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천은 윤구주와 일행을 방으로 들어오게 한 후, 정중하게 의자를 윤구주 앞에 옮겼다.“저하! 앉으시지요!”윤구주는 망설임 없이 그 의자에 앉았다.“수천아, 넌 언제부터 금위군 통령이 됐냐? 너 원래 국방부에 있지 않았어?”가장 먼저 정태웅이 물었다.염수천은 원래 윤구주 휘하의 열 명의 장군 중 하나였다.그런데 갑자기 금위군 통령이 되었다니 이는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윤구주조차도 흥미를 느끼며 염수천을 바라보았다.“사실은 말이지. 국주가 날 그쪽으로 발령 낸 거야.”염수천이 대답했다.“국주라고?”정태웅이 약간 놀란 듯 되물었다.“그래!”그 후 염수천은 모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사실은 이랬다.문아름이 새로운 왕이 된 이후 그녀는 국방부를 장악하고 과거에 윤구주에게 충성했던 장군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기 시작했다.살해된 자도 많았고 암살당한 자도 있었다.심지어 염수천도 그중 하나였다.윤구주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그는 바로 감옥에 갇혔다.하지만 국주가 직접 명령을 내려 그를 풀어주었고 금위군 통령으로 발령해 30만 금위군을 통솔하게 했다.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정태웅은 욕설을 퍼부었다.“또 문아름 그 년이야! 빌어먹을 독사 같은 년, 우리 암부를 음해한 것도 모자라서 너희까지 암살하려 하다니!”옆에 있던 민규현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국주가 너를 황성의 금위군으로 배치한 이유는 널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거야?”“맞아!”염수천이 대답했다.“참, 저하! 이번에 전 국주의 비밀 명령을 받들어 특별히 10만 금위군을 데리고 와서 저하를 도와 노룡산을 평정하려고 왔습니다!”염수천은 서둘러 윤구주에게 진실을 털어놓았다.“10만 금위군이라고?”이 숫자를 듣자 모두 깜짝 놀랐다.“네! 저희 10만 금위군은 전부 근처 3킬로미터 밖에 주둔해 있습니다. 저하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지금 바로 노룡산에 있는 세가의 잔당들을 싹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염수천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정태웅은 껄껄 웃었다.“대단하구나! 10만 금
이때 공수이가 입을 열었다.염수천은 공수이를 알지 못했다.그가 50명의 절정 고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말을 듣고 염수천은 깜짝 놀랐다.“수이 말이 맞아! 세가 놈들이 감히 저하에게 덤빈다니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지! 수천아, 그만 말하고 그냥 저하의 뜻을 따르도록 해! 제길, 세가 따위가 뭔 대수라고. 당시 곤륜에서 왕을 봉하는 해, 3대 무술 서열을 상대할 때도 저하는 안중에 없으셨는데 하물며 지금의 제자백가 따위가 뭐라고?”이때 정태웅이 말했다.염수천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저하께서 금위군을 데리고 가지 말라 하셨으니 그 말씀 따르겠어. 하지만 난 반드시 저하와 동행해야겠어!”“하하, 그건 문제없어!”“문제없다면 이제 출발하자! 제자백가 녀석들 만나보러 가야지!”그렇게 해서 윤구주는 염수천과 형제들을 데리고 노룡산으로 향했다.방을 나서자 장서훈과 몇 명의 금위군 병사들은 여전히 대기하고 있었다.염수천과 윤구주 일행이 나오자 장서훈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았다.“장서훈, 모든 금위군에게 10킬로미터 후퇴하라고 명령해! 내 명령 없이는 그 누구도 움직이지 마라. 명령을 어기면 바로 참수다.”염수천은 말을 하면서 자신의 금위군 명령 패를 장서훈에게 건넸다.“통령님, 우리는 노룡산을 평정하러 온 게 아닙니까? 왜 갑자기 후퇴하라는 건지요???”장서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건 네가 신경 쓸 일 아니다. 명령대로만 움직여라!”염수천은 손에 든 묵직한 명령 패를 장서훈에게 넘겼다.장서훈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갔지만 두 손으로 명령 패를 받아들며 말했다.“명령에 따르겠습니다.”장서훈에게 자신의 금위군 명령 패를 넘기고 난 뒤, 염수천은 그제야 윤구주와 함께 노룡산으로 향했다.작은 마을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걸음을 옮기던 중 염수천은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각났다.“저하! 중요한 일을 깜빡하고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앞서 걷던 윤구주가 물었다.“무슨 일이냐?”“한참 전에 황실 육 공주 전하께서도
세가 경비병이 막 입을 열어 저지하려던 순간, 염수천이 소리쳤다.“꺼져!”절정 삼중천의 경지를 가진 염수천은 윤구주의 10대 장군 중에서도 가장 성질이 고약하기로 유명했다.그리고 윤구주를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했다.쾅!강력한 기운이 몰아치면서 여덟 명의 세가 경비병은 염수천의 한마디에 날아가며 피를 토하고 거의 숨이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다.“너희...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감히 우리 세가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방금 가로막던 세가 일원이 피를 토하며 물었다.세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가 세가를 언급하자마자 염수천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빌어먹을 놈들, 너희 따위가 감히 저하의 존함을 물어!”염수천의 기세가 뿜어져 나오며 무형의 기운이 순식간에 이 여덟 명의 경비병들에게 트럭처럼 짓눌렀다.아악!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며 여덟 명의 경비병들은 즉시 죽음을 맞이했다.여덟 명의 경비병들을 모두 처치한 후에야 염수천이 말했다.“저하, 이제 산에 오르시죠!”윤구주는 죽은 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뒷짐을 지고 노룡산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그들이 산을 오르자마자 산 아래에 몇 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우두머리로 보이는 노인의 형체는 안개처럼 흐릿했는데 온몸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이 노인은 바로 문 씨 세가의 문창정이었다.그의 옆에는 귀신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 남자의 기운은 너무나 막강하여 도무지 경지를 짐작할 수 없었다.“염군 나리, 윤구주 그자가 나타났습니다!”귀신 가면 남자의 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말을 한 사람은 하얀 옷을 입은 남자였는데 그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하게 핏기라고는 없었다.그의 옆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 역시 감정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 두 사람은 바로 유명한 유명전의 흑백 무상이었고 염군이라고 불리는 귀면 남자는 유명전 네 번째 명부의 나사 염군이었다.부하의 보고를 듣고 난 뒤, 나사 염군은 두 눈에서
한쪽에 있던 세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자마자 모두 달려왔다.그들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색이 돌았고 그중 절반은 칼과 검을 뽑아 윤구주를 겨누었다.“이봐, 너희들 누구냐? 감히 여기서 날뛰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한 세가 일원이 매섭게 소리쳤다.하지만 윤구주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적성루만 바라보며 갑자기 크게 말했다.“제자백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그의 목소리는 천둥같이 퍼져나갔다.소리가 퍼지는 순간, 주변에 있던 세가 사람들은 모두 혈기가 솟구치는 듯했고 기운이 약한 자들은 입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이 소리가 울리자마자 적성루에서 몇몇 인물들이 날아내려 왔다.이들 중 가장 앞에 선 사람은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노인이었다.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절정 고수의 기운은 그가 세가의 조상급 인물임을 말해주고 있었다.그 뒤를 따르는 자들 역시 모두 신급 강자들이었다.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놀란 눈으로 윤구주를 쳐다보며 말했다.“윤... 인왕!! 자네가 바로 우리 화진의 구주왕, 윤구주인가?”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 바쁘게 염수천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영감탱이가 감히 우리 저하의 존함을 들먹이다니, 죽어야 마땅하다!”염수천의 무시무시한 절정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텁석부리 노인은 겁에 질려 바로 몸을 뒤로 뺐다.“하하하! 저하의 기세가 대단하군! 적성루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세가 일원들을 베려고 하다니!”웃음소리와 함께 또 여러 명의 절정급 고수들이 적성루에서 날아 내려왔다.그중 앞장선 이는 진북 최 씨 세가의 최윤성이었다.그의 뒤에는 또 다른 세가의 절정 고수들이 여러 명 따르고 있었다.최 씨 세가 절정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염수천은 절정의 기운을 뿜어내며 살기를 드러냈다.“화진의 철칙은 단 하나, 왕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죽어야 한다! 누가 먼저 죽고 싶은가?”염수천은 그런 세세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에게 무례한 자는 모두 죽어야 할 대상이었다.최윤성은 그의 말을 듣고 비웃으
“무엄하다! 나는 최 씨 세가의 가주인 최윤성이다. 그런데 네까짓 놈이 나를 죽이겠다고?”최윤성이 매섭게 말했다.비록 방금 남궁서준의 어마어마한 검기에 놀란 건 사실이지만 오늘은 제자백가의 회의 날이었고 더군다나 지금 이곳 노룡산은 온통 세가의 인물들로 가득했다.그러니 최윤성이 어떻게 이런 굴욕을 그냥 당하고만 있겠는가?남궁서준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 검결을 쥐고 바로 그의 목숨을 끊으려 했다.바로 그때, 윤구주가 남궁서준을 막아섰다.남궁서준은 매섭게 최윤성을 노려보다가 윤구주의 옆으로 물러났다.“네가 최 씨 세가의 사람이냐?”윤구주는 최윤성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렇다!”최윤성이 대답했다.“좋다. 그렇다면 제자백가는 다 모였는가?”윤구주가 다시 물었다.“다 모였다면 어쩔 셈이냐? 윤구주, 잘 들어! 이제는 네 시대가 아니다. 네가 몰락한 그 순간부터 화진의 왕은 윤 씨가 아니었어. 그리고 오늘 우리 제자백가가 모인 이유는 네게 정의를 물으려 함이었다!”최윤성이 이어서 말했다.윤구주는 담담하게 눈을 들었다.“정의?”“그래! 너는 서울에서 문벌 가문들을 학살하고 여 씨, 황 씨, 당 씨 세 가문의 많은 사람을 죽인 건 물론이고 심지어 마씨 가문의 마자까지 죽였다. 설마 너 혼자 서울에서 제멋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최윤성이 날카롭게 말했다.그의 말대로 윤구주는 서울에서 많은 문벌 무인들을 죽였다.그중엔 여 씨, 황 씨, 당 씨와 같은 오랜 문벌들도 있었다.하지만 그 세 가문 중 어느 하나 죽을죄를 짓지 않은 자가 없었다.그들은 문씨 가문과 결탁해 화진의 정치를 장악하려 했고 윤구주를 없애려 했다.화진의 진국지왕이었던 윤구주가 그 세 가문을 멸망시키지 않은 것은 그들 운이 좋았던 것이다.그런데 최윤성이 이를 들먹일 줄이야.“네 말은 너희 제자백가가 그 문벌들을 대신해 나서겠다는 거냐?”윤구주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물었다.“3대 서열은 원래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네가 문벌을 그렇게
특히 세가! 이 세 명의 세가 대표 모두 절정 고수다!비록 제자백가 중에서 제일 이름있는 세가는 아니지만, 그렇다 한들 그 온축과 실력은 문벌 따위가 감히 비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눈앞의 꼬마 스님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이 세 명의 세가 대표를 죽이는 데 10수면 된다고 큰소리 치는것이 아닌가? “그래, 그럼 너한테 맡길게!” 윤구주는 말을 끝내고 뒤로 물러섰다. 그는 굳이 시간과 정력을 이들한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럴 가치조차 못 느꼈기 때문이다. 윤구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공수이가 실실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최윤성, 권우섭 그리고 마지막에야 모습을 드러낸 세가 절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야!”“너희 셋 소승의 말 똑똑히 새겨들어! 감히 내 형님한테 무례하게 굴어? 소승 오늘 너희를 죽이지 않으면 법호를 바꿀거다.” “그래서 너흰 지금 자결할 거냐? 아니면 소승이 직접 너희를 제도해 줄까?” 꼬마 스님은 눈앞의 세가 대표들한테 욕설을 퍼부었다. 명색이 세가의 절정 고수인데 대놓고 걸어오는 시비를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가 있으랴? 화진 무술 3대 서열에서 문벌이 서열의 끝이고 세가는 그 중간이다! 수천 년이란 시간동안 이어져 온 세가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실세란 소리다! 그런데 지금 이 꼬마 스님이 그들보고 알아서 자결하라니? “어디에서 튀어나온 꼬마냐, 살기 싫은가 보구나!” 먼저 나선 사람은 최씨 가문의 최윤성이었다. 그는 방금 꼬맹이의 검 한방에 뒤로 튕겨나서 그의 가슴속은 지금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튀여나온 꼬마 스님이 감히 그들 세가보고 자결하라니? 이런 수모를 겪고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는가! 손을 휘두르니 최윤성 몸속 절정의 기운이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하였다! 혼탁하고 두터운 기운은 마치 비구름처럼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기운을 손바닥에 끌어모아 최씨 가문의 이름난 무공인 진산장을 선보였다! 내공이 절정 삼중천
“가주님!” 최윤성이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모습에 최씨 세가 성원들 모두가 경악하였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권씨 세가의 권우섭과 방금의 그 중년 절정까지, 모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절정 삼중천인 최윤성이 한방 만에 널브러질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두려움에 찬 눈길로 꼬마 스님을 바라보았다. 그들한테 꼬마 스님은 마치 괴물처럼 보였다. “덤벼! 겁먹지 말고! 계속!” 꼬마 스님은 싱글벙글 웃으며 권우섭과 그 중년 절정을 바라보았다. “너, 너, 너 도대체 누구야?” “오늘은 우리 제자백가가 모여서 회의하는 날이다. 그런데 네가 제자백가를 향해 선전 포고라도 하겠단 거냐?” 우람진 몸매의 권우섭이 말하였다. 이 자의 내공은 그저 절정 이중천일 뿐이지만 그는 심리전에 능하였다. 최윤성이 한방 만에 쓰러지자, 그는 제자백가를 들먹이며 공수이를 누르려고 하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권우섭이 말을 꺼내자마자 공수이는 땅에 가래를 뱉었다.“칵 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감히 제자백가로 나를 누르려고 해? 마씨, 배씨, 반씨 가문 놈들 다 나와보라고 해. 그들이 간이 부었다고 감히 날 건들려고 할까?” 공수이는 그대로 맞받아쳤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공수이의 진짜 신분은 공씨의 세자이다! 공씨 가문과 맹씨 가문이 바로 제자백가의 대표이다. 천하의 유생 중 십중팔구는 다 공씨에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지금 감히 제자백가로 이 공씨 가문 세자를 누르려고 하다니, 간땡이가 부었나?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꼬마야, 너의 뒷배경이 대단한가 보구나! 하지만 오늘 제자백가를 건드린 이상 너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 중년의 세가 절정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공수이는 더는 그들과 말싸움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손을 휙 저으며 말했다. “말이 참 많네. 도대체 싸울 거야 말 거야? 안 싸우면 내가 먼저 공격한다! 구시렁구시렁 시끄러워 죽겠네!”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공수이는 공
중년 절정의 큰 검은 공수이의 주먹에 산산조각 나였고 절정 또한 그 위력에 뒹굴어 떨어졌다. 단 한방 만에 세가의 두 절정을 물리치다니! 이 장면에 세가 성원들 모두가 하나같이 얼이 빠졌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 꼬마 스님이 이리도 대단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제길!” “이 자식 왜 이렇게 강한 거지?” 권우섭은 피를 토하면서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공수이를 쳐다보았다! “이 자식의 내공은 아마도 사상을 넘은 것 같아... 오악 절정이야!”“그럴 리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어떻게 오악일 수가 있겠어?” “오늘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 셋이 반드시 저 자식을 죽여야 해! 안 그러면 우리 세가의 체면이 깎이고 말 거야!” 이때 최윤성, 권우섭 그리고 큰 검을 거머쥔 그 절정까지, 모두의 시선이 공수이를 향했다! 셋이 연합하여 공수이를 대적하려 한다. 두 명의 절정을 물리친 공수이는 손가락을 접으면서 중얼거렸다. “이미 2번 공격했으니까 아직 8번 남았네. 그 후엔 소승이 너희를 제도할 거야!” 공수이가 말을 끝내자마자 셋이 동시에 공격해 왔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지금 그들은 체면 따위를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눈앞의 공수이만 죽인다면 아직 모든 것을 만회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공수이를 너무 얕잡아보았다. 셋이 동시에 공격해 오자 공수이의 입가에는 요사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곤륜을 떠난 이래 이토록 맘껏 싸우기는 처음이야.” 말하는 사이, 그는 순식간에 최윤성의 곁으로 날아가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최윤성은 감히 이 주먹을 맞받아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온몸의 절정 기운을 밖으로 내뿜었다. 이 공포스러운 기운은 하나의 커다란 혈색 장영으로 응축되었다! 세 개의 혈색 장영이 바람을 가로지르며 연이어 공수이를 향해 공격해 왔다! 공수이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의 공격을 손쉽게 피한 뒤 괴이하게 웃었다. “공격 끝난 거야? 그럼 이젠 내 차례야!” 공수이는 오른손을 번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