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한대 내리쳤을 뿐인데 대머리 사장의 머리가 산산조각났다.옆에 있던 스튜어디스가 그 피를 전부 뒤집어썼다.피로 물든 이 광경에 스튜어디스는 다리가 후들거렸고 “악”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정태웅은 단번에 대머리 남자를 때려죽이고는 시체를 힘껏 걷어찼다.“대머리 새끼가 감히 내 앞에서 설쳐?”“그리고 뭐? 뚱땡이?”“모르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뚱땡이인 거.”정태웅은 그 시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모를 정도로 걷어차고 나서야 동작을 멈추었다.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혼비백산한 채로 눈물만 흘리는 스튜어디스에게 말했다.“스튜어디스분, 놀라지 말아요. 이 대머리는 죽어도 싸요. 아참, 아까 주제로 돌아가면 왜 그렇게 피부가 하얀 거예요? 몸매는 왜 이렇게 좋고요?”“아아아아! 사람 살려!”아리따운 스튜어디스는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었기에 놀라서 바로 울음을 터트렸고 크게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정태웅은 소리를 지르는 스튜어디스의 새하얀 목을 단번에 부여잡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겁먹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소리는 왜 지르는 거예요?”“한 번만 더 소리 지르면 옷 홀딱 벗겨서 실컷 즐긴 다음에 죽이고 다시 즐긴 다음에 또 죽일 거예요.”이렇게 모진 말을 정태웅은 웃으며 말했고 스튜어디스는 그 자리에 기절했다.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뚱땡이, 또 사고 친 거야? 얼른 그 여자 풀어줘.”이때 늑대 천현수가 정태웅의 뒤에 나타났다.정태웅은 천현수를 보더니 웃으며 손을 풀었다.“그래, 그래, 네 말 들으면 되잖아?”천현수는 고개를 숙여 정태웅의 공격에 머리가 깨진 대머리 남자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놀라서 완전히 넋을 잃은 스튜어디스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뚱땡이, 하루라도 얌전히 지나가는 날이 없지? 내가 너한테 얘기했잖아. 우린 비밀리에 강성에 가는 거라고. 그런데 여기서 사람을 죽이면 어떡해?”천현수가 욕설을 퍼부어도 정태웅은 딱히 화내지 않고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대
정태웅은 사람을 죽이고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리를 꼬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중얼거렸다.“곧 가성에 도착하니 저하를 만날 수 있겠네.”암부에는 세 미치광이가 있었는데 다 오너 9급 이상의 경지였다.호존은 용맹하고 백곰은 살인에 중독되어 있고 늑대는 계략에 능했다.이 사람들이 바로 화진에서 이름난 암부의 3대 지휘사였다....한시간 뒤.용인 빌리지 앞에 한 택시가 멈춰 섰다.거기에 차를 대고 있던 랜드로버 차량 행렬이 너무 이목을 끌었기에 원성일은 일단 차를 빼고 용인 빌리지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하여 지금 용인 빌리지는 깔끔하기 그지없었다.안개만이 빌리지를 맴돌고 있었다.택시가 멈춰서고 동글동글한 몸집의 남자가 깔끔한 서생 한 명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바로 암부의 백곰과 늑대였다.“늑대야, 저하가 정말 여기 있는 거 맞아?”차에서 내린 정태웅은 흥분하며 눈앞에 보이는 용인 빌리지를 올려다봤다.“그럼 이 뚱땡이가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저하를 뵐 수 있게 된 거야?”정태웅의 소리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그래.”“어머나.”“드디어 저하를 만나게 되었어. 아아아! 저하 혹시 살이 빠지거나 초췌해지지는 않았을까? 이렇게 오래 못 봤는데 우리가 보고 싶지는 않았을까?”정태웅은 이렇게 말하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그러면서 코까지 훌쩍였다.울면서 콧물까지 흘리는 정태웅을 보며 천현수는 그의 튼실한 엉덩이를 걷어찼다.“멍청아, 그만 울어.”“가자, 저하 뵈러.”천현수는 이렇게 말하더니 용인 빌리지로 걸음을 옮겼다.뒤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던 정태웅은 엉덩이를 문지르며 얼른 그 뒤를 따랐다.용인 빌리지.암부의 백곰과 늑대가 도착했을 때 윤구주는 원성일, 박창용, 그리고 주세호와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이때 윤구주의 눈동자가 반짝 빛나더니 바깥쪽을 내다봤다. 익숙한 두 개의 기운이 순간 윤구주의 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밖을 내다봤다.“왔네.”“저하, 누가 왔다는 거예요
잠깐 사이에 정태웅은 먼저 산 정상에 도착했다.그가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절세의 그림자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윤구주였다.윤구주 뒤로는 창용 부대의 박창용과 천하회의 원성일, 그리고 강성 갑부 주세호도 있었다.윤구주를 발견한 정태웅이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질렀다.“저하!”“정말 저하 맞아요?”“이 뚱땡이가 드디어 저하를 뵙습니다.”털썩.정태웅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엉엉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뒤에서 빠른 속도로 따라오던 늑대 천현수도 윤구주를 보고는 눈시울을 붉히며 무릎을 꿇었다.“천현수, 저하를 뵙습니다.”윤구주는 환한 미소로 옛 친우들을 맞이했고 그들이 무릎을 꿇는 걸 보고는 얼른 앞으로 다가가 부축했다.“일어나. 형제끼리 무슨 인사치레야.”정태웅은 바닥에 꿇어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히려 윤구주의 다리를 끌어안더니 아들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저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그거 아세요? 반년 전에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뚱땡이 그만 울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존경하고 숭배하던 왕이 10국의 왜놈들에게 당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어요.”“근데 그 모든 게 가짜였죠.”“10국의 졸병들이 어찌 천하무적의 저하를 무찌를 수 있겠습니까?”정태웅은 이렇게 구시렁거리더니 윤구주의 다리를 끌어안고 계속 울기만 했다.이 광경에 박창용 등은 폭소하기 시작했다.“태웅아, 콧물을 저하의 옷에 묻히면 어떡하니. 우리 저하는 화진의 제일 인왕이야. 한 개 군으로 10국의 전사와 대적했고 그 결과 10국의 전사들이 무기를 버린 채 땅을 내어주며 화해를 빌었지. 근데 무슨 수로 우리 저하를 무찔러?”박창용이 패기 넘치게 말했다.“어?”“사령관님, 사령관님이 왜 여기 계세요?”정태웅은 박창용의 목소리에 빨개진 눈으로 올려다봤다.“하하하하! 저하의 결혼식인데 안 올 수가 있나.”박창용이 박장대소했다.“네?”“저하께서 결혼하신다고요?”정태웅이 듣더니 넋
결국 천현수가 뒤에서 정태웅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뚱땡아, 그만 질척거려. 어렵게 저하를 만났는데 좀 진지해질 순 없니?”엉덩이를 맞은 정태웅은 그제야 아픈 곳을 주무르며 윤구주의 다리를 놓아주었다.“난 그냥 저하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야. 뭘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굴어?”“하하하하.”이 말에 사람들이 다시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암부의 3대 지휘사가 그렇게 한자리에 모였다.암부는 윤구주가 직접 창설했고 윤구주의 친위군이었다.민규현, 정태웅, 천현수는 윤구주가 직접 선발한 사람들이었고 끝내는 지금의 3대 지휘사가 되었다.그들을 윤구주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또한 윤구주가 제일 믿는 친우기도 했다.지금 그들과 한곳에 모였으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그 속에서 정태웅의 활약이 제일 돋보였고 기분도 제일 좋아 보였다.잔혹하고 살인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윤구주에게만큼은 충성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의 말에 따르면 윤구주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 그는 윤구주가 살았던 구주전에서 지내며 단식으로 구주왕을 기렸다고 했다.“뚱땡아, 정말 저하를 위해 제사를 지내온 거야?”옆에 있던 박창용이 농담조로 물었다.“당연하죠.”“저하는 제게 부모님과 같은 존재고 평생 존경하는 분이지요. 그런 분을 기리는 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정태웅이 이렇게 답했다.하하하!박창용이 큰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뚱땡이가 말이 많고 사고도 잘 치지만 저하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죽도록 슬퍼했어요.”늑대 천현수가 이렇게 말했다.“보세요. 늑대도 이렇게 말하는데 제가 헛소리 한 거 아니죠?”“저하, 저의 이런 충성심을 봐서라도 다리를 좀만 더 안게 해주면 안 될까요?”정태웅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봤다.하지만 돌아온 건 윤구주의 차가운 한마디였다.“저리가.”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사람들이 웃고 나니 정태웅이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저하, 10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된 일이에요? 분명
진실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저 여자라고? 저 여자는 저하의 약혼녀잖아!”정태웅이 첫 번째로 소리를 질렀다.늑대 천현수와 천하회의 원성일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시 윤구주와 문아름의 결혼 소식은 화진 전체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비록 그 결혼식은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문아름이 윤구주의 약혼녀라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렇기에 독을 써서 윤구주를 해친 사람이 문아름이라는 걸 알게 되자 다들 깜짝 놀랐다.“내 약혼녀기 때문에 내가 경계하지 않은 거야. 그게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 누가 감히 날 독으로 해칠 수 있겠어?”윤구주가 매섭게 말했다.그 말에 사람들은 깨달은 얼굴을 했다.윤구주의 말대로 그의 실력이라면 독으로 그를 해친다는 건 말도 안 됐다.문아름이 윤구주의 약혼녀이기 때문에 방심해서 기린화독에 당했을 것이다.“빌어먹을!”“정말 못된 여자군요!”“정말 지독해요!”“저하를 해친 사람이 그 악독한 여자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정태웅은 펄쩍 뛸뻔했다.“그 지독한 여자가 자꾸 우리 암부를 견제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심지어 군부대 전체를, 저하를 따랐던 장군들을 전부 비밀리에 죽였어요.”“그 여자가 저하를 해쳤었군요!”천현수도 주먹을 꽉 쥐고 강하게 말했다.“정태웅, 천현수, 왜 비밀리에 서울로 와서 저하를 뵙게 된 건지 알겠지?”박창용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정태웅과 천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원성일, 자네도 이젠 내가 왜 저하가 살아있다는 걸 소문내지 말라고 했는지 알겠지?”박창용이 다시금 천하회의 원성일을 바라보며 말했다.원성일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저하, 이제 그 지독한 여자가 저하를 해쳤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지금 당장 병사들을 데리고 서울로 가서 그 지독한 여자를 죽입시다!”정태웅이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말했다.그가 말하자마자 천현수가 맞장구를 쳤다.“정태웅 말이 맞습니다!”“저하, 저하께서 명령을 내려주신다면 저
“그리고 난 사실 이 모든 걸 개의치 않아. 내가 신경 쓰는 건 내가 복수를 하게 되면 10국이 혼란을 틈타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거야. 나랑 같이 오랫동안 싸워왔으니 다들 알겠지. 10국의 야심을 말이야! 만약 전쟁이 시작된다면 피해를 보는 건 무고한 백성들이야. 내가 과연 본인의 이익을 위해 화진 백성들의 생사를 무시할 수 있을까?”그 말에 사람들은 침묵했다.그의 말이 맞았다.윤구주는 복수를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그가 복수를 하게 되면 천하가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무고한 백성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화진의 왕이었던 윤구주가, 백성들을 보살피던 그가 자신의 사사로운 복수 때문에 백성을 해칠 수가 있을까?“하지만 저하, 그러면 복수는... 어찌합니까?”정태웅이 가슴 아픈 얼굴로 말했다.윤구주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복수는 꼭 할 거니까.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야.”“저하...”정태웅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할 때 박창용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정태웅, 닥쳐! 저하 말대로 해!”“저하께서는 화진의 왕이야. 저하께서 하는 모든 일은 화진의 백성을 위해서지. 그러니까 넌 알지 못하는 거야! 정태웅, 넌 그저 저하는 우리만의 왕이 아니라 화진 모든 백성의 왕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돼!”박창용의 말에 정태웅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그는 그렇게 많은 걸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저하를 해치는 사람은 반드시 죽인다는 것뿐이다.그리고 죽인 뒤에는 시체까지 채찍질해야 분풀이가 될 것 같았다.윤구주가 진실을 얘기한 뒤 천현수, 원성일, 주세호까지 전부 침묵했다.그들은 묵묵히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들은 이제야 윤구주가 왜 화진의 왕이 될 수 있었는지를 깨달았다.“됐어. 그 얘기는 그만하자고. 오늘 우리가 한곳에 모인 것만으로도 축하할 만한 일이니 말이야. 정태웅, 나랑 술 마시는 거 좋아하잖아? 사람 시켜서 술 좀 가져오라고 해. 오늘 거나하게 취해보자고!”윤구주가
정태우의 말에 주세호는 머쓱해졌다.소채은이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건 맞지만 명문가라고 하기엔 애매했다. 주세호는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소씨 일가는 강성에서 눈에 띄지 않는 이류 가문이었기 때문이다.화진 전체를 놓고 보면 먼지 한 톨만도 못했다.그래서 주세호는 아주 머쓱했다.“왜 그래? 얼른 말해 봐. 그분 아주 예쁘시지?”정태웅이 작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그가 입을 떼자마자 옆에 있던 천현수가 그를 힘껏 걷어찼고 그 바람에 정태웅은 비틀거리면서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제기랄, 천현수, 난 왜 차는 거야?”천현수에게 차인 정태웅이 고개를 돌리며 욕했다.“멍청한 놈! 감히 저하의 약혼녀를 멋대로 품평하려 하다니, 당연히 처맞아야지!”천현수가 화를 내며 말했다.“하하하하! 잘했어, 천현수! 이 빌어먹을 돼지 새끼는 맞아야 해. 자기 입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멋대로 지껄이니 말이야!”옆에 있던 박창용이 동의했다.정태웅도 자신이 조금 전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차인 곳을 어루만지면서 중얼거렸다.“난 저하가 걱정돼서 그냥 물어본 것뿐인데...”“그만해. 궁금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알려주지!”윤구주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내 여자는 소채은이라고 해. 소씨 가문은 왕실 친척도 아니고 명문가도 아니야. 그저 강성시의 아주 평범한 가정이지!”“평범하다고요?”정태웅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과거 구주왕은 천하의 모든 여자를 홀렸었다.10국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들 나라의 많은 황실 공주가 윤구주의 선택을 받기 위해 화진으로 왔다. 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자신과 결혼할 여자가 강성시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자라고 하자 정태웅은 믿을 수가 없었다.“맞아! 채은이 집안은 아주 평범한 가정이야. 심지어 솔직히 얘기해서 지금까지도 채은이 집에서 우리가 만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세상에!그 말에 정태웅은 펄쩍 뛰었다.“장난이시죠? 화진의 그 어떤 사람이 감히 자
고개를 들자 윤구주의 마음속으로 소채은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윤구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10개국 간의 전쟁이 끝난 뒤 난 화독 때문에 죽음의 바다에 빠졌었어. 그러나 다행히도 내가 수련한 구양진용결 호신 공법 덕분에 깊은 바다에 빠져도 죽지는 않았어. 그리고 내가 바다에 빠져 실신했을 때 채은이가 바닷속에서 날 봤었어.”그녀에 관한 기억을 윤구주는 조금씩 얘기했다.그는 소채은이 자신을 구한 일, 그가 잠깐 기억을 잃었고 소채은이 그를 자동차 정비원으로 오해한 일, 소채은의 집안에서 돈 때문에 소채은을 억지로 중해그룹의 조성훈과 결혼시키려고 한 일, 소채은이 윤구주를 지키기 위해 집안에서 쫓겨난 일 등등을 얘기했다. 사소한 것까지 전부 말이다.지난 과거에는 웃음과 눈물이 있었지만 더욱 많은 건 사랑이었다.정태웅 등 사람들은 윤구주와 소채은의 만남과 오해, 그들의 사소한 일을 듣고 그것에 푹 빠졌다.특히 정태웅은 소채은이 사랑을 위해서 집안과 연을 끊으면서까지 윤구주를 지키려고 한 걸 알았을 때,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정말 훌륭하신 분이군요! 전 비록 그분을 본 적이 없지만 그분은 제 마음속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에요!”옆에 있던 박창용 또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맞아요.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로서 자격이 충분하죠.”그들 중 주세호가 윤구주와 소채은의 사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이때, 윤구주와 소채은의 사랑 이야기를 들은 주세호는 흐뭇하기도 하고 개탄스럽기도 했다.윤구주가 평생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났다는 것이 흐뭇했고, 자기 딸에게는 그런 복이 없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다.“나 윤구주는 평생을 종횡무진하며 무적으로 살았어. 그러나 소채은은 그 사실을 전혀 몰라.”윤구주는 갑자기 감탄했다.“소채은의 눈에 난 그저 윤구주일 뿐이야. 기억을 잃은, 심지어 직장도 없는 바보일 뿐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소채은은 여전히 날 사랑하고 날 지켜주려 해. 이런 바보 같은 여자를 내가
칠살 현문 선조는 공수이의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즉시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공수이의 주먹과 맞부딪쳤다.쿵!거대한 파도가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주변의 푸른 돌들이 산산조각이 났다.충격을 받은 그 현문 선조는 몸을 굽히고 몇 걸음 물러섰다. 늙은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자, 늙은이 계속 덤벼!”공수이는 환하게 웃으며 현문 선조를 마주했다.현문 선조가 다시 물러서자 창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묵현 사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네. 이 내공은 이미 팔부 동천에 들어섰어!”창현의 말에 방금 물러난 절정 노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오늘 정말 운이 없었다.방금 함지우의 비검에 찔려 죽을 뻔한 것도 모자라 지금은 공수이에게 크게 한 방 먹었다.명색에 현문 선조인 자신의 신분을 생각하니 그는 정말 머리를 박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네 놈 실력이 꽤 괜찮네. 자, 내가 한 수 가르쳐주마!”이번에 말한 사람은 장검을 메고 있던 키가 작은 사람이었는데 그 역시 현문 선조 중 한 명이었다.게다가 진정한 팔부 동천의 내공을 가진 자였다.그는 말하면서 손가락을 하늘로 뻗었다.슉!등에 업힌 장검이 칼집에서 튀어나와 그의 손에 놓였다.사방이 갑자기 끝없는 검기로 가득 찼다.그가 장검을 한 번 쓱 휘두르자 하늘 가득한 검기가 검은 폭풍으로 변하여 바로 공수이를 감쌌다.공수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고 곧이어 두 주먹을 동시에 날렸다.퍽퍽!두 개의 권영이 상대방의 검 끝에 떨어졌지만 상대방의 검 그림자는 약간 흔들리더니 이내 공수이를 다시 찔렀다.두 개의 그림자가 하늘에서 교차했다.키 작은 현문 선조의 실력이 공수이를 능가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설한검술! 공격!”쿵!키 작은 현문 선조의 장검이 하늘로 치솟자 순식간에 극도로 찬 기운이 감돌았다.그 한기가 공간을 얼린 것 같고 심지어 땅에 서리가 내렸다.공수이는 한기에 휩싸여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러자 그는 서둘
함지우가 정말 서요산의 제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손을 쓴 그 현문 선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던 선조, 심지어 창현까지 안색이 어두워졌다.아무도 현문 도자를 죽인 사람이 서요산의 제자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우리 현문은 서요산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현문의 도자를 죽인 것이냐?”그 선조가 엄하게 묻자 함지우가 웃으며 답했다.“왜냐하면 그 자식이 죽을만한 짓을 했거든.”“너!”함지우의 말에 그 선조는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눈앞에 있는 함지우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이는 충분히 그를 참을 수 있게 했다.그때, 선두에 선 창현 선조가 마침내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꼬마야, 난 현문의 5대 진산 선조 중 한 명이다. 말하자면 너희 서요산 검종과도 인연이 있지!”“오늘 내가 어른으로서 네게 묻겠다. 대체 무슨 이유로 현문의 도자를 죽였느냐?”창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함지우의 귀에 들려왔다.“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혹시 귀가 먹었어?”그의 말에 창현 선조는 순간 안색이 변했다.자신의 이름을 내걸면 이 함지우가 조금이라도 두려워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꼬마야, 어른인 내가 충고하는데 서요산의 이름을 내걸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절대 섣불리 행동하지 말아라.”창현 선조가 음산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웬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싸우고 싶으면 싸우는 거지. 내가 그쪽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해?”함지우가 직격탄을 날렸다.그가 또 싸우겠다고 하자 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렸다.“지우 손자, 이 늙은 괴물 네 명은 내 거야. 끼어들지 마!”“바보! 이 늙은 괴물 네 명 모두 초극 후삼품 절정이라는 거 모르겠어? 네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감히 나를 얕잡아 봐?”공수이가 버럭 화를 냈다.그는 즉시 창현과 다른 세 명의 현문 선조를 향해 외쳤다.“이봐, 늙은이들, 잘 들어. 오늘
현문의 4대 선조가 나타나자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었다.4대 선조는 창현 선조를 수반으로 하고 있었다.무서운 팔부 동천 수행이 나타나자 공간 전체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의 팔부 동천은 공수이의 팔부보다 더 강력했다.왜냐하면 공수이의 팔부 동천은 정혈에 의해 움직여서 비로소 팔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눈앞의 창현 노자는 진짜 팔부였다.더 무서운 건, 그의 옆에 있는 다른 세 선조 중에 팔부가 또 한 명 있었다.나머지 두 선조는 모두 칠살 절정이었다.한꺼번에 몰려든 네 명의 현문 선조 앞에서 공수이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씩 웃었다.“어라? 도우미가 왔네?”공수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보았다.그의 말을 들은 구진철이 엄하게 말했다.“이놈! 감히 우리 선조 앞에서 날뛰어? 이제 네 놈이 어떻게 죽는지 두고 보겠어!”공수이는 빙긋 웃었다.“도우미가 오면 내가 너희들을 무서워할 것 같아? 퉤! 어이가 없어!”그러자 살심 스님이 입을 열었다.“이놈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감히 현문의 선조 앞에서 이렇게 건방지게 굴다니!”“살심 스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놈은 죽어 마땅합니다.”자운각의 현지욱도 이때 입을 열었다.하늘에서 현문의 4대 선조가 모습을 드러내자 장면이 바뀌기 시작했다.“구진철이 선조를 뵙습니다.”그때 하늘에 나타난 네 명의 선조를 바라보며 구진철은 얼른 무릎을 꿇었다.“구진철, 대체 누가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느냐?”창현 선조가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선조님께 아뢰옵니다. 우리 도자를 죽인 자는 바로 저놈입니다!”구진철은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뒤에 있는 함지우를 가리켰다.창현은 덤덤하게 함지우를 쓸어보더니 말했다.“감히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으니 네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느냐?”함지우는 냉소를 지었다.“무슨 죄인 지는 모르겠고 그 현문의 도자라는 자식의 실력이 영 형편없다는 건 알아. 어찌나 형편없든지 내 검 하나도 못 받아냈으니까.”“이놈!”그러자 하늘에서 창현의 바로
한편 전투장.하늘에 가득한 광검은 강력하지만 공수이의 금강법을 뚫지 못했다.항마대진의 광검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본 공수이가 피시 웃더니 말했다.“스님들 실력이 겨우 이 정도야? 만약 그렇다면 당신들은 죽은 목숨이야!”공수이의 말이 떨어지자 갑자기 그의 몸에 있는 팔부 동천이 눈부시게 빛났다.“팔부 동천!”고함소리가 나자 그는 마치 별똥별처럼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황금빛 권영 하나가 그의 강력한 팔부 수련을 이끌고 이 대진 위에 한 방 퍼부었다.부르릉!항마대진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손이 찢긴 듯 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바로 뚫렸다.강력한 주먹의 힘은 이 항마대진을 뚫었을 뿐만 아니라, 주먹 한 방에 십여 명의 만불종 제자들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강했다. 너무 강했다.공수이의 압도적인 공격법에 이 세 종문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자. 계속 덤벼!”공수이는 항마대진을 뚫고 하늘을 찌를 듯 당당하게 외쳤다.가엾게도 이 세 종문은 더 이상 감히 나서지 못했다.“내가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 문창정 잡놈을 내놓지 않을 거냐?”공수이가 세 종문을 바라보며 엄하게 외쳤다.그들은 여전히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공수이의 눈에 순간 잔인한 살의가 떠올랐다.“아무도 말하지 않겠다면 다 같이 죽어야지!”“죽어!”공수이는 하늘로 번쩍 날아 올라 떨어지더니 두 주먹이 나타나는 순간, 하늘 가득한권영이 무서운 살의를 띤 채 세 종문 멤버를 덮쳤다.공수이가 살수를 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분노의 소리가 들려왔다.“이놈! 감히 내 종문 앞에서 멋대로 날뛰어?”이 소리가 떨어질 때 갑자기 하늘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손이 나타나 공수이를 잡으려 했다.“응?”머리 위 공포의 거수를 느낀 공수이는 몸을 휙 돌려 하늘을 찌를 듯한 거수에 한 방 날렸다.쿵!팔부 동천의 드넓은 주먹이 거수와 충돌했다.꽈르릉!마치 공간이 폭발하듯 온 하늘의 숨결이 요동치며 흔들리자 세 종문 제자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곧이어 하늘
공수이가 곧장 팔부 동천을 열자 세 종문 모두 화들짝 놀랐다.“모두 조심하십시오! 이놈이 팔부 동천을 열었어요!”구진철은 크게 소리치고 오른손을 흔들며 공격을 가했다.자운각과 만불종도 공수이의 변태적인 실력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 순간 모두 공격에 합세했다.한편 공수이는 마치 수영하는 용의 모습 같았다.팔부 동천이 열리자 그의 속도는 바로 두 배로 증가했다.퍽!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두 명의 현문 절정의 노자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갔다.펑펑.두 사람 모두 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가슴이 찢어져 그 자리에서 참사했다.공수이는 두 명의 현문 절정을 해결한 후 갑자기 번개처럼 몸을 휙 돌려 자운각 쪽으로 날아갔다.자운각의 한 중년 절정은 공수이가 덮치는 것을 보고 놀란 기색을 보이며 두 손을 모았다. 그러자 긴 창 하나가 허공을 뚫고 나타났고 창으로 공수이의 일격을 막으려 했다.안타깝게도 긴 창이 막 찔렀을 때, 공수이의 몸에서 갑자기 거북이 등껍질 같은 황금빛 갓이 떠올랐다.금강법이었다.금강법이 나타나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긴 창은 곧장 금강법에 가로막혔다.이 중년 남자는 재빨리 철수했다.“감히 날 찌르고 도망가? 어림도 없지! 거기 서!”공수이의 몸이 금빛으로 반짝이더니 주먹이 그 중년 남자의 가슴에 떨어졌다.퍽!주먹 한 방이 중년 남자의 가슴을 뚫었다.이 불쌍한 자운각의 강자는 그렇게 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죽었다.“젠장. 이 자식 너무 강해. 모두 내 명령을 따라 모여!”살심 스님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고함을 지른 그가 손에 든 금빛 지팡이를 땅을 향해 찌르자 강력한 진법의 기운이 순식간에 현장으로 퍼져나갔다.나머지 만불종 스님들도 일제히 인결을 취했고 순식간에 사방에서 하얀 빛줄기가 나타나 공수이를 에워쌌다.“이건 만불종의 항마대진이다. 네 놈이 어떻게 상대하는지 두고 보마.”“공격!”살심 스님의 외침과 함께 하얀 빛줄기에서 순간적으로 눈부신 흰 빛을 반사했다.이 하얀 빛들은 만불종 모든
큰 스님까지 나서자 공수이는 냉소를 짓고 말했다.“내가 스님 말을 믿을 것 같아요? 출가자라고 해서 자기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퉤! 내가 오늘 한마디만 할게요. 만약 순순히 창정 그 늙은이를 내놓지 않으면 내가 당신들을 전부 저승으로 보내 줄 거야!”공수이의 이런 말을 들은 세 종문 멤버들은 공수이의 실력을 두려워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네 이놈! 네가 팔부 동천을 열 수 있다고 해서 뭐든 네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현문의 구진철이 나서서 호되게 말했다.“하! 내가 오늘 당신들을 제대로 혼내 줄 거야. 잘 들어. 만약 창정 그 잡놈을 내놓지 않으면 다들 죽은 목숨이야.”“건방진 놈!”이 순간 구진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는 일갈하며 두 손바닥을 휘둘렀다.무홍의 기운을 머금은 공포의 손 그림자가 거대한 파도처럼 공수이를 향해 몰려왔다.공수이는 차갑게 웃었다.“감히 나한테 덤벼?”말이 끝나자 공수이가 한 방 날렸다.하늘을 찌르는 권영이 바로 구진철의 장법 위에 떨어졌다.우르릉 터지는 소리와 함께 현문 구진철은 그 자리에서 공수이에 주먹에 날아갔고 입가에도 새빨간 핏자국이 흘러나왔다.“구 장로님! 조심하세요. 이건 팔부 동천입니다. 절대 방심하시면 안 돼요!”한 현문의 노자가 얼른 구진철을 부축했다.구진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더 이상 감히 나서지 못했다.공수이의 실력은 확실히 변태적이었다.구진철이 감히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공수이는 조롱하며 말했다.“이봐, 늙은이. 왜 안 덤벼?”“혼자 나설 용기가 없다면 다 같이 덤벼. 어쨌든, 오늘 그 문 씨 성을 가진 잡놈을 내놓지 않으면 당신들 모두 죽은 목숨이야.”공수이는 말하면서 세 종문의 모든 강자를 가리켰다.혼자의 힘으로 세 종문에 맞서다니.공수이가 이렇게 날뛰는 것을 보니, 세 종문이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절대 참을 수 없었다.“너 이 미친놈!”말하는 사이에 자운각 쪽의
구용산의 우뚝 솟은 궁전 앞에 도착한 세 사람은 바로 앞에 있는 종문 경비병들을 보았다.종문의 사람을 본 공수이는 함지우를 보며 말했다.“봤지? 우리 비연 누나 말이 사실이지?”함지우는 자기가 틀린 것을 알고 입을 삐죽거리며 귀찮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공수이는 계속 조롱했다.“흥! 왜 우리 누나를 안 믿는 거야? 그러니까 평생 독신으로 사는 거지!”공수이가 말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이미 대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누구냐?”윤구주, 공수이, 그리고 함지우가 갑자기 대전 문 앞에 나타났을 때, 문 앞의 종문 경비병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문창정 그 놈 당장 불러!”윤구주의 입에서 차가운 말이 흘러나왔다.오늘 그는 반드시 문창정을 죽일 각오로 이곳에 왔다.그리고 그의 할머니도 구출해야 한다.하지만 경비병들은 윤구주가 문창정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얼굴빛이 변했다.“누구기에 감히 선배님의 존함을 부르는 거야?”경비병 한 명이 말을 끝내는 순간 공수이의 모습이 잔영으로 변했다.퍽!주먹이 곧장 날아갔고 그 불운한 경비병은 주먹 한 방에 바로 고깃덩어리로 되었다.“젠장, 우리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네까짓 게 감히 토를 달아? 죽으려고 환장했지.”공수이가 한 주먹에 그 경비병을 죽이자 나머지 경비병들은 갑자기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얼른 말해. 그 늙은이 대체 어딨어? 말하지 않으면 내가 너희들 하나하나 저승으로 보내준다.”공수이는 입구에 있는 십여 명의 경비병들을 가리키며 엄하게 말했다.살기등등한 그의 모습에 주변의 경비병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자들을 죽여!”그러자 십여 명이 동시에 공격해왔다.“어라? 이것들이 죽으려고 작정했네? 그래, 그럼 내가 도와주지.”말이 끝나자 공수이가 바로 공격했다.그는 마치 별똥별처럼 한주먹에 한 명씩 해결했고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경비병들이 그의 손에 죽었다.공수이가 경비병들을 모조리 죽이고 있을 때, 궁전에서 갑자기 분노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웬 놈이냐?
궁전 안.거대한 원형 돌 탁자가 있고 돌 탁자 주변에는 현문의 구진철, 자운각의 현지운 그리고 만불종의 살심 스님 등 사람들이 사방에 흩어져 앉아 있었다.다만 그들 외에 문씨 가문 구성원은 보이지 않았다.“여러분 오늘 6대 종문 회의에 우리 세 종문만 참가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회의를 거행해야 합니다.”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바로 현문의 장로 구진철이었다.현문의 도자 손형재가 함지우의 검에 목구멍이 뚫린 이후로 구진철은 잠시 현문의 제자들을 이끌고 있었다.그의 말을 들은 만불종의 살심 스님은 천천히 말했다.“구 장로님, 구주왕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 세 종문만 모여 상의한다면 역량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그 말을 들은 구진철이 입을 열었다.“살심 스님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우리 현문의 4대 선조 님께서 이미 도착하셨습니다.”“네? 정말요?”구진철의 말을 들은 살심 스님의 표정이 밝아졌다.심지어 자운각 쪽 사람들까지 하나둘씩 구진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구진철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 내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 사실 한 시간 전에 선조님들께서는 이미 서울에 도착하셨습니다. 다만 지금은 문씨 가문 선배님과 회포를 풀고 계세요.”그 말이 나오자 살심 스님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현문이 계속 선조급의 강자를 출동시키지 않는다면 이건 불가능한 싸움이었다.“구 장로님, 만약 현문의 선조 님께서 나섰다면 앞으로 구주왕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가 아닙니까?”현지욱이 물었다.“하하. 그거야 당연하죠.”“게다가 우리 선조 님께서 이번에 세상에 나오신 것은 구주왕을 죽이려는 것뿐만 아니라 서요산의 한을 풀기 위함입니다.”구진철이 소리 높여 말했다.도자 손형재의 죽음을 생각하면 구진철은 지금도 분노가 극에 달했다.명색에 현문의 도자가 그렇게 함지우의 일 검에 죽었으니 이건 정말 현문의 체면을 깎는 일이었다.“구 장로님께서는 구주왕을 보신 적이 있나요?”자운각의 현지욱이 갑자기 물었다.종문은 줄곧 윤구주를 상대하려
오늘 6대 종문의 회의가 열리고 그 장소를 구용산으로 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윤구주의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윤구주는 앞에 있는 차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6대 종문 중 하나인데 왜 내게 이걸 말해주는 거야? 너도 다른 종문들과 같은 편에 서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윤구주는 칠수방도 처음부터 문씨 가문의 명령을 따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전에 흑여 산맥에서 차비연은 자신을 잡으려고 했었다.그런데 지금 왜 자신을 도우려는 걸까?윤구주는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차비연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내가 만약 수이 동생 때문이라고 하면 믿을 건가요?”그녀의 말에 윤구주의 시선이 공수이에게 향했다.공수이는 감격한 눈망울을 부릅뜨고 차비연을 향해 물었다.“누나, 정말 저 때문이에요?”“물론이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당연히 도와야지. 게다가 세 종문은 권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며 안하무인이 되었어. 난 진작부터 그 나쁜 놈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와! 누나 정말 짱이에요. 누나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그녀의 말을 들은 공수이는 크게 기뻐했다.“형님, 우리 비연 누나 말을 믿어요. 누나는 절대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예요!”공수이는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윤구주는 몇 분 동안 침묵한 후에야 차비연을 보며 말했다.“어쨌든 알려줘서 고마워.”그리고 공수이와 함지우를 향해 말했다.“수이야, 지우야, 이제 가자.”윤구주가 간다는 말을 들은 공수이는 낙담한 표정으로 차비연을 향해 말했다.“누나 미안해요. 난 형님을 따라 그 개자식을 혼내주러 가야 해요!”차비연은 활짝 웃었다.“괜찮아. 어서 가! 내가 너 기다릴게.”“그럼 먼저 갈게요. 사랑해요!”그렇게 세 사람은 차비연과 작별했다.문씨 가문 장원을 떠난 후, 함지우가 입을 열었다.“형님, 우리 정말 저 여자 말을 믿고 구용산으로 가요?”윤구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공수이가 튀어나와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