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꼬마 스님은 고개를 돌려 도망쳤고 토끼보다 더 빨리 달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도망쳤다!빠르게 도망가는 꼬마 스님 수이를 보며 모두 깜짝 놀랐다.한참 후 정신을 차린 정태웅이 손에 칼을 들고 있던 남궁서준을 가리켰다.“겁에 질려 도망친 저 대머리가 대단한 절정이라고? 꼬맹이, 너 미쳤어? 젠장, 방금 칼을 제때 치워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넌 오늘 칼 한 자루로 쟤를 죽일 뻔했어!”“난 칼을 치우지 않았어요!” 꼬맹이가 싸늘하게 대꾸했다.“뭐야, 칼을 안 치웠다고? 칼을 거두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검기가 사라진 거야?” 어리둥절한 정태웅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고 꼬맹이는 정태웅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돌아서서 유용검을 다시 칼집에 넣고는 더 이상 정태웅과 말을 섞지 않았다.“이봐, 꼬맹이, 말 좀 해봐. 무슨 뜻인데?”정태웅이 꼬맹이를 끌어당겨 물으려는 순간 민규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닥쳐, 이 멍청아!”“형님, 왜 그래요, 내가 뭐 잘못 말했어요? 이 꼬맹이가 조금 전에 저 꼬마 스님을 칼로 죽일 뻔했는데 내가 한마디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저하는 무고한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죽이지 말라고 늘 가르치셨잖아요!”정태웅이 반박했다.“네가 뭘 알아! 방금 그 꼬마 스님 절정 중의 절정일지도 몰라!”뭐?“놀라서 도망간 대머리가 어떻게 절정이에요, 지금 나 놀리는 거죠?”정태웅은 믿지 않는 얼굴이었고 천현수, 철영, 용민 일행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들 역시 마음속으로는 도망친 꼬마 스님이 아무리 봐도 절정 강자 같지 않았다.민규현은 도망가는 꼬마 스님 수이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조금 전에 저 칼은 서준이가 거둔 게 아니라 상대의 무서운 기운에 녹아내린 거였어!”뭐라고?“진짜예요, 형님? 저 놀라게 하지 마세요!”이 말을 들은 정태웅의 얼굴이 확 변했고 민규현은 정태웅을 노려보더니 말했다.“꼬맹이의 검술은 다들 알다시피 절정을 베기 충분해! 그런데 방금 그 칼
그렇게 말한 뒤 세 사람은 휙 잔영을 보이며 마당 바깥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민규현은 어두운 밤을 바라보며 아득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절정 강자가 드디어 한 명씩 나타나네!”...깊은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머리를 자랑하는 실루엣이 앞으로 나아가며 입으로 중얼거렸다.“윤구주가 여기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없지?”그렇게 말하면서 꼬마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그래그래, 힘들게 한번 나왔는데 먼저 다른 곳에서 놀다 가지 뭐!”꼬마 스님은 시선을 들어 저 멀리 환하게 빛나는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말했다!“와우! 대도시는 정말 멋지네! 그 지옥 같은 곤륜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단식하고 부처님 이름만 염불하다가 이제야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되었구나!”그렇게 말한 후 그의 두 다리가 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깊은 어둠 속으로 귀신처럼 휙 사라졌다....꼬마 스님이 가고 10분 정도 지나자 어둠 속에서 두 인물이 나타났다.“형님, 저 꼬마 스님의 내공은 나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해요!”달빛 아래 말을 꺼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씨 일가 3 대장 중 한 명인 윤창현이었다!꼬마 스님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짙어지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네가 짐작한 대로 저 꼬마 녀석의 내공은 오악을 능가할 것 같네.”은빛 달 아래서 입을 연 사람은 윤씨 가문의 가주 윤신우였고 달빛이 그의 잘생긴 얼굴에 드리웠다.그는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떠나는 꼬마 스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오악 절정? 정말 그 정도로 강해요?”윤창현은 충격에 휩싸여 말하자 윤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그 경지를 뛰어넘었어!”윤창현은 다시 한번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그럼 우리 조카와 싸우러 온 걸까요? 구주의 적이면 어쩌죠?”윤창현이 서둘러 물었다.“그렇게 보이진 않아. 처음 나타난 순간부터 온몸에 살기 어린 기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 구주 쪽 애들과 마주했을 때도 손을 대지 않았지... 내 아들의 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아.”윤신우가 천천히
윤구주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이른 새벽이었다.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밖에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춰!”철영의 몸이 번쩍하며 어두운 밤 속에서 나타났고 그의 뒤에는 보초를 서던 재이와 용민이 있었다!“엇? 저하, 돌아오셨네요! 저하를 뵙습니다!”철영은 윤구주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절을 했다.“자네들은 왜 안에 있지 않고 왜 밖으로 뛰쳐나왔나?”윤구주는 세 사람이 나타난 것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저희는 지휘사님의 명령을 받고 오늘 밤 특별히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습니다.”철영이 대답했다.“그래? 밤에 무슨 일 있었어?”영리한 윤구주는 밖에서 보초를 서라는 명령을 내린 사람이 민규현이라는 말을 듣고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다.“역시 전하십니다! 한 시간 전에 의문의 남자가 찾아와서 저하를 만나겠다고 말썽을 일으켰는데...” 이때 용민이 나서서 말했고 의문의 사람이 말썽을 일으키러 왔다는 말을 들은 윤구주가 물었다.“누구지?”“꼬마 스님이었어요!”스님?윤구주는 얼굴을 찡그렸다.“네. 20대로 보이는 꼬마 스님인데 이목구비가 뚜렷했습니다. 여기 와서 다짜고짜 저하를 만나겠다며 저하께 따질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준 도련님의 검에 겁을 먹고 도망쳤습니다.”용민은 당시 상황을 사실대로 이야기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윤구주의 머릿속에는 곤륜 지역에서 하루 종일 자신을 따라다니던 대머리가 떠올라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슬며시 흘러나왔다.“그놈도 곤륜 지역에서 뛰쳐나왔구나.”중얼거리던 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놈은 지금 어디 있지?”“서준 도련님의 칼에 겁을 먹고 바로 뒤돌아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가기 전에 저하께 옛일에 대해 따질 게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하하하하!윤구주는 그의 말에 큰 소리로 웃었다!“좋아, 그 자식을 기다리지.”그렇게 말하며 윤구주는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안에서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은 윤구주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제히 그를 부르며
유명전에 대한 질문에 남궁서준을 비롯한 민규현, 천현수 역시 유명전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만큼 그들의 시선이 모두 윤구주에게 쏠렸다!“이 조직에 대해서는 나도 과거 스승님께 들었어.”고개를 든 윤구주의 두 눈에 어렴풋이 과거에 대한 추억이 담겼다.“사부님 말씀에 의하면 유명전의 역사는 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셨어!”“네? 그렇게 오래되었다고요?” 정태웅과 민규현을 비롯한 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그래, 소문에 의하면 유명전을 세운 사람도 곤륜 지역에서 온 절세 강자였다고 해. 다만 마음이 올곧지 않아 나중에 배신하고 곤륜 지역을 떠난 이후 스스로 유명전을 세운 거지. 유명전이 나타난 이후 전 세계의 고수들이 그곳으로 모이면서 힘을 키웠어. 그들은 아홉 대전의 염라를 두고 4대 명부까지 세웠어. 소문에 따르면 4대 명부에는 고수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중에는 수백 년 동안 살아남은 절정 노마도 있다고 해. 가장 낮은 명부부터 높은 명부까지 순서대로 나사 명부, 무간 명부, 범유 명부, 윤전 명부라고 하는데 이들은 천 년 동안 꽤 많은 절정 노마를 포섭했어. 특히 제1순위 윤전 명부에는 구오 지존 절정까지 있어.”세상에!“전설 속 구오 지존 절정이 유명전에 있다니 그렇게 무서운 존재예요?”정태웅은 놀라서 외쳤다.절정의 힘은 이미 세계 금기로 분류되어 있었다!더군다나 당시 곤륜 지역에서 직접 금기령을 내리면서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그런데 윤구주가 지금 유명전에 절대 절정뿐만 아니라 구오 지존 같은 강자까지 있다고 하니 그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래, 백 년 전에 유명전은 국외 10개국과 결탁했고 곤륜 지역에서 유명전을 도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지. 다만 사라진 지 백 년이 넘은 유명전이 지금 이 순간에 다시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거야.”말을 하는 윤구주의 살기가 주위를 싸늘하게 만들었다.“빌어먹을, 인간도 귀신도 아닌 것들이 이렇게 무서웠다니!”정태웅이 욕설을 퍼붓는데 윤구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유명전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윤구주는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려 했다.“저하, 잠깐만요! 오늘 깜빡하고 못 한 얘기가 있어요!”정태웅이 갑자기 윤구주를 불렀다.“뭔데?” 윤구주는 걸음을 멈췄다.“한 시간 전에 밖에 꼬마 스님이 찾아왔었어요! 말끝마다 저하께 따질 게 있다고 하던데... 젠장,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그 대머리는 자기가 수이래요. 형님 말로는 대머리가 자기보다 더 대단하다고 하던데 전 아무리 봐도 믿기지 않아요.”정태웅의 말을 듣고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 자식 일은 알고 있어.”엥?“저하는 그 대머리를 아세요?”그렇게까지 멍청하지는 않았던 정태웅이 윤구주의 말을 듣고 황급히 물었다.“아는 것뿐이겠어? 전에 내가 자주 떄렸지.”뭐?윤구주가 그 꼬마 스님을 자주 때렸다는 말을 들은 정태웅은 순간 깜짝 놀랐다.“됐어, 너희들은 이 일에 대해 신경 쓸 필요 없어! 때가 되면 내가 찾아낼 테니까!”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갔다.조용한 방 안에서 윤구주의 머릿속에는 그 꼬마 스님의 모습이 떠올랐다.“이 자식, 감히 몰래 곤륜 지역을 빠져나온 거야?”말하며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수년 전 꼬마 녀석이 줄곧 자기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을 떠올리니 윤구주의 마음속에 온기가 감돌았다.“그 자식이 정말로 곤륜 지역을 떠났다면 내가 찾아야지.”말을 마친 윤구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화진 제일의 국제 대도시 서울, 바깥세상은 혼란스러웠지만 오색 불빛이 화려한 대도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어두운 밤 속 높게 솟은 초고층 빌딩들은 구름 사이 자리 잡은 괴물 같았다.이미 이른 새벽이 된 서울 거리는 여전히 교통체증과 인파로 가득했다!그리고 이 순간 이 북적이는 도시 거리에는 낡은 가방을 멘 채 대머리를 한 꼬마 스님이 유유자적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꼬마 스님은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아주 잘생겼는데 번뜩이는 두 눈 속에 갈래갈래 보이는 금빛 기운은 올챙이처럼 꿈틀거리고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서울에서 가장 핫한 술집 거리에 도착한 스님!이 거리는 서울의 유명한 밤거리로 양측에 클럽과 술집이 즐비했다.술과 노래가 있는 곳이면 예쁜 여자들이 당연히 빠질 수 없었다.밤이 되자 섹시한 짧은 치마 차림에 화려하게 꾸민 여자들이 여러 명씩 무리를 지어 클럽이나 바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이 장면을 보면서 스님은 즉시 흥분했다!“와! 여기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아. 이 수이가 그렇게 오랫동안 절에 갇혀 지냈는데 오늘 제대로 눈 좀 떠보자고.”말을 마친 스님은 그렇게 큰 나이트클럽 중 한 곳으로 향했고 유명한 나이트클럽의 이름은 제로 나이트였다.스님은 다리가 긴 미녀들이 제로 나이트에 입장하는 것을 보고 흥분했다!누구든 상관없이 오늘 반드시 꼬시고 말 거다!그렇지 않으면 어렵사리 도망쳐 나온 게 아깝지 않겠나?그러면서 곧장 스님은 성큼성큼 제로 나이트로 걸어 들어갔다.밝은 조명이 켜진 나이트클럽 입구에는 정장 차림의 경비원 네 명만 서 있었고 나이트클럽 입구로 스님이 오는 것을 보자 하나둘 호기심이 생겼다.“그쪽은?”정장 차림의 경비원은 이때 스님을 바라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당연히 돈을 쓰려고 왔죠! 들어가면 안 돼요?” 스님은 초롱초롱한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돈을 쓴다고요? 당연히 되죠! 이쪽으로 오세요!”스님이 돈을 쓰러 왔다고 하자 당연히 경비원은 막을 수 없어서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안으로 들어온 스님은 두 눈이 번쩍 뜨였다.하하하, 아름다운 여자! 화려한 옷! 섹시한 스타킹!별별 것들이 다 있었다.줄줄이 늘어선 미녀들이 스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어서 오세요, 제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스님은 서둘러 그들의 인사에 화답했다.“여신님들 안녕하세요!”스님에게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던 주변의 나이트클럽 아가씨들은 이 순간 더욱 환하게 웃었는데 덩달아 흔들리는 그들의 가슴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이 오빠 진짜 스님이네!”“하하! 너무 재밌
마셔라 부어라!큰 룸 안에서 스님은 다섯 명의 미녀와 함께 먹고 마셨다.“매니저님, 저 스님 벌써 4400만원 쓰셨어요! 가서 말해야 할까요?”룸 앞에서 한 웨이터가 유리창 너머로 룸 안에서 여자를 껴안고 있는 스님을 바라보며 계산서를 든 채 방금 온 당직 매니저에게 말했다.담당 매니저는 매서운 눈빛을 가진 뚱뚱한 남자였고 계산서를 살펴본 후 그의 삼각 눈 눈동자에 적대감을 드러냈다.“그렇게 많이?”“네! 매니저님, 저 스님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다 나중에 돈이 없으면 안 되니까요!” 웨이터가 말했다.“쳇! 내가 있는 한 제로에서 공짜로 먹고 노는 사람은 없었어. 걱정하지 마!”“네, 매니저님. 알겠어요.”이어지는 시간 동안 스님은 계속해서 술을 주문해 먹고 마셨고 새벽 3, 4시까지 놀고 나서야 만족했다.얼굴엔 온통 빨간 입술 자국으로 덮여 있었고 목까지 입술 자국이 이어져 있었다.대형 크리스털 테이블에는 개봉한 고급 양주병이 흩어져 있었다.술도 실컷 먹고 기분도 좋았다.스님은 술에 취해 여전히 소리쳤다. 술 내놔... 술 내놔...이때 밖에서 웨이터가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손님. 곧 가게 문 닫을 시간이라 먼저 계산부터 해주세요.”웨이터가 계산서를 받아 스님에게 건네며 말했다.“엇, 이렇게 빨리 닫는 거야? 내 여신님들은?”스님은 술에 취한 눈을 깜빡이며 텅 빈 룸을 훑어보더니 그곳의 미녀들에게 물었다.“죄송합니다, 아가씨들은 전부 퇴근했어요!”스님은 그 말을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일찍 퇴근한다고? 아쉽네!”웨이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손님, 먼저 계산부터 하죠! 더 놀고 싶으시면 계산 다 하고 제가 또 데리고 올게요.”그렇게 말하면서 웨이터는 카드 결제기와 결제 코드를 스님에게 건네주었다!“이게 뭐야?”어릴 적부터 절에 살면서 이런 기계나 코드를 본 적이 있겠나, 스님은 곧바로 호기심이 들었다.“계산하셔야죠, 손님!” 웨이터의 얼굴은 이미 다소 상기된 상태였다!“결제?”“네
스님은 밖으로 꺼낸 작은 배원단을 웨이터에게 건네며 말했고 스님이 건네준 단약을 바라보던 웨이터는 그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스님, 돈 안 내시려고요?”“안내긴 누가? 지금 돈 줬잖아!”스님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쳇, 내가 당신 돈 없을 줄 알았어! 감히 우리한테 억지를 부려? 매니저님, 얼른 오세요. 이 스님이 돈을 안 내요!”웨이터의 고함과 함께 룸 문이 쾅 열리면서 손에 쇠 파이프를 든 사나운 덩치 네다섯명이 한꺼번에 룸에 나타났다.앞장선 사람은 삼각 눈을 가진 사나운 당직 매니저였다!“매니저님, 이 스님이 돈이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엉터리 약으로 계산하겠대요!”웨이터가 매니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스님을 가리켰다.삼각 눈의 매니저는 스님의 손에 쥐어진 배원단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제로에서 공짜로 놀려고 했어? 죽고 싶어?”스님은 황급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니아니, 난 공짜로 놀지 않았어! 돈 낸다고!”“돈? 뭐로 결제할 건데?”“이거!”스님은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작은 배원단을 하나 더 꺼냈다!“젠장, 네 손에 들린 그깟 알약이 5천만원이라고? 내가 멍청이로 보여?”삼각 눈 매니저가 소리를 질렀다.“어휴, 진짜 당신들 보는 눈이 없네! 내 이 보물은 한 알에 천금만금이라고. 5천만원이 아니라 2억도 충분해!”스님은 진지하게 말했다.“젠장, 우리가 정말 멍청한 줄 알아? 이까짓게 2억이라니, 죽고 싶어?”사나운 매니저가 화를 내며 말했다.이 사람들이 보물을 전혀 믿지 않는 것을 보고 스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데?”“쳇, 감히 제로에서 공짜로 놀고 싶으면 최소한 오늘 네 손 하나는 잘라야 할 거야!”당직 매니저가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엥?“내 손을 자르고 싶어? 그래,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스님은 말하며 소매를 걷어 올리고 고운 피부의 팔을 쭉 뻗었다!손을 자른다고 하면 스님이 겁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