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검은 무시무시했고 검날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그 피가 떨어져 내리는 순간, 자신의 자리에 서 있던 유명전 제4명부의 나사염군은 눈알이 갑자기 튀어나왔고 몸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곧이어 그의 목 쪽에 가느다란 붉은 선이 나타났다.자세히 보니 붉은 선이 아니라 검의 흔적이었다.그 흔적은 빠르게 퍼져나가더니 곧 피가 목에서 뿜어져 나왔다.나사염군은 두 손으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자기 목을 감싸 쥐더니 괴로운 듯 몇 마디 앓는 소리를 냈다.“이럴 수가... 비검술을 쓰다니... 설마 서요산 종문의 사람이야?”나사염군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이제야 알다니, 너무 늦었네요. 전 말했어요. 제 아들을 해치려고 하는 사람들은 전부 죽일 거라고. 저 윤신우는 세상을 정복할 거예요. 특히 유명전, 유명전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죽일 거예요!”싸늘한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 말은 나사염군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쿵!나사염군의 시체는 결국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죽기 직전까지 제4명부의 나사염군의 눈동자는 여전히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이렇게 죽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이다.나사염군이 죽었다.그것도 윤신우의 공격 한 방에 죽었다.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심지어 그 자리에 있던 윤창현, 윤정석도 예기치 못했다.유명전 제4명부의 나사염군이 윤신우의 공격 한 방에 목숨을 잃을 줄은 몰랐다.유명전의 제4염군을 죽인 뒤 윤신우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안개에 휩싸여 흐릿한 문창정의 인영을 바라봤다.“오늘 선배님의 패배는 이미 확정된 거였어요. 제 추측이 맞다면 노룡산 쪽도 지금쯤 다 끝났을 거예요.”윤신우는 아주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면서 눈앞에 있는 문창정의 분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문창정은 안개에 휩싸여 있어서 표정 변화가 잘 보이지 않았다.그저 검은 안개에 휩싸인 그의 주위 기운이 점점 싸늘해지는 것만 느껴졌다.“윤신우 가주 말대로 오늘 난 확실히 패배했소.”
숲속에서의 전투가 드디어 끝났다.유명전은 제4명부의 나사염군이 그곳에서 목숨을 잃을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사실 오늘 이 판은 윤구주를 위해 짠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의 함정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노룡산 산꼭대기는 붕괴하였으며 심지어 문씨 일가가 6년간 규합한 수십 명의 세가 잔당들이 오늘 윤구주에게 모조리 박멸당했다.윤신우는 숲속에 서서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노룡산 쪽을 바라보았다.“끝났겠지?”윤신우가 중얼거리며 말했다.“아마도 그렇겠죠. 구주는 정말로 형님처럼 위엄넘치고 뛰어나요. 혼자서 세가 출신의 절정 강자 50여 명을 상대했잖아요. 이 세상에 구주 말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없을 거예요.”윤정석이 흥분해서 말했다.“하하하하, 정석이 말에 일리가 있어요. 오늘 일로 보는 눈 없는 개자식들은 앞으로 저 윤창현의 조카를 건드리지 못하겠죠.”윤창현은 아주 호탕하게 말했다.“아니, 너희는 틀렸어.”윤신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네? 저희가 틀렸다고요? 뭐가 틀렸죠?”윤창현은 의아한 얼굴로 윤신우를 바라봤고, 윤신우는 심각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의 전투로 세상 사람들은 앞으로 내 아들을 두려워할 거야. 그 두려움은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인한 두려움이겠지.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듯 구주보다 강한 자는 분명히 있을 거야. 잊지 마. 화진 무도 3대 서열 중 화진 무도 정상의 자리를 수천 년간 지킨 종문들은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그 종문들의 잔당들은 이미 백여 년간 나타나지 않았지.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난 알아. 그 종문의 잔당들은 그동안 곤륜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야. 그러나 이제 화진의 무도 서열이 혼란에 빠졌으니 내 추측이 맞다면 그 종문의 잔당들은 이제 곧 세상에 나오려고 할 거야.”윤신우는 자신의 걱정을 얘기했다.“형님 말씀은 화진의 종문에서 우리 조카를 상대할 거란 뜻인가요?”윤창현이 서둘러 물었다.“아직은 단정 짓지 못하겠어. 내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심지어 적성루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도 윤구주가 이번에는 무사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아무래도 상대는 진짜 실력 있는 절정 강자 50여 명이니 말이다.절정 한 명을 키우려면 아주 많은 인력과, 재력, 그리고 수련이 필요했다.그러나 지금 윤구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절정 강자 50여 명을 해치웠다.“맞아요. 마씨 일가는 6년 전 세가 잔당들을 끌어모았어요. 절대 가만둬서는 안 돼요. 앞으로 마씨 일가는 틀림없이 멸문할 거예요!”배씨 일가 절정 실력의 노인이 말했다.전장에는 마씨 일가의 10여 명만 남았고, 다른 세가 출신의 절정 강자들은 윤구주에게 모조리 살해당했다.그 외에 실력이 비교적 약한 세가 출신의 사람 몇 명이 아주 먼 곳에 서서 두려움에 찬 얼굴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실력이 약한 편이라 눈앞의 이 전투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고, 그래서 다행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그들 가문의 절정 실력을 갖춘 조상들은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 남은 수백 명의 세가 구성원들은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곳에 서 있었다.“이젠 네 차례야!”윤구주의 목에서 마귀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의 눈동자에서 연꽃 불꽃이 보였다. 윤구주는 싸늘한 시선으로 마씨 일가의 세자 마동한과 마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마동한은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오늘 모든 일이 그로 인해 일어났다는 걸 알았다.그러니 애원한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마동한은 이를 악물더니 벌게진 눈으로 말했다.“다들 두려워하지 말아요. 오늘 죽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윤구주와 목숨 걸고 싸울 겁니다!”그는 그렇게 말한 뒤 제일 처음 손을 썼다.그의 뒤에 있던 마씨 일가 사람들도 오늘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걸 알았다.그러니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10여 명의 마씨 일가 사람들이 전부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윤구주에게 덤벼들었다.“벌레 같은 놈들, 죽고 싶나
마씨 일가의 호위자가 윤구주가 호통 한 번 쳤다고 사라지다니.그 광경에 그 자리에 있던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세가 사람들도 전부 겁을 먹고 넋이 나가 있었다.호위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겨우 영혼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나 윤구주가 오늘 누군가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신이 와도 막을 수 없어. 그런데 감히 영혼 따위가 날 막으려고 해?”허공에 서 있던 윤구주가 거만하게 말했다.그랬다.누가 감히 윤구주를 막을 수 있을까?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마동한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망에 빠졌다.그는 오늘 제자백가를 소집하여 6년 전 살아남은 세가의 잔당들이자 절정 강자인 사람들과 연합한다면 윤구주를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씨 일가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모든 것이 사라졌다.세가의 잔당들은 윤구주에게 전부 살해당했고 지금은 그조차도 죽게 생겼다.“이젠 네 차례야!”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허공에서 내려와 마동한의 앞에 섰다.윤구주가 온몸으로 내뿜는 절정의 기운 때문에 마씨 일가의 세자인 마동한은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죽이지 말아주세요... 절 죽이면 안 돼요... 전 마씨 일가의 세자예요... 전 내각 장로들의 명령에 따른 거라고요... 제발, 제발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죽음을 앞두게 된 마씨 일가의 세자는 결국 윤구주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마치 가련하게 꼬리를 흔드는 들개처럼 윤구주를 향해 미친 듯이 애원했다.사람이라면 다들 죽음을 두려워했다.마동한도 예외는 아니었다.특히 마동한은 젊은 데다가 마씨 일가의 세자였다. 그는 아직 많은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했고 정말로 죽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윤구주가 과연 그를 용서할까?“마씨 일가가 문씨 일가의 편에 선 그 순간부터 마씨 일가의 멸문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 오늘 난 너
이홍연이 마동한을 두 번 비수로 찔러서 죽이자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윤구주는 여섯째 공주가 직접 마동한을 죽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옆에 있던 육도 주도는 입을 꾹 다물고 웃음을 참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는 사실 속으로 공주님이 참 대단하다며 감탄하고 있었다. 윤구주를 죽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윤구주를 죽이려고 했다면서 오히려 마동한을 죽이다니.안타깝게도 마동한은 죽기 전까지 자신이 죽은 이유를 몰랐을 것이다.피바다 위에 쓰러진 마동한의 두 눈동자에서 분노가 보였다. 그는 도저히 이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그는 그렇게 숨을 거두게 되었다.그 광경을 보고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사람은 아주 먼 곳에 있던 꼬마 스님 공수이였다.“세상에! 저 미녀 누나 정말 성격 장난 아닌데요? 하하하하, 마음에 들어요! 정말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거 알아요? 저도 곤륜에 누나가 한 명 있거든요. 저 미녀 누나처럼 아주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에요. 진짜 두 사람 성격이 똑같아요.”공수이는 들뜬 얼굴로 먼 곳에 있는 아름다운 외모의 이홍연을 바라보면서 옆에 있는 정태웅과 형제들에게 말했다.“태웅 형, 얼른 말해줘요. 저 미녀 누나는 누구예요? 어떻게 성격이 저렇게 불같고 또 저렇게 아름다운 거죠?”꼬마 스님은 자신에게 또 한 번 봄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그는 또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했다.어쩔 수가 없었다.곤륜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이렇게 빨리 성격이 불같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공수이는 이홍연이 너무 좋았다.“수이 동생, 설마 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정태웅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공수이를 바라봤다.공수이는 바보 같은 얼굴로 말했다.“좋아하면 안 되나요? 세상에, 저렇게 아름답고 성격이 불같은 누나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가 이 세상에 있을까요?”정태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수이 동생, 내가 충고 하나 하는데 저 미녀는 좋아하면 안 돼.”“왜요?”공수이는 불만 가득한
윤구주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배씨 일가, 반씨 일가, 그리고 다른 세가 사람들은 모두 헛숨을 들이키더니 입을 꾹 다물고 감히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했다.다들 두려움에 찬 얼굴로 구주왕을 바라보고 있었다.마귀와 같은 윤구주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구주왕... 저희 배씨 일가는 단 한 번도 구주왕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 오늘 일은 전부 마씨 일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겁니다. 그러니 부디 다시 심사숙고해 주시길 바랍니다!”배씨 일가의 세자 배도찬이 가장 처음 나서서 말했다.“맞습니다, 구주왕. 저희 반씨 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주왕께서도 보셨다시피 마씨 일가의 그 빌어먹을 세자가 저희를 끌어들이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분명 단호히 거절했습니다.”반씨 일가의 노인도 서둘러 말했다.배씨 일가와 반씨 일가 사람들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 윤구주는 죄 없는 사람들은 절대 죽이지 않으니까.”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오늘 내가 알고 싶은 건 그거야. 제자백가는 정말로 궐기하고 싶은 거야?”윤구주의 그런 질문을 던진 뒤 서늘한 눈빛으로 배씨 일가, 반씨 일가 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 말에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 모두 침묵했다.세가의 궐기, 그것은 제자백가의 염원이었다.배씨 일가도, 반씨 일가도, 공씨 일가도, 맹씨 일가도... 전부 그걸 바랐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미 6년 전 금지령을 내렸다.지난 6년간 제자백가가 전혀 불평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다.세가로서 궐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그것이 배씨 일가, 반씨 일가가 노룡산에 사람을 파견한 이유기도 했다.유일하게 운이 좋았던 것은 그들에게 이성이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마동한처럼 멍청하게 제 발로 앞에 나서서 죽음을 자초하지는 않았다.“저희 배씨 일가는 앞으로 구주왕의 명령만 따를 것입니다. 구주왕께서 저희가 궐기하시기를 바란다면 저희는 궐기할 것이고, 구주왕께서 저희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세가 사람들이 염수천, 정태웅 등 사람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주위에 살아남은 건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은 주변 광경을 보고 단단히 겁을 먹었다.그들은 사실 축하해야 했다.오늘 자신이 현명한 결정을 한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했다.그 결정은 그들의 생사, 그리고 그들 뒤에 있는 방대한 세가의 존망과 관련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염수천 등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은 세가 사람들까지 전부 죽이자 윤구주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먼 곳에 있는 숲을 바라봤다.“구주야, 뭘 보고 있는 거야?”옆에 있던 이홍연은 윤구주가 이상한 눈빛으로 먼 곳에 있는 숲을 바라보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궁금한 듯 물었다.“별거 아냐. 홍연아, 넌 염수천 일행과 일단 여기 남아있어. 난 금방 갔다 올게.”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더니 훌쩍 뛰어올라서 먼 곳에 있는 숲 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야, 윤구주! 대체 어디를 가려는 거야?”이홍연은 그의 등 뒤에서 멀어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공주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뭔가를 감지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뒤에 있던 주도가 갑자기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와 마찬가지로 먼 곳의 숲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구주가 이 황막한 곳에서 뭘 감지했다는 거예요?”이홍연이 물었다.주도는 눈을 접어 웃으면서 말했다.“공주님, 설마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한 겁니까? 오늘 이 판은 마씨 일가가 짠 게 아니라 저쪽에서 짠 겁니다.”주도는 손가락으로 먼 곳에 있는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이요?”이홍연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윤구주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숲속에 도착했고 그가 도착하자마자 세 사람이 그의 시야에 나타났다.윤신우, 윤창현, 윤정석이었다.세 사람 외에 바닥에 시체 몇 구가 있었다.윤구주는 그곳에 도착한 뒤 먼저
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윤창현은 재빨리 나서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구주야, 형님도 좋은 마음에 온 거지. 그러니까 그냥 참아줘.”“맞아, 구주야!”옆에 있던 윤정석이 거들었다.그러나 윤구주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분명 말했어요. 제가 떠나는 그날부터 전 윤씨 일가와 아무와 관련도 없다고요.”“그건...”윤창현은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16년 전, 윤신우가 윤구주 모자를 윤씨 일가에서 쫓아낸 것이 어린 윤구주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었는지를 말이다.특히 윤구주의 어머니는 섣달그믐날에 병 때문에 돌아가셨다.그리고 그전까지 아버지인 윤신우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그래서 윤구주는 윤신우가, 윤씨 일가가 미웠다.그는 윤씨 일가 때문에 어머니가 죽은 거로 생각했다.윤창현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윤신우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둘째야, 셋째야, 너희는 일단 물러나. 우리 부자 단둘이 얘기를 나눠야겠다.”윤창현과 윤정석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윤신우와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결국 두 사람은 한숨을 쉰 뒤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두 사람은 떠났다.조용한 숲속, 그곳에는 윤신우 부자만 남았다.윤구주는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러나 반대로 윤신우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동안 네가 날 미워한 거, 다 이해한다. 난 확실히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어. 너희 모자에게 잘못한 게 너무 많지.”윤신우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시선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서 유유히 말했다.윤구주가 말했다.“저한테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일어난 일은 바뀌지 않으니까요.”“나도 알아.”윤신우는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뿐이야.”윤신우는 그렇게 말한 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하, 책임?’윤구주는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