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가 이렇게도 간절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소채은은 그제서야 붉게 부은 눈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정말 나 안 속였어?”“정말, 진짜야!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윤구주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으며 말했다.“그런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나 보러 오지 않았어?”“요 며칠 너무 바빠서... 미안해.”그는 진실만을 말했다.“다시는 나 속이지 마. 너를 알게 된 후로 내 마음은 모두 윤구주 너한테 있어. 네가 나를 속이면 난 죽고 말 거야.”말을 끝마치자, 소채은은 또 억울한 듯 눈물을 콸콸 쏟았다.그러자 윤구주는 서둘러 그녀를 품에 안아 가볍게 위로했다.이제야 그는 마침내 소채은이 병을 앓은 것이 아니라 화나고 슬퍼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초췌해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채은아, 미안해! 내가 너를 아프게 했어! 어디 보자, 왜 이렇게 마른 거야?!”“이게 다 네 탓이잖아. 사진을 본 그날 이후로 내 심장은 멈춘 거나 다름없었어!”“하...”긴 한숨을 내쉬며, 윤구주는 품속에 있는 바보 같은 소채은을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곧이어 윤구주가 결정을 내렸다.‘빨리 주안나를 찾아서 채은이가 함부로 생각하지 않도록 명확히 설명해 줘야지!’“구주야, 나 배고파!”소채은이 갑자기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만도 한 것이, 이미 연속 여러 날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소채은은 배가 고파 탈진할 지경이었다.오늘 윤구주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곧 배가 고파서 기절했을 것이다.“내가 바로 가서 먹을 거 가져다줄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밖으로 뛰쳐나갔다.밖에서!소청하, 천희수는 민규현에게 놀라 온몸이 마비될 지경이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정원에 서 있으며 감히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더욱이 오소룡은 공손하게 민규현의 뒤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던 그때, 윤구주가 뛰쳐나왔다.“어머님, 채은이한테 빨리 맛있는 거 좀 만들어 주실래요
전화를 받은 지 1분이 지나자 민규현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졌다.전화를 끊고 민규현은 윤구주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백경재한테 말했다.“백 선생, 제가 급한 일이 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어요. 수고스럽지만 저를 대신해 저하에게 전해 주십시오!”“네! 알겠어요, 제가 전달해 드릴게요!”“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소룡아, 우리 가자!”그리고 민규현은 소씨 저택을 떠났다.암부의 일원으로서 오소룡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아쉬운 듯 소청하 부부를 한 번 보고는 민규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대문 앞!벌써 암부원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민규현이 오소룡을 데리고 나오는 것을 보고 몇몇 암부원들은 즉시 달려와서 말했다.“지휘사 님!”“상황이 어때?”민규현은 몸을 돌리고 차에 오르면서 물었다.“지휘사 님, 방금 입국장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의 A급 강자들이 이미 가명으로 강성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판인국의 A급 강자들은 아마도 홍월 경매사 일을 위해 왔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민규현의 눈빛은 날카로워지면서 살의가 맴돌았다!“판인국 자식들, 감히 A급 강자까지 보낸 거야?”암부원이 대답했다.“네!”“허허, 이 개자식들이 급한가 보지, 감히 우리 화진에 사람을 보내다니! 명령해, 지금부터 모두 이 일에 집중하고 최대한 빨리 그 개자식들의 행방을 알아내! 이번에 그 누구든, 순순히 돌려보내지 않겠어!”“네!”블랙 첩보 조직은 판인국에서 제일 큰 정보 조직이었다!이 조직 안에서 A급 강자는 화진에서의 대가급 실력이다!판인국에서 이번에 이렇게 많은 고수를 갑자기 강성에 보낼 줄은 정말 몰랐다!민규현이 암부원들을 데리고 떠날 때, 멀지 않은 곳에 리무진 한 대가 서서히 다가왔다!차 안에는 바로 서경 천하회에서 온 노정연과 몇몇 부하들이 있었다!홍월 경매회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노정연은 윤구주한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천하회 3대 당주인 노정연은 기필코 윤구주를 천하
소씨 저택.윤구주의 진심 어린 해명을 듣자 소채은의 기분은 아주 좋아졌다.“구주야, 넌 내 전화번호가 없다고 했는데, 내가 아픈 것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소채은이 물었다.“네 사촌 오빠 때문에!”“뭐? 우리 사촌 오빠?”“그래, 그가 나한테 전화해서 알려줬어!”윤구주는 소채은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사촌 오빠라는 말에 소채은은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소룡 오빠야? 소룡 오빠 본지도 너무 오래됐네. 지금 어디 있대?”소채은이 묻자 윤구주가 말했다.“아마도 밖에 있을 거야! 나 따라와. 같이 찾으러 가자!”“응! 그거 알아? 소룡 오빠는 나에게 너무 잘해줬어, 어릴 때부터 말이야! 서울대 졸업 후에 국가 기밀 부서로 갔어. 뭘 하는 지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어. 이번에 오빠가 강성에 올 줄은 생각도 못 했어.”소채은은 밖으로 나가면서 윤구주한테 예전 오소룡의 일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이에 윤구주도 대충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암부원으로서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분을 누설해서는 안 되었다!이건 암부의 제일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암부원들은 외국 첩보 조직에 약점을 잡히면 절대로 안 된다. 이는 어쩌면 국가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마당 안.흰색 도복을 입은 백경재는 아직도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방금 놀라움이 채 가시지 않은 소청하와 천희수도 옆에 서있었다.잠시 후.윤구주와 소채은이 마당에 들어서자 천희수는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채은아, 우리 바보 같은 딸, 드디어 일어났어?”소채은도 엄마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엄마, 죄송해요! 걱정시켜 드려서!”“아니야! 괜찮아! 너만 괜찮으면 됐어!”옆에 서있던 소청하는 말을 하려고 중얼거렸지만 윤구주가 소채은의 곁에 있는 것을 보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마, 소룡 오빠가 왔다고 하던데, 어디에 있어요?”소채은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묻자 천희수가 대답했다.“네 소룡 오빠는 방금 떠났어!”“떠났다고요? 왜 이렇게 빨리 가셨어요?
윤구주는 자기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그건, 나중에 설명해 줄게!”소채은은 의심스러운 듯 윤구주를 보고 나서 말했다.“알았어.”오소룡을 보지 못한 소채은은 매우 실망했다.하지만 오늘 날씨는 정말 좋았다. 따스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녀가 말했다.“구주야, 쇼핑하러 가고 싶어. 나랑 함께 가줘!”“좋아,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나는 무조건 따라가지!”윤구주가 다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좋아!”소채은은 기쁜 어조로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소청하와 천희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빠, 엄마, 저 밖에 다녀올게요!”천희수는 감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일찍 돌아와, 아직 네 몸이 다 회복 안 됐잖아!”“네네!”소채은은 말을 마치고 윤구주와 함께 집 문을 나섰다!윤구주가 떠나간 뒤에 소청하는 땅에 풀썩 주저앉았다!“정말 무슨 죄를 지은 거야! 우리 소씨 집안이 왜 하필이면 윤구주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소청하는 억척스러운 늙은이처럼 땅에 앉아서 울면서 원망했다.천희수는 소청하의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 딸만 괜찮으면 돼요!”“괜찮기는 개뿔!”“당신 못 봤어? 저 윤구주 그 새끼가 데리고 온 사람이 오늘 나를 죽여버릴 뻔했어!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야?”소청하는 아까 일어난 일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이고, 그럼 어쩌면 좋겠어요?”“어쩌기는 뭘 어째? 내가 알려줄게.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난 저 새끼가 내 딸이랑 함께 있는 그 꼴을 못 봐! 믿지 못하겠으면 어디 한번 해보자고!”…거리에서.윤구주는 소채은을 데리고 소씨 저택을 떠난 후, 길을 따라 줄곧 앞으로 걸어갔다!흰색 도복 차림을 한 백경재가 그 뒤를 따랐다.며칠 동안 누워 있어서 무척 수척해진 소채은은 모처럼 밖에 나오니 기분이 훨씬 더 좋아졌다.그 시각 윤구주와 함께 나란히 걸음을 걷던 소채은은 자꾸 고개를
백경재가 자리를 떠난 뒤, 긴 리무진 한 대가 조용히 도로 끝에 나타났다.수백 미터 밖에 있던 윤구주는 차가 나타난 것을 감지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채은과 함께 그 부근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두 사람은 커피숍에 들어왔다. 커피를 주문하고 윤구주가 말했다.“채은아,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화장실 좀 다녀올게!”“알았어!”소채은은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윤구주는 커피숍 뒷문으로 돌아가 몸을 휙 하고 날리더니 커피숍에서 사라졌다.아무도 없는 거리 위.서경 천하회의 리무진은 아직도 몰래 윤구주와 소채은을 미행하고 있었다.지금 그들은 차를 멀리 떨어져 있는 길가에 세우고 있었다.노정연, 마 선생, 서양 그리고 대머리 거인이 차 안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1 분 뒤, 그 누구도 생각지 못 한 일이 벌어졌다.한 실루엣이 마치 귀신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갑자기 그들의 차 위에 서있었다.차 안에 있던 노정연과 부하들 그 누구도 이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바로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려왔다.“누가 감히 너희들더러 날 미행하라 했어?”이 소리가 들려오자, 차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몸을 부르르 떨었다!차 위에서 들려온 소리였다!!유리천장을 통해 고개를 들어본 서양이 소리를 질렀다!“뭐야!”그는 윤구주가 마치 신처럼 어느새 그들의 차 위에 서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천하회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윤구주가 발을 쾅 하고 구르더니 무게가 몇 톤에 달하는 리무진의 네 개 타이어가 모두 터졌고 게다가 차는 거의 납작해질 정도로 눌렸다!“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말해! 왜 날 미행했어?”차 위에 서있던 윤구주가 저승사자처럼 준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차 안에서는 비명이 들려왔다.노정연과 귀선 경지에 이른 마 선생도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모두 윤구주의 잔혹한 살의를 감지했기 때문이다!“우리를 죽이지 마세요. 우리는 천하회 사람이에요!”“아무런 악
“그래?”“윤구주는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응. 빨리 마셔봐, 맛있는지!”소채은이 향긋한 커피를 윤구주 앞에 내밀었다. 윤구주는 커피를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조금 쓰면서도 상큼한 향기가 났다! 좋은 고급 커피였다.“와! 맛있네!”그러자 소채은이 웃으며 대답했다.“헤헤, 네가 좋아하니 다행이네!”두 사람이 웃고 떠들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시간은 빨리 지났다.커피를 마신 후 소채은이 옆에 있는 쇼핑몰에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막 커피숍 문을 나설 때, 윤구주는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채은아, 조심해!”위험한 기운이 가까이에 오자 윤구주는 빠른 몸놀림으로 소채은의 앞을 막았다.곧이어 펑 하는 저격총 소리가 고요한 거리를 가로질렀다.맞은편 멀지 않은 빌딩 안에서 피부가 까무잡잡한 판인국 남자가 창문에 엎드려 있었고, 그의 손에는 파괴자라 불리는 판인국에서 만든 안티 탱크 스나이퍼 라이플총이 있었다!파괴자라고 불리우는 그 총은 판인국에서 최대의 살상력을 가진 스나이퍼 라이플총이다. 길이만 해도 2미터가 되었고, 게다가 20밀리미터의 대형 장갑탄을 장착했다!이런 장갑탄 한 발이면 탱크마저 박살이 날 정도였다!하지만 이런 장갑탄이 윤구주에게로 날아가는 바로 그 순간, 윤구주의 온몸에서는 강풍이 일면서 순식간에 금빛의 기체가 그의 몸을 감싸안았다!팍!윤구주의 몸을 감싸던 기체가 무섭게 날아오는 장갑탄을 막아 버렸다!“뭐라고? 이게 어떻게 가능해?”맞은편 건물에 엎드린 판인국 남자는 마치 귀신이라도 보듯 막혀버린 장갑탄을 바라보며 멍해졌다.윤구주가 몸으로 장갑탄을 막은 후,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맞은편 옥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손을 들어 흔들자 방금 날아온 장갑탄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그러자 쾅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방금까지도 엎드려있던 판인국 저격수가 자신의 장갑탄에 그대로 맞아 죽었다!“으악!”소채은이 비명을 지르면서 귀를 막았다.“채은아, 괜찮아! 내가 널
판인국 자객들이 윤구주를 향해 돌진하는 그 순간, 갑자기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감히 윤 선생님을 건드려, 죽고 싶어!”그 소리와 함께 네 사람이 순식간에 다가왔다.자세히 보니, 이 네 사람은 천하회 노정연과 세 명의 부하였다.그들은 원래 윤구주에게 겁을 먹은 후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뜻밖에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총소리가 들려왔고 그들은 궁금해서 재빨리 달려왔다!판인국의 복면 자객들이 윤구주를 공격할 줄은 몰랐다.노정연은 윤구주에게 성의와 호감을 표시하기 위해 윤구주를 대신해 이 자객들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노정연의 곁을 지키던 마 선생과 대무사 경지에 도달한 서양, 그리고 대머리 거인이 먼저 싸움에 뛰어들어 판인국의 복면 자객들과 혈투를 벌였다.원래 손을 쓰려고 했던 윤구주는 천하회 사람들이 온 것을 보자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는 자신한테 방금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던 천하회 사람들이 오히려 스스로 자신을 도우러 왔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판인국의 복면 자객들도 이 네 사람을 보자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 했다!처절한 비명과 함께 다섯 명의 자객이 서양과 마 선생의 손에 비참하게 죽었다.판인국 자객들도 비록 실력이 약하지는 않았지만, 마 선생은 귀선 경지에 도달했고 서양과 대머리 거인은 천하회의 대무사였으니 그들은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두 사람은 마치 갇혀있던 호랑이가 풀려난 것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싸웠다.그리고 귀선 경지에 도달한 마 선생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옆에 있던 판인국 복면 자객들을 모조리 죽였다.천하회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20여 명의 판인국 복면 자객들을 모두 처리했다.판인국의 자객들을 모두 처리한 후, 치마를 입고 아름답게 생긴 노정연이 서둘러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윤 선생님, 괜찮으시죠?”윤구주가 말했다.“고작 몇몇 새끼들뿐인데, 내가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아?”“미안해요, 제가 잘못 말했어요! 윤 선생님의 실력이면 20명의 자객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늘
아니나 다를까, 땅에 누워있는 시체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는데 그들은 며칠 전 유니버설 센터 홍월 경매사에 있었던 판인국 부하들이었다.“정말로 판인국 그놈들이야! 빌어먹을 놈! 지난번에 우리 화진 사람의 돈을 사기 칠 뻔했는데, 이번에 감히 윤 선생님을 암살하려 했다니, 정말 극악무도한 것들, 이런 놈들은 죽어도 아깝지 않아!”노정연이 분노에 차서 말하자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20여 명의 자객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20명의 무도 대가 경지의 사람이 왔어도 윤구주는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대가?그는 예전에 대가 경지의 사람들을 백 명도 넘게 죽인 적이 있었다.그러니 지금 눈앞에 누워있는 사람들은 그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구주야, 이 사람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앞에서 사람을 죽여? 그리고... 저 복면을 한 사람들은 또 누구야?”옆에서 놀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진 소채은이 윤구주의 옷자락을 잡으며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감히 대낮에 이렇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녀가 생각조차 못 할 일이었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윤 선생님의 친구예요! 윤 선생님을 건드렸던 저 나쁜 새끼들이 우리의 적이에요!”윤구주가 말하기 전에 노정연은 얼른 웃으며 소채은에게 설명했다.“친구예요?”소채은이 멍해진 눈빛으로 예쁘게 생긴 노정연을 바라보았다.“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윤 선생님 같은 큰 인물을 알게 된 것은 우리 천하회의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윤 선생님께서는 우리와 친하게 지낼 의향이 있으신지 모르겠네요!”노정연은 계속 윤구주에게 아첨했다. 하지만 이런 아첨은 윤구주에게 씨알도 안 먹혔다.그는 노정연을 못 본 체하고 넋이 나간 소채은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채은아, 미안해! 오늘은 함께 쇼핑 못 할 것 같아!”소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그럼 내가 널 집까지 데려다줄게!”“응!”그리고 윤구주는 소채은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집으로 가는 내내 소채은의 가냘픈 몸은 바르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