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현의 큰 손에 목을 잡힌 소청하는 마치 곧 잡아먹힐 어린 양처럼 공중에 띄워 올려졌다.민규현이 조금만 힘을 쓰면 소청하는 바로 죽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오소룡은 ‘풀썩’하고 민규현의 몸 앞에 무릎을 꿇었다.“지휘사 님, 저희 이모부를 살려주세요!!!”“네가 감히 나를 막아서려 들어?!”민규현의 말 한마디에 오소룡은 기가 죽고 말았다.암부의 3대 지휘사로서 민규현은 예로부터 도살자라 불렸다!당시 설국과 전쟁을 벌였을 때, 이 도살자는 한칼에 한 사람씩 무려 1000여 명의 설국 사람들을 죽였다!그러니 누가 감히 이 도살자, 민규현과 맞설 수 있겠는가?소청하가 민규현에 의해 산 채로 죽어가는 것을 보고 윤구주가 마침내 나섰다.“민규현, 그만해!”“저하, 이 늙은이가 감히 저하를 욕보였습니다. 죽어 마땅하니 제가 죽일 수 있게 해주십시오!”민규현이 울분을 토하며 말하자 윤구주가 그를 노려보았다.윤구주가 화가 난 것을 보고 민규현은 어쩔 수 없이 콧방귀를 뀌며 허공에 떠 있는 소청하에게 말했다.“명이 꽤 길군요! 하지만 만약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땐 바로 죽이고 말 겁니다!”말을 마친 민규현이 손을 흔들자 ‘쾅’하고 소청하가 날아갔다.윤구주도 소청하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행들에게 말했다.“채은이 찾으러 갈 테니, 너희들은 여기에 남아 있어라. 일 만들지 말고!”이윽고 윤구주는 직접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조용한 방안.소채은은 아직도 거기에 누워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며칠간 계속된 식음 전폐로 그녀의 아름다웠던 얼굴은 초췌하기 짝이 없었다.몇 분 후,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채은아, 나 왔어!”윤구주가 온 것이다.침대에 누워있던 소채은은 낯익은 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리자 약하게 몸을 떨었다. 그러나 곧 다시 평온을 되찾고 계속 누워있었다.윤구주는 곧장 소채은의 침대 옆으로 향했다. 예전의 아름다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매우 수척해진 소채은을 보자 윤구주는 칼에 베인 듯
사기꾼이라는 말에 윤구주는 덧없이 어리둥절해졌다.“채은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널 속였어?”윤구주는 서둘러 통제 불능의 소채은을 붙잡고 물었다.“이 거짓말쟁이, 아직도 인정 안 해?”소채은이 눈을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녀는 분노와 한이 뒤섞인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보았다.“내가 뭘 인정해?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윤구주는 사실대로 말했다.“그래, 인정하지 않으려 하니 내가 콕 집어 말해주는 수밖에. 너 왜 내 전화 안 받아? 그리고 왜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나는 네 여자친구야, 알아? 나는 매일 너를 생각한다고!”소채은은 이렇게 말하며 억울하게 울었다.“미안해, 내 잘못이야. 얼마 전에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이 일은 확실히 내 탓이야!”윤구주도 억울하긴 마찬가지였다!두나희가 소채은의 전화번호를 지운 후, 윤구주는 정말 소채은의 번호를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소채은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피식 냉소했다.“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뻔하디뻔한 변명을 누가 믿어?”“너 속인 거 아니야, 진짜야!”“허? 진짜라고? 그럼 다시 물어볼게. 너 왜 다른 여자랑 데이트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꽁냥대? 이건 무슨 상황인데?”‘뭐? 데이트?’“나 그런 적 없어!”윤구주는 어이가 없었다.“하? 이거 봐라? 계속 거짓말이야?! 언제까지 하나 보자!”소채은은 딱딱한 말투로 말하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툭 던졌다.곧이어 화면 위의 사진을 본 윤구주는 얼떨떨해졌다.‘이건 그날 내가 주안나를 부축할 때 찍힌 거잖아?!’“사기꾼! 이제 더 할 말 있어? 있냐고!”소채은은 몰래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윤구주에게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윤구주는 자신이 그날 무심코 주안나와 밥은 먹은 장면이 갑자기 소채은의 핸드폰 속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채은아, 네가 오해한 거야! 이분은 주세호 씨의 딸, 주안나야!”“나도 당연히 알지! 그런데
윤구주가 이렇게도 간절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소채은은 그제서야 붉게 부은 눈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정말 나 안 속였어?”“정말, 진짜야!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윤구주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으며 말했다.“그런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나 보러 오지 않았어?”“요 며칠 너무 바빠서... 미안해.”그는 진실만을 말했다.“다시는 나 속이지 마. 너를 알게 된 후로 내 마음은 모두 윤구주 너한테 있어. 네가 나를 속이면 난 죽고 말 거야.”말을 끝마치자, 소채은은 또 억울한 듯 눈물을 콸콸 쏟았다.그러자 윤구주는 서둘러 그녀를 품에 안아 가볍게 위로했다.이제야 그는 마침내 소채은이 병을 앓은 것이 아니라 화나고 슬퍼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초췌해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채은아, 미안해! 내가 너를 아프게 했어! 어디 보자, 왜 이렇게 마른 거야?!”“이게 다 네 탓이잖아. 사진을 본 그날 이후로 내 심장은 멈춘 거나 다름없었어!”“하...”긴 한숨을 내쉬며, 윤구주는 품속에 있는 바보 같은 소채은을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곧이어 윤구주가 결정을 내렸다.‘빨리 주안나를 찾아서 채은이가 함부로 생각하지 않도록 명확히 설명해 줘야지!’“구주야, 나 배고파!”소채은이 갑자기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만도 한 것이, 이미 연속 여러 날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소채은은 배가 고파 탈진할 지경이었다.오늘 윤구주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곧 배가 고파서 기절했을 것이다.“내가 바로 가서 먹을 거 가져다줄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밖으로 뛰쳐나갔다.밖에서!소청하, 천희수는 민규현에게 놀라 온몸이 마비될 지경이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정원에 서 있으며 감히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더욱이 오소룡은 공손하게 민규현의 뒤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던 그때, 윤구주가 뛰쳐나왔다.“어머님, 채은이한테 빨리 맛있는 거 좀 만들어 주실래요
전화를 받은 지 1분이 지나자 민규현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졌다.전화를 끊고 민규현은 윤구주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백경재한테 말했다.“백 선생, 제가 급한 일이 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어요. 수고스럽지만 저를 대신해 저하에게 전해 주십시오!”“네! 알겠어요, 제가 전달해 드릴게요!”“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소룡아, 우리 가자!”그리고 민규현은 소씨 저택을 떠났다.암부의 일원으로서 오소룡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아쉬운 듯 소청하 부부를 한 번 보고는 민규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대문 앞!벌써 암부원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민규현이 오소룡을 데리고 나오는 것을 보고 몇몇 암부원들은 즉시 달려와서 말했다.“지휘사 님!”“상황이 어때?”민규현은 몸을 돌리고 차에 오르면서 물었다.“지휘사 님, 방금 입국장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의 A급 강자들이 이미 가명으로 강성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판인국의 A급 강자들은 아마도 홍월 경매사 일을 위해 왔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민규현의 눈빛은 날카로워지면서 살의가 맴돌았다!“판인국 자식들, 감히 A급 강자까지 보낸 거야?”암부원이 대답했다.“네!”“허허, 이 개자식들이 급한가 보지, 감히 우리 화진에 사람을 보내다니! 명령해, 지금부터 모두 이 일에 집중하고 최대한 빨리 그 개자식들의 행방을 알아내! 이번에 그 누구든, 순순히 돌려보내지 않겠어!”“네!”블랙 첩보 조직은 판인국에서 제일 큰 정보 조직이었다!이 조직 안에서 A급 강자는 화진에서의 대가급 실력이다!판인국에서 이번에 이렇게 많은 고수를 갑자기 강성에 보낼 줄은 정말 몰랐다!민규현이 암부원들을 데리고 떠날 때, 멀지 않은 곳에 리무진 한 대가 서서히 다가왔다!차 안에는 바로 서경 천하회에서 온 노정연과 몇몇 부하들이 있었다!홍월 경매회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노정연은 윤구주한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천하회 3대 당주인 노정연은 기필코 윤구주를 천하
소씨 저택.윤구주의 진심 어린 해명을 듣자 소채은의 기분은 아주 좋아졌다.“구주야, 넌 내 전화번호가 없다고 했는데, 내가 아픈 것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소채은이 물었다.“네 사촌 오빠 때문에!”“뭐? 우리 사촌 오빠?”“그래, 그가 나한테 전화해서 알려줬어!”윤구주는 소채은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사촌 오빠라는 말에 소채은은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소룡 오빠야? 소룡 오빠 본지도 너무 오래됐네. 지금 어디 있대?”소채은이 묻자 윤구주가 말했다.“아마도 밖에 있을 거야! 나 따라와. 같이 찾으러 가자!”“응! 그거 알아? 소룡 오빠는 나에게 너무 잘해줬어, 어릴 때부터 말이야! 서울대 졸업 후에 국가 기밀 부서로 갔어. 뭘 하는 지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어. 이번에 오빠가 강성에 올 줄은 생각도 못 했어.”소채은은 밖으로 나가면서 윤구주한테 예전 오소룡의 일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이에 윤구주도 대충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암부원으로서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분을 누설해서는 안 되었다!이건 암부의 제일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암부원들은 외국 첩보 조직에 약점을 잡히면 절대로 안 된다. 이는 어쩌면 국가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마당 안.흰색 도복을 입은 백경재는 아직도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방금 놀라움이 채 가시지 않은 소청하와 천희수도 옆에 서있었다.잠시 후.윤구주와 소채은이 마당에 들어서자 천희수는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채은아, 우리 바보 같은 딸, 드디어 일어났어?”소채은도 엄마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엄마, 죄송해요! 걱정시켜 드려서!”“아니야! 괜찮아! 너만 괜찮으면 됐어!”옆에 서있던 소청하는 말을 하려고 중얼거렸지만 윤구주가 소채은의 곁에 있는 것을 보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마, 소룡 오빠가 왔다고 하던데, 어디에 있어요?”소채은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묻자 천희수가 대답했다.“네 소룡 오빠는 방금 떠났어!”“떠났다고요? 왜 이렇게 빨리 가셨어요?
윤구주는 자기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그건, 나중에 설명해 줄게!”소채은은 의심스러운 듯 윤구주를 보고 나서 말했다.“알았어.”오소룡을 보지 못한 소채은은 매우 실망했다.하지만 오늘 날씨는 정말 좋았다. 따스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녀가 말했다.“구주야, 쇼핑하러 가고 싶어. 나랑 함께 가줘!”“좋아,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나는 무조건 따라가지!”윤구주가 다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좋아!”소채은은 기쁜 어조로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소청하와 천희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빠, 엄마, 저 밖에 다녀올게요!”천희수는 감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일찍 돌아와, 아직 네 몸이 다 회복 안 됐잖아!”“네네!”소채은은 말을 마치고 윤구주와 함께 집 문을 나섰다!윤구주가 떠나간 뒤에 소청하는 땅에 풀썩 주저앉았다!“정말 무슨 죄를 지은 거야! 우리 소씨 집안이 왜 하필이면 윤구주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소청하는 억척스러운 늙은이처럼 땅에 앉아서 울면서 원망했다.천희수는 소청하의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 딸만 괜찮으면 돼요!”“괜찮기는 개뿔!”“당신 못 봤어? 저 윤구주 그 새끼가 데리고 온 사람이 오늘 나를 죽여버릴 뻔했어!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야?”소청하는 아까 일어난 일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이고, 그럼 어쩌면 좋겠어요?”“어쩌기는 뭘 어째? 내가 알려줄게.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난 저 새끼가 내 딸이랑 함께 있는 그 꼴을 못 봐! 믿지 못하겠으면 어디 한번 해보자고!”…거리에서.윤구주는 소채은을 데리고 소씨 저택을 떠난 후, 길을 따라 줄곧 앞으로 걸어갔다!흰색 도복 차림을 한 백경재가 그 뒤를 따랐다.며칠 동안 누워 있어서 무척 수척해진 소채은은 모처럼 밖에 나오니 기분이 훨씬 더 좋아졌다.그 시각 윤구주와 함께 나란히 걸음을 걷던 소채은은 자꾸 고개를
백경재가 자리를 떠난 뒤, 긴 리무진 한 대가 조용히 도로 끝에 나타났다.수백 미터 밖에 있던 윤구주는 차가 나타난 것을 감지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채은과 함께 그 부근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두 사람은 커피숍에 들어왔다. 커피를 주문하고 윤구주가 말했다.“채은아,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화장실 좀 다녀올게!”“알았어!”소채은은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윤구주는 커피숍 뒷문으로 돌아가 몸을 휙 하고 날리더니 커피숍에서 사라졌다.아무도 없는 거리 위.서경 천하회의 리무진은 아직도 몰래 윤구주와 소채은을 미행하고 있었다.지금 그들은 차를 멀리 떨어져 있는 길가에 세우고 있었다.노정연, 마 선생, 서양 그리고 대머리 거인이 차 안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1 분 뒤, 그 누구도 생각지 못 한 일이 벌어졌다.한 실루엣이 마치 귀신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갑자기 그들의 차 위에 서있었다.차 안에 있던 노정연과 부하들 그 누구도 이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바로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려왔다.“누가 감히 너희들더러 날 미행하라 했어?”이 소리가 들려오자, 차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몸을 부르르 떨었다!차 위에서 들려온 소리였다!!유리천장을 통해 고개를 들어본 서양이 소리를 질렀다!“뭐야!”그는 윤구주가 마치 신처럼 어느새 그들의 차 위에 서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천하회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윤구주가 발을 쾅 하고 구르더니 무게가 몇 톤에 달하는 리무진의 네 개 타이어가 모두 터졌고 게다가 차는 거의 납작해질 정도로 눌렸다!“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말해! 왜 날 미행했어?”차 위에 서있던 윤구주가 저승사자처럼 준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차 안에서는 비명이 들려왔다.노정연과 귀선 경지에 이른 마 선생도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모두 윤구주의 잔혹한 살의를 감지했기 때문이다!“우리를 죽이지 마세요. 우리는 천하회 사람이에요!”“아무런 악
“그래?”“윤구주는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응. 빨리 마셔봐, 맛있는지!”소채은이 향긋한 커피를 윤구주 앞에 내밀었다. 윤구주는 커피를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조금 쓰면서도 상큼한 향기가 났다! 좋은 고급 커피였다.“와! 맛있네!”그러자 소채은이 웃으며 대답했다.“헤헤, 네가 좋아하니 다행이네!”두 사람이 웃고 떠들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시간은 빨리 지났다.커피를 마신 후 소채은이 옆에 있는 쇼핑몰에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막 커피숍 문을 나설 때, 윤구주는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채은아, 조심해!”위험한 기운이 가까이에 오자 윤구주는 빠른 몸놀림으로 소채은의 앞을 막았다.곧이어 펑 하는 저격총 소리가 고요한 거리를 가로질렀다.맞은편 멀지 않은 빌딩 안에서 피부가 까무잡잡한 판인국 남자가 창문에 엎드려 있었고, 그의 손에는 파괴자라 불리는 판인국에서 만든 안티 탱크 스나이퍼 라이플총이 있었다!파괴자라고 불리우는 그 총은 판인국에서 최대의 살상력을 가진 스나이퍼 라이플총이다. 길이만 해도 2미터가 되었고, 게다가 20밀리미터의 대형 장갑탄을 장착했다!이런 장갑탄 한 발이면 탱크마저 박살이 날 정도였다!하지만 이런 장갑탄이 윤구주에게로 날아가는 바로 그 순간, 윤구주의 온몸에서는 강풍이 일면서 순식간에 금빛의 기체가 그의 몸을 감싸안았다!팍!윤구주의 몸을 감싸던 기체가 무섭게 날아오는 장갑탄을 막아 버렸다!“뭐라고? 이게 어떻게 가능해?”맞은편 건물에 엎드린 판인국 남자는 마치 귀신이라도 보듯 막혀버린 장갑탄을 바라보며 멍해졌다.윤구주가 몸으로 장갑탄을 막은 후,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맞은편 옥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손을 들어 흔들자 방금 날아온 장갑탄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그러자 쾅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방금까지도 엎드려있던 판인국 저격수가 자신의 장갑탄에 그대로 맞아 죽었다!“으악!”소채은이 비명을 지르면서 귀를 막았다.“채은아, 괜찮아! 내가 널
마황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마가의 셋째 대장로 마운명은 서늘한 눈빛을 다른 두 개의 청동 관에 고정했다.이 두 개의 관에는 마가의 첫째 대장로와 둘째 대장로가 봉인된 상태였다.“큰형이랑 둘째 형은 아직도 안 깨어났나?”마황은 즉시 대답했다.“예, 대장로님!”“좋다. 석촌의 일이 마무리된 후, 형님들을 깨우겠다. 형님들이 깨어나면 틀림없이 놀라게 될 것이다!”셋째 대장로는 기괴한 웃음을 터뜨리며 하늘을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날려 검은 안개처럼 절벽 위로 솟구쳐 올랐다.셋째 대장로가 위로 날아오르자 마황도 급히 그 뒤를 따랐다.그날, 마궁에서는 셋째 대장로의 출관을 축하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이틀 후, 기산에서 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한 작은 마을의 거리에서 두 사람이 나타났다.그들의 등장에 주변 사람들이 멈춰 서서 웅성거렸다.그럴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 중 하나는 비할 데 없이 준수한 용모를 지닌 청년이었고 다른 하나는 머리가 반짝이는 꼬마 스님이었으니 말이다.작은 시골 마을 사람들에게는 보기 드문 이들의 모습이 이목을 끌었다.“형님, 여기서부터 백여 킬로미터 남았습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가시죠.”대머리의 꼬마 스님이 입을 열었다.가만히 보니 이 둘은 바로 윤구주와 공수이였다. 윤구주는 앞에 있는 마을을 훑어보며 말했다.“좋다.”두 사람은 마을 안에서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았다.그렇게 마을 중심의 한 호텔에 자리를 잡고 간단히 음식을 먹은 후 그들은 방으로 돌아왔다. 공수이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형님, 내일이면 기산에 도착합니다. 마가 놈들이 틀림없이 미리 대비하고 있겠죠?”윤구주는 무심하게 대답했다.“그럼 뭐?”그 말을 들은 공수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네?’윤구주에게 이런 말을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전에 그 곤륜 구역의 노마들도 형님을 당해내지 못했는데... 고작 마가 따위가 상대가 되겠어?’“근데 형님은 마가의 세 명의 선조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공수
“대장로님께 아룁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정보는 그자가 천하제일 문벌인 윤씨 일가 출신이라는 것뿐입니다. 그가 어느 문파나 종문에서 배웠는지는 지금까지 아무도 모릅니다.”“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자의 내공이 최소 절정 후삼품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마황이 말했다.절정 후삼품은 각각 칠살 절정, 팔부 절정, 그리고 마지막 구오 절정으로 나뉘어 있다.“후삼품이라고? 신참이 벌써 이 정도 내공에 도달했다고?”마운명은 이 말을 듣고 얼굴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기에 감히 셋째 대장로님과 다른 두 대장로님을 방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마황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셋째 대장로 마운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몸을 날려 공중에 떠 있다가 땅으로 내려왔다.쿵!그의 두 발이 땅에 닿자 땅이 크게 흔들렸다.“좋다!”“이미 깨어난 이상, 나도 50년 동안 화진에 얼마나 뛰어난 후배들이 나왔는지 직접 봐야겠구나!”이 말이 떨어지자 강력하고 검은 사악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마황은 셋째 대장로 마운명의 말에 감격하여 말했다.“출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씨 일가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내가 깨어난 것은 단지 그런 하찮은 후배들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위한 것이지...”말을 마친 후 셋째 대장로 마운명은 서늘한 눈빛을 들어 서쪽을 바라보았다.“석촌, 그곳에 내가 지키도록 했던 물건에는 아무 이상이 없느냐?”갑작스러운 질문에 마황은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모두 대장로님께서 지시대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석촌은 봉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으며 이상 징후는 전혀 없습니다!”“좋다!”“50년이 넘었으니 내 내공이라면 그곳을 열 수 있을 것이다.”“끼이히히!”“그 물건을 손에 넣으면 내 내공은 한층 더 강해질 거야!”“내 내공이 올라가면 우리 마씨 일가는 제자백가를 초월해 천하제일 문벌로 우뚝 설 것이다!”셋째 대장로 마운명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절벽의 청석들이 떨어져 나갔다.한편 마황은 마음속으로 의아해했다
마황은 윤구주가 화진의 첫 번째 왕이 되었고 ‘구주’라는 칭호를 얻어 10개국을 제압하고 천하를 평정했으며 곤륜에서 왕위에 올랐고 화진 무도계의 3대 서열을 압도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더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얼굴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였다.“오호라?”조금 전 금방 깨어난 마가의 셋째 대장로는 윤구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눈동자가 점점 음산하게 변해갔다. 곧 그는 기괴하게 웃기 시작했다.“50년 만에 이 화진에 이런 후배들이 등장했다는 말인가?”이어서 마운명이 물었다.“말하라, 50년 동안 곤륜 구역에 강자가 나타난 적이 있었느냐?”마가 셋째 대장로는 윤구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고 오히려 무도 성지인 곤륜 구역에 대해 먼저 물었다.“보고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는 없습니다.”이 말을 듣고 마운명은 다시 물었다.“유명전? 서요산 검종? 그 외 다른 종문은?”“마찬가지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마황이 다시 답했다.여기까지 듣고 나서야 마가의 셋째 대장로 마운명은 눈을 조금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자들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우리 마가에 무슨 재난이 닥쳤다는 거야?”마운명은 이렇게 말하며 차가운 시선으로 마황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본능적으로 마황은 몸이 떨렸다.그는 셋째 대장로 마운명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큰일이 아닐 시 마가에는 이런 선조들을 절대 방해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다.정말로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그러나 이 셋째 대장로는 후배 세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의 눈에 천하의 위협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곤륜 구역, 유명전, 서요산 검종 같은 최강 종문들뿐이었다.잠시 생각한 후, 마황은 입을 열었다.“셋째 대장로님! 저희 마가는 이번에 정말 큰 난관에 처했습니다! 그 재난은 바로 윤씨 성을 가진 구주왕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쓸모없는 것들!”“조선 시대 때부터 우리 마가가 수천 년 동안 얼마나 많은 폭풍을 견뎌왔는데... 겨우 신참 하나가 얼마나 큰 파란을 일으
그 해골 같은 손이 관 뚜껑을 움켜쥐는 순간, 절벽 주변에 음산한 기운이 크게 휘몰아쳤다.청동 관 안에서 끔찍하고 강렬한, 검고 사악한 기운이 솟아 나왔다.마가의 선조 중 한 사람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마황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서 쾅 하는 폭발적인 소리와 함께 청동 관 뚜껑이 열렸다.그리고 한 마영이 관 속에서 천천히 떠올랐다.삐쩍 마른 한 노인의 모습이었다.노인의 몸은 살과 피가 거의 없이 마치 해골 같았다.그가 떠오르자마자 사방의 검고 사악한 기운이 그의 몸에 모여들었고 그 기운이 노인의 몸에 쌓여가면서 마가의 선조는 그 순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마른 사지에 점차 살과 피부가 붙기 시작했고 머리 부분마저 완전히 변해갔다.잠시 후, 그는 마치 50대 후반의 노인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변신했다.그 노인의 눈은 매섭고 독수리 같은 눈빛을 띠었으며 온몸은 검은 옷으로 감싸여 있었다.강력하고 사악한 기운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와 주변을 압도했다.겉보기에는 50대처럼 보였으나 그를 바라보는 순간 기이하게도 오래된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마치 이미 오래전에 죽은 존재인 것만 같았다.“셋째 대장로님께 문안 인사 드립니다! 출관하신 걸 축하드립니다!”마가의 현임 가주인 마황은 이 노인이 청동 관에서 떠오르는 순간 바로 무릎을 꿇고 경배했다.바로 이 인물이 마가의 세 선조 중 한 명인 셋째 선조, 마운명이었다.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마가의 기관술 역사 속에서 마운명은 거의 300년을 살아온 괴물 같은 존재였다.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끔찍하고도 사악한 기운은 그의 강력한 절정의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셋째 대장로라 불리는 마운명은 등장한 후 마황을 무시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음산한 눈동자로 하늘을 잠시 동안 응시하다가 마운명은 그제야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지?”“셋째 대장로님께 아룁니다! 대장로님께서 폐관 수행하신 이후 정확히 53년이 흘렀습니다!”마황이 공
절벽 끝에 서 있기만 해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이 절벽 안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이 시각, 검은 옷을 입은 마가의 가주 마황이 마효순과 함께 그곳에 서 있었다.“아버지! 겨우 그 윤씨 성을 가진 자 하나 때문에 정말로 세 대장로님들을 출동시키려는 겁니까?”마효순이 질문을 던지자 마황은 즉시 냉정하게 말했다.“입 다물어라!”“넌 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른다!”“6년 전, 곤륜에서 왕위에 오를 때 수많은 절정 강자들이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결과는 어땠느냐? 모두 그에게 전멸당했지 않느냐!”“그렇지 않다면 문씨 세가가 그렇게 많은 절정 잔당들을 모아 그자를 상대하려 했겠느냐?”마황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마효순은 아버지의 꾸지람에 고개를 숙이며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기억해라. 결코 우리 화진의 천하제일인 왕을 과소평가하지 마라!”마지막으로 마황은 경고하듯 말하며 깊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너는 여기 남아 있어라. 내가 선조님들을 모시고 오마!”이 말을 끝으로 마황은 몸을 날려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그 안개 속, 만 길 아래에는 세 개의 거대한 청동 관이 절벽 중앙에 떠 있었다.이 거대한 청동 관들은 각각 2m가 넘는 길이였고 오랜 세월의 풍파를 맞아서인지 표면에 먼지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세 관은 튼튼한 강철 사슬로 고정되어 절벽 중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바로 이곳이 마가의 세 선조들이 폐관 수행하는 장소였다.절벽 아래로 내려간 마황의 시야에 부패한 뼈들이 보였다.사람의 뼈도 있고 짐승의 뼈도 있었다.바닥을 밟을 때마다 썩은 뼈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마치 지옥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오악 내공을 지닌 마황조차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을 쉬며 섬뜩함을 느꼈다.그는 다시 한번 경건하게 고개를 들고 지면에서 15m가량 떠 있는 세 개의 청동 관을 바라보았다.“마가 제72대 가주, 세 대장로님께 인사 올립니다!”마황은 장엄
“지금 이 윤씨 성을 가진 자가 살아 돌아왔으니 틀림없이 우리 세가의 위상을 억누르려 할 것이다!”“너희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지!”마황은 주변의 마가 장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주님! 제 생각에 우리 마가는 계속해서 문씨 세가와 연합해야 합니다! 지금 화진 국방부가 문씨 세가의 손에 완전히 들어가 있고 문아름이 화진의 새로운 왕으로 있는 한 우리에게는 든든한 기반이 있습니다!”매서운 눈매를 지닌 절정 장로가 나섰다.“셋째 장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비록 천하제일이라 하나 결국 지금은 혼자일 뿐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자의 왕위는 이미 문씨 세가에 의해 빼앗긴 상태입니다!”“가주님, 저도 문씨 세가와 연합한다면 언젠가는 그 윤씨 성을 가진 자를 반드시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또 다른 절정 장로가 나서며 말했다.두 사람의 말을 들은 마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희들 말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는 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그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마황의 말에 방금 발언했던 매서운 눈매의 장로가 놀라며 말했다.“가주님의 뜻은 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우리 마궁에까지 도전해 올 거라는 겁니까?”순간, 침묵이 흘렀다.모두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윤구주가 정말 마가의 본거지까지 쳐들어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말이다.그때, 침묵을 깨며 마효순이 날카롭게 외쳤다.“감히 우리 마궁에 오겠다고?”“우리 마가는 조선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철의 방패처럼 버텨온 곳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 마궁에 온다는 것은 죽으러 오겠다는 거나 다름없습니다!”마효순의 호언장담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누구나 그가 허세를 부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는 소리였다.노룡산에서 홀로 수십 명의 세가 절정자들을 도륙하고 노룡산 정상 전체를 파괴한 악마와 맞서 싸우기 위해 지금 이들만으로 과연 윤구주를 막을 수 있겠는가?“가주님! 소인의 의견
“둘째 장로님, 숨김없이 보고드리자면 노룡산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세가 절정자들이 전부...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습니다!”무릎 꿇은 마가의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그 많은 절정자들이 모두 죽었다고?”이 말을 듣고 대전 안에 있던 마가의 강자들은 모두 경악하여 얼어붙었다.“제가 드리는 말씀은 모두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노룡산 산 정상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심지어 채성고루까지 붕괴되었습니다!”“산 아래에 있던 생존자들은 그 전투에서 윤구주가 마치 신마처럼 공중에 서서 전신에서 신선과 같은 기운을 발산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바로 그 악마 같은 자가 모든 세가 절정자들과 세자를 모조리 죽인 것입니다!”마가 노인의 말을 다시 들은 마효순의 몸이 순간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했다.“윤구주! 윤구주! 내 아들의 목숨을 갚아라!”마효순은 미친 듯이 대전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분노의 절규를 터뜨렸다.그때, 갑자기 옆에서 차분하고도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효순아, 진정해라.”그 목소리와 함께 머리가 백발인 검은 옷의 노인이 대전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이 노인은 오악 절정의 경지에 있는 자였다.그가 나오자마자 대전 전체가 그의 절정 기운으로 휩싸였다.이 인물이 바로 마가의 현임 가주, 마황이었다. 그는 또한 마효순의 부친이었다.“아버지!”마황이 등장하자 대전에 있던 마씨 일가의 모든 구성원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마효순도 예외는 아니었다.“가주님께 문안 인사드립니다!”마황은 차가운 표정으로 대전 중앙의 자리에 앉은 후, 손을 한 번 휘저으며 말했다. “모두 일어나라!”“감사합니다!”곧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아버지, 동한이가 노룡산에서 살해당했습니다! 제발 아버지께서 동한이의 원수를 갚아주십시오!”마효순은 마황이 등장하자 잔뜩 붉어진 눈으로 호소했다.사실 마동한은 단지 마효순의 아들일 뿐 아니라 마황의 친손자이기도 했다.
이 황량한 협곡 깊은 곳에 뜻밖에도 고대 양식의 누각과 성채가 우뚝 서 있었다.이곳이 바로 마가의 본거지, 마궁이었다.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마가의 기관술로 지어진 이 건축물들은 그야말로 정교하고 신비로웠다.심지어 산허리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궁전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것들은 마치 공중에 부유하는 것처럼 보여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또한 사방을 가로지르는 쇠사슬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마가의 기관술은 예로부터 세상에 이름을 떨쳤지만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점차 그 명성을 잃어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을 이어온 마가에게 마궁은 여전히 제자백가를 비롯한 고수들 사이에서 신비로운 존재로 남아 있었다.제자백가를 포함한 상위 가문 외에는 그 존재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바로 지금, 마궁 내부에는 장엄한 고대 건축물이 웅장하게 서 있었다.검은 옷을 입은 마가의 수많은 구성원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고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나무 상자를 등에 메고 있었다.이 나무 상자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이 안에는 마가의 기관술이 담겨 있었다.마가의 기관술은 그 종류가 다양하여 사람을 죽이는 무기부터 독을 품은 신비한 독약, 그리고 예상치 못한 무시무시한 장치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가장 웅장한 대전이 나타난다. 바로 마궁의 본전이었다.그곳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뭐라고? 동한이가 죽었다고?”말을 한 사람은 마가의 중년 남성이었다.절정 이중천의 경지에 있는 그는 이 말을 하자마자 얼굴이 살기를 띠며 험악하게 변했다.넓은 대전 안에는 수십 명의 마가 고위층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이들 모두는 최소 신급에 도달한 인물들이었고 그중에서도 절정에 이른 이들은 스무 명도 넘었다.중앙에는 마가의 한 노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그 높은 경지에 오른 내 아들이, 호위자도 함께 있었는데 서울에서 죽었다고?”중년 남성, 바로 마동한의 아버지이자 마가의 직계인 마효순은 분노에
윤하율은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지만 윤구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 거짓말하면 안 돼요!”“그럴 리 없지! 오빠가 약속할게!”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우리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곧 윤하율은 작은 손을 내밀었다.“그래!”“약속, 도장 꾹!”윤구주는 윤하율과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윤하율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말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할머니, 저 이제 떠날게요!”윤구주는 하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자 하미연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그래, 가거라!”그렇게 윤구주는 할머니께 허리 숙여 인사한 뒤 공수이와 함께 떠났다.뒤에 남은 하미연은 윤하율의 손을 잡고 아쉬운 눈길로 천천히 사라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윤구주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하미연은 갑자기 왼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직도 숨어서 나올 생각이 없는 거냐?”이 말이 떨어지자 왼쪽 구석에서 윤신우가 모습을 드러냈다.나오자마자 그는 하미연 앞에 공손히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께 인사드립니다!”매서운 눈길로 하미연이 윤신우를 쏘아보았다.“나를 만나러 올 면목이 있긴 하니? 한 마디만 물어보겠다. 이번에 구주 나가는 거 위험하지는 않겠지?”그러자 윤신우가 코를 만지작거렸다.“아마도요.”“아마도라니? 솔직히 말해 봐. 이번에 상대할 세력은 강한가?”하미연은 직설적으로 물었다.사실 하미연은 처음부터 윤구주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누구를 처단하러 가는지 알고 있었다. 단지 더 이상 묻지 않았을 뿐이었다.윤신우는 대답했다.“고작 그런 세력에 어머니께서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마가의 몇백 년 된 선조들 외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네 말대로라면 구주가 위험할 수도 있단 소리네?”하미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위험이라... 약간은 있겠지요. 그래도 마가는 수천 년간 이어진 대가문이잖아요. 하지만 어머니 안심하세요. 구주는 제 아들이니까요!”윤신우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