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두려워하지마요.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안 죽이니까.”어린 두나희가 말했다.“너... 너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주안나는 쭈뼛쭈뼛 거리다가 마침내 물었다.그러자 두나희는 헤헤 웃으면서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할머니가 이미 말했잖아요. 언니 아버지가 우리한테 진 빚만 갚는다면 우리는 놓아줄 거라고.”‘빚?”주안나는 어리둥절해졌다.“네!”“당신들이 안현수 그 사람을 죽였잖아요. 그런데 안현수는 우리한테 빚을 졌고, 그럼 당신들이 갚아야겠어요 안갚아야겠어요?”두나희가 물었다.“헛소리하지마. 우린 안현수를 죽인 적이 없다고!”그러자 주안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 당신들이 죽인 게 아니라면 그럼 누가 죽인 거예요?”두나희가 의아해했다.“그... 윤씨가 그런 거야!”이윽고 주안나가 윤구주의 신분을 말하려 하자 옆에 있던 주세호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주안나, 입 닥쳐!”“아빠, 지금이 언제라고 아직도 윤씨를 지키려 들어요?”“아빠는 저한테 말한 적이 없지만 저 혼자 몰래 조사했어요. 흑룡 상회 안현수의 죽음에 관해서요. 확실히 우리랑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요!”“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지금 우리 집이 떼죽음 당하게 생겼는데 왜 아직도 윤씨를 지키고 싶어 하는 거예요?”짝!주안나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주세호는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뺨을 맞은 주안나의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고 곧이어 정신도 멍해졌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안나의 손가락조차 아까워 조심히 만지던 아버지가 지금 윤구주를 위해 딸의 뺨을 내리치다니?왜?도대체 뭣 때문에?주안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부어오르는 얼굴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오호라? 안현수를 죽인 범인이 또 있나 봐?”김 노파는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말해봐. 도대체 누가 안현수를 죽인 거지? 걱정 마, 우리 두씨 가문은 은혜와 원망으로 얽힌 관계는 확실하게 나누는 편이니까. 너희들이 죽인 게 아니라면 진범을 내놓아봐
주세호는 급히 윤구주한테 전화를 걸었다.그는 지금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왕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그 시각, 윤구주는 용인 빌리지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얼마 뒤,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여보세요.”핸드폰 너머로 주세호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저하! 저 좀 살려주세요.”그의 목소리를 들은 윤구주는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세호 씨, 무슨 일이예요? 지금 어딘데요?”그러자 주세호가 대답했다.“집입니다!”이 말을 듣자마자 그의 안색은 더 급격히 어두워졌다.윤구주는 더는 묻지 않고 바로 말했다.“기다리세요. 곧 가겠습니다.”이내 윤구주의 몸이 번쩍이더니 차가운 살기가 온몸에서 폭발해 나왔다.입구를 지키고 서 있던 태진도의 백경재는 윤구주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더니 곧장 달려왔다.“선배님, 무슨일이십니까?’윤구주는 차가운 눈동자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어떤 눈치 없는 사람이 세호 씨를 좀 귀찮게 했다네.”“주 회장님이요?”“그래.”백경재는 윤구주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어떤 미친 정신 나간 새끼가 감히 선배님 친구를 건드립니까? 갑시다, 저도 선배 따라 가겠습니다.”말을 끝낸 두 사람은 곧장 윈워터 힐스로 출발했다....예전 휘황찬란했던 윈워터 힐스는 지금 살기만이 가득한 상태였다.안에 들어서면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윈워터 힐스 내 제일 큰 거실에는 주세호가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딸 주안나를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한편.김 노파 그리고 6~7세쯤 돼 보이는 두나희는 거실 정중앙에 거들먹거리며 당당히 앉아있었다.“할머니, 나 사탕 먹고 싶어요.”여리여리하고 앳된 목소리가 두나희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말을 하는 동시에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그러자 그렇게도 잔인했던 김 노파는 소녀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착하지, 오늘 밤
김 노파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두나희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그리고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바깥쪽을 바라보았다.어두컴컴한 환경 속, 신과도 같은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만 보였다.곧이어 윤구주는 마치 어둠과 한 몸인 듯 나타나자마자 왕의 기운을 내뿜었다. 그 기운은 온 윈워터 힐스를 감쌌는데 그토록 극악무도한 김 노파조차도 몸이 떨려오게 만들 정도였다.“누구야?”김 노파는 그 그림자를 보자마자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 그림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들어왔고 뒤에는 노란 옷을 입은 무인 백경재도 따라오고 있었다.“저하!”그들의 그림자가 마침내 나타나는 순간 주세호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옆에 있던 주안나도 아름다운 두 눈을 부릅뜨고 갑자기 나타난 윤구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매서운 눈동자.영험한 기운.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왕의 기운이 마치 모든 사람을 정복하려는 것 같았다.윤구주는 나타난 후 먼저 주세호와 주안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내 두 사람에게 다친 곳이 없단 걸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김 노파와 방금까지 손찌검을 심하게 하려 한 두나희에게 눈길을 돌렸다.“아야, 할머니 나 너무 아파요!”6-7세의 어린 소녀는 울면서 피가 나는 손목을 가리키고 있었다.“무서워하지마, 잠깐만 기다려. 할머니가 복수해줄게!”김 노파는 얼른 그 어린 소녀를 위로했다.그러더니 소녀는 갑자기 나타난 윤구주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외쳤다.“할머니, 죽여버려요! 저 대신 반드시 저놈의 손발을 끊어버려요, 복수해줘요!”“알았어!”뒤이어 김 노파는 고개를 돌려 음흉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녀석 제법 하는구나!”김 노파가 윤구주를 뚫어지라 쳐다보았지만 그는 김 노파를 상대하지도 않고 주세호에게 말했다.“세호 씨, 세호 씨를 건드린 게 이 사람들입니까?”“네, 저하!”“이 두 사람은 흑룡 상회 안현수 때문에 왔습니다. 그리고 표 집사님까지 죽여버렸어요.”죽은 표태훈을 언
“당신 따위가 나의 이름을 알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두씨 가문의 수장이 오면 모를까.” 윤구주가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 윤구주의 말을 들은 김 노파는 몸이 떨려왔고 웬일인지 처음으로 윤구주를 봤을 때 부터 알 수없는 공포감이 밀려왔으며 지금은 그 공포감이 더욱 엄습해 왔다. “그쪽의 기를 느껴보니 당신은 두씨 가문의 12 지 살수 중 10번째인 유계이죠?” 윤구주가 물었다. 갑작스러운 명패 공개에 김 노파는 당황스러웠다. 두씨 세가의 십이지 살수는 옛 무도 문파의 사람과 4대 무술 세가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윤구주가 김 노파의 신상과 두씨 가문 살수 중에서 몇 번째인지마저도 알고 있다니, 그녀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윤구주의 말처럼 김 노파는 두씨 가문의 십이지 살수 중의 10번째인 유계가 맞았고 그녀의 허리에 달고 있는 요패에도 닭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렇게 젊어 보이는 네가 나의 신분을 안다니, 그럴 리가 없어. 설마... 4대 무술세가의 사람인 것이냐?” 김 노파는 윤구주에게 화를 내며 물었다. “4대 무술 세가? 나한테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윤구주는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네 이놈,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말을 마친 김 노파는 무섭게 윤구주에게 날아갔다. 두씨 가문의 십이지 살수로써 김 노파의 도력은 대가의 경지에 이르렀다. 김 노파는 윤구주의 머리를 따려고 돌진했고 윤구주는 한 손으로 김 노파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강하군.” 여태껏 윤구주만큼 강한 상대를 만나보지 못한 김 노파는 자신의 기술이 먹히지 않자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두르며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사방에서 악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색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윤구주를 덮쳤다. 윤구주가 또 오른손을 휘두르자 한 줄기의 빛과 함께 굉음이 들리더니 김 노파가 땅에 떨어졌다. 손목이 끊어질 듯한 고통과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에 김 노파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몸이 덜덜 떨렸고 알수 없
“걱정말게, 난 어린애는 안 죽이니.” 윤구주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하.” 말을 마친 김 노파는 두나희를 쳐다보며 웃었다. “나희 아가씨, 죄송합니다. 이젠 이 몸이 아가씨에게 막대 사탕을 사줄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김 노파는 숨을 거두었다. “할머니!” 이렇게 김 노파는 윤구주 손에 죽었고 두나희는 울면서 달려와 김 노파를 안았지만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된 후였다. “이 나쁜 오빠!” “우리 할머니를 죽였으니 가만두지 않을 거야!” 두나희는 비수를 꺼내 들고 윤구주를 향해 달려왔다. 그러자 윤구주는 그녀를 본 체도 하지 않고 손가락을 “팅”하자 두나희는 눈앞이 까매지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이렇게 한 차례의 전투가 드디어 끝이났다. 두씨 가문의 십이지 살수 중 하나였던 김 노파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고 그 여자아이는 기절해 버렸다. 자리에 있던 주세호,주안나와 주씨 가문의 경호원은 멍하니 윤구주를 쳐다보았다. 특히 주안나는 윤구주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고 왜서인지 이번에 그의 모습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괜찮아요, 세호 씨.” 윤구주는 천천히 걸어오며 말하자 주세호는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꿇어앉아 그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저하. 저하께서 우리 가문을 살리셨습니다.” “괜찮습니다, 이번 일은 나 때문에 발생한 거니.” “그럼 여긴 자네가 정리하고 난 이만 용인 빌리지로 가보겠네.” 말을 마친 윤구주가 돌아서 가려고 하자 주세호가 말했다. “저하, 이 꼬마는 어떻게 하죠?” 그제야 윤구주는 두나희의 존재가 생각났고 백경재에게 말했다. “저 꼬맹이도 데려가지.” 백경재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기절한 두나희를 업고 윤구주를 따라갔다. 깊은 밤. 윤구주가 떠나자 주세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주안나는 오늘 밤의 사건 때문에 충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주안나는 주세호에게 물었다. “아빠, 아까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기에 그렇게나 강해요? 그리
그때 화진에서 즉위식이 있었을 때, 두씨 가문의 수장인 두목명이 왔었다. 그때 이후로 윤구주는 두씨 가문의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강산도에서 마주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윤구주는 다시 두나희를 쳐다보고는 방밖으로 나가니 백경재가 그의 앞에 꿇으며 말했다. “저하를 뵙습니다.” “전에는 소인이 견식이 짧아 저하를 알아보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 뱍경재의 이런 모습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나의 신분을 알았느냐?” “네, 저하.” 백경재는 몸을 떨며 대답했다. 전에 백경재는 윤구주를 의심만 해왔을 뿐이지 확신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씨 가문의 김 노파가 숨을 거두기 전에 했던 “천하무적”이 라는 말을듣고 백경재는 확신했다. 이 화진에서, 이 천하에서 “천하무적”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은 윤구주뿐이었다. 백경재는 이제서야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전설 속의 구주 천왕임을 알았다. “알았으면 그만 일어나거라.” “가... 삼사합니다, 저하.” 백경재는 여전히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문에 의하면 저하께서 10개국의 전쟁에서 서거하셨다고 들었는데 , 어찌...” 백경재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세간의 사람들은 다 내가 죽은 줄로먼 알지, 허나 이렇게 살아있지 않느냐?” 윤구주는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왜 저하가 살아 있다고 천하에 알리지 않습니까? 그러니... 다른 사람이 저하의 자리에 있지 않습니까?” 백경재는 이해되지 않았다. 윤구주는 그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문씨 가문의 기린화독이 퍼졌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세간 사람들은 다 내가 죽었다고 알고 있으니, 그럼 에전의 구주왕이 죽었다 믿고 있으라지. 난 언젠가 살아서 빼앗겼던 모든 것을 전부 찾아올 것이니.” 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백경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윤구주의 곁에 있다는 것을 몰래 기뻐하고 있었다. “됐어, 난 이만 들어가 쉴 테니 넌 그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내 칼을 받아라!” 성격이 사나웠던 두나희는 비수를 들고 백경재에게 돌진했다. 도력이 통현경지에 도달하는 백경재는 당연히 두나희의 비수에 찔릴리가 없었다. 그는 꼬마의 비수를 가뿐히 피하고는 허공에 기괴한 도안을 그리면서 외쳤다. “ 박!” 검은 연기가 나오더니 두나희의 두 손을 꽁꽁 묶었다. “이 나쁜 영감탱이, 이거 놔!” 발악하는 두나희에게 백경재는 도술로 그 아이의 입을 막았다. “잠시만 이렇게 가만히 있거라.” 말을 마친 백경재는 윤구주의 방으로 향했다. “저하.” “그 꼬맹이는 깨났어?” 윤구주가 물었다. “네, 저하” “하지만 그 꼬맹이가 어찌나 사나운지...” “두씨 가문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여서 그런거니 며칠만 가둬두거라.” “네, 저하.” 이틀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 두날동안 두나희는 백경재의 포박술때문에 고분고분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세번째 날이 되자 윤구주가 두나희를 찾으러 갔다. “꼬맹이는?” 윤구주가 묻자 문 앞에 서있던 백경재가 말했다. “꼬맹이는 안에 있습니다, 저하.” “문을 열거라.” “네, 저하.” 문이 열리자 윤구주의 눈에는 침대에 누워있는 두나희의 모습이 보였다. 두나희는 두 눈이 빨개지더니 아기 호랑이 마냥 윤구주에게 달려 들었지만 윤구주는 여유롭게 의자를 찾아 앉았다. “너희 두씨 가문에는 세명의 우수한 남자아이들이 있다지?” “내가 알기로 두목명에겐 아들이 셋 있다고 들었지. 첫째인 두현오는 작은 살수라 불리고 둘째 두현무는 아주 영리하고 셋째 두현우는 해외에서 비밀조직을 만든다지?” “헌데, 넌 두씨 가문의 누구냐?” 말을 마친 윤구주는 두나희를 쳐다보았다. 도술에 걸려 있는 두나희는 말도 할수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자 보다못한 윤구주는 포박술을 풀어주었다. “됐어, 너의 몸에 걸려있던 포박술을 풀었으니 이젠 말해 보거라.” 윤구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나희는 또 비수를 들고 윤구주에게 달려들었다. “나쁜 오빠, 우라 할머니의
윤구주에게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못한 두나희는 화나서 연이어 몇 번이나 찔렀다. “푹, 푹.” 두나희가 아무리 힘껏 찔러도 윤구주의 몸에는 기스 하나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마주친 두나희는 짜증이 났는지 손에 쥐고 있던 비수를 던지고는 땅에 앉아 엉엉 울었다. 윤구주는 울고 있는 두나희를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윤구주는 울음을 그친 두나희에게 물었다. “다 운 것이냐? 그럼 사실대로 말해.” 퉁퉁부은 눈으로 윤구주를 노려보는 두나의가 말했다. “이 나쁜 오빠, 우리 할머니를 죽였으면서 뭘 나보고 말하라는 거야? 내가 왜 알려줘야해?” “네가 말을 안 하겠다니, 그럼 난 이만 갈 것이다.” 말을 마친 윤구주는 방에서 나가려 하자 두나희가 불러세웠다. “거기서!” “왜, 마음이 바뀐 것이냐?” 윤구주가 두나희에게 물었다. “나쁜 오빠, 난 당신이 싫어!” “왜 할머니를 죽였어? 할머니는 내 가족이랑 다름없다는 걸 알아 몰라?”두나희는 김 노파를 떠 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파왔다. “죽어도 마땅한 자였다.” “거짓말하지 마! 할머니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날 돌봤어, 그런데 왜서 죽어도 마땅해?” 윤구주의 말에 두나희가 발끈했다. “너한테는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도 김 노파의 손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한테는 나쁜 사람이지.” “네가 말해 보거라. 그녀의 손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한테 있어서 김 노파는 좋은 사람일까아니면 나쁜 사람일까?” 윤구주의 말을 두나희는 알아 들었을가? 꼬맹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아직도 화가 가득 나 있었다. “내가 해야 할 말은 다 했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윤구주의 물음에 두나희는 고개를 휙 돌리며 물었다. “흥, 내가 왜 알려줘야 해?” 두나희의 말에 윤구주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자 꼬맹이는 무서웠는지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 “두나희 라고 해.” “두나희라...” “넌 두목영과 무슨 사이냐?” “오빠가 우리 아빠를 어떻게 알아
윤구주는 시체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면서 부자결을 시전했다.“봉왕팔기, 부자결!”윤구주는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더니 손가락으로 허공에 대고 부적을 그렸다.곧 엄청나게 음산한 검은색 부적이 별안간 세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그 검은색 부적은 아주 섬뜩했는데 나타나자마자 주변 공기가 삽시에 싸늘해졌다.“저건...”검은색 부적을 본 공수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바보야, 저건 연혼 부적이라는 거야. 소문에 따르면 저 부적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조종할 수 있대.”옆에 있던 함지우가 설명했다.“그쪽이 그렇게 대단해요? 그쪽은 저거 쓸 줄 알아요?”공수이는 함지우의 말에 자극받은 건지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함지우가 반격하려는데 윤구주가 말했다.“둘 다 조용히 해.”두 사람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윤구주는 연혼 부적을 시전한 뒤 손을 들어 죽은 노인의 미간을 쿡 찔렀고, 곧이어 검은색 부적이 노인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영혼이여, 나오거라.”윤구주가 다시 한번 수인을 맺으면서 이미 숨을 거둔 노인을 가리켰다.절정 강자였던 노인의 영혼이 천천히 육신을 벗어나 시체 위로 떠 올랐다.노인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그 영혼의 미간을 눌렀다.“수혼술!”팍!영혼의 머리 쪽에서 갑자기 영사기처럼 생전에 봤던 화면들이 재생되었다.노인이 저택에서 했던 일들을 제외하고도 종문의 사람들, 그리고 문창정이 보였다.하지만 화면 속에서 문창정은 떠나기 전 그 노인에게 잠깐 귓속말을 한 뒤 사람을 데리고 떠난 것으로 보였다.“저 사람이에요. 저 노인이 절 다치게 했어요!”공수이는 문창정의 모습이 나타나는 순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고, 윤구주는 눈빛이 싸늘해지면서 문창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러다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며 봉황관을 쓴 절세 미녀가 노인의 기억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문아름이었다.과거 자신을 독살하려고 했던 문아름이 나타나는 순간, 윤구주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졌고 그 어마
함지우가 검일 공격을 이용하여 절정 강자들을 순식간에 죽인 뒤, 그곳에는 오로지 사상 절정인 노인 한 명만 남았다.“이젠 당신 차례예요.”함지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그 노인은 얼굴 근육이 떨리고 있었고 몸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그는 두려운 얼굴로 함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너는 서요산 검종 출신인가?”“그렇다면요?”함지우가 대답했다.“서요산 검종은 6대종문 중 하나인데 어떻게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거지?”노인은 죽기 전 절망한 표정으로 말했다.“하! 공격하면 안 되나요?”함지우는 차갑게 웃었다.“서요산은... 6종회의에 참석하려고 서울에 온 게 아니었어? 우리와 같이 구주왕을 상대할 생각이 아니었나?”문씨 일가의 사상 절정 실력의 노인은 죽기 전 마지막 질문을 했다.“정말 멍청하네요. 구주왕은 제 형이에요. 우리 검조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사람이죠. 그런데 우리 서요산이 구주 형을 적으로 돌린다고요? 어디 문제 있어요?”함지우는 아예 욕하기 시작했다.그의 욕에 문씨 일가의 노인은 어이가 없었고 공수이는 뒤에서 참지 못하고 허벅지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하! 정말 멍청하네요. 정말 멍청해요!”문씨 일가의 노인은 자신이 틀림없이 죽을 거란 걸 알았다.그런데 이 순간 모욕까지 당했으니 매우 화가 났다.그는 포효하면서 갑자기 그들을 공격하려고 했다.“가만두지 않겠어!”노인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두 손을 움직였고 검은색 기운이 검은 교룡이 되었다. 노인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 함지우를 공격했다.노인의 기습에도 함지우는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군요.”그 말과 함께 함지우는 손을 들어서 움직였다.“파괴!”그의 곁에 떠 있던 검은색 비검이 날아가서 마기로 이루어진 교룡을 꿰뚫었고 동시에 노인의 어깨도 꿰뚫었다.노인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함지우의 비검이 다시 한번 노인을 찔러서 죽이려고 할 때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지우야
공수이는 어린아이처럼 윤구주에게 고자질했다.“스님, 저런 쓰레기를 상대하는데 구주 형이 나설 필요가 있어? 구주 형 손만 더러워지지.”공수이가 말했다.“그러면 그쪽이 해요.”함지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할게.”말을 마친 뒤 그는 손을 들었고 챙 소리와 함께 등 뒤에 나무로 만들어진 검집에서 갑자기 긴 검과 짧은 검 하나가 나왔다.두 검 중 하나는 흰색이고 하나는 검은색이었다.그 검들은 동시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함지우의 머리 위에 떠다녔다.“누가 먼저 죽고 싶나요? 이름이라도 밝힐래요?”함지우는 미소를 지으면서 문씨 일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사상 절정인 노인은 함지우가 검을 꺼내는 순간 곁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움직여 보였다.“저 자식들을 죽여!”순간 수십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함지우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함지우는 서요산 검종에서 백 년 만에 나온 가장 젊은 검선이었다.엄청난 재능과 시력을 겸비한 그는 윤구주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군요!”함지우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띤 채로 손가락을 튕겼다.검은색과 흰색의 검은 마치 유성처럼 빠르게 날았다.촤악!비검이 지나는 곳마다 모든 것이 생명력을 잃었다.무시무시한 두 검은 마치 두 마리 용처럼 빠르게 움직이면서 순식간에 문씨 일가 고수들이 몸을 꿰뚫었다.아주 잠깐 사이에 수십 명의 대가 고수들이 함지우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응?’“이렇게 강하다고?”사상 절정인 문씨 일가의 노인은 수십 명 되는 대가 고수들이 순식간에 죽을 줄은 몰랐다. 그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계속해 봐요.”함지우의 검은색과 흰색 검이 허공에 붕 떠 있었다. 함지우는 미소 띤 얼굴로 사상 절정인 노인을 바라보았다.나머지 문씨 일가의 절정 강자 수십 명은 모두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들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목숨 걸고 저놈을 죽여야 해!”말을 마친 뒤 수십 명의 절정
윤구주가 살기등등하게 떠나자 공수이가 서둘러 외쳤다.“형님, 기다려주세요!”그는 빠르게 윤구주를 따라갔다.뒤에 있던 함지우도 서둘러 그들을 뒤쫓았다.그들은 사람을 죽이러 갔다.“큰일이네. 종문도 끝장나겠어.”천현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천현수 씨,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은설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천현수가 대답했다.“솔직히 얘기해서 우리 저하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들이 세 개 있어요. 하나는 천하, 하나는 형제,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죠. 그들을 건드린 사람들은 모두 죽게 돼요. 그런데 종문에서 수이를 다치게 했으니 죽음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죠.”은설아와 소채은은 뒤에서 그 말을 들었다. 비록 윤구주가 누구를 죽이러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별말 하지 않았다....도시 외곽의 오래된 저택.그곳은 문씨 일가의 것이었다.비록 그것은 문씨 일가의 것이었지만 문씨 일가의 진짜 저택은 아니었다.문씨 세가는 이런 저택을 서울에만 해도 수십 채를 가지고 있었다.문씨 일가의 진짜 저택이 어디 있는지 윤구주도 알지 못했다.그것이 윤구주가 지금까지 문씨 세가를 찾아가서 복수하지 않은 이유였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공수이가 다쳤고 윤구주는 분노했다.저택 상공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문창정 씨, 난 당신을 죽이러 왔습니다.”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쿵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그는 마치 신처럼 강림했다.윤구주가 내려왔고 곧이어 공수이와 함지우도 윤구주의 뒤에 나타났다.“형님, 바로 여기서 그 늙은이가 절 다치게 했어요!”공수이는 저택을 가리키면서 윤구주에게 고자질했다.“맞아요, 형. 당시 제가 이 스님을 구해줬어요.”함지우도 뒤에서 말했다.“감히 내 형제들을 다치게 해? 오늘 여기 있는 놈들 모두 죽어야 해!”죽이겠다는 말과 함께 윤구주는 저택을 바라보며 한 걸음 나섰다.쿵!윤구주의 발걸음에 청석판이 깔린 바닥에 수십 개의 균열이 생기며 골짜기가 생겼다. 저택의 대문은
‘뭐?’“형... 그건 좀 그렇지. 여기 사람도 많은데. 난 그래도 서요산에서 가장 젊은 검선이라고. 나도 체면이 있지!”함지우는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었다.“그러길래 누가 큰소리치래? 자, 말해 봐. 날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윤구주가 말했다.그에게 강요당한 함지우는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어쩔 수 없었다.당시 곤륜에서 서요산의 최강이라고 불렸던 함지우의 검조 할아버지는 윤구주가 의형제를 맺었었다.신분을 따지면 함지우는 윤구주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했다.그래서 윤구주가 조금 전 손자라고 했던 것이다.“할아버지... 라고 불러야지.”함지우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하하하하!”그 말을 들은 공수이는 눈치도 보지 않고 크게 웃었다.그는 크게 웃으며 함지우를 가리켰다.“아까는 큰소리를 치더니 지금은 구주 형님을 보니까 무서워요? 형님이랑 싸워 봐요! 무적이라면서요?”공수이의 조롱에 서요산의 가장 젊은 검선 함지우는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공수이를 힘껏 때려눕히고 싶었다.윤구주가 갑자기 빠르게 움직여 공수이의 곁으로 향했다.윤구주가 다가오자 공수이는 서둘러 고자질했다.“형님, 함지우 씨 진짜 너무 나빠요. 아까 오는 길에는 형님한테 복수를 하겠다고 하면서 형님이 일어나지 못할 때까지 패겠다고...”함지우는 자기가 언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냐고 반박하고 싶었다.그런데 함지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윤구주가 밤으로 공수이의 매끈한 머리를 힘껏 쳤다.“형님?”갑자기 밤으로 얻어맞은 공수이는 얼이 빠진 채로 두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누가 너한테 혼자 종문을 상대하러 가라고 했어? 누가 다치고 오라고 했어?”윤구주는 비록 차갑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걱정이 느껴졌다.공수이는 머리를 문지르면서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형님. 이 일은 제 잘못이에요. 전 사실 칠수방의 미녀들을 보러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들 중에 아주 강한 늙은이가 있더라고요. 결국 그
싸우자는 말에 사람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서요산 검종 출신의 함지우가 갑자기 윤구주를 도발할 줄은 아무도 상상치 못했다.윤구주는 함지우를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구주 형, 형은 예전에 넌 날 괴롭혔었지. 오늘 난 형과의 대결을 신청할 거야.”윤구주가 가만히 있자 함지우가 다시 한번 외쳤다.그는 그렇게 말했고 곧 등에 메고 있던 검집에서 흰색 비검이 나왔고 비검은 허공에 붕 떠 있었다.천지의 기운은 함지우의 기운에 뒤덮였다.함지우가 비검을 뽑자 이번에 윤구주가 움직였다.그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구주야...”윤구주가 앞으로 나가자 소채은이 걱정스러운 듯 외쳤고, 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곧이어 윤구주는 함지우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짝 긴장한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다들 앞으로의 전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었다.심지어 공수이도 흥분했다. 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형님, 이 자식을 제대로 괴롭혀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건방 떨지 못하게요!”일촉즉발의 상황 다들 긴장한 얼굴로 눈앞의 전투에 집중했다.그러나 윤구주는 공격하지 않고 그저 함지우에게 서서히 다가갈 뿐이었다.윤구주가 점점 다가오자 함지우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윤...”그가 이름을 얘기하기도 전에 윤구주가 밤으로 함지우의 이마를 때렸다.“우리 지우 실력이 좀 늘었나 봐. 감히 내 앞에서 검을 뽑는 걸 보니 말이야.”‘우리 지우’라는 말에 사람들은 전부 어안이 벙벙했다.함지우는 밤에 맞은 머리가 얼얼해서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나, 나, 난...”“네가 뭐? 왜? 불만이라도 있어?”윤구주는 또 밤으로 함지우의 이마를 때렸다.“아파! 아프다고! 그만 때려!”당당한 서요산의 가장 젊은 검선이 사람들 앞에서 윤구주에게 밤으로 이마를 맞았다.가장 중요한 건 조금
그들은 함진우, 정태웅, 그리고 피투성이인 공수이였다.“함진우 씨, 우리 형에게 복수하겠다면서요? 자, 제가 가리켜드릴게요. 보이죠? 이곳이 바로 우리 형님께서 지내는 곳이에요.”공수이는 6할 정도 회복했다.그는 웃으면서 마당을 가리키며 함진우에게 말했다.함진우는 고개를 들어 집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허름하다고?”공수이는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허름하긴요. 잠시 뒤에 우리 형님 앞에서 그런 말을 해보지 그래요?”“흥, 대놓고 말하면 뭐?”함지우는 중얼댔다.“됐어요. 저도 그쪽이랑 싸울 생각 없어요. 잠시 뒤에도 어디 그렇게 강한 척해 보시죠.”공수이는 함지우와 더는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려 집을 향해 외쳤다.“형님! 저 돌아왔어요!”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곳에 있던 민규현, 천현수, 백경재 등 사람들은 모두 공수이가 돌아왔음을 눈치챘다.그리고 곧 그들뿐만 아니라 윤구주와 소채은까지 전부 달려 나왔다.“수이야, 드디어 돌아왔구나.”민규현 등 사람들은 달려 나오면서 말했다.그러나 공수이의 피투성이인 모습을 본 순간 그들 모두 흠칫했다.“수이야, 왜 그래? 왜 피투성이야?”민규현이 가장 먼저 크게 소리쳤다.천현수도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심지어 윤구주마저 공수이의 피범벅인 모습을 보고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괜찮아요. 어떤 늙은이랑 싸우다가 좀 다치긴 했는데 다행히도 죽진 않았어요.”공수이는 그들의 질문에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정태웅, 대답해. 대체 어떻게 된 거야?”민규현은 공수이가 대충 얼버무리자 호된 목소리로 정태웅에게 물었다.정태웅은 서둘러 달려가서 대답했다.“저하, 형님, 죄송합니다! 수이를 데리고 종문 사람들을 찾아가서는 안 됐는데... 죽어 마땅한 사람은 접니다...”“뭐라고? 너희 둘 빌어먹을 종문 놈들을 찾아갔다고?”민규현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네.”정태웅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사이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얘기했다.공수이가 홀로
“미녀?”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저하, 사실 저하께서 서울을 떠나신 뒤 정태웅은 매일 수이를 데리고 여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룸살롱에 간 적도 있어요. 제가 추측하기에 두 사람은 아마도 칠수방의 미녀들을 만나기 위해 몰래 나간 듯싶습니다.”천현수가 대답했다.“칠수방?”“네. 정태웅이 예전에 저에게 칠수방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 저는 칠수방의 제자들이 하나같이 절세미인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둘이 함께 칠수방을 찾으러 간 건 아닐까 싶습니다.”천현수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못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윤구주는 공수이에 대해 그나마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그런데 천현수의 말까지 들어보니 두 사람이 아마도 미녀를 찾아 떠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저하! 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을 데려오겠습니다.”민규현이 이때 얘기했고 윤구주는 손을 저으며 대꾸했다.“됐어. 수이가 있으니 큰일은 없을 거야?”“하지만 저하, 종문의 사람들도 거기에 있는데 혹시라도...”민규현은 걱정을 드러냈다.“걱정하지 마. 종문들의 늙은 괴물들이 나서지 않았다며 수이를 어떻게 할 수 없을 테니까.”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는 공수이의 실력을 윤구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사람들은 윤구주의 말을 듣고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내일이 바로 6종희의 날이야. 난 천하의 종문에 우리 화진의 질서를 어지럽히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어!”윤구주의 입에서 날 선 말들이 튀어나왔다.그의 말대로 내일이 바로 6종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6대종문을 제외하고서라도 수만 명에 달하는 문벌, 세가의 무인들도 모두 모일 것이다.그들이 모이는 이유는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마당 안, 윤구주는 형제들과 대화를 마친 뒤 소채은을 찾으러 갔다.이틀 동안 서울에서 지낸 소채은은 서울의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졌다.윤구주의 손을 잡고 그녀가 말했다.“구주야, 내일이 6종회의 날이라면서?”“응!”윤구주는 고개
그렇게 공수이는 함지우를 데리고 윤구주를 만나러 갔다.가는 길에 정태웅은 공수이의 말들을 통해 상황을 알게 되었다.눈앞의 함지우는 서요산의 가장 젊은 검선인데 아주 어렸을 때 서요산의 검조의 손에 이끌려 무도 성지인 곤륜으로 수행을 떠나게 됐다고 한다.어렸을 때부터 엄청난 재능을 지녔던 함지우는 서요산의 젊은 세대 중 귀재였다고 한다.그리고 일반적으로 천재나 귀재들은 아주 오만하다.함지우도 그랬다.그러다 오망방자하던 함지우는 곤륜에서 윤구주를 알게 되었다.처음에 함지우는 자신의 엄청난 재능으로 또래들을 전부 이겼고 심지어 공수이도 그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그러다 윤구주를 만난 그날부터 함지우는 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윤구주를 만났던 첫날, 그는 소년이었던 윤구주에게 철저히 패배하여 울면서 부모님을 찾았고 그 일로 서요산의 검조 세 분도 깜짝 놀랐다.그 뒤로 함지우는 하루건너 윤구주에게 비무를 하자고 했다.그러나 결과적으로 함지우는 매번 졌고 마지막에 완전히 풀이 죽기도 했었다.심지어 곤륜을 떠나 서요산으로 돌아갔고 그 뒤로 공수이는 다시 그를 만나지 못했다,그런데 그가 다시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정태웅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그제야 깨달았다.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함지우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번에 하산한 이유가... 설마 우리 저하께 복수하기 위해서는 아니겠죠?”“당연히 복수하기 위해서죠!”함지우는 가슴팍을 치면서 말했다.“당시 윤구주 그 자식은 계속 절 괴롭혔어요... 전 그동안 계속 폐관 수련했어요. 오직 복수할 날을 위해서 말이에요!”함지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흥, 또 건방을 떠네요. 그래요. 잠시 뒤에 우리 구주 형님께 얼마나 처참히 패배하는지 내가 지켜볼 줄 알아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냉소하며 말했다.함지우는 못 들은 척했다.그는 갑자기 등 뒤에 메고 있던 검집을 ‘탁’ 쳤고 순간 검기가 등 뒤의 검집에서 뿜어져 나와 하늘로 치솟았다.어마어마한 양의 비검이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