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준은 며칠 전 제1교도소에서 판인국의 습격을 받았던 일을 죄다 얘기했고, 주세호는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깨달았다.강성시 정계 거물들은 오늘 윤구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옆에 있던 천하회 사람들은 강성시의 시장까지도 윤구주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것을 보며 윤구주를 향한 존경심이 더욱 깊어졌다.“천하회 사람들은 왜 또 온 거지?”민규현의 싸늘한 시선이 노정연과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 쪽으로 향했다.그 서늘한 위압감에 겁을 먹은 노정연이 서둘러 앞으로 나섰다.“민규현 지휘사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윤구주 선생님을 뵙기 위해 온 것입니다.”“흥! 우리 저하를 귀찮게 할 생각은 아니고?”민규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닙니다. 민규현 지휘사님, 절대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는 단지 윤구주 선생님과 연을 맺고 싶은 것뿐입니다. 정말입니다!”노정연은 도와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주세호를 바라보았다.“민규현 지휘사님, 이분들은 정말로 그저 저하를 뵈러 온 것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데려온 것이니 탓하지는 말아주십시오!”이때 주세호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그러나 민규현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그는 차갑게 코웃음치며 말했다.“경고하는데 같잖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저하를 귀찮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요. 이런 사람들은 그럴 자격도 없으니 말이에요.”민규현은 주세호를 나무라는 동시에 노정연 등 천하회 사람들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번듯한 서경 천하회를 이토록 업신여기다니?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들은 반박 한 번 하지 못하고 그저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한편, 강성시 시장 임기준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앞으로 나섰다.“여러분들도 윤 선생님을 만나러 오신 거군요. 잘 됐습니다. 같이 기다리시죠!”그렇게 천하회 사람들은 묵묵히 구석 자리에 서 있었고, 주세호는 민규현이 데려온 암부 사람들과 함께 다른 쪽에 서 있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다. 주세호, 천하회, 암부, 강성시 정계 인사들이 다
윤구주는 용인 빌리지가 이렇게 북적북적할 줄은 몰랐다.민규현과 주세호뿐만 아니라 천하회와 강성시 정치인들까지 몰려들다니.윤구주는 주위를 쓱 둘러본 뒤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백경재가 서둘러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저하. 제가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이자들이 저하를 뵙고 싶다고 해서요!”“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네.”말을 마친 뒤 백경재는 고개를 돌려 주세호와 민규현을 바라보았다.민규현이 첫 번째로 윤구주의 곁에 다가갔다.“저하, 이 정계 인사들이 뻔뻔하게도 꼭 저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해서요...!”말을 마친 뒤 민규현은 시장 임기준 등 사람들을 가리켰다.“윤 선생님, 절 기억하십니까?”임기준은 윤구주가 그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서둘러 앞으로 나섰다.“전 강성시 시장 임기준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비서실장이고 이쪽은 국회의원입니다. 저번에 윤 선생님께서 제1교도소에서 저희를 구해주신 적이 있습니다!”옆에 있던 비서실장과 국회의원은 서둘러 윤구주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윤구주는 임기준의 말을 듣자 싱긋 웃어 보였다.“시장님이셨군요.”“네, 네! 저번에 제가 꼭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고 해서 오늘 이렇게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임기준이 말했다.“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요.”“아뇨, 아닙니다! 전 그저 저희 강성시 시민들을 대표해서 윤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은 겁니다. 만약 윤 선생님께서 나서주시지 않았다면 강성은 그 판인국 놈들 손에 엉망진창이 됐을 겁니다.”윤구주는 이와 같은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지 찾아온 그들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고개를 돌리자 천하회의 노정연 등 사람들이 보였다.“음?”원피스를 입은 노정연은 윤구주의 눈빛에 지레 겁을 먹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윤 선생님, 혹시나 방해가 되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서경 천하회는 진심으로 윤 선생님과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부디 저희 천하회에게 한 번만
소청하는 두나희에게 얼마나 맞았는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로 바닥에 누워있었다.그러다 한참이 지나 다시 깨어났다.“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소청하는 정신을 차린 뒤 어두컴컴한 주위를 둘러보고 어리둥절해졌다.“아이고, 아파라!”몸을 살짝 움직이자 온몸의 뼈가 부러진 듯한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특히 두 손과 두 다리는 밧줄로 묶여 있었다.“이럴 수가! 누가 날 묶은 거지?”소청하는 큰 충격을 받고 넋이 나갔다.“헤헤, 빌어먹을 놈. 드디어 깨어났네.”이때 목소리 하나가 소청하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누구야?”소리를 들은 소청하는 흠칫 놀랐다.“나다!”두나희는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소청하의 앞에 섰다.갑자기 나타난 7, 8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를 본 소청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넌 누구야? 왜 날 묶은 거야? 그리고 여긴 어디야? 빨리 날 풀어줘!”소청하는 어린 두나희를 보자 불같이 화를 냈다.“잘 들어. 난 두나희라고 해!” “두나희? 난 널 몰라. 얼른 이거 풀어!”소청하는 버둥거리면서 손발을 묶은 밧줄을 풀려고 했다.“날 모른다고? 하지만 난 개자식인 널 알고 있지! 네가 그 여우 새끼 아빠지?”두나희는 소청하를 향해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여우 새끼?”소청하는 기가 막혔다.“소씨 성을 가진 그 언니 말이야. 감히 모른다고 할 건 아니지?”두나희가 다시 한번 말했다.“너... 너 설마 채은이 보고 여우 새끼라고 한 거니?”소청하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하, 이 개자식이. 드디어 인정하네! 맞아, 채은 언니가 바로 그 여우 새끼야! 채은 언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주 오빠에게 꼬리를 친 것도 모자라 몇 번이나 우리 오빠를 찾아왔어. 그러니까 여우 새끼지!”어린 여자아이가 소채은을 여우 새끼라 지칭하면서 윤구주의 이름까지 들먹이자 소청하는 어이가 없었다.“너, 너, 너 설마 그 윤구주랑 아는 사이니?”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두나희에게 물었다.“당연하지! 구주 오빠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
맞아서 입안이 터진 소청하는 그제야 꼬리를 내렸다.그는 평소에 집안에서 거만을 떨며 살아왔고, 심지어 윤구주 앞에서도 이렇게 모욕적인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두나희 앞에서 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소청하는 눈물을 흘리면서 억울해했다.“당신 같은 쓰레기가 감히 우리 구주 오빠에게 뭐라고 한 거야?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구주 오빠를 나무라는 거냐고! 오늘 내가 아주 단단히 혼쭐내 줄 거야!”두나희는 마치 악마처럼 키득키득 웃으면서 소름 돋게 굴었다.두나희가 소청하를 짓궂게 괴롭히고 있을 때 윤구주는 강성의 정치인들과 천하회 사람들을 응대하고 있었다.이때 윤구주는 직감으로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걸 눈치챘다.“음? 뒤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윤구주의 질문에 옆에 있던 백경재가 이마를 ‘탁’ 쳤다. 소청하가 두나희에게 붙잡혀서 갇혀 있다는 걸 떠올린 그가 서둘러 말했다.“저하, 소씨 집안의 속물이 오늘 저희 빌리지에 침입해서 그자를 잡아두었습니다.”“설마 채은이 아버지 말이야?”윤구주가 미간을 구겼다.“맞아요, 맞아요. 그 사람이에요!”윤구주는 그 말을 듣자 어이가 없었다.“나랑 같이 가보지.”윤구주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백경재가 대답했다.“네, 네!”안마당에서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들렸다.작은 방 안에서 두나희는 소청하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이때 방문이 삐걱 소리를 내면서 열렸고 윤구주가 안으로 들어왔다.“어? 구주 오빠, 드디어 돌아왔어? 헤헤, 이거 봐. 내가 이 빌어먹을 놈을 단단히 혼쭐내주고 있었어!”두나희는 윤구주가 돌아오자 얼른 기쁜 표정으로 얼굴이 멍투성이가 되어서 심하게 부은 소청하를 가리키며 말했다.윤구주는 소청하가 심하게 괴롭힘당한 것 같자 기가 막혔다.어찌 됐든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소채은의 아버지였는데 두나희가 이렇게까지 괴롭혔을 줄은 몰랐다.그리고 소청하는 윤구주를 본 순간 넋이 나갔다.“윤구주! 정말 너야?”윤구주 역시 이 상황이 황당했다.그는 원래도
소청하의 모욕적인 말에 뒤에 서있던 두나희의 분통이 터졌고 백경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만약 윤구주가 옆에 없었다면 그들은 진작에 소청하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감히 우리 저하를 모욕해?”이때 노여움에 찬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살기 등등한 목소리와 함께 우람한 몸집의 남자가 마치 대장군처럼 방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다름 아닌 호존 민규현이었다.“또 당신이야?”소청하는 전에 민규현에게 죽을 뻔한 적이 있기에 다시 민규현을 마주한 지금 지레 겁을 먹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감히 저하를 모욕하는 자들은 다 죽어 마땅하지! 게다가 당신처럼 쓰레기 같은 놈은 더더욱 죽어 마땅하고! 암부 사람들은 어디 있지?”그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삼십여 명의 암부 사람들이 일제히 허리춤에서 군도를 뽑아 들었다.“여기 있습니다!”민규현이 손가락으로 소청하를 가리키며 말했다.“이놈 끌어내서 참수해!”“네!”서른여 명의 싸늘한 군도를 쥔 암부 사람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오자 소청하는 화들짝 놀랐다.“뭐, 뭐, 뭐 하려는 거야? 감히 내게 손을 대려는 거야? 당신들 신고할 거야! 신고할 거라고!”소청하는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신고하겠다고? 내가 오늘 그 마음 접게 해주지! 임기준, 그리고 강성시 정계 인사들 다 들어오라고 해!”민규현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곧이어 강성시 시장 임기준이 강성시 정치인들을 데리고 들어왔다.“민규현 지휘사님? 이게 무슨 상황이죠?”임기준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이 사람을 죽이려는데 이 사람이 신고를 하겠다네요! 오늘 강성시 시장인 당신에게 묻죠. 나 민규현이 사람을 죽이려는데 강성시 경찰서에서 간섭할 수 있나요?”임기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민규현 지휘사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어떻게 감히 지휘사님 일에 간섭할 수 있겠습니까?”민규현은 차갑게 코웃음친 뒤 손가락으로 소청하를 가리켰다.“들었지?”소청하는 완전히 얼이 빠졌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눈앞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윤구주 네가 어떻게 이 대단하신 분들을 신하처럼 다루는 거야?”소청하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는 이런 상황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소청하, 우리 저하께서 여러 차례 용서해 줬는데도 이렇게 선을 넘는군! 우리 저하께서 당신 딸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당신 같은 쓰레기는 나 주세호의 눈길조차 받지 못했을 거야.”줄곧 참고 있던 주세호가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말했다.“주 회장님…”소청하는 그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그리고 소씨 집안이 지금처럼 잘 될 수 있었던 게 누구 공로라고 생각해? 흥! 내가 알려주지. 저하가 아니었다면 당신네 소씨 집안은 일찌감치 쓰레기가 됐을 거야.”주세호가 계속해 말했다.“그리고 조씨 집안에서 당신 딸을 해치려고 했을 때도 우리 저하께서 몰래 도와주셨어.그런데 당신은 뭘 했지?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저하를 모욕했어! 그러니까 당신이 말해봐. 당신이 죽어 마땅한지 아닌지.”주세호의 말이 칼이 되어 소청하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소청하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강성시 갑부 주 회장이 왜 윤구주를 저하라고 부르는 거지?’게다가 그는 소씨 집안이 오눌처럼 잘 된 건 윤구주 덕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채은이를 괴롭혔던 조씨 가문 일도 윤구주가 도와줬었다고 한다.“주 회장님 말씀이 맞아요. 우리 강성시에 당신 같은 인간쓰레기가 있다니, 정말 우리 강성시의 불행이군요. 당신 같은 사람이 감히 윤 선생님 앞에서 건방을 떨다뇨? 강성시에 윤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신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아요?”강성시 시장 임기준도 입을 열었다.소청하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윤구주는 강성시 갑부를 굴복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강성시 시장마저 굴복하게 했다.“우리 저하를 모욕한 놈은 죽어 마땅해!”민규현이 갑자기 매섭게 소리를 질렀고 그의 뒤에 있던 서른여 명의 암부 사람들도 따라서 외쳤다.“죽어, 죽어, 죽어!”죽으라는 말이 귓전을 때렸고 겁을 먹
“모든 건 채은이 덕분이죠.”말을 마친 뒤 윤구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오늘 채은이 체면을 봐서 한 번 살려줄게요. 당신에게 이렇게 훌륭하고 착한 딸이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그런 운도 언젠가는 끝날 거란 걸 기억해요.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당신을 죽일 겁니다. 신도 절 막을 수 없을 거예요.”윤구주가 마지막에 말했다.“고마워... 고마... 워!”윤구주가 자신을 살려주겠다고 하자 소청하는 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조아리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명심하세요. 오늘 제가 했던 말들은 절대 한마디도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채은이에게도 말하면 안 돼요. 저와 채은이의 사랑에 세속적인 관계가 섞이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한마디라도 누설한다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죠?”윤구주가 다시금 경고했다.“걱정하지 말아. 절대 채은이에게 알리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입 뻥긋하지 않을 거고.”소청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덜덜 떨면서 말했다.“자, 이제 꺼져요!”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소청하는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내려온 건지도 알지 못했다.그는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몸의 반 이상이 마비되었고 심지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오늘 발생한 모든 일이 그에게는 악몽과 다름없었다.그는 자신이 가장 업신여기던 윤구주가 강성시 갑부 주세호, 강성시 시장과 정치인들, 심지어 사람을 죽일 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민규현을 신하로 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렇다면 윤구주는 대체 정체가 뭘까?윤구주는 기억을 잃었던 것이 아닌가?그런 생각이 들자 소청하는 등골이 오싹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어느샌가 해가 저물었다.소씨 집안.일찍 돌아온 소채은은 방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고 이때 천희수가 안으로 들어왔다.“채은아, 네 아빠 오늘 어디 갔니? 왜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거야?”천희수는 들어오자마자 물었다.“몰라요.”소채은이 대답했다.“이상하네. 너희 아빠 평소에 자주 외출하지 않는데 오늘은 웬일이래? 게다가 전화도 안 받
“아빠, 왜 이렇게 된 거예요? 누가 때렸어요?”소채은은 비록 아빠가 못마땅했지만 심하게 맞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렸다.그런데 소채은이 말을 마치자마자 소청하가 소채은의 팔을 잡았다.“채은아, 아빠가 다 잘못했다. 예전에는 내가 미안했다. 아빠가 잘못했어, 흑흑흑흑.”소청하가 울면서 말했다.아빠가 갑자기 잘못을 인정하자 소채은은 멍해졌다.‘이게 뭔 상황이지? 아빠가 미친 건가? 왜 갑자기 울면서 나한테 사과하는 거지?’“아빠, 무섭게 그러지 마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왜 다친 거예요? 누가 이런 거예요?”소채은이 서둘러 물었다.그러나 소청하는 감히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윤구주가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알린다면 죽일 거라고 경고했으니 말이다.“채은아, 묻지 마. 아빠는 괜찮아. 그냥 갑자기 깨달은 게 있어서 그래. 예전에는 내가 안목이 없었다. 내가 사람답지 못했어. 내 잘못이야! 앞으로는 그런 양심 없는 짓은 하지 않을게. 네 연애에도 간섭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 너에게 누구랑 만나라고 강요하지도 않을 거다. 흑흑흑흑.”소청하는 말하면서 또 울음을 터뜨렸다.소청하의 모습에 소채은과 천희수 모두 어이가 없었다.집에서 항상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던 소청하가 이럴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 말이다.게다가 소채은의 연애에 간섭하지 않겠다고?소채은은 바보가 아니었고 연애라는 말에 곧바로 윤구주를 떠올렸다.소채은은 잠깐 정신이 아찔했다.‘설마 구주가 아빠를 때린 건 아니겠지?’“아빠, 혹시 오늘 구주랑 만난 거예요?”소채은이 서둘러 물었다.솔직하게 얘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소청하는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아니, 아니. 걔랑은 마주친 적 없다.”“정말이에요?”소채은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럼!”소청하의 단호한 태도에 소채은의 호기심이 깊어졌다.딸이 믿지 않는 것 같자 소청하는 황급히 말했다.“채은아,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마. 난 윤구주랑 만난 적 없다.
“누나도 정말 날 좋아해요?”공수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곤륜을 떠난 뒤 공수이는 줄곧 달콤한 연애를 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그가 좋아하는 여자들은 전부 윤구주를 좋아했고 그것 때문에 공수이는 꽤 충격이 컸다. 그래서 정태웅과 함께 룸살롱을 드나들었다.공수이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서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는 난생처음 고백받았다.“응, 좋아해!”차비연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상에, 태웅이 형님. 들었어요? 누나가 절 좋아한대요!”공수이는 너무 들뜬 나머지 눈시울이 빨개져서 기쁜 얼굴로 정태웅에게 말했다.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잘됐네!”“누나, 사랑해요!”공수이는 갑자기 차비연의 곁으로 달려가더니 몸매가 좋은 차비연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면서 머리를 차비연의 가슴 쪽에 대고 비볐다.이러한 상황에 차비연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공수이가 이렇게 적극적일 줄은 몰랐다. 공수이는 단숨에 그녀를 끌어안았다.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어처구니가 없었다.함지우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차비연을 품에 안은 공수이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세상에, 저럴 수도 있다고? 대단해. 정말 대단해!”공수이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차비연을 꽉 끌어안았다.차비연은 사람들 앞에서 안기게 됐는데도 머쓱해하지 않고 공수이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울지 마. 앞으로는 내가 예뻐해 줄게. 수이야, 잠깐 너랑 단둘이 얘기를 나눠도 될까?”차비연은 갑자기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당연히 되죠!”말을 마친 뒤 공수이는 차비연의 품에서 벗어나며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요. 제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안내해 줄게요.”그렇게 공수이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비연을 데리고 떠났다.두 사람이 정말로 단둘이 떠나자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약 30분 뒤, 윤구주는 소채은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왔다.두 사람은 조금 전 그곳에 없었기 때문에 공수이와 칠수방의 일을 알지 못
“네, 맞아요. 혹시 그 스님에게 전해주실 수 있나요? 호감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요.”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당연하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바로 수이에게 얘기하고 올게요.”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곧바로 공수이를 찾으러 갔다.같은 시각, 공수이는 함지우와 나란히 앉아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다.이때 정태웅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수이야, 수이야. 오늘 대박이야!”공수이와 함지우는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개를 돌렸다.“태웅이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대박이라니요?”공수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달리느라 숨을 헐떡대던 정태웅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수이야, 칠수방의 미녀들 혹시 기억해? 그들이 널 찾으러 왔어!”‘뭐라고?’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태웅이 형님, 거짓말 아니죠? 정말이에요?”공수이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진짜야. 그 미녀가 널 만나고 싶다고 직접 찾아왔어. 지금 바로 집 앞에 있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안내해 줄 테니 날 따라와.”정태웅이 말했다.그 말에 공수이는 처음엔 당황하더니 곧 흥분해서 바람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마당 쪽으로 향했다.정태웅은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함지우는 그 광경을 보더니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에, 정말로 스님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참 별난 세상이네. 안 되겠어. 나도 가봐야겠어.”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둘을 따라갔다.집 문 앞에는 긴 치마를 입은 몸매 좋은 차비연이 서 있었고 그녀의 뒤에는 늘씬한 미녀가 있었다.공수이는 서둘러 도착한 뒤 차비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누나!”차비연을 본 순간 공수이는 잠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목소리가 떨렸다.그는 달려가면서 외쳤다.차비연은 공수이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드디어 찾았네.”“누나, 혹시 날 찾으러 온 거예요?”공수이는 매우 기뻤다.“그럼! 참, 다친 곳은 어때? 나한테 약이 있는데 써볼래?”차비연은 그
긴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여자의 훌륭한 몸매를 가릴 수는 없었다.게다가 눈처럼 흰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가 어우러지니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그리고 뒤에 있는 여자도 아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넷째 언니, 정말로 이곳에서 그 스님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예요?”뒤에 있던 늘씬한 미인이 물었다.넷째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자세히 보니 칠수방의 칠금채 중 한 명인 차비연이었다.차비연은 예쁜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야.”“하지만 어르신이 그러셨잖아요. 우리 칠수방은 이번 전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리고 현문과 자운각에서 대장로를 모셨다고 해요. 넷째 언니, 우리가 그 스님을 찾는다면 현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지 않을까요?”차비연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흥, 그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들은 여럿이서 사람 한 명을 괴롭히는 비열한 인간들이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대장로까지 불러오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얼마나 뻔뻔하니. 안 그래?”늘씬한 소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확실히 뻔뻔하긴 하죠.”“그렇지? 비록 우리 칠수방도 6대종문 중 하나지만 나는 그들을 경멸해. 그리고 내가 그 귀여운 스님을 찾는 건 내 사적인 일이야. 그게 그들과 뭔 상관이야?”차비연이 한마디 보탰다.“넷째 언니, 설마 정말로 그 스님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죠?”늘씬한 미녀가 눈을 깜빡이면서 웃으며 물었다.“좋아하면 안 돼? 그 스님은 아주 강했어. 게다가 얼굴도 귀엽잖아! 그런 애를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어?”“하지만... 스님이잖아요!”늘씬한 소녀가 말했다.“하하, 나는 원래 자극적인 걸 좋아해.”차비연이 대꾸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윤구주 등 사람들이 지내고 있는 집 쪽으로 향했다.“바로 저 앞이야!”윤구주의 집에 도착하기 직전, 차비연이 입을 열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곧바로 그곳으로 빠르게 다가갔고 늘씬한 미녀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집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게
함지우는 공수이의 낙담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에게로 걸어갔다.“공수이, 뭐해?”함지우는 일부러 물었다.함지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공수이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뭘 하든 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음, 나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니 너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그거 진짜야?”함지우의 질문에 공수이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그래요. 좋아해요. 왜요?”“대단하네. 스님이 여자를 좋아하다니, 너 정말 대단하다.”함지우는 공수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다들 속세에는 유혹이 많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일 줄이야.”함지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공수이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공수이는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는 함지우와 가까이 앉기 싫은 듯했다.“자, 형한테 얘기해 봐. 넌 어떤 여자를 좋아해?”함지우는 얄미운 얼굴로 공수이에게 물었고 공수이는 그를 무시했다.“쪼잔하게 굴지 말고 얘기해 봐.”공수이가 대답하지 않자 함지우가 계속해 물었다.공수이는 잠깐 뜸을 들인 뒤 말했다.“일단 그 사람은 얼굴이 아주 예뻐요. 그뿐만 아니라 피부도 아주 매끈하고 보드라워 보였고 몸매도 굉장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도 분명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예요. 날 계속 칭찬해 줬고 날 향해 웃어주기도 했어요.”“진짜?”함지우는 그 말을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믿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공수이가 투덜댔다.“나한테 얘기해 봐. 그 사람 이름이 뭐야? 어디 출신이야?”“이름은 알지 못해요. 칠수방 사람이란 것만 알아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머릿속에 차비연을 떠올렸다.“칠수방? 6대종문 중 하나인 칠수방?”함지우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왜요?”공수이가 말했다.“네가 칠수방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칠수방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함지우가 물었다.“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다른 것까지 신경 써야 해요?”공수이가 반박했다.함지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공수
“구주 형, 혹시 우리 검조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그래? 우리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거라면 나랑 같이 서요산으로 가면 되잖아. 할아버지도 폐관하기 전에 형이랑 한 번 제대로 무예를 겨뤄 보고 싶다고 하셨어!”함지우는 웃는 얼굴로 할아버지 얘기를 했고 윤구주는 은은하게 웃었다.“그럴게. 일단 볼일을 다 보고 나면 너희 할아버지를 만나러 서요산으로 갈 거야.”“좋아, 좋아.”윤구주와 함지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는 윤구주의 형제들이 서 있었다.“수이야, 서요산에서 온 저 무시무시한 사람은 누구야? 우리 저하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거야?”정태웅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공수이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공수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서요산 검종은 아주 비밀스러운 종문으로 화진의 많은 무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이었다.검을 타고 비행하는 멋진 모습이나 엄청난 검도 실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지만 공수이는 함지우에게 호감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재능이 조금 뛰어난 사람일 뿐이에요.”“진짜?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은 정말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던데?”정태웅이 말했다.“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아무리 강해도 결국엔 우리 형님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걸요.”공수이가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고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확실히 강하긴 해요. 젊은 세대 중에서 함지우 씨가 최고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우리 형님은 제외해야 해요. 그리고 지우 씨에게는 엄청난 실력을 소유한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 할아버지는 서요산의 검조라고 불려요. 그 할아버지는 진짜 실력이 무시무시해요. 당시 곤륜에서 검을 이용하여 외국의 강자들 여럿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어요. 우리 스승님이 그러시던데 그 검조 할아버지의 전투력은 세 손가락 안에 들 거래요.”공수이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세상에!’무도 성지 곤륜에서
만불종이 독인을 굉장히 불만스러워하자 문창정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살심스님, 그렇게 날을 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이 세 분을 모신 건 온전히 우리 무도 3대 서열을 위해서니까요. 살심스님도 우리 3대 서열이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그 말에 살심스님은 침묵했다.그는 비록 독인과 같은 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공수이와 서요산 함지우의 실력을 떠올리고는 결국 참았다.“살심스님, 우리 종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문창정 선배님의 말씀에 따르시죠.”이때 현문과 자운각 사람들이 하나둘 나섰다.사람들의 설득 때문에 만불종 사람들도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문창정은 만불종 사람들이 더는 뭐라고 하지 않자 계속해 웃으면서 소개했다.“이 두 분은 아마 여러분도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분은 탁훈이고 이분은 옥면 여우, 미희입니다.”‘뭐라고?’다른 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종문의 사람들은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은 독인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전 세상에 이름을 널리 떨쳤었던 대단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옥면 여우 미희는 20년 전 이미 유명했었는데 천변 여우라고 불리기도 했었다.당시 후3품의 절정 강자들도 옥면 여우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물론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미희가 타고난 재능 덕분에 뛰어난 역용술을 쓸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그런데 문창정이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마귀 세 명을 단번에 불러낼 수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오늘부터 이 세 사람은 우리 종문과 함께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수호할 겁니다.”문창정은 소개를 마친 뒤 웃으며 말했다.이 순간 현문, 자운각, 만불종 사람들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비록 세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들의 도움이 있으면 승산이 컸다. 그래서 다들 침묵을 선택했다.“문창정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저희 세 사람은
말을 마친 뒤 살심스님은 뒤에 있던 스님에게 뭐라고 말했고 곧 그 스님은 대장로님을 모시러 부랴부랴 떠났다.만약 정말로 종문의 대장로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일이 아주 커질 것이다.“만약의 상황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와달라고 연락했습니다.”이때 문창정이 또 입을 열었다.“누구에게 연락하셨습니까?”현문, 자운각, 그리고 만불종 사람들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문창정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다들 나오시죠.”그 말과 함께 세 명의 절정 기운을 내뿜는 강자들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세 사람 중 선두에 선 사람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여 아주 추악했고 등 뒤에는 검은색의 나무 상자를 메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자 아주 짙고 자극적인 독성 가스가 느껴졌다.특히 그는 두 눈동자가 녹색이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뜰 때면 마치 안개가 자욱한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그의 뒤에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있었다.그 남자도 똑같이 후3품 절정 강자였고 등 뒤에 검은색의 귀형도를 메고 있었다.여자는 아주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녹색의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는 마치 여우 같아 보였다.세 사람이 다가와서 문창정을 향해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문창정 선배님을 뵙습니다.”문창정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독인입니다.”‘뭐라고?’“이 사람이 독인이란 말입니까?”문창정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의 정체를 밝히자 그 자리에 있던 살심스님과 현문의 구진철, 자운각의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갑자기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자운각의 젊은 주인 현지욱은 독인을 알지 못했기에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백 장로, 저 사람 아주 유명한가?”“저 사람은 30년 전 무림의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30년 전 수많은 무인을 죽여서 종문들에 공격당했었죠. 그 뒤로는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 사람은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그 함지우라는 사람이 왜 그 스님을 살리고 현문의 도자를 죽였겠습니까?”자운각의 장로가 말했다.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만약 서요산에서 정말로 구주왕과 연합했다면 골치가 아픈데요... 서요산의 비검은 천하무적이니 말이에요.”살심스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흥! 비록 서요산이 강하긴 하지만 우리 종문도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 함지우는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으니 반드시 우리에게 설명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와 싸울 겁니다.”구진철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에 다른 종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요산과 싸우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요산 검종은 화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두려운 종문이었다.게다가 서요산은 줄곧 무도 성지 곤륜과 같이 언급되었다.잠깐 생각하던 살심스님은 옆에 있던 문창정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문창정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때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창정에게로 향했다.문창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리 화진의 6대 종문은 원래 연합해서 함께 종문의 위상을 높여야죠. 하지만 만약 서요산이 정말로 구주왕과 같은 편이라면... 아마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군요.”“선배님 말씀은 서요산과 싸워야 한단 말입니까?”살심스님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고 다른 자운각의 제자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습니다. 천 년의 역사가 있는 화진의 무도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이건 질서이자 규칙이에요. 다들 국주님께서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셨는지 압니까?”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사실 국주님께서는 우리 종문이 나서서 지난 백 년간 이어진 화진의 무도 난국을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만약 국주님께서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면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겠습니까? 그리고 제 손녀가 화진의 새로운 왕이 되게 하지도 않았겠죠.”문창정의 설득에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
함지우는 문씨 일가의 저택을 단번에 무너뜨리고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형, 가자. 빌어먹을 문씨 일가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자.”“맞는 말이에요. 우리 그놈들을 죽이러 가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그러나 윤구주가 말했다.“문씨 일가는 아주 교활해. 난 서울로 돌아온 뒤 줄곧 그들의 본거지를 찾고 있었어. 하지만 문씨 일가가 많은 수작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몰라. 그렇지 않으면 난 이미 그들을 없앴을 거야.”공수이와 함지우는 그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윤구주의 성격이라면 이미 복수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문씨 일가의 본거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형, 어떡해? 설마 그 자식들이 멋대로 설치게 놔둘 거야?”함지우가 물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번에 종문에서 나섰잖아. 그 배후에 문씨 일가가 있으니 그들은 분명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러니까 내가 굳이 찾지 않아도 그들이 먼저 날 찾아올 거야.”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함지우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형 말이 맞아. 종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문씨 일가의 초대 때문이지. 심지어 우리 서요산까지 나섰잖아.”“지우 씨, 서요산에서 지우 씨를 보낸 게 설마 우리 형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니죠?”공수이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함지우가 대꾸했다.“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서요산이 왜 구주 형이랑 싸워?”함지우는 공수이를 향해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흥, 서요산은 그래도 눈치가 빠르네요. 경고하는데 만약 서요산에서 우리 형님을 적으로 돌린다면 전 곤륜으로 돌아가서 괴물들을 불러와 당신들을 상대할 거예요.”공수이는 으름장을 놓았다.한때 곤륜을 주름잡았던 공수이가 한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당시 곤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윤구주를 따랐었다.만약 윤구주가 바깥세상에서 종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안다면 엄청난 실력자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됐어. 이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