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검은 무시무시했고 검날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그 피가 떨어져 내리는 순간, 자신의 자리에 서 있던 유명전 제4명부의 나사염군은 눈알이 갑자기 튀어나왔고 몸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곧이어 그의 목 쪽에 가느다란 붉은 선이 나타났다.자세히 보니 붉은 선이 아니라 검의 흔적이었다.그 흔적은 빠르게 퍼져나가더니 곧 피가 목에서 뿜어져 나왔다.나사염군은 두 손으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자기 목을 감싸 쥐더니 괴로운 듯 몇 마디 앓는 소리를 냈다.“이럴 수가... 비검술을 쓰다니... 설마 서요산 종문의 사람이야?”나사염군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이제야 알다니, 너무 늦었네요. 전 말했어요. 제 아들을 해치려고 하는 사람들은 전부 죽일 거라고. 저 윤신우는 세상을 정복할 거예요. 특히 유명전, 유명전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죽일 거예요!”싸늘한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 말은 나사염군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쿵!나사염군의 시체는 결국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죽기 직전까지 제4명부의 나사염군의 눈동자는 여전히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이렇게 죽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이다.나사염군이 죽었다.그것도 윤신우의 공격 한 방에 죽었다.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심지어 그 자리에 있던 윤창현, 윤정석도 예기치 못했다.유명전 제4명부의 나사염군이 윤신우의 공격 한 방에 목숨을 잃을 줄은 몰랐다.유명전의 제4염군을 죽인 뒤 윤신우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안개에 휩싸여 흐릿한 문창정의 인영을 바라봤다.“오늘 선배님의 패배는 이미 확정된 거였어요. 제 추측이 맞다면 노룡산 쪽도 지금쯤 다 끝났을 거예요.”윤신우는 아주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면서 눈앞에 있는 문창정의 분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문창정은 안개에 휩싸여 있어서 표정 변화가 잘 보이지 않았다.그저 검은 안개에 휩싸인 그의 주위 기운이 점점 싸늘해지는 것만 느껴졌다.“윤신우 가주 말대로 오늘 난 확실히 패배했소.”
숲속에서의 전투가 드디어 끝났다.유명전은 제4명부의 나사염군이 그곳에서 목숨을 잃을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사실 오늘 이 판은 윤구주를 위해 짠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의 함정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노룡산 산꼭대기는 붕괴하였으며 심지어 문씨 일가가 6년간 규합한 수십 명의 세가 잔당들이 오늘 윤구주에게 모조리 박멸당했다.윤신우는 숲속에 서서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노룡산 쪽을 바라보았다.“끝났겠지?”윤신우가 중얼거리며 말했다.“아마도 그렇겠죠. 구주는 정말로 형님처럼 위엄넘치고 뛰어나요. 혼자서 세가 출신의 절정 강자 50여 명을 상대했잖아요. 이 세상에 구주 말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없을 거예요.”윤정석이 흥분해서 말했다.“하하하하, 정석이 말에 일리가 있어요. 오늘 일로 보는 눈 없는 개자식들은 앞으로 저 윤창현의 조카를 건드리지 못하겠죠.”윤창현은 아주 호탕하게 말했다.“아니, 너희는 틀렸어.”윤신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네? 저희가 틀렸다고요? 뭐가 틀렸죠?”윤창현은 의아한 얼굴로 윤신우를 바라봤고, 윤신우는 심각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의 전투로 세상 사람들은 앞으로 내 아들을 두려워할 거야. 그 두려움은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인한 두려움이겠지.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듯 구주보다 강한 자는 분명히 있을 거야. 잊지 마. 화진 무도 3대 서열 중 화진 무도 정상의 자리를 수천 년간 지킨 종문들은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그 종문들의 잔당들은 이미 백여 년간 나타나지 않았지.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난 알아. 그 종문의 잔당들은 그동안 곤륜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야. 그러나 이제 화진의 무도 서열이 혼란에 빠졌으니 내 추측이 맞다면 그 종문의 잔당들은 이제 곧 세상에 나오려고 할 거야.”윤신우는 자신의 걱정을 얘기했다.“형님 말씀은 화진의 종문에서 우리 조카를 상대할 거란 뜻인가요?”윤창현이 서둘러 물었다.“아직은 단정 짓지 못하겠어. 내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심지어 적성루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도 윤구주가 이번에는 무사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아무래도 상대는 진짜 실력 있는 절정 강자 50여 명이니 말이다.절정 한 명을 키우려면 아주 많은 인력과, 재력, 그리고 수련이 필요했다.그러나 지금 윤구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절정 강자 50여 명을 해치웠다.“맞아요. 마씨 일가는 6년 전 세가 잔당들을 끌어모았어요. 절대 가만둬서는 안 돼요. 앞으로 마씨 일가는 틀림없이 멸문할 거예요!”배씨 일가 절정 실력의 노인이 말했다.전장에는 마씨 일가의 10여 명만 남았고, 다른 세가 출신의 절정 강자들은 윤구주에게 모조리 살해당했다.그 외에 실력이 비교적 약한 세가 출신의 사람 몇 명이 아주 먼 곳에 서서 두려움에 찬 얼굴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실력이 약한 편이라 눈앞의 이 전투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고, 그래서 다행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그들 가문의 절정 실력을 갖춘 조상들은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 남은 수백 명의 세가 구성원들은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곳에 서 있었다.“이젠 네 차례야!”윤구주의 목에서 마귀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의 눈동자에서 연꽃 불꽃이 보였다. 윤구주는 싸늘한 시선으로 마씨 일가의 세자 마동한과 마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마동한은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오늘 모든 일이 그로 인해 일어났다는 걸 알았다.그러니 애원한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마동한은 이를 악물더니 벌게진 눈으로 말했다.“다들 두려워하지 말아요. 오늘 죽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윤구주와 목숨 걸고 싸울 겁니다!”그는 그렇게 말한 뒤 제일 처음 손을 썼다.그의 뒤에 있던 마씨 일가 사람들도 오늘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걸 알았다.그러니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10여 명의 마씨 일가 사람들이 전부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윤구주에게 덤벼들었다.“벌레 같은 놈들, 죽고 싶나
마씨 일가의 호위자가 윤구주가 호통 한 번 쳤다고 사라지다니.그 광경에 그 자리에 있던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세가 사람들도 전부 겁을 먹고 넋이 나가 있었다.호위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겨우 영혼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나 윤구주가 오늘 누군가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신이 와도 막을 수 없어. 그런데 감히 영혼 따위가 날 막으려고 해?”허공에 서 있던 윤구주가 거만하게 말했다.그랬다.누가 감히 윤구주를 막을 수 있을까?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마동한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망에 빠졌다.그는 오늘 제자백가를 소집하여 6년 전 살아남은 세가의 잔당들이자 절정 강자인 사람들과 연합한다면 윤구주를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씨 일가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모든 것이 사라졌다.세가의 잔당들은 윤구주에게 전부 살해당했고 지금은 그조차도 죽게 생겼다.“이젠 네 차례야!”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허공에서 내려와 마동한의 앞에 섰다.윤구주가 온몸으로 내뿜는 절정의 기운 때문에 마씨 일가의 세자인 마동한은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죽이지 말아주세요... 절 죽이면 안 돼요... 전 마씨 일가의 세자예요... 전 내각 장로들의 명령에 따른 거라고요... 제발, 제발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죽음을 앞두게 된 마씨 일가의 세자는 결국 윤구주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마치 가련하게 꼬리를 흔드는 들개처럼 윤구주를 향해 미친 듯이 애원했다.사람이라면 다들 죽음을 두려워했다.마동한도 예외는 아니었다.특히 마동한은 젊은 데다가 마씨 일가의 세자였다. 그는 아직 많은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했고 정말로 죽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윤구주가 과연 그를 용서할까?“마씨 일가가 문씨 일가의 편에 선 그 순간부터 마씨 일가의 멸문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 오늘 난 너
이홍연이 마동한을 두 번 비수로 찔러서 죽이자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윤구주는 여섯째 공주가 직접 마동한을 죽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옆에 있던 육도 주도는 입을 꾹 다물고 웃음을 참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는 사실 속으로 공주님이 참 대단하다며 감탄하고 있었다. 윤구주를 죽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윤구주를 죽이려고 했다면서 오히려 마동한을 죽이다니.안타깝게도 마동한은 죽기 전까지 자신이 죽은 이유를 몰랐을 것이다.피바다 위에 쓰러진 마동한의 두 눈동자에서 분노가 보였다. 그는 도저히 이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그는 그렇게 숨을 거두게 되었다.그 광경을 보고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사람은 아주 먼 곳에 있던 꼬마 스님 공수이였다.“세상에! 저 미녀 누나 정말 성격 장난 아닌데요? 하하하하, 마음에 들어요! 정말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거 알아요? 저도 곤륜에 누나가 한 명 있거든요. 저 미녀 누나처럼 아주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에요. 진짜 두 사람 성격이 똑같아요.”공수이는 들뜬 얼굴로 먼 곳에 있는 아름다운 외모의 이홍연을 바라보면서 옆에 있는 정태웅과 형제들에게 말했다.“태웅 형, 얼른 말해줘요. 저 미녀 누나는 누구예요? 어떻게 성격이 저렇게 불같고 또 저렇게 아름다운 거죠?”꼬마 스님은 자신에게 또 한 번 봄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그는 또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했다.어쩔 수가 없었다.곤륜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이렇게 빨리 성격이 불같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공수이는 이홍연이 너무 좋았다.“수이 동생, 설마 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정태웅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공수이를 바라봤다.공수이는 바보 같은 얼굴로 말했다.“좋아하면 안 되나요? 세상에, 저렇게 아름답고 성격이 불같은 누나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가 이 세상에 있을까요?”정태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수이 동생, 내가 충고 하나 하는데 저 미녀는 좋아하면 안 돼.”“왜요?”공수이는 불만 가득한
윤구주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배씨 일가, 반씨 일가, 그리고 다른 세가 사람들은 모두 헛숨을 들이키더니 입을 꾹 다물고 감히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했다.다들 두려움에 찬 얼굴로 구주왕을 바라보고 있었다.마귀와 같은 윤구주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구주왕... 저희 배씨 일가는 단 한 번도 구주왕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 오늘 일은 전부 마씨 일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겁니다. 그러니 부디 다시 심사숙고해 주시길 바랍니다!”배씨 일가의 세자 배도찬이 가장 처음 나서서 말했다.“맞습니다, 구주왕. 저희 반씨 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주왕께서도 보셨다시피 마씨 일가의 그 빌어먹을 세자가 저희를 끌어들이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분명 단호히 거절했습니다.”반씨 일가의 노인도 서둘러 말했다.배씨 일가와 반씨 일가 사람들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 윤구주는 죄 없는 사람들은 절대 죽이지 않으니까.”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오늘 내가 알고 싶은 건 그거야. 제자백가는 정말로 궐기하고 싶은 거야?”윤구주의 그런 질문을 던진 뒤 서늘한 눈빛으로 배씨 일가, 반씨 일가 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 말에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 모두 침묵했다.세가의 궐기, 그것은 제자백가의 염원이었다.배씨 일가도, 반씨 일가도, 공씨 일가도, 맹씨 일가도... 전부 그걸 바랐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미 6년 전 금지령을 내렸다.지난 6년간 제자백가가 전혀 불평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다.세가로서 궐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그것이 배씨 일가, 반씨 일가가 노룡산에 사람을 파견한 이유기도 했다.유일하게 운이 좋았던 것은 그들에게 이성이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마동한처럼 멍청하게 제 발로 앞에 나서서 죽음을 자초하지는 않았다.“저희 배씨 일가는 앞으로 구주왕의 명령만 따를 것입니다. 구주왕께서 저희가 궐기하시기를 바란다면 저희는 궐기할 것이고, 구주왕께서 저희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세가 사람들이 염수천, 정태웅 등 사람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주위에 살아남은 건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은 주변 광경을 보고 단단히 겁을 먹었다.그들은 사실 축하해야 했다.오늘 자신이 현명한 결정을 한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했다.그 결정은 그들의 생사, 그리고 그들 뒤에 있는 방대한 세가의 존망과 관련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염수천 등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은 세가 사람들까지 전부 죽이자 윤구주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먼 곳에 있는 숲을 바라봤다.“구주야, 뭘 보고 있는 거야?”옆에 있던 이홍연은 윤구주가 이상한 눈빛으로 먼 곳에 있는 숲을 바라보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궁금한 듯 물었다.“별거 아냐. 홍연아, 넌 염수천 일행과 일단 여기 남아있어. 난 금방 갔다 올게.”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더니 훌쩍 뛰어올라서 먼 곳에 있는 숲 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야, 윤구주! 대체 어디를 가려는 거야?”이홍연은 그의 등 뒤에서 멀어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공주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뭔가를 감지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뒤에 있던 주도가 갑자기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와 마찬가지로 먼 곳의 숲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구주가 이 황막한 곳에서 뭘 감지했다는 거예요?”이홍연이 물었다.주도는 눈을 접어 웃으면서 말했다.“공주님, 설마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한 겁니까? 오늘 이 판은 마씨 일가가 짠 게 아니라 저쪽에서 짠 겁니다.”주도는 손가락으로 먼 곳에 있는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이요?”이홍연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윤구주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숲속에 도착했고 그가 도착하자마자 세 사람이 그의 시야에 나타났다.윤신우, 윤창현, 윤정석이었다.세 사람 외에 바닥에 시체 몇 구가 있었다.윤구주는 그곳에 도착한 뒤 먼저
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윤창현은 재빨리 나서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구주야, 형님도 좋은 마음에 온 거지. 그러니까 그냥 참아줘.”“맞아, 구주야!”옆에 있던 윤정석이 거들었다.그러나 윤구주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분명 말했어요. 제가 떠나는 그날부터 전 윤씨 일가와 아무와 관련도 없다고요.”“그건...”윤창현은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16년 전, 윤신우가 윤구주 모자를 윤씨 일가에서 쫓아낸 것이 어린 윤구주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었는지를 말이다.특히 윤구주의 어머니는 섣달그믐날에 병 때문에 돌아가셨다.그리고 그전까지 아버지인 윤신우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그래서 윤구주는 윤신우가, 윤씨 일가가 미웠다.그는 윤씨 일가 때문에 어머니가 죽은 거로 생각했다.윤창현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윤신우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둘째야, 셋째야, 너희는 일단 물러나. 우리 부자 단둘이 얘기를 나눠야겠다.”윤창현과 윤정석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윤신우와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결국 두 사람은 한숨을 쉰 뒤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두 사람은 떠났다.조용한 숲속, 그곳에는 윤신우 부자만 남았다.윤구주는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러나 반대로 윤신우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동안 네가 날 미워한 거, 다 이해한다. 난 확실히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어. 너희 모자에게 잘못한 게 너무 많지.”윤신우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시선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서 유유히 말했다.윤구주가 말했다.“저한테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일어난 일은 바뀌지 않으니까요.”“나도 알아.”윤신우는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뿐이야.”윤신우는 그렇게 말한 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하, 책임?’윤구주는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