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왜 안 가세요?”질문을 받은 공수이는 웃으며 말했다.“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네? 서울에 집이 없으세요? 친구도 없고?” 은설아가 호기심에 묻자 공수이는 고개를 저었다.“없어요!”가사를 입고 낡은 헝겊 가방을 들고 있는 스님을 보자마자 은설아의 마음속에는 연민의 정이 생겼다.“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잠시 머물러도 돼요!”은설아는 어쨌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이렇게 외딴곳에 혼자 내버려두는 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은설아가 함께 지내자고 제안하자 스님은 무척 감격스러웠다.“고마워요 누나!”그렇게 은설아는 스님을 일단 데려가기로 했고 어두운 밤 두 사람은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었다.“스님은 어디서 오셨어요? 왜 서울에 오셨어요?” 은설아가 물었다.“난 곤륜 지역이라는 곳에서 왔어요!”“곤륜 지역? 못 들어봤네요.”“헤헤, 누나가 못 들어본 것도 당연하죠...”“서울에는 뭐 하러 오셨어요? 친척들 만나러 오셨나요? 아니면 일자리를 찾거나 다른 일 때문에?”“못된 놈한테 복수하려고요!”“복수요?”“맞아요!”“그 사람이 빚을 많이 졌나요?” 은설아가 다시 물었다.“나한테 빚진 건 없죠. 내 누나한테 마음의 빚을 졌죠!”“엇, 마음의 빚?”“네. 그 자식이 떠난 후로 누나가 매일 울면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몰래 도망쳐서 따지러 왔어요.”공수이가 중얼거리자 은설아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깊은 어둠이 깃든 밤 두 사람이 떠나고 도로에는 네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유령 같은 네 사람은 모두 검은색 가운으로 얼굴을 가려서 알아볼 수 없었다!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절정의 아우라가 느껴졌다!“염군 나리, 왜 나서지 못하게 한 겁니까? 제 부하들이 알아본 바로는 저 연예인에게 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하는 영음 지체가 있고 수도성체라고 합니다! 손에 넣으면 우리 유명전에게는 일생일대의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게다가 부하들 말로는 이런 성체는 사라진 지 오래된 이
눈앞에 있는 셋은 최강 절정에 전부 사상 절정이었다.그런데 염군이 세 사람이 힘을 합쳐도 그 스님의 손아귀에서 열 수도 못 건넨다는 말에 모두들 믿지 않았다.“염군께서 저 스님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은데요?”왼쪽에 서 있던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불쾌감을 드러내자 나사 염군이 말했다.“못 믿겠다 싶으면 직접 해봐! 죽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말을 마친 그는 별다른 설명 없이 몸을 번쩍이며 밤 속으로 사라졌다.남은 세 명의 유명전 절정들은 스님이 떠난 방향을 슬며시 쳐다보더니 결국 각자 각자의 생각을 품고 떠났다....서울의 밤거리를 따라 스님은 은설아의 집으로 돌아왔다.걸음을 옮기던 스님은 뒤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듯 뒤를 돌아보며 살폈다.스님의 이상한 행동을 본 은설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뭘 보고 있는 거예요?”스님은 맨머리를 문지르며 히죽 웃었다.“사람이요!”“사람? 사람이 어딨어요?”은설아는 스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고개를 돌려 뒤쪽의 텅 빈 거리를 바라보았지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저 녀석들이 내가 무서워서 도망갔나 봐요!”스님은 또 한 번 환한 미소를 지었고 은설아는 그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진심이 가득한 스님의 모습을 본 은설아는 결국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한참을 걷다가 갑자기 저 멀리서 고급 승용차 네 대가 달려왔고 넉 대의 차량은 전부 벤츠였다.도착하자마자 차 문이 덜컹 열리더니 정장 차림의 경호원이 10명 남짓 재빨리 뛰어 내려왔다.“은설아 씨, 드디어 찾았네요! 괜찮아요?”알고 보니 이들은 은설아의 경호원이었고 은설아가 납치된 이후 줄곧 그녀를 찾아다녔다.정신을 차린 은설아는 가장 먼저 경호원들에게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전 괜찮아요! 오늘 밤 이분 덕분에 살았어요!”은설아는 스님을 가리키며 말했고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스님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스님일까.“은설아 씨, 시간이 늦었
“그건 그렇고, 아까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은설아는 당시 너무 무서워서 스님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제 이름은 수이, 공수이에요!” 스님이 고개를 들고 싱긋 웃었다.수이?그 이름을 듣자 은설아는 의아했다. 세상에 이렇게 이상한 이름을 짓는 사람도 있나?하지만 차마 그녀는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어쨌든 오늘 제 목숨을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오늘은 일단 여기서 지내세요.”이 말을 들은 스님의 눈빛이 환해졌다.“정말요, 여신님?”“물론이죠! 제 목숨 구해주셨으니 제가 지내실 곳 준비해 드리는 건 당연하죠.”“고마워요, 여신님! 여신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공수이는 신이 나서 말했고 은설아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이 아름다운 연예인에게 홀딱 반했다.그는 곤륜 지역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을 본 적이 없었다!지금 은설아가 오늘 밤 그에게 이곳에서 머무르라고 하는 건 무슨 뜻일까?두 사람이 같은 곳에서 지낸다는 말이 아닌가!밤은 깊고 남녀가 한방에 있다니, 스님은 생각만 해도 들떴다.“참, 여기 물건 거의 다 정리했으니까 얼른 쉬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은설아가 가방을 들고 방을 나갈 준비를 했다.“엇, 어디 가세요, 누나?”떠나는 은설아를 바라보던 스님은 깜짝 놀랐다.“시간도 늦었는데 저도 자러 가야죠.”“엇, 여기서 안 자고요?”스님이 물었다.“당연히 아니죠! 옆 방 마련해 달라고 했어요!”은설아의 말에 스님은 김이 빠졌다.알고 보니 본인의 헛된 망상이었고 예쁜 은설아는 자신과 같이 지낼 생각이 없었다.젠장, 창피하다!스님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그럼 전 쉬러 갈게요, 내일 봐요!”은설아는 스님을 향해 하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방을 나섰다.스님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은설아를 바라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예쁜 누나를 만나는 건 쉽지 않네... 어떡하지... 됐어! 어차피 이제 막 곤륜 지역에서 나왔는데 이 공수이가 예쁜 여자 하나 못 만날까!”중얼
“젠장! 왜 이러는 거야? 내가 간만에 나와서 즐겁게 지내겠다는데 왜 다들 그렇게까지 긴장해?”꼬마 스님은 화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고 흰 수염 늙은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어떻게 긴장하지 않겠어, 당신은 공씨 가문 아들인데!’하지만 그는 감히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꼬맹이에게 밉보였다가 자칫 무슨 화를 당할지 몰라 두려웠기 때문이었다.“도련님, 저는 결코 주인님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습니다! 단지 선조님께서 도련님을 지키라고 명령하셨을 뿐입니다...” 흰 수염 늙은이가 서둘러 말했다.“지켜? 지킨다고? 너 같은 늙은이한테 내가 보호받아야 해?” 공수이가 곧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네...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공수이는 자신이 욕을 해도 굽신거리기만 하는 노인을 보며 흥미를 잃은 채 이렇게 말했다.“가서 집안 늙은이들한테 내가 나와도 사람 붙이지 말라고 해! 안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흰 수염 늙은이는 그 말에 두피가 저릿했다.“그건...”“왜, 내 말을 거역해?”공수이가 눈을 부릅떴다.“제가 어찌 감히!”“감히 못 하겠으면 꺼져. 그만 따라오라고!”공수이가 쏘아붙이자 흰 수염 영감은 늙은 얼굴에 경련을 일으켰지만 감히 반박할 생각은 하지 못했고 한참 후 그가 굽신거렸다.“도련님, 곤륜 지역에서 이십여 년 만에 나오셨는데 선조님께서 전해드릴 게 있다고 하셨습니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공수이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네네! 도련님, 그 유명한 9주왕을 아세요? 곤륜 지역에서 따라다녔던 그 형님 말입니다.”흰 수염 늙은이가 갑자기 윤구주를 언급했다.“퉷, 내가 기억 못할 수가 있어?”스님은 윤구주 얘기를 꺼내자 속에서 열불이 솟구쳤다.“도련님께서 기억하고 계시니 제가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말해!”“과거 그분이 곤륜 지역을 떠난 후 화진의 왕이 되어 천하의 권력을 쥐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반역자에게 살해되어 죽음의 바다에 떨어졌습니다... 도련님께선 모르시겠지만 그 9주왕이 사실
“뭐? 우리 공씨 가문에서 형을, 아니, 윤구주 그 자식을 상대하라고?”공수이는 그 소리에 펄쩍 뛸 뻔했고 흰 수염 늙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련님.”“젠장, 마씨 가문 사람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야? 감히 우리 공씨 가문에게 윤구주 그놈을 상대하라고?”제자백가 중 가장 큰 가문은 공씨, 맹씨, 마씨, 장씨, 그리고 반씨, 예씨, 제갈 가문이며 나머지는 그들의 뜻에 따랐다.제자백가 중 가장 강한 공씨 가문은 언제나 신비로운 존재였는데 공수이라 부르는 스님이 그런 가문의 아들이다!마씨 가문의 마자가 죽었는데 공씨 가문을 찾아오다니?“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마씨 가문은 얕봐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곤륜 지역에도 그쪽 사람들이 있어요.”흰 수염 늙은이가 말했다.“하하하! 말하지 않았으면 마씨 가문 그 쓸모없는 자식을 잊어버릴 뻔했어. 걱정하지 마!! 그놈들한테 우리 형, 아니... 윤구주 그 자식을 상대하게 해!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덤비라고!”공수이의 말을 들은 흰 수염 늙은이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공씨 가문의 아들인 상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곤륜 지역에 보내져 난가사원의 미친 수도승과 함께 수련받은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갔다.공수이가 윤구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자 흰 수염 늙은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오늘 밤 도련님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혹시 눈치채셨나요?” 흰 수염 늙은이가 갑자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모를 줄 알아?”공수이가 눈을 흘기자 흰 수염 늙은이가 싱긋 웃었다.“저 사람들은 몰래 따라다니긴 해도 하나같이 수련 내공이 낮지 않습니다. 제가 관찰한바 그들 중엔 육도 절정도 있습니다. 그러니 도련님도 조심하셔서 더 많은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이런 젠장, 내 걱정은 하지 마! 미리 말하는데 육도든 칠살이든 감히 나타나기만 하면 하나하나 목을 꺾어버릴 거야!” 공수이가 위압적인 태도로 말하자 흰 수염 늙은이가 그 말에 답했다.“도
날아간 재떨이는 당연히 이미 몸이 흐려진 늙은이를 맞히지 못했고 그는 히죽 웃더니 몸을 굽히며 공수이에게 말했다.“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러고는 조용히 사라졌다!흰 수염 늙은이가 사라진 후 공수이는 다시 소파에 누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영음 지체? 세상에, 이 속세에 영음 지체가 나타났다니 믿을 수가 없네! 젠장, 곤륜 지역의 그 노마들이 알면 큰일 나겠지? 히히, 운이 좋아서 나랑 마주쳤네! 하하하, 연예인 누나는 앞으로 이 공수이 것이라고! 이중 수련? 쯧, 생각만 해도 흥분되네.”스님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기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그날 밤 그는 꿈속에서 은설아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고 그녀와 이중 수련을 하는 야릇한 꿈까지 꾸게 되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쩐 일인지 스님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샤워를 마친 스님은 일찍 일어나 은설아를 찾으러 갔다.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은설아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면 자신은 그녀와 이중 수련을 할 수 있으니...옷을 갈아입은 스님은 더듬더듬 대스타 은설아의 방문으로 향했고 문 앞에는 경호원 두 명이 서서 은설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다.스님이 다가오자 그들이 차가운 눈빛이 이쪽으로 향했다.“여신님 아직 안 일어났어요?”공수이가 다가와 물었다.“무슨 여신님?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그중 우람한 체격의 경호원이 물었다.“어젯밤 그 연예인 누나요!”공수이가 설명하자 이 스님이 은설아를 찾고 있다는 말에 건장한 경호원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은설아 씨는 아직 쉬고 계십니다!”“엇, 아직도 안 일어났어요? 누나 좀 불러줄 수 있어요?”스님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안 됩니다.”경호원은 단번에 거절했고 그의 말을 들은 공수이는 조금 화가 났다.“정말 안 돼요?” 공수이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세요. 스님, 여기서 함부로 장난치면 안 됩니다. 안 그럼 저희도 가만있지 않아요
이토록 파격적인 장면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눈을 가린 스님이 거듭 사과했고 안에 있던 은설아는 어젯밤 스님이란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밖에서 공수이가 합장을 한 채 입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아미타불, 예의에 어긋나면 보지 말아야 하는 법, 보지 말아야 하는 법!”이런 스님의 모습을 보고 은설아는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이렇게 일찍 내 방엔 왜 왔어요?”젖은 머리를 닦으며 은설아가 다가왔고 스님은 은설아가 옷을 챙겨입은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전 여신님께서 깨신 줄 알고...”“잠깐! 여신님 말고 그냥 은설아라고 불러요.”그녀는 이런 호칭이 싫었다.“네네, 그럼 예쁜 누나라고 부를게요!”“마음대로 해요!”은설아는 이 스님이 점점 더 재밌어지는 것 같았다!“당신 이름이 공수이 맞죠? 전에 만나서 따져야 할 사람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은 찾았나요?”은설아는 소파에 앉아 공수이에게 물었다.“찾긴 했는데 그곳에 없었어요.”공수이가 중얼거렸다.“아, 그렇군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은설아가 말했다.어젯밤 스님에게 구원받은 이후부터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서울에 볼일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자신이 조금이라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히히, 예쁜 누나는 참 착해요! 하지만 이번 일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요.”“왜요?”은설아가 물었다.“그 자식은 너무 지독하거든요!”공수이는 윤구주를 떠올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래요?”“그럼요! 그 자식이 예전에 곤륜 지역에서 나를 괴롭혔어요! 심지어 내 누나도 그놈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참 나쁜 사람 아니에요?”공수이가 중얼거렸다.“음, 나쁘긴 하네요.”“다음에 그놈을 찾으면 제대로 혼내줄 거예요!”공수이가 다짐하듯 말했고 은설아는 스님이 찾으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기에 그저 웃으면서 말했다.“네, 저도 그쪽 편이에요.”공수이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응?갑자기 남자 친구가 있느냐는 스님의 질문에 은설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예쁜 누나. 그냥 아무렇게나 물어본 거예요! 불편하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공수이는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걸 깨달았다.은설아는 스님을 힐끗 쳐다보고는 잠시 후 대답했다.“저 남자 친구 없어요.”“정말요? 너무 좋네요!”은설아의 대답을 들은 스님은 그 순간 흥분한 나머지 펄쩍 뛰었고 설레는 스님의 표정을 보며 은설아는 할 말을 잃었다!‘내가 남자 친구가 없는게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하지만 이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요!”스님이 흥분한 가운데 은설아가 한 마디 덧붙이자 그 말에 한창 신이 나던 스님은 바늘로 쿡 찍은 풍선처럼 김이 샜다.그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은설아에게 물었다.“누나, 벌써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네!”이 말을 하는 순간 은설아의 머릿속에 잘생긴 외모의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를 구하고 도와줬던 남자, 바로 윤구주였다.사실 윤구주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한눈에 반해버렸지만 이 사랑을 줄곧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오늘 입 밖에 꺼낸 이유는 스님이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에 관해 이야기할 사람을 찾고 싶었다.은설아에게 이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공수이는 전혀 숨길 수 없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은설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예쁜 누나가 좋아하는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나한테 조금만 말해줄 수 있어요?”공수이는 이상했다.그의 마음속엔 이 세상에 윤씨 성을 가진 그놈을 제외하고는 자신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렇게 좋아하던 여신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자 스님의 마음이 심란해졌다!좋아하는 남자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아름다운 눈동자를 들어 올리며 천천히 말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