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보!” 소청하가 조용히 앉아서 와인을 음미하고 있을 때 천희수가 아래층에서 뛰어 올라왔다. “왜 그래?” 당황한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오는 아내의 표정을 본 소청하가 물었다. “그놈이... 왔어요.” 천희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그 놈이라니? 설마 윤구주 그놈을 말하는 거야?” 소청하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네! 그놈이 글쎄 우리 딸이랑 손을 잡고 주 회장님이랑 함께 왔더군요.” 윤구주가 자기 딸의 손을 잡고 왔다는 말에 소청하는 당황한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와인잔을 땅에 떨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당신이 잘못 본거 아니야? 그놈이 어떻게 주 회장님 별장에 나타날 수가 있어?”소청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진짜예요,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하세요.” 소청하는 2초 정도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앞장 서.” 천희수는 재빨리 남편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그 시각 별장의 접대실. 윤구주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여느 커플 못지않게 안으로 걸어 들어오자, 주세호는 마치 하인같이 허리를 굽혀 그 둘에게 경례를 했다. “제일 좋은 차로 갖고 와.” 윤구주를 대접하는 주세호의 모습은 아주 즐거워 보였다. 강성시의 최고 재벌인 주세호가 하인처럼 구는 모습에 소채은은 많이 당황스러웠는지 낮은 목소리로 윤구주에게 물었다. “구주야, 이건 무슨 상황이야? 네가 오니까 주 회장님께서는 왜 이렇게 공손해진 거야? 마치 네가 주인인 것 마냥?”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던 윤구주는 웃으며 대답했다. “주 회장님께서는 집에 손님이 오는 것을 좋아해서 그러는 걸 거야.” “손님이 오는 걸 좋아해서라고요?” 소채은은 의아해했다. “채은아, 그만 생각하고 빨리 앉아.” 윤구주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앉으려던 찰나, 뒤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윤구주, 너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외침과 동시 소청하
걱정하는 소채은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눈치 빠른 주세호가 말했다. “채은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흑룡 상회 쪽의 일은 이미 해결이 되었답니다.” “정알이에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 흑룡 상회의 부와 권력을 능가할 조직은 강산도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소채은의 말에 주세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채은 아가씨의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흑룡 상회의 세력이 아무리 강하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강운도는 그저 우리 화진의 일부분이 아닙니까?” “그럼... 흑룡 상회에서 더는 우리를 찾아오지 않겠지요?” 소채은이 물었다. “네. 앞으로 다신 아가씨의 가문에 찾아가지 않을뿐더러 지금 이 시각부터 흑룡 상회라는 네 글자도 들려오지 않을 것입니다.” 주세호의 당당한 태도에 소채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난 뒤, 소청하는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 가문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주 회장님.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소채은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했다. “감사합니다, 주 회장님.” 주세호는 손을 내 저으며 공손한 태도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부하 삼천 명을 거닐었던 흑룡 상회를 윤구주가 혼자만의 힘으로 반나절이라는 시간에 없앴다는 사실을 소씨가문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소채은은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집으로 갈 수 있는 것과 흑룡 상회의 보복을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이어서 주세호는 자신의 개인 셰프더러 푸짐한 한상 차림을 준비시켰다. 식사 중, 주세호는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아참하는 소청하가 얄미웠지만 옆에 다정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는 소채은과 윤구주를 보니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 소채은이 말했다. “구주야, 너랑 단둘이 할 말이 있어.” “그래.” 둘은 식탁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향했다. “채은아, 할 말이 뭐야?” 윤
소채은의 말에 윤구주는 재빨리 대답했다. “당연히 보고 싶었지. 매일매일 네 생각만 했어.” “진짜?” “응.” 윤구주의 대답에 소채은은 그제야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윤구주의 손을 자신의 머리에 갖다 대면서 말했다. “구주야, 우린 주 회장님한테 고마워해야 해. 주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흑룡 상회의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을 거야.” “응.”윤구주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젠 흑룡 상회의 일도 잘 해결되었으니 더는 주 회장님댁에서 민폐를 끼치면 안될 것 같아.” “너 그거 알아? 우리가 헤어진 뒤로부터 난 항상 우리 사이의 일만 생각했어.” “결정했어.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아빠랑 엄마가 반대하든, 난 너랑 평생 함께 할꺼야.” 이 말을 한 소채은의 얼굴이 빨개졌다. 윤구주는 그녀의 말에 감동되었고 눈앞에 서있는 자신밖에 모르는 소채은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랑 함께 우리집으로 가자.” “그리고 넌 기억도 잃고 일할 곳도 없잖아. 그래서 내가 생각해봤는데 SK그룹에서 일해보는 건 어때? 그럼 하루 종일 우리 부모님 눈치를 안 봐도 되잖아.” “네 생각은 어때?” 말을 마친 소채은은 윤구주가 대답하기만 기다렸다. SK 그룹에서 일을 하라니, 갑작스러운 그녀의 제안에 윤구주는 당황했다. “채은아, 당분간은 못 갈 것 같아.” “왜?” 윤구주는 소채은에게 자신이 구주왕이라고 아직 복수할 것이 남았다고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내가 아직 해야 할 일이 조금 남았거든.” 윤구주가 말했다. “무슨 일?” 소채은의 물음에 윤구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하던 찰나, 기괴한 표정을 한 주세호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저하... 빨리 내려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큰일났어요.” 윤구주는 기괴한 표정을 한 주세호를 보고 물었다.“무슨 일인데?”“가보시면 알 것입니다.”주세호의 의미심장한 말에 윤구주가 소채은에게 말했다.“채은아, 가보자.”소채은은 주세호의 말을듣고 생각했다
텔레비전에서는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새로운 왕이 탄생한 것은 나라의 영광스러운 일이자 나라의 큰 행사였다. 또 새로운 왕은 화진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문 씨 세가의 최고 미녀인 선우아름이었다. 이황, 이황왕. 이 세글자가 텔레비전에서 흘러 왔을 때, 주세호는 제일 먼저 윤구주의 반응을 살폈다. 왜냐하면 당시 사건의 당사자였던 윤구주만이 그날의 진실을 알았기때문이다. 당시 자신을 배신했던 여자가 화진으 새 “여왕”이 되었다니, 윤구주는 참고 있던 살기가 폭발했다. “구주야, 왜 그래?” 살기 가득한 눈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윤구주의 모습에 의아했던 소채은이 물었지만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텔레비전 속의 새 “여왕” 선우아름을 보고 있었다. 윤구주는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고 이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나 바람 좀 쐬고 올게.” 말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의 이런 모습이 낯설었던 소채은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구주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한 거지?” ... 윈위터힐스 뒷산. 쿵 하던 소리가 들려오더니 윤구주는 제일 높은 산봉우리에 서있었고 그의 주변에 있었던 돌과 백년쯤 되어 보이는 나무는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몸에서는 눈부신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고 자세히 보니 한 마리의 커다란 용이 그의 뒤에 현현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윤구주의 최고 기술인 구양진용기였고 그 기술은 신도 요괴도 없앨 수 있었다. 10개국 전쟁에서 윤구주는 구양진용기로 각국의 장군을 죽여버렸고 적들을 물리쳤었다. 하지만 지금, 화가 난 윤구주는 처음으로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이 기술을 사용했다. 산봉우리에 서있던 윤구주는 먼 곳을 응시하더니 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다. “선우아름! 언젠가는 내가 빼앗긴 모든 것들을 다 찾아올 거야!” ... “주 회장님, 뒷산에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니예요? 큰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윤구주를 찾아 나선 소채은은 뒷산에서 들려온 큰 소리에 주세호에게 물었다. 윤
”구주야, 어디 갔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 “괜찮아, 아까 그냥 좀 기분 나쁜 일이 생각나서 그래.” “진짜?” “응.” 옆에 서있던 주세호는 윤구주가 지금 얼마나 분에 차 있는지 잘 알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구주야, 우리 집에 가자.” 소채은이 말했다. “집에 가자고?” 윤구주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응, 나랑 같이 우리집에 가자. 아빠랑 엄마는 내가 책임지고 잘 말할게.” 소채은은 자부하며 말했지만 윤구주는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채은아, 미안해. 난 아직 너희집에 갈 수가 없어.” “왜?” “내가 아직 처리해야 할일이 좀 남았거든.” “무슨 일인데? 나도 알려주면 안 돼?” “미안해, 지금은 너에게 알려줄 수가 없어.” 윤구주의 말에 소채은은 많이 섭섭했다. “너 정말로 나랑 같이 집에가기 싫어?” 윤구주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싫다면, 나도 강박하진 않을게. 하지만 걱정하지 마,아빠랑 엄마는 내가 잘 설득 해볼게.” 이렇게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소채은은 아버지를 따라서 윈워터 힐스를 떠났다. 흑룡 상회의 일이 해결되니 이제 그들은 주세호의 집에서 떠나야 했었다. 소채은의 떠나자 주세호는 윤구주에게 물었다. “저하,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우...” 윤구주는 주세호의 말을 잘랐다. “그 말은 나중에 하지.” 윤구주가 이렇게 말하니 주세호는 더 말하지 않았다. ... “참 이상해. 주 회장님이 왜 그 자식을 그렇게 챙기지?” “여보,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주 회장님은 그 자식이 우리 딸이랑 함께 있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 한다니, 이상하지 않아?”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소청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을하고 천수희에게 말했다. 옆좌석에 앉은 천수희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주 회장님은 우리 채은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데 왜 그놈이 손을 잡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까요?” “어찌 됐든 난 다신
소청하가 답답해하던 순간, 그 중년 여성이 다시 말했다. “듣자 하니 앞에 창용 부대 소속의 탱크 부대가 지나간다더군요.” “네? 탱크 부대요?” 그 말을 들은 소청하는 어안이 벙벙했다. “창용 부대 소속의 탱크 부대가 왜 강성시에 와있죠?” 그 중년 여성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많은 차가 한 곳에 몰려있으니 소청하는 답답한 나머지 차에 들어가 기다렸다. 시간은 일분일초가 흘렀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지면이 진동되더니 연이어 들어오는 탱크들이 보였다. 창용 부대의 탱크가 지나갈 때, 차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밖으로 나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고 소청하 내외와 소채은도 차에서 나왔다. “참 이상하네. 창용 부대가 어쩐 일로 강성시에 왔을까?” 천희수가 말했다. “설마 화진에서 새로운 왕이 탄생하였기 때문일까?” 소청하는 갑자기 아까 점심에 주세호의 집에서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봤던 화면이 생각났다. “맞네, 맞네.” “우리 새로운 왕은 전설속의 화진 군신인데.” 소청하 내외가 대화를 주고받을 때, 소채은은 지나가는 탱크부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왜냐하면 탱크부대는 떠나지 않고 시내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 그 시각, 윈워터 힐스. 소채은이 떠난 뒤, 주세호는 모든 경호원을 물리는 동시에 집안 모든 사람들더러 윤구주를 방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 윤구주가 몹시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표 집사가 뛰어 들어왔다. “주 회장님, 박창용 총사령관님께서 오셨습니다.”주세호는 박창용의 이름을 듣더니 얼굴색이 삽시에 변하더니 말했다. “박창용 총 사령관은 이미 창용 부대로 돌아가지 않았나?” 표 집사가 대답했다. “소인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총사령관님의 안색이 많이 좋아 보이지 않았고 할 말이 있다며 저하를 뵈려고 하십니다.” 표 집사의 말을 들은 주세호는
이어서 주세호는 박창용을 데리고 방 안에 들어왔다. 박창용은 들어오자마자 윤구주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말했다. “저하, 큰일났습니다. 10개군 부대에서 전갈이 왔는데 오늘 서울에서 새 왕의 즉위식을 올린답니다. 새 왕이... 그 여자라고 합니다...” 박창용의 말을 듣고 윤구주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차갑게 말했다. “이미 알아.” “저하?” “이미 알고 계셨나요?” 윤구주는 머리를 끄덕였고 박창용은 이 상황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저하께서 이미 알고 계셨다니, 그럼 우리가 한시라도 빨리 병사를 거느리고 서울로 가야하는 거 아닙니까? 백성들에게 알려야죠, 저 여자는 화진의 새 왕이 될 수가 없다고, 우리 화진의 군대들을 지휘할 수가 없다고요.” 박창용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한참 동안 반응이 없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건 아직 너무 일러.” “네? 저하, 그 여자는 저하를 독살하려고 했고 지금은 저하의 왕위까지 빼앗아 갔습니다. 헌데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까?” 박창용은 윤구주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 윤구주가 말했다. 하지만 윤구주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선우아름이 화진의 새 왕으로 된 것도 문제지만 그녀의 뒤에 있는 문씨 세가는 화진에서 제일 오래된 4대 세가중의 하나였기에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하면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고 10개 국에서 반드시 그 틈을 노리고 쳐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윤구주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윤구주의 말을 들은 박창용은 화가 나서 주먹으로 나무 테이블을 쾅 내리쳤고 그 단단한 테이블은 박살이 났다. “어휴, 저하께서는 마음이 너무 여리십니다. 저였다면 바로 병사들을 데리고 서울로 쳐들어갔을 겁니다.” 흥분해하는 박창용에게 윤구주가 말했다. “걱정 하지 마시게. 언젠가는 다 제자리로 돌려놓을 테니.” “하지만 저하, 정말로 저 여자가 저하의 왕위를 빼앗고 새 왕이 된것을 보고만 계실겁니까?” 윤구주는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
박창용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아는 윤구주는 박장대소를 했다. “그 여자가 왕위에 오른 것은 필시 4대 가문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오. 주요하게 문씨 세가의 지지가 제일 컸겠지.” 윤구주는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하 말씀이 맞습니다.” “소인이 알기로는 전에 저하를 따랐던 대부분 장군들은 그 여자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반대했답니다. 하지만 그 뒤로, 반대했던 사람들이 행방이 묘연해지지 않으면 시체로 발견 되었다 합니다. 필시 그 여자와 관계가 있을 테죠.” 박창용은 화가 나서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지더니 물었다. “그럼 청용, 백호, 주작, 현무 이 들은 어디 있나?” 윤구주가 한창 명성을 떨쳤을 적 그에게는 네 명의 뛰어난 수하가 있었는데 그 네 명이 바로 청용, 백호, 주작, 현무였다. 박창용 외 윤구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수하는 바로 그 네명이었고 그들은 모두 대종사의 위치에 이르렀고 청용의 수행은 이미 절반이나 신급에 도달해 있다. 윤구주가 그들에 관해 묻자 박창용이 제꺽 대답했다. “소인이 알기론 저하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뒤, 청용은 부대에서 자진 퇴출을 한 다음 다른 나라로 가서 저하의 복수를 할 준비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백호와 주작은 군에서의 직위를 박탈당한 뒤로는 행방을 알 수가 없고 지금은 현무 혼자만이 군에 머물러 있습니다.” 박창용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낯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박 사령관, 사람을 시켜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넷을 찾아 데려오게.” “내가 수모를 겪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나에게 충성을 바치던 그들이 그런 수모를 당한다는 것은 견딜 수가 없네.” “알겠습니다, 저하.” ... 선왕은 서거했고 새 왕이 탄생 되었다. 화진은 반드시 새로운 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개국의 병사들이 쳐들어 올것이다. 현재, 화진에는 새 왕이 즉위했고 그녀는 이황왕이라 불렀고 구주왕이었던 윤구주는 영원한 전설로 남았다. 새 왕의 탄생으로 화진은
“주작, 현모, 화진의 군신이라. 하하. 네놈들이 말해봐라. 내가 지금 구주왕을 배신한다 해도 너희들이 나를 막을 수 있겠나? 이전엔 너희 셋이 힘을 합쳐도 백여 합 버티는 게 고작이었지. 지금은 내가 황자급 경지에 올랐고 백호는 얼어붙어 잠든 상태라 너희 둘밖에 없는데 뭘 할수 있겠니? 난 세 방이면 충분히 너희들의 목을 벨 수 있어.”빙신전 전주가 비웃듯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작은 두 눈을 부릅뜨고 빙신전 전주를 바라보았다. 설령 그렇다 해도 두려울 것 없다. 당장 빙신전과 결전을 벌이려는 순간 현모가 침착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주작, 진정해. 저놈이 배신할 마음이 있다 해도 최소한 저하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을 거야. 문아름처럼 똑똑한 여자도 실패하지 않았나? 저놈에겐 그럴 배짱이 없을 거다.”막 황자급 경지에 올라 기분이 좋았던 빙신전 전주는 현모의 말에 불쾌해졌다.윤구주를 배신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그는 이미 윤구주에게 정신적 충격을 너무 많이 받은 상태라 생각이 바뀐 지 오래 되였다. 윤구주가 이번 원정에서 실패한다 해도 최소한 생존은 보장될 것이고 윤구주를 따라 황자급 경지에 오를 수도 있었는데 윤구주의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권력을 누리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그의 현재 실력으로는 결코 4대 군신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됐어.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지. 4대 군신은 정상이 하나도 없구만. 구주왕님이 떠나기 전 내게 전음을 남기셨다. 아사신족의 잔당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이 전법을 파괴하라고 말이야. 너희 저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 그분은 곤륜에서도 학살을 벌인 자야. 신계의 결계쯤이야 가뿐히 넘어설 거다.”이 말을 들은 주작은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빙신전 전주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현모, 구주왕님이 너에게 지휘를 맡기셨다. 내가 최선을 다해 협력할 테니 요구사항이 있으면 말해라. 단 헨드리 문제는 우리 빙신전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재권 따위 이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윤구주가 황인으로 만든 전법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전법이 사라지면 세 인황과 백 명의 왕, 수만 영령들이 사라질 것이다.마지막 순간, 헨드리에 사는 화진 사람들이 현재 화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편집해 헨드리의 제일 큰 광장 스크린에 올렸다.화려하게 발전한 화진의 모습을 본 영령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세 인황과 왕들은 모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고 통일된 왕조를 세운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기에 왕조를 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왕조가 번성에서 쇠퇴로 기울면 그 순간 화진에 재앙이 밀려온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집된 영상 속 화진의 아름다운 강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했다.“선배님들, 화진은 이미 수많은 고비를 딛고 넘어섰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났으니 안심하십시오. 화진에 저 윤구주가 있으니 마음 놓고 돌아가세요. 저 윤구주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화진에 재앙을 가져오는 놈들의 뿌리를 뽑아 영원한 태평성대를 만들겠습니다.”전법이 사라지며 영령들은 천지로 흩어졌다. 고인들은 돌아올 수 없지만 그들의 영령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천지 영기는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다.영령들이 흡수했던 영기는 신들이 소멸할 때 천지에 되돌려졌다. 후손들이 능력만 있다면 화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분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화진이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근본이었다.수백 년, 심지어 천 년이 지난 후 윤구주도 세 인황처럼 선대 인황이 되어 후손들에게 소환될지 모를 일이었다.이 생각에 윤구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주군 장수들과 암부 대원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격앙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문아름, 너의 비뚤어진 마음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야. 넌 나를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화진의 선조들을 대적하는 것이다. 죽어도 갚지 못할 빚을 진 채 선조들조차 너를 가만 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화진에 부끄럽지 않아. 설령 언젠가 죽어 흔적도 없이
“도망칠 생각 말라. 사악한 신이여 목숨을 내놓아라.”세 인황이 돌진하자 백 명의 강자들이 그들을 뒤따르며 도망치려는 타이탄 거신의 영혼을 공중에서 가로막아 산산조각냈다.“우와 대박! 과연 화진의 옛 황제님이시여.”고층 건물 꼭대기에 있던 백호가 세 인황을 향해 외쳤다.진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두 인황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타이탄 신의 잔여 영혼 정수를 모아 강제로 백호에게 주입했다.에너지가 체내로 들어오자 백호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고 정신이 혼미해져 폭주 상태에 빠졌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윤구주가 천주 금술을 발동해 백호의 의식을 봉인했다.휙!세 인황의 의도를 알아챈 빙신전 전주도 술법을 써서 백호를 얼음 속에 가뒀다.“구주왕님의 이 부하는 보통사람이 아닌 듯하군요. 영혼을 삼켜 경지를 올릴 수 있으니 정말 신기한데요. 다른 사람이라면 마인이 되었을 텐데 이 자는 원래부터 미친놈이라 오히려 영향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군요.”빙신전 전주가 중얼거렸다.“그건 개소리야. 저놈이 음혼을 삼킬 수 있어서 그런 거다. 양도의 혼이라면 순식간에 타버릴걸.”윤구주가 투덜대자 그 말을 들은 빙신전 전주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하의 음기로 수련을 했기 때문에 음혼이 될 수밖에 없었다.정확히 윤구주만이 이 폭주하는 백호를 길들일 수 있었다. 다른 이라면 이미 백호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했다.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드디어 해결되었다.화려한 도시의 십 분의 일이 폐허가 되었고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유라비아 전체를 구한 대가치고는 합당했다.세 인황과 수백 명의 왕, 그리고 수만 영령이 전법 주변에 모였다. 전법아래에는 화진에서 온 장군들과 암부 대원들이 선조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미래의 화진을 못 보았으니 참 아쉽구나.”당국의 인황이 한숨을 내쉬었다.세 인황 중 제일 인자했던 그는 백성을 가장 아끼던 존재였다.“그만하세. 우리가 할 일은 다 했다네. 이젠 우리
“세 번째 방법은 바로 천지의 영기와 음양오행을 빌려 황자가 되는 거야. 이 방법으로 황자급 경지에 오른 자는 모든 천지 속성을 흡수해 약점이 없으니 무적이라 불리지.”윤구주의 말에 빙신전 전주가 흥분하며 물었다.“구주왕님, 그럼 제가 가장 강한 황자인가요?”윤구주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내 말은 네놈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거다. 너는 천령을 내버려 두고 지하 음기를 빨아들였잖아. 전에 내가 박살 낸 빙황보다는 강하지만 그자의 경지가 너보다 높았으니 너희 둘이 싸우면 넌 여전히 졌을 거야.”“네?”빙신전 전주의 얼굴이 축 처졌다. 황자가 되면 윤구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빙신전 전주의 경지 돌파에 이어 다른 빙신전 수련자들도 많이 강해졌고 현모, 주작, 백호 세 사람의 경지도 급상승했다. 주작은 구오 대원만 경지, 현모는 구오 후기, 백호는 극 신급 절정 중급에 도달했다.반면 기사들의 성장은 미미했다. 이들은 수련한 적이 없었고 영기를 정화하는 방법만 익혔기 때문에 근육이 더 발달하고 힘만 세졌을 뿐이었다.“참 훌륭하군. 내가 알기로 화진 역사에서 자네와 같은 경지에 오른 자는 먼 고대의 황제뿐이었어.”무제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다른 두 인황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화진이 윤구주의 손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이 확실해 보였다.세 인황은 용기의 가호를 받으며 타이탄 최강의 거신을 협공했고 다른 왕들은 일반 타이탄 신들을 상대했다.그들의 공격에 타이탄 신들이 차례로 쓰러지자 주작과 청해가 법기로 그들의 시신을 수거했다. 이 경지에 오른 수련자의 몸은 귀중한 보물이니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놓아둘 수 없다.타이탄 거신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마침내 최후의 타이탄 시조신만 남았다.세 인황이 힘을 합쳐도 시조신을 잠시 억제할 수 밖에 없었다. 술법을 쓰지 않는 상대임에도 쓰러뜨리기 어려웠다.“이봐, 네 전법이 거의 끝나가니 계속 구경만 하지 말고 어서 나서라.”진왕이 윤구주를 향해 소리쳤
황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윤구주의 모습에 빙신전 전주는 강자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갈아엎어야 했다.‘인황은 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구나. 고대 화진의 인황이 구주 오방을 통일한 게 당연했어.’화진의 옛 황제들과 왕들이 힘을 발휘하자 공중에 화진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기세가 하늘을 뚫고 천지를 뒤흔들었다.힘이 약한 사악한 괴물들은 이미 소멸되었고 강력한 파라오는 무제의 창에 찔려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갔다. 당국의 왕은 다른 고대 문명의 신을 단칼에 베어 죽였다.사악한 기운마저 이 황제들과 왕들에 의해 정화되고 있었다.이제 헨드리에 남은 적은 타이탄 신뿐이었다.사악한 기운에 빙의된 고대 신들과 달리 타이탄 신은 실체를 가진 수련자들이었다.술법을 쓰지 못하지만 몸을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단련한 그들은 무적에 가까웠다. 황제들과 왕들이 이끄는 영령 군대는 타이탄 신족과의 결전에서 별다른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이 영령들은 문물과 흩어진 영기에 의존해 잠시 소환된 존재들이었기에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 전성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수련자들을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불길을 더 크게 지펴야겠군.”“구양진용결!”“구음만상결!”“백호, 주작, 현모의 성수여 제자리로 돌아가거라.”아홉 마리 진용이 구름을 뚫고 내려와 왕도 상공에 떠 있었다.황제들과 왕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전 진용 천자라 불렸던 그들은 용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었기에 그 기운을 마음껏 흡수했다.나머지 영령 전사들은 만상의 힘을 흡수해 한 단계 진화했다.백호, 주작, 현모의 정혈이 윤구주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 성수가 삼각형을 이루며 세 가지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청룡이 부족하구나. 청룡의 정혈이 없으니 환영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지.”윤구주가 청룡 성수의 환영을 소환해 나머지 한쪽을 지키게 했다. 네 성수가 모이자 천지의 영기가 배로 증가하였다.무궁무진한 영기들이 영령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동시에 구주군 장군들과
윤구주가 쓴 술법은 서요산의 금술에 구양진용결을 더한 것이고 인황인은 윤구주가 곤륜에서 스승들로부터 미리 전수받은 것이다.인황인을 윤구주에게 전수한 목적은 단순했다. 미래에 윤구주가 인황이 될 수 있다면 천지의 영기를 호령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만약 되지 못하면 인황에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인황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술법으로 천술을 넘어 전설 속 성술에 해당하는 경지였다.마치 격렬한 태양과 같은 금빛 인장이 서서히 떠올랐다. 이것이 전설 속 인황인이었다.인황인이 응축되며 천지의 영기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이 영기들은 헨드리가 과거 화진에서 약탈해 간 고대 유물들 속으로 스며들었다.개방되지 않은 보물관 한쪽에서 청동 검 하나가 영기를 흡수하더니 진동하기 시작했다.이상을 감지한 박물관 관장이 달려왔다.“이 검은 화진 진왕의 칼인데. 대체 무슨 일어난 거지?”진왕의 검에서 엄청난 위압을 가진 한 사람의 형상이 튀어나왔다.“과인을 깨운 자가 누구냐? 과인의 영혼은 이미 소멸했을 터. 새로운 인황이 천지 영기를 모아 과인의 영혼 잠시 소환한 모양이로군. 시간이 많지 않아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좋다. 인황이 부른다면 과인도 황인을 받들어 다시 한번 전장에 나서겠노라. 진국의 병사들이여, 어디 있느냐?”우웅!전시관에 보관된 진국의 문물들에서 눈 부신 빛이 솟아올랐다. 영혼의 형체들이 정신을 되찾으며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순식간에 천 명의 영령 군대가 결집되었다.“폐하를 뵙습니다.”“그래. 짐이 바로 천자다. 여러 장수들은 명을 들어라. 짐을 따라 관문을 나서 사악한 마귀들을 섬멸하라.”진왕이 진국 병사들을 이끌고 전시관을 뛰쳐나오자마자 바로 다른 문명에서 온 고대 사신들과 맞닥뜨려 싸움을 벌였다.지하 보물실에서는 당국의 인황이 병사를 이끌고 지면으로 뛰쳐나와 타이탄 신을 향해 돌진했다. 술법으로 깨어난 무제가 친위대를 거느리고 고대 이집트 미라 군단을 향해 돌격을 개시했다.이들은 화진의 옛 인황들이었다. 왕의
함대 지휘실에서 작전을 지시하던 명필무가 드론으로 전송된 헨드리 왕도의 영상을 확인했다.그 영상을 본 구주군 장군들은 왕도 안의 마물들이 방금 함대가 섬멸한 괴물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왕도의 인구가 너무 밀집해 있어서 우리에게 무기가 있어도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네.”명필무가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했다.왕도가 함락되고 헨드리 수천만 명의 시민들이 괴물들에게 찢겨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명필무는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일단 포격이 시작되면 그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방금과 같은 조건에서만 명필무는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사령관님, 저하께서 금방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이 해역을 잘 지키고 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해결되면 구조를 위해 왕도 항구 안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입니다.”구주군의 한 장군이 윤구주로부터 온 전음을 명필무에게 전했다.“오? 그 말은 구주왕께서 이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거로군.”명필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윤구주가 어떤 방법을 쓸지 알 수 없었지만 화진의 인황인 그에게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라 믿었다.한편, 헨드리 왕도의 빙신전 수련자들은 한창 고전 중이었다.현모는 혼자 성수인을 발동해 수백만 헨드리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성수인으로 형상화된 성수의 금빛은 점점 희미지고 있었는데 이는 현모의 정기가 고갈되어 버티기 힘들어졌음을 의미했다.가장 처참한 이는 빙신전의 전주였다. 그는 정혈을 끌어내어 목숨을 걸고 회의실을 지키고 있었다.“구주왕님, 저는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차피 이 천술대진이 깨지면 저도 죽을 목숨이니 마음대로 하십시오.”빙신전 전주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그가 저항을 포기하려던 순간 회의실 건물 옥상에 있던 윤구주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손에 들고 있던 동화책을 높은 하늘로 던지며 뭐라 외치자 동화책은 화려한 자색 빛을 뿜어냈다.동화책은 한 장씩 풀려나갔고 페이지마다 고대의 신비로운 부호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팔기지, 천주금술.”“팔기지, 부자
헨드리는 술법으로 깨어난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듯했다.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들이 인간 세상을 배회하고 있어 마치 진정한 세계의 종말이 온 듯해 보였다.부활한 고대의 사악한 영혼들이 곳곳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타이탄 신들마저 인간 세상에 강림하자 헨드리는 완전히 절망에 휩싸였다.괴물들이 너무 많아 황혼 기사단과 빙신전의 인원들이 전부 동원되었음에도 그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괴물들과 타이탄 신들이 함께 회의실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빙신전의 전주가 홀로 현빙전법을 구축하고 여러 가지 법기를 동원해 연이어 금술을 펼쳤다. 그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마어마한 수의 괴물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구주왕님, 어서 나서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저도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빙신전의 전주가 서둘러 윤구주에게 전음을 보냈다.사실 현재 난동을 부리고 있는 괴물들은 빙신전 전주 같은 강자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지만 윤구주와의 협약이 있었기에 도망갔다가는 참혹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일단 버텨라. 아직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니다.”윤구주가 전음으로 대답했다. 그의 전법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르렀기에 다른 일에 정신을 팔 수 없었다.웅!헨드리 상공에 세 가지 수력이 연이어 나타났다. 백호, 주작, 현모 세 사람이 성수인을 발동시키자 세 성수의 화신이 세상에 강림했다.현모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헨드리의 민간인들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주작은 깃털의 수호신과 하나가 되어 붉은 그림자로 변해 괴물들 사이를 누비며 암살 기술로 수백 마리의 괴물들을 처리했다.그들 중 성격이 제일 괴팍한 백호는 가장 강한 괴물들만 골라 싸웠다.다른 이들에게 이곳은 지옥이었겠지만 싸움을 즐기는 백호에게 괴물들이 가득한 헨드리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슈욱!백호와 한 타이탄 거신이 맞붙었고 두 사람은 고층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싸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약한 괴물들이 두
그 사령들의 목표는 각 제단 주변의 고대 문물들이었다.하늘에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사방에서 검은 기운이 벽을 이루며 헨드리를 봉쇄했고 순식간에 헨드리와 외부의 연결이 끊겼다.사령이 빙의되며 고대 문명의 신들이 부활했다.지하 동굴에서는 무수한 죽은 자들이 석관을 부수고 나왔다. 괴이한 빛을 내는 해골들이 성전 기사들과 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더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성전 기사단장이 앞장서자 다른 기사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해골들과 맞붙었다.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도 열심히 싸웠지만 열병기로는 해골에게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불꽃만 일으킬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폭발이 가능한 화약만이 미약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격전이 시작되었다. 앞장선 기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이 고대 신들을 막아내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해골들은 무적일 뿐만 아니라 고대 신술까지 사용할 줄 알았다.신술때문에 수많은 성전 기사들이 폭사하거나 중상을 입었다.윌리엄의 특수 부대 역시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박물관에서는 파라오와 그의 미라 하인들이 부활했는데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의 대제사장이 파라오 본인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망할! 저 극 신급 절정 후기 대제사장은 황자에 근접한 실력을 갖췄어.”양쪽의 실력 차이가 엄청 낫기에 청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이겨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맞서야 했다.차가운 기운이 응집되며 박물관 전체가 얼어붙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모래가 얼음을 깨고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뜨거운 모래는 주변의 차들을 얼음처럼 녹여버렸을 뿐만 아니라 지면까지 녹여버렸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수많은 기사도 뜨거운 모래에 삼켜져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구주군의 한 장군도 심한 화상을 입었다. 윤구주가 전수한 공법이 없었다면 그도 기사들과 함께 모래 속에 묻혔을 것이다.같은 상황이 헨드리 왕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헨드리가 세계 각지에서 약탈해온 고대 문물들이 모두 부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