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용은 고개를 돌려 용인 빌리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이것만은 말해줄 수 있지. 그분은 나 박창용에게 하늘과도 같은 존재야. 나 박창용이 평생 숭배하며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지.”이 말에 원성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화진 창용 부대 총사령관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윤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 걸까?하지만 이상했다.노정연은 전에 분명 윤 선생님은 매우 젊은 분이라고 했다.그런 젊은이를 총사령관인 박창용이 이렇게까지 존경한다고?원성일이 충격에 잠겨 있는데 박창용이 이렇게 말했다.“동생, 가세. 같이 이 박창용의 하늘이 누군지 만나보자고.”박창용은 이렇게 말하더니 성큼성큼 용인 빌리지 내부로 들어갔다.원성일도 얼른 그 뒤를 따랐다.뒷산.청석 중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모든 것을 등진 채 끝도 없이 이어진 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왕과도 같은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구주왕 윤구주였다.이때 박창용이 원성일을 데리고 뒷산에 도착했다.“동생, 저분이 바로 이 박창용의 하늘일세.”“이 박창용이 평생 지켜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자세히 한번 보게나. 아는 사람인지.”박창용은 미소를 지으며 윤구주를 바라봤다.원성일도 얼른 고개를 돌려 공손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우러러보았다.윤구주의 유일무이한 뒷모습을 본 순간 원성일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왕과도 같은 기운이 순간 윤구주에게서 뿜어져 나왔다.무려 천하회 회장인 원성일도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리가 살살 떨리기 시작했다.마치 보고 있는 게 보통 사람이 아니라 세상 만물을 장악하고 있는 왕인 것처럼 말이다.이상한 건 그 유일무이한 뒷모습이 보면 볼수록 익숙하다는 것이었다.이런 익숙함에 원성일은 순간 몇 년 전 설국의 마귀산 전투가 생각났다.그 전투에서 원성일은 천하회를 이끌고 설국의 무사를 마귀산으로 유인해야 했다.그 전투로 원성일이 데려간 800여 명의 조직원들이
“하하하하, 동생, 이제 윤 선생님이 누군지 알겠나?”옆에 있던 박창용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원성일이 눈물을 훔치며 여전히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말했다.“네, 알다마다요.”“하지만 이번 생에 저하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저하, 이렇게 살아계시는데 왜 다들 저하가 10국 전쟁에서 전사했다고 하는 건가요?”원성일이 이렇게 물었다.“말하자면 기네. 앞으로 차차 얘기해 주지.”윤구주는 설명이 길어지는 게 싫어 덤덤하게 말했다.원성일도 이를 알아채고 더는 묻지 않았다.원성일에게 있어 제일 감격스러운 건 그렇게 숭배하던 저하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었다.지금은 원성일도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윤구주도 더는 숨기지 않았다.엄격히 말하면 천하회도 윤구주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애초에 원성일의 목숨도 윤구주가 구한 것이다.“동생, 기억하게. 저하가 살아있다는 소식은 동생을 제외한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네.”“오늘 같이 온 천하회의 조직원들도 포함해서 말이야.”“발설하는 자는 즉결 처분할 거야.”박창용이 이렇게 말했다.원성일은 무슨 상황인지 몰랐지만 박창용이 이렇게 말하니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령관님 명령에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여기서 맹세합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저하의 소식은 일절 발설하지 않겠습니다.”“그래, 그럼 됐네.”“가지. 안으로 들어가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자고.”윤구주가 이렇게 말했다.천하회 회장 원성일이 윤구주를 만나고 있을 때 노정연, 서양, 그리고 천하회의 조직원들 모두 윤구주가 구주왕인지 모르고 있었다.그저 회장님이 윤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결국 무슨 결과가 날지는 아무도 몰랐다.“이모님, 회장님께서 윤 선생님을 뵙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서양이 물었다.노정연이 고개를 저으며 어여쁜 눈으로 용인 빌리지의 내부를 바라봤다.“어찌 됐든 간에 회장님은 박 사령관님을 만났으니 잘된 일이지 뭐.”“그러네요.”천하회에서 윤
앞에 세워진 여러 대의 랜드로버를 보며 주세호는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하지만 이내 차량마다 두 명의 까만 슈트를 입은 천하회 조직원이 서 있는 게 보였다.그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목석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이상한 사람과 이상한 차를 바라보던 주세호는 끝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쪽으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혹시 어떻게 오셨어요? 왜 여기에 차를 대고 있는 거예요?”질문을 받은 천하회 조직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주세호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우리는 서경 천하회 사람입니다.”“서경 천하회요?”이를 들은 주세호가 화들짝 놀랐다.천하회가 무엇인지 당연히 주세호도 잘 알고 있었다.그것보다 천하회의 노정연, 서양 등 사람이 계속 윤구주와 친분을 쌓고 싶어 한다는 걸 더 잘 알고 있었다.용인 빌리지에 이렇게 많은 천하회의 조직원이 나타났다는 건 설마 윤구주를 만나러 온 걸까?이렇게 생각한 주세호는 바로 용인 빌리지로 달려갔다.용인 빌리지.백경재, 노정연과 서양 등은 아직도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주세호가 아래서 다급하게 뛰어왔다.“주 회장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백경재는 멀리서 달려오는 주세호를 발견하고는 얼른 앞으로 다가가 인사했다.“저하의 결혼식을 미리 준비하러 왔어요.”“아참, 아래에 천하회 사람들이 쫙 깔려있던데 무슨 일이에요? 서경에서 온 차량도 엄청나게 많던데.”주세호가 궁금해서 물었다.백경재가 웃으며 저편에 있는 노정연과 그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그건, 저쪽에 물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주세호의 눈빛이 노정연 쪽으로 향했다.그러자 노정연이 웃으며 다가왔다.“회장님, 안녕하세요.”“정연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천하회 사람들이 왜 갑자기 용인 빌리지에 대거 몰려온 거예요? 서경 차량도 엄청나게 많던데.”주세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회장님, 오해하셨어요. 천하회 회장님이 강성으로 올라오셨어요.”노정연이 이렇게 설명했다.뭐라고?“천하회 회장님이 오셨다고요?”주세호가 놀라서 물
박창용의 말을 듣고 원성일과 주세호도 더는 인사치레를 하지 않았다.하지만 주세호는 여전히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아까 사령관님께서 한 가족이라고 했는데 설마 원 회장님도 저하를 알고 계셨던 건가요?”“네, 주 회장님 말씀이 맞아요. 저하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 목숨도 저하가 구해주셨는걸요.”“저하가 없었으면 저 원성일도 오늘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원성일이 이렇게 말했다.“이런 우연이 있다니.”주세호가 놀라며 말했다.“그러게요. 저도 아직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이번에 제 부하가 저한테 윤 선생님을 소개해 주지 않았으면 윤 선생님이 저하일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원성일이 감탄하며 말했다.그러더니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저하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서경에서 듣고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꼭 저하를 위해 복수하겠다고 생각했죠.”“반년 새에 10국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 외에 저하가 생전에 쓰던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그러다 찾아낸 정보라면 저하가 생전에 쓰시던 구주령이 판인국 놈들 손에 들어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여 강성에 사람을 보내 저하의 구주령을 어떻게든 찾아 모셔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하가 강성에 있을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원성일은 끝내 모든 걸 털어놓았다.주세호가 이를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아, 그랬군요.”“하하, 왜 전에 노정연 씨가 그 가짜 구주령을 꼭 사들이겠다고 그렇게 아등바등했는지 알겠네요. 원 회장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었네요.”이를 들은 윤구주도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윤구주가 원성일에 대한 인상은 늘 좋은 편이었다.천하회는 종래로 힘을 무기로 사람을 괴롭히지 않았고 화진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적이 있다.하지만 더 중요한 건 원성일이 윤구주에 대한 뜨겁고 진솔한 마음이었다.“음, 괜찮네요.”“이번에 상일이 동생도 왔고 주 회장님도 왔고 민도살도 강성에 있어요.”“만약 정태웅과 천현수, 그리고 저하의 곁을 따랐던 4대 장군도 있었다면 정
뚱땡이가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말끔한 서생은 귀에 피가 날 것 같았는지 끝내는 늑대와도 같은 눈을 뜨더니 그 뚱땡이를 힘껏 노려봤다.“야 이 머리에 살만 찐 놈아, 돌대가리야?”“형님이 전보에서 어떻게 당부했는지 잊었어?”한 소리 들은 뚱땡이는 멈칫하더니 말했다.“음, 어떻게 당부했는데?”“형님은 우리더러 꼭 비밀리에 만나러 오라고 하셨어. 들키는 순간 죽음이라고도 하셨고.”“넌 그 대가리에 똥만 들었어?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우리 암부의 전용기를 타?”“네가 말해 봐. 만약 우리가 암부를 떠났다는 사실을 그 사악한 여자가 알기라도 하면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자세히 보니 뚱땡이와 서생은 바로 화진 암부의 양대 지휘사 백곰과 늑대였다.되레 욕을 먹은 정태웅은 이제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윤구주에 관한 일이라면 그가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꼭 기억해야 한다.정태웅은 살이 잘 오른 머리를 긁적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말이 맞아. 됐지? 나도 너랑 더는 입씨름하기 싫어. 스튜어디스 누나들 찾아서 농담이나 까먹어야지.”정태웅은 이렇게 말하더니 비즈니스석 뒤편으로 걸어갔다.화진 암부의 두 번째 수장으로서 정태웅은 적응력이 뛰어났다.제일 중요한 건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이었다.비즈니스석 뒤편으로 오자마자 정태웅은 아리따우면서도 청순한 스튜어디스와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스튜어디스는 170은 되는 키에 몸매가 죽여줬고 볼륨감이 살아 있었다. 검은 스타킹을 신은 다리는 사람의 피를 꺼꾸로 쏟게 했다.이를 본 정태웅은 야릇한 눈빛으로 스튜어디스의 봉곳한 가슴을 바라봤다.이에 어여쁜 스튜어디스의 표정이 점점 난감해졌다.“승객님, 비행기가 곧 강성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빨리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난류로 비행기가 흔들려서 다칠까 봐 걱정입니다.”아리따운 스튜어디스는 어떻게든 이 뚱땡이를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정태웅의 낯짝은 그 철판보다 두꺼웠고 헤헤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지방이 두꺼워서 다칠 수가
그저 한대 내리쳤을 뿐인데 대머리 사장의 머리가 산산조각났다.옆에 있던 스튜어디스가 그 피를 전부 뒤집어썼다.피로 물든 이 광경에 스튜어디스는 다리가 후들거렸고 “악”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정태웅은 단번에 대머리 남자를 때려죽이고는 시체를 힘껏 걷어찼다.“대머리 새끼가 감히 내 앞에서 설쳐?”“그리고 뭐? 뚱땡이?”“모르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뚱땡이인 거.”정태웅은 그 시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모를 정도로 걷어차고 나서야 동작을 멈추었다.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혼비백산한 채로 눈물만 흘리는 스튜어디스에게 말했다.“스튜어디스분, 놀라지 말아요. 이 대머리는 죽어도 싸요. 아참, 아까 주제로 돌아가면 왜 그렇게 피부가 하얀 거예요? 몸매는 왜 이렇게 좋고요?”“아아아아! 사람 살려!”아리따운 스튜어디스는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었기에 놀라서 바로 울음을 터트렸고 크게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정태웅은 소리를 지르는 스튜어디스의 새하얀 목을 단번에 부여잡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겁먹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소리는 왜 지르는 거예요?”“한 번만 더 소리 지르면 옷 홀딱 벗겨서 실컷 즐긴 다음에 죽이고 다시 즐긴 다음에 또 죽일 거예요.”이렇게 모진 말을 정태웅은 웃으며 말했고 스튜어디스는 그 자리에 기절했다.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뚱땡이, 또 사고 친 거야? 얼른 그 여자 풀어줘.”이때 늑대 천현수가 정태웅의 뒤에 나타났다.정태웅은 천현수를 보더니 웃으며 손을 풀었다.“그래, 그래, 네 말 들으면 되잖아?”천현수는 고개를 숙여 정태웅의 공격에 머리가 깨진 대머리 남자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놀라서 완전히 넋을 잃은 스튜어디스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뚱땡이, 하루라도 얌전히 지나가는 날이 없지? 내가 너한테 얘기했잖아. 우린 비밀리에 강성에 가는 거라고. 그런데 여기서 사람을 죽이면 어떡해?”천현수가 욕설을 퍼부어도 정태웅은 딱히 화내지 않고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대
정태웅은 사람을 죽이고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리를 꼬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중얼거렸다.“곧 가성에 도착하니 저하를 만날 수 있겠네.”암부에는 세 미치광이가 있었는데 다 오너 9급 이상의 경지였다.호존은 용맹하고 백곰은 살인에 중독되어 있고 늑대는 계략에 능했다.이 사람들이 바로 화진에서 이름난 암부의 3대 지휘사였다....한시간 뒤.용인 빌리지 앞에 한 택시가 멈춰 섰다.거기에 차를 대고 있던 랜드로버 차량 행렬이 너무 이목을 끌었기에 원성일은 일단 차를 빼고 용인 빌리지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하여 지금 용인 빌리지는 깔끔하기 그지없었다.안개만이 빌리지를 맴돌고 있었다.택시가 멈춰서고 동글동글한 몸집의 남자가 깔끔한 서생 한 명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바로 암부의 백곰과 늑대였다.“늑대야, 저하가 정말 여기 있는 거 맞아?”차에서 내린 정태웅은 흥분하며 눈앞에 보이는 용인 빌리지를 올려다봤다.“그럼 이 뚱땡이가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저하를 뵐 수 있게 된 거야?”정태웅의 소리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그래.”“어머나.”“드디어 저하를 만나게 되었어. 아아아! 저하 혹시 살이 빠지거나 초췌해지지는 않았을까? 이렇게 오래 못 봤는데 우리가 보고 싶지는 않았을까?”정태웅은 이렇게 말하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그러면서 코까지 훌쩍였다.울면서 콧물까지 흘리는 정태웅을 보며 천현수는 그의 튼실한 엉덩이를 걷어찼다.“멍청아, 그만 울어.”“가자, 저하 뵈러.”천현수는 이렇게 말하더니 용인 빌리지로 걸음을 옮겼다.뒤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던 정태웅은 엉덩이를 문지르며 얼른 그 뒤를 따랐다.용인 빌리지.암부의 백곰과 늑대가 도착했을 때 윤구주는 원성일, 박창용, 그리고 주세호와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이때 윤구주의 눈동자가 반짝 빛나더니 바깥쪽을 내다봤다. 익숙한 두 개의 기운이 순간 윤구주의 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밖을 내다봤다.“왔네.”“저하, 누가 왔다는 거예요
잠깐 사이에 정태웅은 먼저 산 정상에 도착했다.그가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절세의 그림자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윤구주였다.윤구주 뒤로는 창용 부대의 박창용과 천하회의 원성일, 그리고 강성 갑부 주세호도 있었다.윤구주를 발견한 정태웅이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질렀다.“저하!”“정말 저하 맞아요?”“이 뚱땡이가 드디어 저하를 뵙습니다.”털썩.정태웅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엉엉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뒤에서 빠른 속도로 따라오던 늑대 천현수도 윤구주를 보고는 눈시울을 붉히며 무릎을 꿇었다.“천현수, 저하를 뵙습니다.”윤구주는 환한 미소로 옛 친우들을 맞이했고 그들이 무릎을 꿇는 걸 보고는 얼른 앞으로 다가가 부축했다.“일어나. 형제끼리 무슨 인사치레야.”정태웅은 바닥에 꿇어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히려 윤구주의 다리를 끌어안더니 아들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저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그거 아세요? 반년 전에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뚱땡이 그만 울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존경하고 숭배하던 왕이 10국의 왜놈들에게 당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어요.”“근데 그 모든 게 가짜였죠.”“10국의 졸병들이 어찌 천하무적의 저하를 무찌를 수 있겠습니까?”정태웅은 이렇게 구시렁거리더니 윤구주의 다리를 끌어안고 계속 울기만 했다.이 광경에 박창용 등은 폭소하기 시작했다.“태웅아, 콧물을 저하의 옷에 묻히면 어떡하니. 우리 저하는 화진의 제일 인왕이야. 한 개 군으로 10국의 전사와 대적했고 그 결과 10국의 전사들이 무기를 버린 채 땅을 내어주며 화해를 빌었지. 근데 무슨 수로 우리 저하를 무찔러?”박창용이 패기 넘치게 말했다.“어?”“사령관님, 사령관님이 왜 여기 계세요?”정태웅은 박창용의 목소리에 빨개진 눈으로 올려다봤다.“하하하하! 저하의 결혼식인데 안 올 수가 있나.”박창용이 박장대소했다.“네?”“저하께서 결혼하신다고요?”정태웅이 듣더니 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