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서 입안이 터진 소청하는 그제야 꼬리를 내렸다.그는 평소에 집안에서 거만을 떨며 살아왔고, 심지어 윤구주 앞에서도 이렇게 모욕적인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두나희 앞에서 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소청하는 눈물을 흘리면서 억울해했다.“당신 같은 쓰레기가 감히 우리 구주 오빠에게 뭐라고 한 거야?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구주 오빠를 나무라는 거냐고! 오늘 내가 아주 단단히 혼쭐내 줄 거야!”두나희는 마치 악마처럼 키득키득 웃으면서 소름 돋게 굴었다.두나희가 소청하를 짓궂게 괴롭히고 있을 때 윤구주는 강성의 정치인들과 천하회 사람들을 응대하고 있었다.이때 윤구주는 직감으로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걸 눈치챘다.“음? 뒤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윤구주의 질문에 옆에 있던 백경재가 이마를 ‘탁’ 쳤다. 소청하가 두나희에게 붙잡혀서 갇혀 있다는 걸 떠올린 그가 서둘러 말했다.“저하, 소씨 집안의 속물이 오늘 저희 빌리지에 침입해서 그자를 잡아두었습니다.”“설마 채은이 아버지 말이야?”윤구주가 미간을 구겼다.“맞아요, 맞아요. 그 사람이에요!”윤구주는 그 말을 듣자 어이가 없었다.“나랑 같이 가보지.”윤구주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백경재가 대답했다.“네, 네!”안마당에서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들렸다.작은 방 안에서 두나희는 소청하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이때 방문이 삐걱 소리를 내면서 열렸고 윤구주가 안으로 들어왔다.“어? 구주 오빠, 드디어 돌아왔어? 헤헤, 이거 봐. 내가 이 빌어먹을 놈을 단단히 혼쭐내주고 있었어!”두나희는 윤구주가 돌아오자 얼른 기쁜 표정으로 얼굴이 멍투성이가 되어서 심하게 부은 소청하를 가리키며 말했다.윤구주는 소청하가 심하게 괴롭힘당한 것 같자 기가 막혔다.어찌 됐든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소채은의 아버지였는데 두나희가 이렇게까지 괴롭혔을 줄은 몰랐다.그리고 소청하는 윤구주를 본 순간 넋이 나갔다.“윤구주! 정말 너야?”윤구주 역시 이 상황이 황당했다.그는 원래도
소청하의 모욕적인 말에 뒤에 서있던 두나희의 분통이 터졌고 백경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만약 윤구주가 옆에 없었다면 그들은 진작에 소청하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감히 우리 저하를 모욕해?”이때 노여움에 찬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살기 등등한 목소리와 함께 우람한 몸집의 남자가 마치 대장군처럼 방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다름 아닌 호존 민규현이었다.“또 당신이야?”소청하는 전에 민규현에게 죽을 뻔한 적이 있기에 다시 민규현을 마주한 지금 지레 겁을 먹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감히 저하를 모욕하는 자들은 다 죽어 마땅하지! 게다가 당신처럼 쓰레기 같은 놈은 더더욱 죽어 마땅하고! 암부 사람들은 어디 있지?”그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삼십여 명의 암부 사람들이 일제히 허리춤에서 군도를 뽑아 들었다.“여기 있습니다!”민규현이 손가락으로 소청하를 가리키며 말했다.“이놈 끌어내서 참수해!”“네!”서른여 명의 싸늘한 군도를 쥔 암부 사람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오자 소청하는 화들짝 놀랐다.“뭐, 뭐, 뭐 하려는 거야? 감히 내게 손을 대려는 거야? 당신들 신고할 거야! 신고할 거라고!”소청하는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신고하겠다고? 내가 오늘 그 마음 접게 해주지! 임기준, 그리고 강성시 정계 인사들 다 들어오라고 해!”민규현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곧이어 강성시 시장 임기준이 강성시 정치인들을 데리고 들어왔다.“민규현 지휘사님? 이게 무슨 상황이죠?”임기준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이 사람을 죽이려는데 이 사람이 신고를 하겠다네요! 오늘 강성시 시장인 당신에게 묻죠. 나 민규현이 사람을 죽이려는데 강성시 경찰서에서 간섭할 수 있나요?”임기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민규현 지휘사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어떻게 감히 지휘사님 일에 간섭할 수 있겠습니까?”민규현은 차갑게 코웃음친 뒤 손가락으로 소청하를 가리켰다.“들었지?”소청하는 완전히 얼이 빠졌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눈앞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윤구주 네가 어떻게 이 대단하신 분들을 신하처럼 다루는 거야?”소청하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는 이런 상황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소청하, 우리 저하께서 여러 차례 용서해 줬는데도 이렇게 선을 넘는군! 우리 저하께서 당신 딸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당신 같은 쓰레기는 나 주세호의 눈길조차 받지 못했을 거야.”줄곧 참고 있던 주세호가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말했다.“주 회장님…”소청하는 그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그리고 소씨 집안이 지금처럼 잘 될 수 있었던 게 누구 공로라고 생각해? 흥! 내가 알려주지. 저하가 아니었다면 당신네 소씨 집안은 일찌감치 쓰레기가 됐을 거야.”주세호가 계속해 말했다.“그리고 조씨 집안에서 당신 딸을 해치려고 했을 때도 우리 저하께서 몰래 도와주셨어.그런데 당신은 뭘 했지?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저하를 모욕했어! 그러니까 당신이 말해봐. 당신이 죽어 마땅한지 아닌지.”주세호의 말이 칼이 되어 소청하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소청하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강성시 갑부 주 회장이 왜 윤구주를 저하라고 부르는 거지?’게다가 그는 소씨 집안이 오눌처럼 잘 된 건 윤구주 덕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채은이를 괴롭혔던 조씨 가문 일도 윤구주가 도와줬었다고 한다.“주 회장님 말씀이 맞아요. 우리 강성시에 당신 같은 인간쓰레기가 있다니, 정말 우리 강성시의 불행이군요. 당신 같은 사람이 감히 윤 선생님 앞에서 건방을 떨다뇨? 강성시에 윤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신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아요?”강성시 시장 임기준도 입을 열었다.소청하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윤구주는 강성시 갑부를 굴복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강성시 시장마저 굴복하게 했다.“우리 저하를 모욕한 놈은 죽어 마땅해!”민규현이 갑자기 매섭게 소리를 질렀고 그의 뒤에 있던 서른여 명의 암부 사람들도 따라서 외쳤다.“죽어, 죽어, 죽어!”죽으라는 말이 귓전을 때렸고 겁을 먹
“모든 건 채은이 덕분이죠.”말을 마친 뒤 윤구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오늘 채은이 체면을 봐서 한 번 살려줄게요. 당신에게 이렇게 훌륭하고 착한 딸이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그런 운도 언젠가는 끝날 거란 걸 기억해요.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당신을 죽일 겁니다. 신도 절 막을 수 없을 거예요.”윤구주가 마지막에 말했다.“고마워... 고마... 워!”윤구주가 자신을 살려주겠다고 하자 소청하는 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조아리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명심하세요. 오늘 제가 했던 말들은 절대 한마디도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채은이에게도 말하면 안 돼요. 저와 채은이의 사랑에 세속적인 관계가 섞이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한마디라도 누설한다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죠?”윤구주가 다시금 경고했다.“걱정하지 말아. 절대 채은이에게 알리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입 뻥긋하지 않을 거고.”소청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덜덜 떨면서 말했다.“자, 이제 꺼져요!”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소청하는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내려온 건지도 알지 못했다.그는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몸의 반 이상이 마비되었고 심지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오늘 발생한 모든 일이 그에게는 악몽과 다름없었다.그는 자신이 가장 업신여기던 윤구주가 강성시 갑부 주세호, 강성시 시장과 정치인들, 심지어 사람을 죽일 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민규현을 신하로 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렇다면 윤구주는 대체 정체가 뭘까?윤구주는 기억을 잃었던 것이 아닌가?그런 생각이 들자 소청하는 등골이 오싹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어느샌가 해가 저물었다.소씨 집안.일찍 돌아온 소채은은 방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고 이때 천희수가 안으로 들어왔다.“채은아, 네 아빠 오늘 어디 갔니? 왜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거야?”천희수는 들어오자마자 물었다.“몰라요.”소채은이 대답했다.“이상하네. 너희 아빠 평소에 자주 외출하지 않는데 오늘은 웬일이래? 게다가 전화도 안 받
“아빠, 왜 이렇게 된 거예요? 누가 때렸어요?”소채은은 비록 아빠가 못마땅했지만 심하게 맞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렸다.그런데 소채은이 말을 마치자마자 소청하가 소채은의 팔을 잡았다.“채은아, 아빠가 다 잘못했다. 예전에는 내가 미안했다. 아빠가 잘못했어, 흑흑흑흑.”소청하가 울면서 말했다.아빠가 갑자기 잘못을 인정하자 소채은은 멍해졌다.‘이게 뭔 상황이지? 아빠가 미친 건가? 왜 갑자기 울면서 나한테 사과하는 거지?’“아빠, 무섭게 그러지 마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왜 다친 거예요? 누가 이런 거예요?”소채은이 서둘러 물었다.그러나 소청하는 감히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윤구주가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알린다면 죽일 거라고 경고했으니 말이다.“채은아, 묻지 마. 아빠는 괜찮아. 그냥 갑자기 깨달은 게 있어서 그래. 예전에는 내가 안목이 없었다. 내가 사람답지 못했어. 내 잘못이야! 앞으로는 그런 양심 없는 짓은 하지 않을게. 네 연애에도 간섭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 너에게 누구랑 만나라고 강요하지도 않을 거다. 흑흑흑흑.”소청하는 말하면서 또 울음을 터뜨렸다.소청하의 모습에 소채은과 천희수 모두 어이가 없었다.집에서 항상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던 소청하가 이럴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 말이다.게다가 소채은의 연애에 간섭하지 않겠다고?소채은은 바보가 아니었고 연애라는 말에 곧바로 윤구주를 떠올렸다.소채은은 잠깐 정신이 아찔했다.‘설마 구주가 아빠를 때린 건 아니겠지?’“아빠, 혹시 오늘 구주랑 만난 거예요?”소채은이 서둘러 물었다.솔직하게 얘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소청하는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아니, 아니. 걔랑은 마주친 적 없다.”“정말이에요?”소채은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럼!”소청하의 단호한 태도에 소채은의 호기심이 깊어졌다.딸이 믿지 않는 것 같자 소청하는 황급히 말했다.“채은아,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마. 난 윤구주랑 만난 적 없다.
소채은이 물었다.“그런데 아빠가 왜 갑자기 하루 만에 이렇게 변했어요? 너무 낯선데! 그리고 심지어 구주랑 사귀는 것을 허락하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천희수는 소청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헤헤, 하지만 아빠가 허락하니 너무 기분이 좋아요.”그녀가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천희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지 않았다...윤구주가 소청하를 제대로 혼 낸 후부터 소청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예전의 소청하는 소씨 가문에서 눈에 보이는 것 없이 행동했다. 밥 먹고 책 읽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집에서 투덜대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집안일까지 돕고 있다.천희수는 이런 소청하를 보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 하던데. 우리 남편이 드디어 미쳤네!’그렇게 소청하는 며칠 동안 계속 집안일을 도왔다. 그러자 천희수는 점점 더 두려워졌다.“어떡하지! 망했네! 채은아, 네 아빠 미친 거 아니야? 좀 봐, 부엌에 한 번도 안 들어오던 사람이 이제 설거지까지 한다니깐!”천희수는 아침 운동을 마친 소채은을 부엌으로 끌어당기면서 말했다. 핑크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소채은은 완벽한 각선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소청하가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엄마! 아빠가 이러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에요?”“뭐가 좋아! 아빠를 데리고 점이라도 볼까?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지?”천희수가 당황하면서 물었다.푸!“엄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저는 아빠가 이러니깐 너무 좋은데요. 보세요. 지금 집안일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성가시게 굴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요!”“하지만... 걱정된단 말이야!”“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나중에 꼭 알아볼게요.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러면 되죠?”소채은이 천희수를 위로하면서 말했다.“그래
윤구주가 소씨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아름다운 여자가 쏜살같이 달려왔다.“구주야, 보고 싶었어!”소채은이었다.운동복 차림에 높은 포니테일로 젊고 이쁘게 꾸민 소채은을 보고 윤구주는 웃으며 물었다.“채은아, 이렇게 급하게 오라고 하다니, 무슨 일 있어?”“구주야, 큰일이 났어!”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무슨 일인데?”윤구주가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지금 우리 아빠가 완전히 변했어!”“변했다고?”“응. 그래. 며칠 전 어찌 된 일인지 아빠가 상처투성이인 몸으로 돌아왔어. 얼굴은 만두처럼 팅팅 붓고. 하지만 그날부터 아빠가 완전히 변해버렸어. 점점 더 온화해지고 심지어 요즘에는 집안일까지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아빠가 더 이상 우리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 하셔! 너랑 사귀는 것도 허락해 주시고!”그녀가 단숨에 며칠 동안 소청하의 변화를 전부 말해버렸다.윤구주는 당연히 놀라워 하지 않았다.그런 일을 겪었으니 소청하는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오. 그럼 좋은 일이지 뭐.”윤구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구주야, 왜 이렇게 덤덤해? 넌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소채은도 바보가 아니었다.윤구주의 담담한 표정을 보자 그녀는 궁금해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튼 네가 이따가 우리 아빠를 보면 알게 될 거야. 그전에 우리 아빠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았어. 너랑 사귀는 것도 반대하셨지.”소채은이 말하며 입을 삐죽이었다.그러고 그녀는 윤구주의 팔짱을 끼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아빠! 엄마! 구주가 왔어요!”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소채은이 인사를 했다.천희수는 사실 윤구주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다.그녀가 윤구주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어머, 구주가 왔구나!”“안녕하세요!”윤구주가 예의 바르게 불렀다.“엄마, 아빠는 어딨어?”소채은이 아빠가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네 아빠가 방금 차를 끓이겠다고 방에 들어갔어.”“알겠어.”이야기하
“별일 아니야. 그냥 몸을 조심하라고 했어! 그렇죠? 아저씨?”윤구주가 말하며 소청하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그래그래. 구주 말이 맞아...”“네? 아빠 방금 뭐라 하셨어요?”소채은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의심스러운 얼굴로 자기 아빠를 바라보았다.소청하가 윤구주를 구주라고 부르는 것을 보자, 옆에 있던 천희수도 의아했다.예전 같으면 그는 윤씨 그 자식이라고 불렀는데, 오늘은 왜 이리 친절한지 이해가 안 되었다.“구... 구주라고 불렀어. 왜?”소청하는 윤구주를 ‘저하’라고 부를 수 없었기에 이렇게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아빠는 구주를 많이 무시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빠, 혹시 정말 변했어요?”소채은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바보 같은 우리 딸, 아빠가 언제 윤씨... 우리 구주를 무시했다고! 난 이미 말했어, 예전에는 아빠가 눈이 먼 거야. 그건 분명히 오해였어, 내가 구주에게 사과할게! 지금부터 너와 구주의 일은 아빠가 절대로 반대하지 않을 거야! 정말로!”소청하는 무릎 꿇고 하늘에 맹세할 것처럼 간절하게 말했다.그러자 소채은은 몹시 기뻤다.이번에 윤구주를 집에 오라고 한 것은 자기 아빠가 정말 변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뜻밖에도 아빠는 정말로 윤구주와 사귀는 것을 허락했다.“구주야, 들었지? 아빠가 우리 사귀는 걸 허락했어!”소채은은 기뻐서 윤구주의 손을 잡고 말하자 윤구주도 한마디 했다.“우리를 허락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저씨.”“아니야, 아니야.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옆에 있는 천희수도 웃었다.자기 남편이 이렇게 변했고, 집안이 이렇게 화목한 걸 보고 그녀도 마음속으로 기뻤다.“잘 됐어! 우리 집안도 이젠 화목하게 지내게 되었네! 구주야, 왔던 김에 우리 집에서 함께 저녁 먹는 건 어때?”천희수가 말했다.“그래! 그래! 함께 저녁 먹자!”소청하도 부탁하는 듯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는 윤구주와 같은 신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영광인지 누구보다 잘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