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도화라니... 내 몸에 이걸 심었다고?”외눈 노인은 자신의 몸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외눈 노인은 즉시 절정의 기운으로 억눌러 보려 했지만 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아아아아!”비명을 지르며 외눈 노인의 몸은 윤구주의 화련금안에 의해 허공에서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았다.외눈 노인은 죽었다.그렇게 당당한 사상 절정이 화련금안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부하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귀면 가면을 쓴 나사염군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쓸모없던 놈이 잘 죽었군!”“다만, 저하가 사용한 것이 옛날 화공노마의 연꽃 도화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죽었군.”제4명부의 나사염군이 말하자 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알아봤다니 대단하군.”“물론이지!”“백 년 전, 화공노마의 연꽃 도화는 최고의 금기술로 불렸지. 다행히도 본군은 그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과거를 회상하듯 나사염군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한참 생각에 잠긴 나사염군은 이내 서늘한 눈빛을 윤구주에게로 돌렸다.“내 추측이 맞다면, 너는 곤륜구역에서 온 자겠지?”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부정하지 않았다.“네가 화진의 구주왕이라더니, 과연 무도 성지 곤륜구역의 출신이었군!”“하지만 곤륜구역에서 온 게 무슨 소용이냐? 화진국의 국운은 이미 결정되었고 삼대 서열은 반드시 부흥할 것이다. 혼자서 정말 이 세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나사염군은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윤구주다. 화진을 어지럽히는 자는 누구든 내가 반드시 죽일 것이다!”“삼대 서열이어도 상관없다.”“유명전이어도 상관없다.”“믿지 않겠다면, 직접 시도해 보아라!”윤구주는 당당하게 말했다.“하하하하!”나사염군은 크게 웃었다.“이미 버려진 왕 따위가 감히 이렇게 건방질 수 있다니! 다만 아쉽게도 오늘 본군의 주요 목표는 네가 아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전설적인 열 개 나라를 혼자 상대했다는 화진의 왕이 얼마나
윤구주가 문씨 세가의 조상지로 향하는 동안 한적한 작은 뜰 안에서는 민규현, 정대웅, 천현수 등 형제들이 여전히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윤구주가 오늘 밤 누구를 상대하러 갔는지, 어디로 향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시간은 일분일초 천천히 지나갔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작은 뜰에서 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어둡고 희미한 민머리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달빛 아래서 보니 그는 검소한 옷을 입은 승려였다.어린 승려였다.어린 승려는 단정하고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었다.특히나 그 영롱한 두 눈은 금빛이 번뜩이는 듯했다.어린 승려는 낡은 자루를 하나 메고 있었다.그는 윤구주가 살고 있는 작은 뜰을 향해 걸어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그 녀석이 여기 사는 건가?”“이렇게 허름하다고? 내 누추한 절보다 더 낡을 수 있다니?”어린 승려는 투덜대며 윤구주가 살고 있는 뜰로 한 발짝씩 다가갔다.문 앞에 도착한 어린 승려는 눈을 반짝이며 뜰을 바라보다가, 입을 삐죽 내밀고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사람 있나요?”뜰 안에서.민규현, 천현수, 정대웅 등은 문밖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리자 모두 표정이 변하며 문을 바라보았다.지금은 한밤중이다.대체 이 한밤중에 누가 갑자기 문을 두드린단 말인가?더욱 이상한 것은 절정 이중천의 수련자인 민규현과 천재 검객인 남궁서준이 있었기에, 보통 사람이 이 뜰에 다가왔다면 수백 미터 밖에서도 감지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문 앞까지 왔는데도 아무런 감지조차 하지 못한 것인가?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사람 있나요?”밖에서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이때 모두의 시선은 이중천 절정의 실력을 갖춘 민규현에게로 향했다.“확인하러 가자!”민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운을 돌리며 경계심을 가득 안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 뒤를 따라 정대웅, 천현수, 용민, 철영, 재이도 모두 뒤따랐다.오직 남궁서준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윤구주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살고 있다는 걸 안 그는 따귀를 두 대 날렸다.하지만 지금 이 꼬마 스님이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와서 윤구주를 지명하는 것에 관해 그들은 점점 이상하게 느껴졌다.“긴장하지 마세요. 소승이 윤구주를 찾는 건 단지 우리 둘의 해묵은 원한을 아직 확실하게 계산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꼬마 스님이 천천히 말했다.“해묵은 일?”이 말을 들은 정태웅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이 대머리 스님이, 네가 감히 우리의 왕과 결판을 내겠다니. 젠장, 매를 버는 거야?”정태웅은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의 마음속에는 윤구주가 바로 신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어떻게 이 꼬마 스님과 해묵은 원한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민규현과 천현수는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차가운 안색으로도 그들의 불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시주님, 소승이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윤구주는 정말 오래된 일을 해결해야 합니다. 못 믿겠으면 윤구주를 불러내 주세요.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꼬마 스님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직접 말씀드리기는 개뿔.”“이 대머리, 한밤중에 우리한테 와서 행패 부릴래? 딱 봐도 네가 나쁜 놈이라는 걸 알겠어. 빨리 말해, 너 도대체 누구야? 어느 파에서 보냈어? 아니면 세가? 오늘 밤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라!”정태웅이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그 말을 들은 어린 스님은 겁에 질려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시주님, 절 때리려고요? 그건 안 돼요. 소승은 정말 계산만 하고 갈 테니 저를 괴롭히면 안 돼요.”꼬마 스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점점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바로 이때!쓱!한 줄기 하얀 검빛이 무지개처럼 그 꼬마 스님에게로 바짝 다가오더니 꼬맹이 남궁서준이 칼을 빼 들고 마당에 서 있었다.꼬맹이의 갑작스러운 검을 바라보던 민규현이 큰소리로 외쳤다.“꼬맹아, 안돼...”정태웅과 천현수, 그리고 용민과 철영, 재이는 아무도 꼬
말을 마친 꼬마 스님은 고개를 돌려 도망쳤고 토끼보다 더 빨리 달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도망쳤다!빠르게 도망가는 꼬마 스님 수이를 보며 모두 깜짝 놀랐다.한참 후 정신을 차린 정태웅이 손에 칼을 들고 있던 남궁서준을 가리켰다.“겁에 질려 도망친 저 대머리가 대단한 절정이라고? 꼬맹이, 너 미쳤어? 젠장, 방금 칼을 제때 치워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넌 오늘 칼 한 자루로 쟤를 죽일 뻔했어!”“난 칼을 치우지 않았어요!” 꼬맹이가 싸늘하게 대꾸했다.“뭐야, 칼을 안 치웠다고? 칼을 거두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검기가 사라진 거야?” 어리둥절한 정태웅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고 꼬맹이는 정태웅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돌아서서 유용검을 다시 칼집에 넣고는 더 이상 정태웅과 말을 섞지 않았다.“이봐, 꼬맹이, 말 좀 해봐. 무슨 뜻인데?”정태웅이 꼬맹이를 끌어당겨 물으려는 순간 민규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닥쳐, 이 멍청아!”“형님, 왜 그래요, 내가 뭐 잘못 말했어요? 이 꼬맹이가 조금 전에 저 꼬마 스님을 칼로 죽일 뻔했는데 내가 한마디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저하는 무고한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죽이지 말라고 늘 가르치셨잖아요!”정태웅이 반박했다.“네가 뭘 알아! 방금 그 꼬마 스님 절정 중의 절정일지도 몰라!”뭐?“놀라서 도망간 대머리가 어떻게 절정이에요, 지금 나 놀리는 거죠?”정태웅은 믿지 않는 얼굴이었고 천현수, 철영, 용민 일행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들 역시 마음속으로는 도망친 꼬마 스님이 아무리 봐도 절정 강자 같지 않았다.민규현은 도망가는 꼬마 스님 수이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조금 전에 저 칼은 서준이가 거둔 게 아니라 상대의 무서운 기운에 녹아내린 거였어!”뭐라고?“진짜예요, 형님? 저 놀라게 하지 마세요!”이 말을 들은 정태웅의 얼굴이 확 변했고 민규현은 정태웅을 노려보더니 말했다.“꼬맹이의 검술은 다들 알다시피 절정을 베기 충분해! 그런데 방금 그 칼
그렇게 말한 뒤 세 사람은 휙 잔영을 보이며 마당 바깥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민규현은 어두운 밤을 바라보며 아득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절정 강자가 드디어 한 명씩 나타나네!”...깊은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머리를 자랑하는 실루엣이 앞으로 나아가며 입으로 중얼거렸다.“윤구주가 여기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없지?”그렇게 말하면서 꼬마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그래그래, 힘들게 한번 나왔는데 먼저 다른 곳에서 놀다 가지 뭐!”꼬마 스님은 시선을 들어 저 멀리 환하게 빛나는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말했다!“와우! 대도시는 정말 멋지네! 그 지옥 같은 곤륜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단식하고 부처님 이름만 염불하다가 이제야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되었구나!”그렇게 말한 후 그의 두 다리가 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깊은 어둠 속으로 귀신처럼 휙 사라졌다....꼬마 스님이 가고 10분 정도 지나자 어둠 속에서 두 인물이 나타났다.“형님, 저 꼬마 스님의 내공은 나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해요!”달빛 아래 말을 꺼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씨 일가 3 대장 중 한 명인 윤창현이었다!꼬마 스님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짙어지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네가 짐작한 대로 저 꼬마 녀석의 내공은 오악을 능가할 것 같네.”은빛 달 아래서 입을 연 사람은 윤씨 가문의 가주 윤신우였고 달빛이 그의 잘생긴 얼굴에 드리웠다.그는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떠나는 꼬마 스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오악 절정? 정말 그 정도로 강해요?”윤창현은 충격에 휩싸여 말하자 윤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그 경지를 뛰어넘었어!”윤창현은 다시 한번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그럼 우리 조카와 싸우러 온 걸까요? 구주의 적이면 어쩌죠?”윤창현이 서둘러 물었다.“그렇게 보이진 않아. 처음 나타난 순간부터 온몸에 살기 어린 기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 구주 쪽 애들과 마주했을 때도 손을 대지 않았지... 내 아들의 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아.”윤신우가 천천히
윤구주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이른 새벽이었다.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밖에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춰!”철영의 몸이 번쩍하며 어두운 밤 속에서 나타났고 그의 뒤에는 보초를 서던 재이와 용민이 있었다!“엇? 저하, 돌아오셨네요! 저하를 뵙습니다!”철영은 윤구주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절을 했다.“자네들은 왜 안에 있지 않고 왜 밖으로 뛰쳐나왔나?”윤구주는 세 사람이 나타난 것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저희는 지휘사님의 명령을 받고 오늘 밤 특별히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습니다.”철영이 대답했다.“그래? 밤에 무슨 일 있었어?”영리한 윤구주는 밖에서 보초를 서라는 명령을 내린 사람이 민규현이라는 말을 듣고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다.“역시 전하십니다! 한 시간 전에 의문의 남자가 찾아와서 저하를 만나겠다고 말썽을 일으켰는데...” 이때 용민이 나서서 말했고 의문의 사람이 말썽을 일으키러 왔다는 말을 들은 윤구주가 물었다.“누구지?”“꼬마 스님이었어요!”스님?윤구주는 얼굴을 찡그렸다.“네. 20대로 보이는 꼬마 스님인데 이목구비가 뚜렷했습니다. 여기 와서 다짜고짜 저하를 만나겠다며 저하께 따질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준 도련님의 검에 겁을 먹고 도망쳤습니다.”용민은 당시 상황을 사실대로 이야기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윤구주의 머릿속에는 곤륜 지역에서 하루 종일 자신을 따라다니던 대머리가 떠올라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슬며시 흘러나왔다.“그놈도 곤륜 지역에서 뛰쳐나왔구나.”중얼거리던 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놈은 지금 어디 있지?”“서준 도련님의 칼에 겁을 먹고 바로 뒤돌아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가기 전에 저하께 옛일에 대해 따질 게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하하하하!윤구주는 그의 말에 큰 소리로 웃었다!“좋아, 그 자식을 기다리지.”그렇게 말하며 윤구주는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안에서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은 윤구주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제히 그를 부르며
유명전에 대한 질문에 남궁서준을 비롯한 민규현, 천현수 역시 유명전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만큼 그들의 시선이 모두 윤구주에게 쏠렸다!“이 조직에 대해서는 나도 과거 스승님께 들었어.”고개를 든 윤구주의 두 눈에 어렴풋이 과거에 대한 추억이 담겼다.“사부님 말씀에 의하면 유명전의 역사는 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셨어!”“네? 그렇게 오래되었다고요?” 정태웅과 민규현을 비롯한 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그래, 소문에 의하면 유명전을 세운 사람도 곤륜 지역에서 온 절세 강자였다고 해. 다만 마음이 올곧지 않아 나중에 배신하고 곤륜 지역을 떠난 이후 스스로 유명전을 세운 거지. 유명전이 나타난 이후 전 세계의 고수들이 그곳으로 모이면서 힘을 키웠어. 그들은 아홉 대전의 염라를 두고 4대 명부까지 세웠어. 소문에 따르면 4대 명부에는 고수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중에는 수백 년 동안 살아남은 절정 노마도 있다고 해. 가장 낮은 명부부터 높은 명부까지 순서대로 나사 명부, 무간 명부, 범유 명부, 윤전 명부라고 하는데 이들은 천 년 동안 꽤 많은 절정 노마를 포섭했어. 특히 제1순위 윤전 명부에는 구오 지존 절정까지 있어.”세상에!“전설 속 구오 지존 절정이 유명전에 있다니 그렇게 무서운 존재예요?”정태웅은 놀라서 외쳤다.절정의 힘은 이미 세계 금기로 분류되어 있었다!더군다나 당시 곤륜 지역에서 직접 금기령을 내리면서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그런데 윤구주가 지금 유명전에 절대 절정뿐만 아니라 구오 지존 같은 강자까지 있다고 하니 그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래, 백 년 전에 유명전은 국외 10개국과 결탁했고 곤륜 지역에서 유명전을 도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지. 다만 사라진 지 백 년이 넘은 유명전이 지금 이 순간에 다시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거야.”말을 하는 윤구주의 살기가 주위를 싸늘하게 만들었다.“빌어먹을, 인간도 귀신도 아닌 것들이 이렇게 무서웠다니!”정태웅이 욕설을 퍼붓는데 윤구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유명전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윤구주는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려 했다.“저하, 잠깐만요! 오늘 깜빡하고 못 한 얘기가 있어요!”정태웅이 갑자기 윤구주를 불렀다.“뭔데?” 윤구주는 걸음을 멈췄다.“한 시간 전에 밖에 꼬마 스님이 찾아왔었어요! 말끝마다 저하께 따질 게 있다고 하던데... 젠장,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그 대머리는 자기가 수이래요. 형님 말로는 대머리가 자기보다 더 대단하다고 하던데 전 아무리 봐도 믿기지 않아요.”정태웅의 말을 듣고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 자식 일은 알고 있어.”엥?“저하는 그 대머리를 아세요?”그렇게까지 멍청하지는 않았던 정태웅이 윤구주의 말을 듣고 황급히 물었다.“아는 것뿐이겠어? 전에 내가 자주 떄렸지.”뭐?윤구주가 그 꼬마 스님을 자주 때렸다는 말을 들은 정태웅은 순간 깜짝 놀랐다.“됐어, 너희들은 이 일에 대해 신경 쓸 필요 없어! 때가 되면 내가 찾아낼 테니까!”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갔다.조용한 방 안에서 윤구주의 머릿속에는 그 꼬마 스님의 모습이 떠올랐다.“이 자식, 감히 몰래 곤륜 지역을 빠져나온 거야?”말하며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수년 전 꼬마 녀석이 줄곧 자기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을 떠올리니 윤구주의 마음속에 온기가 감돌았다.“그 자식이 정말로 곤륜 지역을 떠났다면 내가 찾아야지.”말을 마친 윤구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화진 제일의 국제 대도시 서울, 바깥세상은 혼란스러웠지만 오색 불빛이 화려한 대도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어두운 밤 속 높게 솟은 초고층 빌딩들은 구름 사이 자리 잡은 괴물 같았다.이미 이른 새벽이 된 서울 거리는 여전히 교통체증과 인파로 가득했다!그리고 이 순간 이 북적이는 도시 거리에는 낡은 가방을 멘 채 대머리를 한 꼬마 스님이 유유자적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꼬마 스님은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아주 잘생겼는데 번뜩이는 두 눈 속에 갈래갈래 보이는 금빛 기운은 올챙이처럼 꿈틀거리고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