 눈을 번뜩였다.그의 등에는 검 두 개가 있었고 세 번째 검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윤구주를 바라보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역시 현상금 10억이 걸린 사람답네. 당신은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야.”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날 칭찬하는 건가? 미안하지만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고 해도 난 당신을 죽일 거야. 감히 화진에 발을 들였으니 말이야.”무사시는 그 말을 듣더니 갑자기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날 죽이려고? 그러려면 그 정도 실력이 있어야 할 텐데.”무사시가 말을 마치자마자 윤구주는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내 실력이 알고 싶
무사시가 자욱한 검은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무은참격을 할 줄 알아? 이건 좀 뜻밖이네. 하지만 이런 시시한 수작으로 내 눈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열려라, 금안!”윤구주의 동공에서 금빛이 반짝이는 순간, 주변 모든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검은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춘 무사시도 마찬가지였다.금안 속 무사시는 세 카타나를 내던졌고 엄청난 한기를 띤 검기가 허공에서 날아왔다.무사시는 확실히 엄청난 고수였다.화진의 8품 대가 정도의 강자도 그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하지만 무사시가 마주한 사람은 윤구주다.한때 신급 강자도 단숨에 해치웠던 윤구주 말이다.세 검이 날아들자 윤구주는 냉소를 흘리며 몸을 움직였다.무사시는 공격에 실패하자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면서 공격했다.“수라참격!”쿵!그 공격을 위해 무사시는 세 카타나를 하나로 합쳤다.순간 세 개의 카타나가 합쳐져서 엄청난 검이 만들어졌다. 그 검은 아주 길었고 검 위에는 검은색의 지옥 불꽃이 그려져 있었다.그 검은 불꽃은 마치 지옥의 불꽃처럼 타오를 때도 엄청난 한기를 띠고 있었다.지옥의 불꽃을 띤 검이 날아들자 공간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수라참격을 마주하게 된 윤구주는 피하지 않고 검이 있는 방향 쪽으로 오른손을 쥐는 시늉을 했고, 순간 거대한 손이 검 앞에 나타났다.쿠구궁!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지옥의 불꽃을 띤 검은색 검은 윤구주의 거대한 손에 부서졌다. 무사시는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어떻게 내 수라참격을 부순 거지?”무사시가 믿지 못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부성국 기타가와 신사의 수라참격이었어?”“내 검법을 알아?”무사시는 입가의 피를 닦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예전에 부성국 3대 신사의 파수꾼을 죽였었거든. 그중 한 명이 기타가와 다케시였지. 알아?”순간 무사시의 얼굴이 일그러
그의 사손인 무사시는 당연히 이길 수 없었다.무사시가 기타가와 참격을 시전하기도 전에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곧 금빛 용이 윤구주의 주먹에서 나타났다.그것은 구양진용결이었다.금빛 용이 나타나자 무사시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는 멍하니 윤구주의 주먹에서 금빛 용이 나타나는 걸 지켜보았고 곧 윤구주의 주먹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쾅!형언하기 어려운 용이 무사시의 검을 전부 가린 뒤 그의 몸까지 전부 집어삼켰다.어둠 속에서 반토막 난 몸이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그 몸은 무사시의 것이었다. 그리고 오니 가면도 떨어졌다.전부 죽었다.다크 사이트 랭킹 1위인 무사시까지 죽었다.오늘 밤 윤구주의 손에 죽은 킬러들은 총 124명이었다.무사시까지 죽인 뒤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거의 다 된 것 같으니 이젠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겠어.”말을 마친 뒤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백화궁.윤구주가 킬러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 정태웅은 윤구주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두 시간 뒤 윤구주가 돌아왔다.윤구주가 나타나자 정태웅은 곧바로 그에게로 달려갔다.“저하, 벌써 돌아오신 거예요? 킬러들은요?”윤구주는 태연하게 말했다.“전부 죽였어.”‘뭐?’“저하, 두 시간도 안 됐는데... 그 킬러들을 전부 죽였다고요?”정태웅이 다시 한번 물었다.“응.”윤구주가 그렇게 말하자 정태웅은 말문이 막혔다.“역시 저하 대단하십니다! 무적이세요!”그날 밤, 윤구주는 킬러 124명을 죽였다....부성국.기타가와 신사.부성국의 기타가와 신사는 부성국에서 엄청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기타가와 신사에 문도가 아주 많을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건 기타가와 신사가 부성국의 국방부를 위해 엄청난 공로를 세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이때 기타가와 신사의 널따란 대전 안에는 수백 명의 검은색 옷을 입은 사무라이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대전은 예스럽고 음산했다.정중앙에는 거대한 귀신 조각상이 있었다.그 조각상은 아주 놀라웠다.한
“나 야나가와 류이치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제자가 화진에서 목숨을 잃을 줄이야. 화진의 4대 가문에서 나섰나 보네.”그렇게 말한 뒤 노인은 갑자기 폭포와도 같은 엄청난 검도 기운을 내뿜었다.“여봐라, 내 제자의 위패를 정리하거라.”검은색 옷을 입은 노인이 덤덤히 말하자 두 제자가 서둘러 앞으로 나와서 무사시의 위패를 정리했다.“화진이라니, 다케시 스승님께서는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으셨지. 스승님께서는 두 번 다시 화진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뜻을 어기게 생겼구나.”노인은 말을 마친 뒤 서늘한 시선으로 먼 동쪽을 바라보았다.다음 날, 부성국의 가장 큰 신문사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부성국의 검도 대가, 기타가와 참격의 야나가와 류이치가 신사에서 출관했다는 소식이었다....다크 사이트 랭킹 1위인 무사시가 화진에서 죽임을 당했다.그의 시체는 반토막 났다.그리고 다크 사이트 랭킹 3위인 살모사도 죽었다.그녀의 시체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다크 사이트 랭킹 7위인 파멸자 쿠카도 죽었다.그의 시체는 완전히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전 세계 다크 사이트가 발칵 뒤집혔다.세 사람의 죽음은 다크 사이트의 킬러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다크 사이트에는 세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과거 고용되었던 수많은 킬러의 이름에도 빨간색 X자가 표시되었다.대충 봐도 백 명은 넘을 듯했다.빨간색 X 하나가 한 사람의 죽음을 의미했다.하룻밤 사이에 백여 명의 이름에 X 표시가 떴다.그것은 전 세계 다크 사이트 킬러 업계에서 하루 사이에 백여 명 넘는 킬러들을 잃었다는 걸 의미했다.어느 해변의 호화 유람선 위.천음 엔터의 회장 탁천수는 시가를 들고 고급 양주를 마시면서 유람선의 VIP실에서 편안히 누워있었다.이때 한 부하가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회장님, 큰일입니다!”부하가 갑자기 들어오자 탁천수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야?”“회장님... 죽었습니다. 전부 죽었습니다!”부하가 떨리는 목소
하루가 지났다.백화궁.윤구주와 정태웅, 연규비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아무도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어젯밤 일로 서남 암부 사람들은 아주 바빴다.윤구주가 죽인 킬러들의 시체를 수습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죽은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무려 124명이었으니 말이다.아침 일찍 일어난 윤구주는 정태웅을 방으로 불렀다.정태웅은 안으로 들어온 뒤 흥분해서 말했다.“쩌하, 정말 대단하세요. 너무 놀라워요! 그거 아세요? 어젯밤 죽은 킬러 중에 다크 사이트 랭킹 3위인 살모사 아리나, 랭킹 7위인 파멸자 쿠카, 심지어 랭킹 1위인 부성국의 제1신사의 제자 무사시도 있었어요!”정태웅의 말에 윤구주는 덤덤히 웃을 뿐이었다.“정태웅, 사람 한 명 좀 찾아줘야겠어.”‘응?’“누구요?”정태웅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천음 엔터 회장 탁천수.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야겠어.”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넋을 놓았다.“저하께서는 탁천수를 죽이시려는 겁니까?”윤구주가 말했다.“당연하지. 그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면 은설아 씨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그는 반드시 죽어야 해.”정태웅은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하. 지금 당장 암부 사람들에게 탁천수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정태웅은 곧바로 물러났다.윤구주는 정태웅이 나가자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비록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떤 이들은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특히 탁천수가 그랬다.그는 절대 은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비록 지금은 윤구주 때문에 잠깐은 겁을 먹었겠지만 그래도 그는 천음 엔터의 회장이었다.그러니 윤구주는 반드시 그를 죽여야 했다.오후쯤 정태웅은 탁천수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저하! 탁천수가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탁천수는 크루즈에서 열리는 자선 파티에 참석했다
“사소한 일? 그게 뭔데? 난 설마 알 자격이 없는 거야?”윤구주는 난감해졌다.그는 당연히 소채은에게 어젯밤 백 명 넘는 킬러들을 죽였다는 걸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었다.그리고 오늘은 연예계에서 유명한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걸 얘기할 수도 없었다.윤구주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채은아, 날 믿어. 오늘 일 다 끝내고 나면 쭉 네 옆에 있어 줄게. 응?”소채은은 남자에게 비밀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좋아, 일 끝내면 나랑 같이 강성으로 돌아가자.”“응? 갑자기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어?”윤구주가 궁금한 듯 말했다.“집 떠난 지 꽤 됐잖아. 당연히 돌아가야지. 우리 엄마, 아빠도 다 강성에 있고 내 회사도 강성에 있으니 말이야.”소채은은 중얼거리며 말했다.윤구주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강성에는 소채은의 집이 있었으니 돌아가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다.윤구주가 말했다.“그래. 일 마치면 같이 강성으로 돌아가자.”“응!”그렇게 윤구주는 소채은을 달랜 뒤 출발했다.도시 외곽.제36여단 여단장 원건우의 도움 덕에 헬리콥터 하나가 오후 두 시에 공지에 착륙했다.정태웅과 윤구주가 다가오자 원건우는 서둘러 그들에게 달려갔다.“지휘사님, 윤구주 씨!”어젯밤 일로 원건우는 윤구주를 자신의 우상으로 삼았다.윤구주는 하룻밤 사이에 백 명 넘는 킬러들을 학살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크 사이트 랭킹 1위인 무사시까지 죽인 대단한 인물이니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더욱 중요한 건 킬러 중 대다수가 화진의 천망수배록에 등록된 중요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윤구주 덕분에 암부의 임무가 반으로 줄어든 셈이다.그러니 서남 여단장으로 그에게 고맙고 또 동시에 놀라웠다.“헬리콥터 준비됐어?”정태웅이 물었고 원건우가 대답했다.“지휘사님, 준비는 끝났습니다.”정태웅은 헬리콥터를 힐끗 본 뒤 말했다.“좋네.”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저하, 저도 같이 갈까요?”윤구주는 고개를
거의 2만 톤에 달하는 이 거대한 크루즈의 소유자는 연예계의 황제라 불리는 탁천수였다.요 며칠 부둣가는 아주 떠들썩했다.동경의 자선 파티가 세기호에서 주최되었기 때문이다.이번에 자선 파티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화진의 유명한 연예인들과 감독들, 심지어 연예계의 황제라 불리는 탁천수도 있었다.날이 어두워지자마자 부둣가는 환해졌다.게다가 비싼 차들이 하나둘 부둣가 근처에 차를 세웠다.오늘은 자선 파티가 열리는 마지막 날이자 가장 성대한 날이었다.그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크루즈 안으로 하나둘 들어가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어두운 하늘에 헬리콥터 한 대가 소란스럽게 바닷가에 있는 크루즈로 날아가고 있었다.“윤구주 씨, 곧 도착합니다.”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서남 제36여단 여단장 원건우였다.그를 제외하면 헬리콥터 파일럿 한 명이 더 있었다.검은 옷을 입은 윤구주는 헬리콥터 안에 우뚝 서서 몇 킬로미터 밖에 있는 세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바로 저 크루즈인 거지?”원건우가 대답했다.“네, 그렇습니다.”“좋아, 헬리콥터는 여기서 멈추는 게 좋겠어.”윤구주가 말했다.‘응?’윤구주의 갑작스러운 말에 원건우와 파일럿 모두 당황했다.“윤구주 씨, 여긴 바다입니다. 착륙은 불가합니다.”원건우가 말했다.“내가 언제 착륙하라고 그랬어? 헬리콥터는 여기서 멈춰도 된다고 했지.”윤구주가 말했다.그 말에 원건우는 경악했다.그러나 그는 윤구주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그들에게 멈추라고 명령을 내렸으니 그들은 그의 명령을 따르면 되었다.원건우는 눈앞의 파일럿을 향해 손을 들여 보였고, 곧 헬리콥터는 허공 중에 멈췄다.헬리콥터가 바다 위에 멈춘 뒤, 파일럿과 제36여단 여단장 모두 의문 가득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두 사람 다 왜 헬리콥터를 여기에 멈춰 세운 건지 알지 못했다.두 사람이 답답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갑자기 몸을 날려 거친 바다를 향해 뛰었다.“윤구주 씨...”윤구주가 수천 미터 높이의 고공에서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