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난 사실 이 모든 걸 개의치 않아. 내가 신경 쓰는 건 내가 복수를 하게 되면 10국이 혼란을 틈타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거야. 나랑 같이 오랫동안 싸워왔으니 다들 알겠지. 10국의 야심을 말이야! 만약 전쟁이 시작된다면 피해를 보는 건 무고한 백성들이야. 내가 과연 본인의 이익을 위해 화진 백성들의 생사를 무시할 수 있을까?”그 말에 사람들은 침묵했다.그의 말이 맞았다.윤구주는 복수를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그가 복수를 하게 되면 천하가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무고한 백성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화진의 왕이었던 윤구주가, 백성들을 보살피던 그가 자신의 사사로운 복수 때문에 백성을 해칠 수가 있을까?“하지만 저하, 그러면 복수는... 어찌합니까?”정태웅이 가슴 아픈 얼굴로 말했다.윤구주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복수는 꼭 할 거니까.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야.”“저하...”정태웅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할 때 박창용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정태웅, 닥쳐! 저하 말대로 해!”“저하께서는 화진의 왕이야. 저하께서 하는 모든 일은 화진의 백성을 위해서지. 그러니까 넌 알지 못하는 거야! 정태웅, 넌 그저 저하는 우리만의 왕이 아니라 화진 모든 백성의 왕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돼!”박창용의 말에 정태웅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그는 그렇게 많은 걸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저하를 해치는 사람은 반드시 죽인다는 것뿐이다.그리고 죽인 뒤에는 시체까지 채찍질해야 분풀이가 될 것 같았다.윤구주가 진실을 얘기한 뒤 천현수, 원성일, 주세호까지 전부 침묵했다.그들은 묵묵히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들은 이제야 윤구주가 왜 화진의 왕이 될 수 있었는지를 깨달았다.“됐어. 그 얘기는 그만하자고. 오늘 우리가 한곳에 모인 것만으로도 축하할 만한 일이니 말이야. 정태웅, 나랑 술 마시는 거 좋아하잖아? 사람 시켜서 술 좀 가져오라고 해. 오늘 거나하게 취해보자고!”윤구주가
정태우의 말에 주세호는 머쓱해졌다.소채은이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건 맞지만 명문가라고 하기엔 애매했다. 주세호는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소씨 일가는 강성에서 눈에 띄지 않는 이류 가문이었기 때문이다.화진 전체를 놓고 보면 먼지 한 톨만도 못했다.그래서 주세호는 아주 머쓱했다.“왜 그래? 얼른 말해 봐. 그분 아주 예쁘시지?”정태웅이 작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그가 입을 떼자마자 옆에 있던 천현수가 그를 힘껏 걷어찼고 그 바람에 정태웅은 비틀거리면서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제기랄, 천현수, 난 왜 차는 거야?”천현수에게 차인 정태웅이 고개를 돌리며 욕했다.“멍청한 놈! 감히 저하의 약혼녀를 멋대로 품평하려 하다니, 당연히 처맞아야지!”천현수가 화를 내며 말했다.“하하하하! 잘했어, 천현수! 이 빌어먹을 돼지 새끼는 맞아야 해. 자기 입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멋대로 지껄이니 말이야!”옆에 있던 박창용이 동의했다.정태웅도 자신이 조금 전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차인 곳을 어루만지면서 중얼거렸다.“난 저하가 걱정돼서 그냥 물어본 것뿐인데...”“그만해. 궁금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알려주지!”윤구주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내 여자는 소채은이라고 해. 소씨 가문은 왕실 친척도 아니고 명문가도 아니야. 그저 강성시의 아주 평범한 가정이지!”“평범하다고요?”정태웅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과거 구주왕은 천하의 모든 여자를 홀렸었다.10국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들 나라의 많은 황실 공주가 윤구주의 선택을 받기 위해 화진으로 왔다. 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자신과 결혼할 여자가 강성시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자라고 하자 정태웅은 믿을 수가 없었다.“맞아! 채은이 집안은 아주 평범한 가정이야. 심지어 솔직히 얘기해서 지금까지도 채은이 집에서 우리가 만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세상에!그 말에 정태웅은 펄쩍 뛰었다.“장난이시죠? 화진의 그 어떤 사람이 감히 자
고개를 들자 윤구주의 마음속으로 소채은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윤구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10개국 간의 전쟁이 끝난 뒤 난 화독 때문에 죽음의 바다에 빠졌었어. 그러나 다행히도 내가 수련한 구양진용결 호신 공법 덕분에 깊은 바다에 빠져도 죽지는 않았어. 그리고 내가 바다에 빠져 실신했을 때 채은이가 바닷속에서 날 봤었어.”그녀에 관한 기억을 윤구주는 조금씩 얘기했다.그는 소채은이 자신을 구한 일, 그가 잠깐 기억을 잃었고 소채은이 그를 자동차 정비원으로 오해한 일, 소채은의 집안에서 돈 때문에 소채은을 억지로 중해그룹의 조성훈과 결혼시키려고 한 일, 소채은이 윤구주를 지키기 위해 집안에서 쫓겨난 일 등등을 얘기했다. 사소한 것까지 전부 말이다.지난 과거에는 웃음과 눈물이 있었지만 더욱 많은 건 사랑이었다.정태웅 등 사람들은 윤구주와 소채은의 만남과 오해, 그들의 사소한 일을 듣고 그것에 푹 빠졌다.특히 정태웅은 소채은이 사랑을 위해서 집안과 연을 끊으면서까지 윤구주를 지키려고 한 걸 알았을 때,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정말 훌륭하신 분이군요! 전 비록 그분을 본 적이 없지만 그분은 제 마음속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에요!”옆에 있던 박창용 또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맞아요.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로서 자격이 충분하죠.”그들 중 주세호가 윤구주와 소채은의 사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이때, 윤구주와 소채은의 사랑 이야기를 들은 주세호는 흐뭇하기도 하고 개탄스럽기도 했다.윤구주가 평생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났다는 것이 흐뭇했고, 자기 딸에게는 그런 복이 없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다.“나 윤구주는 평생을 종횡무진하며 무적으로 살았어. 그러나 소채은은 그 사실을 전혀 몰라.”윤구주는 갑자기 감탄했다.“소채은의 눈에 난 그저 윤구주일 뿐이야. 기억을 잃은, 심지어 직장도 없는 바보일 뿐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소채은은 여전히 날 사랑하고 날 지켜주려 해. 이런 바보 같은 여자를 내가
5일 뒤면 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이다.소씨 집안 대문 앞.민규현은 암부 부하들을 데리고 바짝 경계하며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정태웅과 천현수가 강성에 도착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그는 자기 형제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정태웅의 뻔뻔함과 천현수의 침착함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저하를 뵀을 때 얼마나 흥분할지 생각해 본 그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정태웅 아마 또 울고 있겠지?”정태웅을 떠올린 민규현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소씨 저택 정원 안.소채은과 윤구주의 결혼식 날짜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소씨 집안 사람들은 바빠졌다.첫 번째는 소청하였다.그는 모든 친척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심지어 예전에 연락하지 않던 낯선 친척들에게도 전부 알렸다.이 때문에 천희수는 소청하와 싸우기까지 했다.천희수는 연락하지 않던 친척들에게는 왜 알렸냐고 면박을 줬고, 소청하는 우리 딸이 결혼하는 데 당연히 알려야지, 왜 알리지 말아야 하냐는 입장이었다.천희수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억을 잃은 데다가 직장도 없는 남자와 결혼하는데 소문이라도 났다가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니 말이다.소청하는 천희수의 말을 듣더니 그녀를 욕했다. 식견이 짧은 당신이 뭘 아냐, 윤구주의 험담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말이다.천희수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소청하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왜 갑자기 이렇게 윤구주를 감싸고 도는지 말이다.심지어 그는 윤구주가 기억을 잃은 것도, 직장이 없는 것도 못마땅해하지 않았다.답답한 천희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소청하가 모든 친척에게 다 연락을 돌리는 걸 지켜만 봤다.심지어 아주 오래전에 해외로 갔던, 염치없는 친척 누나에게까지 연락했다.그 친척 누나는 소지영이었다.과거 그녀는 소청하와 큰아버지 집안의 재산을 빼앗으려 들었고, 그의 친아버지를 산 채로 굶겨 죽여놓고는 훌쩍 해외로 떠나서 살았다.요 몇 년 동안 해외에서 꽤 잘 지낸다고 들었다.10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그들은 이번
“윤구주 쪽에서 성대하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 소씨 가문은 크게 망신당할 거야!”천희수가 말했다.엄마의 말에 소채은은 머리가 아팠다.윤구주의 친척들에 대해 소채은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그러나 문제는 윤구주가 기억을 잃었다는 점이다.그가 친척들을 기억할 리가 있겠는가?“너 설마 윤구주가 아직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할 건 아니지?”천희수는 소채은이 말이 없자 너무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엄마... 저랑 구주랑 결혼하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해요? 저희 둘은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해요. 친척들이 얼마나 오는지, 성대한지 성대하지 않은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소채은이 말했다.그 말에 천희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장난해? 여자 결혼식이 성대하지 않으면 뭐가 성대해야 해? 소채은, 경고하는데 이번 결혼식을 윤구주가 성대하게 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천희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씩씩거리면서 말했다.“그리고 윤구주가 기억을 잃었든 말든 상관없어. 길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붙잡더라도 꼭 친척들이 결혼식에 와야 해. 그렇지 않으면 걔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화를 낸 뒤 천희수는 몸을 돌려 떠났다.소채은은 혼자 근심 가득한 얼굴로 그곳에 남아있었다.엄마의 말이 맞았다.결혼은 여자에게 있어 인생에서 아주 큰 일이었다.천희수가 부모로서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부모라면 무릇 자기 딸이 성대한 결혼식을 치러서 집안 체면이 서길 바랄 것이다.하지만 윤구주의 상황은 좀 남달랐다.그는 기억을 잃지 않았는가!그런 생각이 들자 소채은은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일단 윤구주에게 어떤 상황인지 물어볼 생각이었다.만약 친척과 친구가 정말 없다면 배우라도 고용할 생각이었다....용인 빌리지.윤구주가 형제들에게 소채은과의 사랑 이야기를 해준 뒤로, 박창용과 원성일, 주세호, 정태웅, 천현수 등은 다들 소채은을 인정했다.게다가 그들은 이미 소채은을 윤구주의 아내로 인정했다.“저하, 이제 며칠 뒤면 결혼식이네
형제들이 윤구주의 결혼 준비에 관해 묻고 있을 때 윤구주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소채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쉿!”그는 형제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뒤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박창용과 정태웅, 천현수, 원성일, 주세호는 똑똑한 사람들이었기에 윤구주가 조용히 전화를 받기를 원하자 누가 전화한 건지 단번에 눈치챘다.그래서 그들은 숨을 죽이고 마치 도둑처럼 윤구주의 곁에 붙어서 엿들었다.“구주야, 뭐해? 나 안 보고 싶었어?”전화 건너편에서 소채은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연히 보고 싶었지!”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그 말에 정태웅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박창용은 정태웅을 걷어찼고 정태웅은 찍 소리 내지 못했다.“어머, 구주야, 너 옆에 다른 사람 있어?”전화 너머 정태웅의 기척을 들은 소채은이 서둘러 물었다.“아니, 아니.”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정태웅을 향해 눈을 흘겼다.“그래? 구주야, 이제 5일 뒤면 우리 결혼식이잖아. 흥분되지 않아?”소채은이 전화 건너편에서 말했다.“흥분되지!”“정말? 그거 알아? 나 매일 밤 너무 들떠서 잠이 오지 않아. 눈을 감으면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고 달콤하게 살지 머릿속에 떠올라. 헤헤!”소채은이 말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참, 구주야.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소채은은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무슨 얘기?”“저번에 내가 너랑 결혼식에 참석할 친척에 대해 얘기했었잖아!”소채은은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뗐다.“넌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우리 아빠가 우리 결혼한다는 걸 알고는 미친 듯이 우리 집안의 모든 친척과 지인들에게 얘기했어. 심지어 십 년 넘게 연락하지 않았던 친척들에게까지 연락을 돌렸어! 그래서...”소채은은 거기까지 말한 뒤 멈췄다.눈치 빠른 윤구주는 소채은의 말을 듣고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채은아, 혹시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내가 친척들을 좀 불러서 본인들의 체면을 세워주길
“그래도 너무 힘들게 하지는 마. 그냥 대충 하면 된다고 해. 난 그렇게 요구가 높지 않으니 말이야. 참, 너 돈 모자라지 않아? 돈 모자라면 내가 회사 통장에서 돈 꺼내서 너한테 보내줄게!”소채은이 전화 건너편에서 말했다.돈이라는 말에 윤구주는 서둘러 사양했다.“아냐, 아냐. 모자라지 않아.”“정말?”“응!”“그래. 혹시나 뭐 부족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나한테 얘기해!”소채은과 잠깐 얘기를 나눈 뒤 윤구주는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정태웅이 첫 번째로 펄쩍 뛰었다.“정말 좋은 분이시네요! 정말 좋은 여자예요! 저하, 전 비록 그분을 뵌 적은 없지만 전 이미 그분의 선량함에 깊이 감복했어요!”주세호는 웃으며 말했다.“맞아. 그분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아주 선량해. 우리 저하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걱정하시잖아. 하하하하! 그분은 우리 저하가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게 바로 돈과 권력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하하하하! 확실히 그렇지!”박창용이 갑자기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너희들 다 잘 들어. 조금 전에 소채은 씨께서 그러셨잖아. 소채은 씨 부모님께서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길 원한다고 말이야. 그렇다면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 우리 저하의 결혼식을 가장 성대하게 꾸며서 화진에 이름을 널리 떨치게 하자고!”“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천하회는 반드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저도요!”...1일 뒤, 강성국제공항 출구.두 명의 낯익은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아빠, 고모 진짜 해외에서 온대요?”말하는 사람은 재킷을 입은, 눈에 핏발이 가득 선 남자였다.그는 안색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고 머리카락이 엉망이었다. 그는 공항 픽업 게이트에서 목을 움츠린 채로 연신 하품하며 출구 쪽을 바라보았다.“당연하지! 게다가 네 고모 말로는 해외에서 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네 고모 남편이 다국적 기업에서 해외 매니저를 맡고 있는데 연봉이 수백만 달러래!”낡은 정장에 안경을 쓰고 있는 중년 남성이 말했다.“그래요? 정말 좋
소천홍 부자는 소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 DH그룹이 전에 SK 제약에서 인수했었던 100억을 들고 도망쳤다.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강성을 떠난 건 아니었다.그들은 처음에 희망을 조씨 일가에 걸었고, 심지어 두 부자는 조씨 저택 앞에 무릎 꿇고 그들이 소씨 일가의 대권을 빼앗을 수 있게 도와주기를 바랐다.그러나 뜻밖에도 조씨 일가가 곧 망했다.중해그룹의 도련님 조성훈이 갑자기 죽고, 조씨 일가마저 강성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이러한 상황에 소천홍 부자는 절망에 빠졌다.비록 그들에게는 100억이 있었지만 소진이 강성의 양아치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마약에 빠졌다.그리고 반년도 되지 않아 그들은 100억을 전부 다 써버렸다.지금 소천홍 부자는 빈털터리였다.결국 막다른 길까지 몰린 소천홍 부자는 소씨 일가로 돌아가서 대권을 빼앗을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소채은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심지어 해외로 나갔던 소청하의 친척 누나가 돌아온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다.그래서 두 부자가 이곳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지독한 친척 누나를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아버지, 고모가 정말로 저희를 도와 소씨 일가의 대권을 빼앗고 가업을 빼앗을까요?”눈에 핏발이 가득 선 소진이 하품을 하면서 물었다.“아마도 될 거야. 잊지 마. 당시 난 네 고모를 도운 적이 있어!”“헤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소채은, 이 빌어먹을 계집애. 딱 기다려. 우리가 소씨 일가의 대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소진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번뜩였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렀다.십여 분 뒤, 로앤에서 강성으로 오는 국제 항공편이 도착했다.잠시 뒤, 많은 외국인과 출국했던 사람들이 크고 작은 짐들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그러다 짙은 화장에 선캡을 쓰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늙은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그 여자는 머리에 웨이브를 넣었다.목에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 목걸이를 했는데 손이 더 과했다. 그녀는 거의 모든 손가락에 번쩍거리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
“구주왕, 당신은 우리 국주를 죽였어요. 게다가 우리 설국의 금전까지 점유했죠. 대체 뭘 어쩔 생각입니까?”이때 유니스 대학사가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난 설국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어.”“정상으로요?”대신들은 놀랐다.“맞아.”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난 죽어 마땅한 설국인들에게 다 벌을 주었어. 지금 설국은 국주의 자리가 비었지. 그래서 나는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할 생각이야. 그래야만 설국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뭐라고?’“우리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하겠다고 한 겁니까?”“그... 그럴 수 있나요?”윤구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이곳을 설국이고 윤구주는 심지어 설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구주가 무슨 자격으로 설국을 대신하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단 말인가?“구주왕! 우리 설국의 일에 화진인인 당신은 끼어들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설국의 국주는 당연히 설국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다는 거죠?”유니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난 윤구주니까. 난 설국의 존망을 정할 수 있어. 내가 설국의 존재를 허락한다면 설국은 존재할 수 있고 내가 설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라면 설국은 망할 거야.”패기 넘치는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이 한 나라의 존망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얼마나 놀라운가?“이... 이... 정말 너무 하는군요!”유니스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씩씩댔다.윤구주는 그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내가 당신을 괴롭힌다고 해도 당신이 뭘 어쩔 수 있지? 내가 지금 명령을 내린다면 화진의 병사 수십만 명이 이곳으로 몰려와서 설국을 공격할 거야.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보든가.”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화진의 병사들 수십만 명이 낙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은 곧바로 설국을 평정할 수
설국 금전.천 년 가까이의 역사가 있는 대전은 엉망이었다.게다가 금전의 지반은 땅 밑으로 우묵하게 내려앉았다.백옥이 깔린 금전의 지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열과 틈이 생겼다.이 순간, 유니스 대학사는 설국의 문무백관을 이끌고 금전 밖에 도착했다.커다란 금전을 바라보면서 유니스는 갑자기 눈빛이 혼탁해지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군요.”길게 한숨을 내쉰 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백옥 계단으로 올라갔다.대신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댕.댕.댕우렁찬 종소리는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유니스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을 이끌고 금전을 올랐고 곧 그들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세나미였다.“세나미 아가씨야...”“세나미 아가씨께서 살아계셨어!”세나미를 본 대신들은 모두 흥분했다.세나미는 이때 유니스가 문무 대신들을 데리고 온 걸 보고 빠르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드디어 오셨군요!”유니스는 서둘러 말했다.“세나미 씨, 다치지는 않았습니까?”“네, 괜찮아요.”세나미가 말했다.“그런데 세나미 씨께서는 그 악마에게 납치당한 것 아니었습니까? 왜 그가 그냥 풀어준 거죠?”일부 대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나미가 말했다.“절 풀어준 이유는... 그가 우리 설국에 아주 중요한 일을 전하기 위해서예요.”“아주 중요한 일이요?”“그 악마는 우리 설국인들을 수도 없이 죽였어요. 심지어 국주님의 목까지 베었죠. 그런데 또 뭘 하려는 거죠?”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가 말했다.“여러분도 아시죠? 화진의 구주왕 말입니다.”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은 모두 침묵했다.구주왕.설국에 있어서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지금 때문만이 아니라 6년 전 구주왕이 설국을 항복시켰기 때문이다.“그가 천하무적의 구주왕이면 뭐 어떤가요? 이 세상에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요?”유니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유니스 대학사님, 제 말을 들어주세요.
윤구주가 설태현의 목을 벤 뒤로 설국의 종은 계속해 울었다.그렇게 종은 1박 2일을 울렸고 그러다 이 순간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대신에 힘이 느껴지는 종소리가 들려왔다.그 종소리는 설국 금전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함을 의미하는 종소리였다.설국 수도의 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 종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울려 퍼졌을 때 백성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금전을 바라보며 의논했다.“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금전의 종소리가 멈췄어. 대신에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의미를 종소리가 울리는데?”“설마 우리 화진을 침략했던 그 악마가 떠난 걸까?”“모르겠어.”백성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황성의 한 대학사부 밖에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눈앞의 대학사부는 화진의 재상부와 비슷했다.설국의 대학사는 유니스라고 불렸다.유니스는 설국 백관의 우두머리이자 세 명의 국주의 중용을 받았던 원로로서 설국에서의 지위가 높았다.이때 금전에서 우렁찬 소리가 대학사부에 울려 퍼졌다.“대학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백발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그가 바로 설국의 원로 유니스였다.유니스가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문무 대신들 모두 예를 갖추었다.“대학사님을 뵙습니다.”유니스는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을 쓱 훑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다들 왔습니까?”“네, 대학사님.”“대학사님,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서 알려졌습니다. 더욱 괘씸한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지원하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이때 군복을 입은 설국의 장군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그리고 그 밖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판인국과 연국에서는 우리의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유니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들면서 비참하게 웃으며 말했다.“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다는 말이 있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설국은 아주 작은 나라였다.게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