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부 지휘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국제킬러들을 막지 않고 그냥 들여보내는 걸까?원건우와 육명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정태웅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어 밖으로 나갔다. 서남 여단장과 육명진이 나가고 나서야 정태웅은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저하, 그 겁대가리 없는 놈들이 정말 온 것 같습니다.”윤구주는 백화궁으로 향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전부 다 올 때까지 기다려서 죽일 거야.”윤구주는 열 팀의 국제킬러들이 제 목숨을 노리는지도 모르고 태평하게 내일은 소채은과 쇼핑도 하며 맛있는 것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대스타의 은설아의 방.탁시현의 일을 계기로 은설아는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그 대가가 지금 바로 치르는 건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치러야 할 것이었다.그래서 은설아는 연예계를 떠나고 싶었다.어차피 천음 엔터의 일로 공연과 활동도 전부 정지되어 이미 연예계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었으니 지금 은퇴한다 해도 아무도 저를 잡지 않을 것이다.“됐어!”“나 안 해! 은퇴할 거야! 이런 생활 이젠 지긋지긋해.”은퇴를 결심하자 은설아는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2년 동안 연예인을 한다고 그래도 돈을 꽤 모아놓은 데다 예쁜 미모까지 있으니 연예인을 안 해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마음의 짐을 덜어낸 은설아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고는 그 위에 장미꽃 잎을 떨어트리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그렇게 온몸으로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으니 또 그놈의 윤구주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밤에 잠을 잘 때도 그러더니 젠장.“설마 내가 은인님을 좋아하나?”윤구주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져 은설아가 빨개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야!”“은인님은 이미 그렇게 예쁜 여자친구도 있는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내 맘엔 영웅님 말곤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도 없어.”...어느 화려하기 그지없는 별
처음에는 은설아를 천음 엔터에서 잘 키워서 대스타를 며느리로 맞으려고 했으나 지금은 제 아들이 그런 연예인 나부랭이 때문에 죽었으니 은설아도 살려둘 수 없었다.“내가 그년 사는 게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어 줄 거야!”음침한 말을 뱉은 탁천수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로비 뒤쪽을 향해 걸어갔다.로비 뒤쪽에는 비밀공간인 암실이 있었는데 그 앞에는 마침 향문에서 온 주술사 명재경이 있었다.그는 다가오는 탁천수를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인사를 올렸다.“회장님!”“사부님께서는 회장님 말씀대로 그 연예인에게 피의 저주를 걸고 계십니다.”“들어가서 확인해보지.”명재경은 탁천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의 돌로 된 문을 열어젖혔다.문이 열 리가 스산한 암실이 탁천수의 시야에 펼쳐졌다.암실은 아주 컸는데 내부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침했다.명재경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내부에는 큰 제단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외눈 나사의 조각상이 놓여있었다.그리고 백발의 얼굴에는 노란빛을 띠는 노인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그 모습으로 보아 그가 바로 마재경이 말한 사부님이라는 향문 태현문에서도 내공이 태허경지에 오른 주술사 같아 보였다.그의 이름은 진구양이었고 나이는 불혹을 넘어섰는데도 온몸에서 뿜어내는 음습한 기운에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탁천수마저 진구양을 보고 몸을 떨어댔다.진구양은 입으로는 주문을 외우며 손에는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들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은설아의 사진이 붙여져 있었다.그리고 사진의 뒤에는 검은 개의 피로 쓰여진 은설아를 사주팔자가 적혀져 있었다.이게 바로 지금껏 지현과 주문으로 이름을 날려온 향문 술법이었다.그중에서도 진구양은 태허경지에 오른 주술사였으니 그 명성이 더 대단했다.탁천수가 그런 진구양을 제 아들의 원수를 갚아달라고 이리 부른 것이었다.“음귀오로, 주술개천!”“사세피고, 태현귀일!”“피의 저주!”진구양은 입으로는 주문을 외우며 손가락을 들어 빠르게 허수아비를 향해 3번의 주술법인을 퍼부었다
그리고 향문에서 왔다는 주술사가 주문을 외울 때 백화궁에도 바람이 일었다.음풍이었다.그 음풍에 창문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집에서 소채은과 시간을 보내던 윤구주도 그 음풍을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왜 갑자기 바람이 부는 거야?”소채은도 어디서 온 음풍인지 몰라 일단 창문부터 닫았다.“채은아, 이리와!”“응? 왜 그래 구주야?”그때 윤구주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자 소채은이 멈칫하며 놀란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봤다.윤구주가 아무 말 없이 오른손을 들어 허공에 대고 휘젓자 윤구주에게서 뿜어져 나온 현기에 맞은 음풍은 귀신이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난생처음으로 들어보는 괴이한 소리에 소채은 얼른 귀를 틀어막으며 소리를 질렀다.“이 소리 뭐야? 나 너무 무서워 구주야...”윤구주는 소채은을 품에 안으며 다독였다.“괜찮아, 진정해 채은아.”“죽으려고 환장했나, 누가 감히 격공주술을 걸어!”격공주술이 뭔지 몰랐던 소채은이 윤구주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뭐야?”“나중에 알려줄게. 일단은 장에 얌전히 있어. 알겠지?”“응.”소채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까지 본 윤구주가 술법으로 순식간에 방 밖으로 나왔다.정원에 도착하자 윤구주의 시린 두 눈에서 금색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금색 눈동자로 주변의 훑어보던 윤구주의 눈에 은설아의 방으로 향하고 있는 사악한 기운이 보였다. “은설아 씨한테 보낸 거였네.”윤구주는 다시 몸을 흔들더니 순식간에 은설아의 방앞으로 와 소리쳤다.“은설아 씨!”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은설아에 윤구주는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다.윤구주가 들어오자마자 사악한 기운이 은설아의 방을 겹겹이 에워쌌다.윤구주는 코웃음을 치고는 손바닥으로 그 기운들을 밀어내자 또 아까와 같은 귀신 울음소리를 내며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사라져버렸다.그리고 윤구주가 다급히 은설아를 찾아 뛰어갔을 때는 목욕을 하고 있던 은설아의 얼굴이 원래의 미모를 잃고 귀신보다 더 무서울 정도로 피범벅이 되어 있었
남은 4기는 윤구주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그리고 지금 시행 중인 술자지는 윤구주가 천하의 술법들을 교묘하게 섞어서 만들어 낸 신통이었다.신통에는 술법의 근원부터 화진 전체 술법의 핵심들이 다 들어있었다.윤구주는 “술” 자지를 시행한 뒤 두 손을 교차시켜 은설아의 머리 위로 눌렀다.펑!말로 이루 다 형용할 수 없는 하늘도 놀랄만한 술법의 기운이 은설아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그리고 윤구주가 팔기지의 “술” 자지를 쓸 때 천 리 밖 밀실에서 탁천수와 얘기 중이던 진구양은 심장이 '쿵' 하는 느낌에 얼른 은설아의 사진을 붙여놓은 허수아비를 바라보았는데 그때는 이미 허수아비가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뭐야!”“내 피의 저주를 푼 놈이 있어!”깜짝 놀란 진구양이 두 손을 움직이며 다시 주술을 걸려고 할 때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운이 심장을 짓누르며 '펑' 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태현문 주술사의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며 진구양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사부님!”“진 술사!”옆에 서 있던 수하와 탁천수가 단번에 쓰러져 피를 흘려대는 명망 높은 향문 주술사를 보며 다들 어안이 벙벙해 했다.현기에 제대로 맞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진구양이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 질렀다.“고수야! 젠장! 이번에는 진짜 고수라고!”“진 술사, 왜 그러십니까?”다급히 물어오는 탁천수에 진구양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아무래도 그년 옆에 저와 같은 고수가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술법이 너무 강해서... 제 피의 저주를 풀고 또 격공으로 저를 죽일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은 저도 처음입니다. 아까 제가 저주를 빨리 풀지 않았더라면...”진구양이 더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탁천수 같은 사람이 그 뒤에 이어질 말을 모를 리가 없었다.“그럼 그 년을 못 죽인단 말씀이시죠 지금?”탁천수의 질문에 진구양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제가 회장님 돈을 받은 이상 무슨 수를 써서든 성공시키겠습니다. 그전에 그 고수와 맞설
“네.”윤구주는 아까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다.그리고 자신이 정말 죽을 뻔했다는 말에 깜짝 놀란 은설아는 눈물까지 흘렸다.“걱정 마요. 그 주술은 이미 내가 막아냈어요. 그리고 그 사람도 다치게 만들었으니까 당분간은 아무 짓도 못 할 거예요.”윤구주의 위로를 듣고 있던 은설아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고마워요, 은인님!”그러자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은설아의 백옥같은 몸이 윤구주의 시야에 들어왔다.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몸에 긴 다리까지 더해지는 윤구주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심장이 멎어버리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제야 제가 목욕을 하느라 옷을 다 벗은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린 은설아는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 버렸다.은설아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윤구주에게 제 알몸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밀려와 다시 욕조 속으로 몸을 숨겼다.“그... 은인님, 제...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고양이처럼 바들바들 떠는 은설아를 보던 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 마요, 나 아무것도 못 봤어요. 그리고 이젠 안전하니까 얼른 씻고 나와요.”말을 마친 윤구주가 밖으로 나오자 연규비와 정태웅이 인기척을 듣고 달려왔다.“저하!”“제가 아까 자다가 사악한 기운을 느껴서 바로 은스타님 방으로 달려왔어요!”“저하, 그 연예인분은 괜찮으십니까?”정태웅과 연규비 모두 대가 경지에 오른 상급 대무사였기에 당연히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래서 둘은 기운을 느끼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아까 어느 미친놈이 격공주술을 걸어서 은스타님을 죽이려고 했어. 지금은 다 해결했어.”“격공주술이라고요? 누가 그런 짓을 합니까?”수련자라면 태허경지에 올라도 함부로 격공으로 사람을 죽이는 짓은 못 하는데 아직도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정태웅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게다가 그 주술 대상자가 은설아였으니 정태웅과 연규비가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천 리 밖에서 거는 격공주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텐
“은스타님을 죽이려 한 건 분명 천음 엔터 그 망할 놈의 사장일 거예요.”정태웅이 화가 나서 소리치는 말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했다.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왔으니 우리도 좀 움직여봐야겠지.”말을 마친 윤구주는 정태웅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뚱땡이, 네가 해줄 일이 있다!”정태웅은 윤구주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말했다.“말씀만 하십시오, 저하!”“암부에 가서 전해. 오늘 서남경찰서 전체 휴가라고. 아무도 당직 서지 못하게 해!”윤구주의 명령에 의아했던 정태웅이 되물었다.“휴가요?”“그래.”“왜 갑자기 휴가를 주시는 겁니까 저하?”“오늘 밤은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으니까.”정태웅은 그제야 이해한 듯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저하 말씀 그대로 전하겠습니다!”“그리고 하나 더.”“말씀하십시오.”“암부에 내일 아침 성에 널린 시신들 거둬 가라고 해.”시신 수거라는 말에 정태웅과 연규비는 심장이 철렁했지만 정작 윤구주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하늘 높이 뛰더니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렸다.그들은 오늘 밤에 화진에 피바람이 불 걸 예상했다.누군가가 감히 화진 제일 신왕을 건드렸으니....달이 뜬 밤이 되자 백화궁 근처의 30층이 넘은 고층 건물 위에 누군가 신처럼 올라 서 있었다.그 훤칠한 얼굴에 달빛이 비추자 길게 뻗은 기럭지가 그림자가 되에 건물 위에 드리워졌다.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천만이 넘는 사람들의 화려한 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은데.”“이제 시작해야지.”말을 마친 윤구주의 눈에서 갑자기 물결이 치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바로 신념술이었다.수련자의 신식과 비슷한 신념은 내공의 힘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내공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념술이 더욱 강했다.주위의 풀들도 윤구주의 신념을 느낀 건지 가볍게 떨어댔다.그리고 신념술을 행하고 있는 윤구주는 주위의 풀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사람 신혼의 움직임까지 다 느낄 수 있었다.윤구주의 전성기에는 반경 10킬로
정태웅이 윤구주의 명령대로 암부에 지시하는 것도, 연규비가 잠옷으로 갈아입으며 잘 준비를 하는 것까지, 윤구주에게 가장 가까운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빠짐없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펼쳐졌다.그는 골목 어귀에서 술에 취한 남자 둘이 욕을 하며 노상 방뇨를 하는 것도 보았고 나이 지긋한 노인이 라디오를 들으며 짧은 반바지를 입고 달리는 여자를 보고 눈을 반짝이는 것도 보았으며 강가의 커플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사랑을 나누는 것도 보았다.수많은 광경들이 윤구주 눈앞에 선명히 나타났지만 그것들은 윤구주가 알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윤구주가 찾고 있는 건 저를 죽이려고 서남까지 침입한 국제킬러들이었다.그래서 윤구주는 또 한 번 현기를 모으며 신념술을 다시 시행했다.신념술이 빠르게 퍼져나가자 윤구주의 새까맣던 머릿속에 수많은 불빛들이 나타났다.밤하늘의 별들마냥 빼곡히 머릿속을 채운 불길들은 바로 사람의 정신의 불이었다.정신의 불은 저마다 주인의 생기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젊은 사람은 그 기운이 강했고 나이든 노인이거나 어린아이는 미약했다.수많은 기운들이 윤구주 머릿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오랜 훈련과 수련을 거친 무사의 불빛은 활활 타오르는 성화마냥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때마침 윤구주의 머릿속에도 그런 불빛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서남에 헬스를 하는 사람들이 많나 보네.”제 머릿속의 불빛들을 훑어보던 윤구주는 비록 강한 불빛들을 보았지만 그건 무사의 불빛이 아니라 그냥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불빛임을 알고 있었다.무사의 불빛은 그런 사람들과는 또 달랐다.그렇게 또 한 번 거르고 나니 마침내 무사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3킬로미터 밖의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들이었는데 그들이 바로 국제킬러였다.“드디어 찾았다.”입꼬리를 올려 웃은 윤구주가 눈을 한 번 깜빡이자 금빛 연꽃이 두 눈에 피어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미간을 누르자 그 연꽃들이 하늘로 흩뿌려지며 국제킬러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이렇게 자국을 남겨놓으면 찾기가 더 쉬워질 것이
세 명의 대화에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날 죽이겠다고?”“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럴 수는 없을 텐데.”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 국제킬러들이 벙찐 채 서 있었다.“누구야!”그들은 서둘러 총과 칼을 꺼내 들며 경계했지만 모든 건 이미 늦은 뒤였다.달빛 아래에서 검은 인영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더니 세 킬러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 인영은 오른손을 들어 휘둘렀다.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칼이 되어 순식간의 삼 인의 목과 몸을 갈라놓는 탓에 세 명은 모두 두 동강이 난 채 숨이 끊어져 버렸다.하지만 오늘 밤 죽여야 하는 게 셋뿐이 아니었기에 윤구주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불빛이 아른거리는 밤길을 스파이더맨처럼 헤쳐가며 고층 건물을 발판 삼아 십 미터씩 뛰어올랐다.아직 윤구주의 기력이 전성기 때처럼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국제킬러 몇십 명쯤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60층 높이의 호텔에 다다랐을 때는 곰 같은 백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옆에는 마찬가지로 옷을 다 벗어낸 묘령의 여인 둘이 누워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숨이 끊어져 시체마저 차갑게 식어있었다.자세히 보니 바닥에는 속옷들과 채찍 같은 도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두 명의 여자 몸에 울긋불긋하게 난 상처들로 보아 저 백인 남자에게 갖은 수모를 당한 게 분명했다.백인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위스키를 마시며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노트북에 떠 있는 게 바로 윤구주가 탁시현을 죽이는 영상이었다.그 백인 남자가 바로 다크 사이트 랭킹 7위의 파멸자 쿠카였던 것이다.그가 이번에 화진에 온 것도 물론 윤구주에게 걸린 현상금 10억 달러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영상도 쿠카가 6억이라는 큰돈을 들여 어렵게 구한 영상이었다.영상 속의 윤구주는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손쉽게 탁시현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그 시체까지 재로 만들어 버렸다.그 모습을 보건 쿠카는 비록 자신이 다크 사이트 랭킹
정태웅은 얼른 핸드폰에서 세나미의 사진을 찾아내 공수이에게 넘겨주었다.“어때? 몸매가 S급이고 이쁘지?”대머리 스님은 눈을 똑바로 하고 핸드폰을 바라보며 흥분돼서 말했다.“너무 아름다워요. 소승은 특별히 이국적인 것을 좋아합니다.”“하하하!”정태웅은 큰소리로 웃었다.“태웅 형, 이 이국적인 절세 미녀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공수이는 순간 또 연애하는 기분이 들었다.붉은 머리에 짙은 파란색 요정 눈동자를 매치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세나미는몸매도 비주얼도 일품이라 정말 아름다웠다.“수이 동생, 이 여자는 가질 수가 없어.”정태웅은 핸드폰을 치우고 말했다.“왜요?”공수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현재 설국 국주이기 때문이야.”이 말을 들은 공수이는 슬펐다.그래!나는 비록 세상에 무서운 거 하나 없지만 남의 국주를 빼앗아서 자기의 여자로 삼을수는 없었다.무엇보다도 공수이가 원하는 건 평등한 사랑이었다.예를 들면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똑같이 좋아해 주기를 바랐다.뺏기만 한다면 강도와 다를 게 없었다.대머리를 긁적이며 공수이는 말했다.“제가 이 아름다운 국주랑 결혼 할 수 없지만 설국의 다른 여인을 찾을 수 있어요.”“뭐? 설국에 가겠다고?”정태웅은 의아해하며 공수이를 바라보았다.“네, 지금 구주형이 설국에 있잖아요. 우리가 할 일도 없는데 이 기회에 설국에 가서 이쁜 여인도 찾아보고 우리 구주형도 만나면 얼마나 좋아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불현듯 설국으로 윤구주를 찾으러 간다는 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망설였다.“그런데 왕이 떠날 때 우리보고 여기 남아서 서울을 지키라고 했어.”“지킬 게 뭐가 있어요. 누가 감히 우리를 괴롭히겠어요,태웅 형.”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지금의 서울은 노룡사 전투를 거치면서 문벌들이 자취를 감춘 지 한참이나 되었고 제자백가의 가문들도 모두 몸을 사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게다가
“진짜야?”믿지 못한 정태웅은 말했다.“당연히 진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준 동생은 진짜 보기 힘든 검도 귀재예요. 곤륜지역을 놓고 말해도 그는 양보할 틈도 없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이 몇 년 동안 저는 구주형님 외에 그보다 검을 더 잘 쓰는 변태를 한 명 밖에 못 봤어요.”공수이는 회상 하듯 입으로 중얼거렸다.“그래? 꼬맹이보다 검을 더 잘 쓰는 사람이 있어?”정태웅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세상에서 보기 드문 남궁서준의 검법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정태웅은 공수이의 말을 듣고 꼬맹이보다 검을 더 잘 쓰는 자가 있다고 하니 의아하기만 했다.“그럼요. 그 변태는 정말 강해요!”마음속에서 그자가 떠오른 공수이는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그게 누구야?”정태웅은 얼른 물었다.“그 변태의 이름은 말하기도 귀찮아요. 저는 단지 그자가 서요산 검종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공수이가 대답했다.서요산 검종?이 몇 글자를 들은 정태웅은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전설이 너무도 많은 서요산은 줄곧 화진무도의 전설이었다.그런데 지금 이 시각 공수이는 남궁서준보다 더 강한 변태가 서요산 검종에서 왔다고 한다.깜짝 놀란 정태웅을 본 공수이는 또다시 중얼거렸다.“됐어요, 그 변태는 그만 말해요. 태웅 형, 저를 왜 찾아오셨어요?”생각을 거둔 정태웅이 말했다.“우리 왕의 소식이 전해졌어.”뭐요?“진짜요? 우리 구주형님이 돌아온다고 하나요?”공수이는 흥분해서 물었다.정태웅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아직은 아니야. 그러나 설국은 국주까지 우리 왕에게 살해당하면서 완전히 무너져 버렸어.”정태웅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쳇! 뭔 일인가 했더니, 고작 설국국주의 머리를 자른 거요? 재미없어요.”공수이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나 참! 한 나라의 국주야. 너는 놀랍지도 않아?”공수이의 표정을 본 정태웅은 의아해했다.“우리 구주형이 곤륜지역에 있을 때 외부 구역 역주의 친아들도 죽였는데 그까짓
공수이의 앞에 금빛 큰 종에 일곱 개의 검이 떨어졌다.대지가 진동하고 거대한 종이 요란하게 울렸다.진동에 흔들려 뒤에 있는 산봉우리에서 하나하나의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졌다.칠 검에 잘린 부적을 달고 빙글빙글 돌던 금색 큰종은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꼬맹이의 북두칠성 오의는 막아냈다.“나쁘지 않네! 꼬맹이야. 지난번보다 칠성오의가 또 돌파한 것 같으니 다시 해봐.”공수이는 가부좌를 틀고 금빛 종 안에 앉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꼬맹이 남궁서준을 향해 말했다.금지술 북두칠성 오의를 시전해도 금강종을 깰 수 없자 오직 15살밖에 안 된 꼬맹이는 눈을 부릅뜨고 꼬마 스님을 노려보며 말했다.“오늘 반드시 당신의 쓰레기 같은 종을 깨고 말 거야!”“하하! 얼른 덤벼봐!”“솔직히 말하면 본이 세상에 나의 금감종을 깰 수 있는 사람은 구주형밖에 없었어. 만약 네가 나의 금강종을 깰 수 있다면 앞으로 곤륜지역에서 그 교만한 자들과 허풍을 떨 수 있어!”공수이의 말을 들은 꼬맹이 남궁서준은 검의 기운를 모아 다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갑자기 이때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자식들아, 그만 싸워!”공처럼 뚱뚱한 정태웅이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정태웅이 온 것을 본 공수이는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말했다.“태웅 형, 이곳에는 어떤 일로 오셨나요?”두 사람에 의해 사방이 모두 부서지고 뒷산에 굴러떨어져 뒹구는 거대 바위를 바라보며 정태웅은 말했다.“이 자식들아, 내가 만약 오지 않았다면 너희들이 여기를 아주 파괴해 버릴 생각이었던 거야?”“태웅 형, 염려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동생이랑 겨루고 있었을 뿐이에요. 맞지, 동생?””남궁서준을 향하여 곁눈질하며 공수이는 대답했다.남궁서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헛소리 그만하고 계속 싸울래요? 싸우지 않을래요?”공수이는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됐어, 동생. 겨루고 싶다면 내일 계속하고 오늘은 그만해.”말을 마친 공수이가 두 손을 벌리자, 그의 앞에 드리워졌던 금강종이 흔적도 없이 사
“이 자식들이 또 무슨 소동을 일으킬지 모르니 제가 얼른 가봐야겠어요.”허물어진 작은 장원을 지나면 곧 교외 뒷산으로 이어졌다.이때 한줄기의 검기가 구름을 가르고 날아갔다!맑은 하늘에 하얀 빛줄기가 나타났다.찬란하고 아름다운 검기가 나타나자 허공에는 갑자기 일곱 갈래의 북두성망이 나타났다.그 성망들은 검기가 나타남에 따라 전부 반짝반짝 빛났다.“금지술, 북두칠성 오의!”음산한 소리가 뒷산에서 들려오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칠성이 반짝이더니 푸른 하늘이 갑자기 어둡게 변했다.이 어둠은 주변 수백 장내 공간을 모두 암흑으로 뒤덮었다.그 뒤로 그림자 하나가 날아 올랐다.그는 나이도 많지 않고 키도 크지 않았으나 온몸을 거스르는듯한 검의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그는 두 손에 금빛 찬란한 대검을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순간 사람과 검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그가 바로 남궁 가문 천년에 한 번 있을법한 무도 귀재, 꼬맹이, 소년후 남궁서준이었다!그 꼬맹이가 검과 하나로 되어 금지술 북두칠성 오의를 사용했다.아래쪽 바위 중앙에서는 대머리 꼬마 스님이 닭 다리를 뜯으며 꼬맹이를 힐끗 보며 말했다.“와! 훌륭한 검법이네. 곤륜지역밖에서 너 같은 무도 귀재를 만나다니 이 검 하나로 곤륜지역 몇몇 고대 종문과 실력자들과 겨룰 수 있겠는데!”이 말을 한 사람이 바로 꼬마 스님 공수이였다.그는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가 세자인데 누구도 그의 진정한 실력을 모른다.유일하게 알려진 것은 그는 곤륜지역에 미친스님이라는 스승이 있다는 것뿐이다.곤륜지역, 심지어 몇몇 지역에서도 감히 그를 건드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리고 공수이는 미친 스님의 유일한 제자였다.“헛소리 그만하고 제 검을 받아봐요!”남궁서준은 비록 열다섯 살이지만 공중에서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어 온몸을 거스르는듯한 검기는 이미 탁월했다.(사람과 검이 하나로 된 남궁서준은 겨우 15세 였다. 그러나 그 검기 실력은 매우 막강했다.)이 시각 남궁서준이 북두칠성을 시전하자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