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땅에 누워있는 시체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는데 그들은 며칠 전 유니버설 센터 홍월 경매사에 있었던 판인국 부하들이었다.“정말로 판인국 그놈들이야! 빌어먹을 놈! 지난번에 우리 화진 사람의 돈을 사기 칠 뻔했는데, 이번에 감히 윤 선생님을 암살하려 했다니, 정말 극악무도한 것들, 이런 놈들은 죽어도 아깝지 않아!”노정연이 분노에 차서 말하자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20여 명의 자객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20명의 무도 대가 경지의 사람이 왔어도 윤구주는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대가?그는 예전에 대가 경지의 사람들을 백 명도 넘게 죽인 적이 있었다.그러니 지금 눈앞에 누워있는 사람들은 그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구주야, 이 사람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앞에서 사람을 죽여? 그리고... 저 복면을 한 사람들은 또 누구야?”옆에서 놀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진 소채은이 윤구주의 옷자락을 잡으며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감히 대낮에 이렇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녀가 생각조차 못 할 일이었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윤 선생님의 친구예요! 윤 선생님을 건드렸던 저 나쁜 새끼들이 우리의 적이에요!”윤구주가 말하기 전에 노정연은 얼른 웃으며 소채은에게 설명했다.“친구예요?”소채은이 멍해진 눈빛으로 예쁘게 생긴 노정연을 바라보았다.“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윤 선생님 같은 큰 인물을 알게 된 것은 우리 천하회의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윤 선생님께서는 우리와 친하게 지낼 의향이 있으신지 모르겠네요!”노정연은 계속 윤구주에게 아첨했다. 하지만 이런 아첨은 윤구주에게 씨알도 안 먹혔다.그는 노정연을 못 본 체하고 넋이 나간 소채은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채은아, 미안해! 오늘은 함께 쇼핑 못 할 것 같아!”소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그럼 내가 널 집까지 데려다줄게!”“응!”그리고 윤구주는 소채은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집으로 가는 내내 소채은의 가냘픈 몸은 바르
모두의 시선이 민규현에게로 쏠렸다.암부 부하들을 데리고 도착하자마자 그는 서둘러 윤구주의 곁으로 달려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늦게 왔습니다! 벌해 주세요!”“괜찮아, 이놈들은 아무것도 아니야.”윤구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저희가 소홀히 했어요! 저하를 잘 보호해 드리지 못했어요!”“됐어, 자책하지 마!”윤구주는 전혀 개의치 않은 태도로 말했다.“저는 아직도 기억해요, 저하께서 혼자의 몸으로 적군을 쳐부수고 판인국 황실 궁전 앞까지 가서 양보 조약을 맺으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오늘 이런 놈들 따위가 어찌 감히 저하의 적수가 될 수 있겠어요?”민규현은 자랑스럽게 말했다.“전부 옛날 일인데, 그걸 다시 떠올려서 뭐 해!”윤구주가 이렇게 말하자 민규현은 웃으며 말했다.“저하의 일이라면 저는 다 기억해요!”민규현이 윤구주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암부원들은 멀리에 있던 노정연 등 사람들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노정연은 몹시 억울했다!암부와 윤구주는 그녀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윤구주라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뜻밖에도 지금 암부원들한테 잡힐 줄은 몰랐다. 이 상황을 어찌하면 좋을까?“다들 제발, 이건 오해예요! 우리 천하회는 죄를 지은 적이 없어요. 단지 윤 선생님을 도와 판인국 놈들을 처리한 것뿐이에요. 부디 은혜를 베풀어 우리 천하회 사람들을 살려주세요!”노정연이 입을 열었다.“헛소리 하지 마! 누가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죽여버릴 거야!”한 암부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노정연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지만 정말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바로 이때.민규현이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뒤에 있는 노정연과 마 선생을 바라보고 물었다.“저하! 저 사람들은 뭐예요?”“서경 천하회 사람들이야!”윤구주가 이렇게 대답하자 민규현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원성일 그 노인네 부하들이에요?”“그래 맞아!
“그래? A급?”“네! 그 소식을 받고 부랴부랴 떠났는데 이 개자식들이 이렇게 빨리 저하한테 손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민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눈에는 살기가 맴돌았다.“허허, A급이든 B급이든 우리 화진을 건드리는 새끼들은 모조리 죽여버리지 뭐!”윤구주가 말하자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럼요!”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민규현은 부하들을 데리고 윤구주를 용인 빌리지로 모셨다. 그는 판인국 A급 강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윤구주의 곁에 있을 수 없었다. 윤구주가 용인 빌리지에 내리고 나서 민규현은 부하들을 데리고 서둘러 떠났다. 윤구주는 홀로 용인 빌리지에 들어섰다.마당 안.백경재와 두나희는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윤구주가 돌아온 것을 보고 재빨리 달려와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오늘 암살 사건에 대해 윤구주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앞으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건 바로 소채은의 안전이다!비록 윤구주는 갑작스러운 암살이나 위협 같은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지만 소채은은 평범한 여자이기에 그와 전혀 다른 상황이다. 게다가 그는 항상 소채은의 곁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더 불안했다. 그래서 윤구주는 자기 여자인 소채은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 지금 일 순위가 되었다.하지만 어떻게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까?“그래! 채은이를 위해 호신용 부적이나 법기 같은 것을 만들어야겠어!”“그것만 있다면 아무리 큰 위험이 닥쳐도 채은이는 무사할 거야!”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윤구주는 그녀를 위해 보물을 만들어 주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재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십 국 전쟁 이후 윤구주에게는 이것을 만들 수 있는 물건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법기를 만드는 재료를 구하는 일이 무척 시급했다!윤구주가 백경재를 부르자 그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재빨리 달려왔다.“저하, 무슨 일이죠?”백경재가 물었다.“백 선생, 뭐 하나 물어볼게.
그리고 윤구주는 여유롭게 이것저것 둘러보며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가게에는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다 있었다. 진품도 있고 가짜도 있고 품질도 달랐다.앞서 봤던 부록주사 중에 십중팔구는 모두 가짜였다. 그리고 도목검 역시 원자재로 쓰이는 나무 품종이 서로 달랐고 심지어 개안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한 바퀴를 돌았지만 윤구주는 마땅한 재료를 찾지 못하자 한숨을 내쉬었다.그런 윤구주의 답답함을 눈치챈 백경재는 곰곰이 머리를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저하, 북쪽에 오래된 법기 재료 가게가 있는데 안에 진품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니면 우리 그쪽으로 가볼까요?”“그러지 뭐!”“그럼 저를 따라오세요.”백경재는 윤구주를 데리고 북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이 가게는 오래된 역사가 있는 가게여서 강성에서 명성이 자자합니다. 가게 이름은 모란가예요. 강산도 수법자들 외에도 전국 팔도 지역에서 물건을 보러 온다고 합니다.”윤구주는 백경재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오직 오늘 적합한 재료만을 찾기를 원한다. 한참 걷더니 오래된 한옥 한 채가 보였다.이 한옥은 지은 지 오래되어 보였지만 여전히 고풍스러웠다. 대문에 대전 서체로 쓰인 세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모란가!입구 앞에는 동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나침판이 걸려있었다. 비록 녹이 슬었지만 윤구주는 한눈에 이 나침반이 풍수집재진임을 발견했다. 그는 한옥을 둘러본 뒤 물었다.“여기야?”“네.”“들어가 보자.”윤구주가 먼저 한옥에 들어서자 백경재가 그의 뒤를 재빨리 따랐다. 마당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생각지 못한 풍경에 흠칫 놀랐다. 고풍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내부의 인테리어는 매우 력셔리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엄청 독특했다.“안녕하세요. 두 분은 법기 재료를 사러 오셨나요?”소복을 입은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네! 법기 용품을 사러 왔는데 한번 구경시켜 주세요.”백경재가 대답했다.“정말 죄송합니다만 오늘 귀빈을 접대해야 하므로 재료를 소개해 주기 힘들 것 같네요. 헛걸
“북방에서는 고위층분들이 귀빈으로 떠받들고 있는 분이죠!”그 말에 백경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물었다.“이 법기 상점 사장님은 왜 풍수 대가를 부른 거죠?”“이런! 당신들 외지 사람이죠? 그것도 모르세요?”백경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래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니 제가 알려드리죠. 이 꽃밭을 보셨어요?”그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꽃밭을 가리켰다.정원 가득한 꽃밭에는 모란이 심겨 있었다. 다만 이상한 것은 그 모란들이 모두 시들었다는 것이다.시들어버린 모란을 보면서 백경재는 이상하게 생각했다.“이건 시들어버린 모란밭이 아닙니까?”“맞아요! 하지만 이 모란밭은 무려 100년 동안이나 시들지 않았어요.”“네?”“100년 동안 시들지 않았다고요? 지금 저 놀리세요?”백경재는 의아하기 그지없었다.“제가 왜 당신을 속이겠어요? 이 오래된 가게를 왜 모란가라고 하는지 아세요? 바로 이 100년 동안 시들지 않은 모란밭이 국내외에서 유명하기 때문이에요!”“하지만, 휴, 보름 전에 이 모란밭이 갑자기 모두 말라 버렸어요! 그래서 사장님이 속이 타서 풍수 대가 님을 모셔 와 상황을 살피도록 한 거예요.”여기까지 듣고서야 백경재는 마침내 모든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이 가게를 모란가라고 부르더라니! 그래서 가게 사장이 풍수 대가를 모셔 온 거고! 일이 그렇게 됐단 말이지!’옆에 있던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 모란밭이 100년 동안 시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도 호기심이 생겨 모란밭을 힐끗 쳐다보았다.정원 가득한 모란이 모두 시들었다!윤구주가 모란밭 밑에 시선을 돌리자 바닥에서 이상한 에너지 변동이 전해오는 것을 느꼈다.“음?”에너지 파동을 감지한 그는 눈을 반짝이며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바라보았다.신념의 기운이 땅 밑으로 퍼지자 그는 마음속으로 매우 이상하고 화염보다 더 강렬한 열에너지의 기운을 느꼈다.모란밭 바닥의 열기를 느끼며 윤구주는 모란밭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고, 그는 순간 깨달았다.“바로 이거였어!”
“황 선생님 도와주세요!”“선생님께서 이 모란밭을 구해 주신다면, 저 안이준은 20억 원을 드릴 수 있고 우리 법기 상점의 모든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안 사장은 감격해서 말했다.“별로 어려운 일 아닙니다! 이따가 제가 풍수지리를 배치하여 지하 음기를 유도하고 음양을 조화시키면 이 모란밭은 다시 만개할 수 있을 겁니다. 사계절이 봄날처럼 아주 활짝 필 수 있을 거예요!”황 대가는 자기 팔자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뭔 말같지도 않은 헛소리야!”안 사장과 다른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날카로운 눈매에 왕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윤구주가 서 있었다.낯선 사람이 나타나자 순간 모든 이의 주의를 끌었다.“네 놈, 넌 누구야? 왜 여기 와서 소란을 피워?”모란가의 사장은 성난 목소리로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이번에 ‘황 대가’를 모시려고 안 사장은 아주 많은 인력과 재력을 들여 겨우 이곳으로 초대할 수 있게 되었다.그런데 지금 갑자기 누군가가 소란을 피우니, 어찌 그가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장님, 이놈은 방금 우리 법기 상점에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에요!”한 머슴이 윤구주를 알아보고 외쳤다.“이런! 오늘은 관계자 외에 일체 출입할 수 없게 단속하라고 내가 진작 말했잖아? 당장 끌어내!”안 사장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잠깐!”이때 도포를 입은 황 대가가 갑자기 안 사장을 제지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윤구주를 보더니 물었다.“방금 이 젊은이가 나를 보고 헛소리를 한다고 했는데,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 듣고 싶네요. 혹시 당신도 나랑 같은 업계를 종사하시오? 풍수비학을 배웠소?”그의 물음에 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풍수비학도 모르고 같은 업계를 종사하지도 않으면서 왜 근거도 없이 내 말이 헛소리라고 한 것이오?”황 대가가 계속 따져 물었다.“왜냐하면 그쪽 말은 원래 헛소리니까요!”
“네가 구룡점혈이 뭔지, 봉수점금이 뭔지 알아?”황성해는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맹호처럼 기세가 등등했다.하지만 윤구주는 움직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이 말한 건 한 권도 읽지 않았지만 난 알고 있어. 당신이 틀렸다는 걸!”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모란밭을 가리켰다.“이곳은 당신이 말한 쇄양지도 아니고, 음양의 조화로 모란꽃을 피울 수 있는 곳도 아니야!”“만약 당신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이 모란들은 더 빨리 죽게 될 거야!”“못 믿겠으면 어디 한 번 해보든가!”그의 말에 황성해는 철저히 분노했다.“이 녀석이! 네가 감히 나를 의심해? 내가 풍수를 보기 시작했을 때, 넌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어! 오늘 진정한 풍수비술이 무엇인지 내가 똑똑히 보여 주마!”황성해는 재빨리 오른손으로 시든 모란 한 송이를 따더니, 허공에 들고 입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황 대가님께서 법술을 부리고 계셔. 저기 좀 봐봐!”주위 사람들은 화난 황성해가 마침내 법술을 부리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황성해가 무려 5분 동안이나 주문을 외우고 크게 한번 소리치더니 허공에 들고 있던 모란꽃을 가리켰다. 아니나 다를까, 보이지 않는 현기가 황성해의 지현으로부터 모란꽃으로 들어갔다.“모란꽃이 살아난 것 같아요!”한 머슴이 흥분해서 황성해 손에 있는 시든 모란을 바라보면서 소리쳤다.아니나 다를까 황성해의 법술에 따라 시든 모란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까무잡잡하던 꽃잎이 서서히 새하얗게 변하고 있었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거의 죽어가던 모란꽃이 진짜 살아났다!“살았어!”“정말 살아났어!”“어머, 역시 황 대가님이셔!”이 장면에 현장의 사람들은 모두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특히 모란가의 사장 안이준은 백여 년 동안 조상 대대로 이어온 모란밭을 결코 자기 손에서 망치고 싶지 않았다.모란꽃이 다시 만개한 것을 보고 그는 갑자기 흥분했다.“너 이 녀석, 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안이준은 화가 나서 윤구주를
“이게 뭐야?”“모란꽃이 또 시들었어?”이 장면을 바라본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제일 화가 난 것은 모란가의 사장 안이준이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듯 윤구주를 향해 으르렁거렸다.“이 나쁜 놈!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내 모란꽃이 왜 다시 시들어버린 거야?”옆에서도 윤구주를 향한 비난과 욕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그들은 방금 윤구주가 모란꽃을 시들게 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무식한 놈들!”윤구주는 코웃음을 치며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황성해를 쳐다보았다.“당신도 이들과 같은 생각이야?”황성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방금 자신이 모란꽃을 피운 것이 확실히 속임수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죽은 꽃을 회생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나쁜 놈, 우리 조상님의 모란을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감히 황 선생님을 협박해? 여봐라, 이 나쁜 놈을 당장 쫓아내!”모란가의 사장이 고함을 지르자 주변에 몇 명의 머슴들이 와서 윤구주를 쫓아내려고 했다.이 무식한 인간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윤구주는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나도 눈뜬장님 같은 당신들을 도와줄 마음이 없어! 다만 떠나기 전에, 나의 능력을 똑똑히 보여 주지!”말이 떨어지자 윤구주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쾅!형언할 수 없는 하늘을 가르는 현기가 사방으로 밀물처럼 밀려들었고, 특히 이미 시들어 떨어진 모란꽃밭으로 가득 몰려들었다.이어서 윤구주가 크게 소리쳤다.“개화!”마치 사신이 명령을 내린 것과 흡사했다.순간, 시들었던 모란꽃밭 전체가 활짝 피었다. 수많은 귀한 모란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다투며 이곳을 다시 꽃바다로 만들었다.“이건... 어떻게...”모란가의 사장을 필두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서 멍해졌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황성해였다.그는 두 눈을 힘껏 비비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안돼... 이건... 불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