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들을 본 윤구주는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문씨 일가가 참 일을 크게 벌였군. 단번에 5대 고대 문벌을 전부 불러내다니 말이야!”제일 처음 도깨비불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뼈만 앙상한 길영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저는 나이가 들어 썩은 나무와 다름없습니다. 저승에 반쯤 발을 들인 사람이죠. 만약 저하께서 세간의 문벌을 전부 처리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으셨다면 저희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겁니다.”“하하, 문벌이 정치에 간섭하는 것은 대역죄지! 나 윤구주가 그들을 죽인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윤구주는 당당하게 말했다.“저는 저하의 말씀에 반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국에 파다하게 퍼졌었죠. 세가도, 종문도, 문벌도 전부 저하께서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죠.”길영삼은 묵묵히 말했다.“그래서 당신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 멋대로 설쳤다는 말인가? 그래서 문씨 일가의 편에 서서 기회를 틈타 정치에 참여하여 내 형제까지 죽이려고 했고?”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다.그의 말에 길영삼은 침묵했다.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그는 봉선의식에서 자신이 있는 한 종문, 세가, 문벌은 정치에 간섭할 수 없고, 정치에 간섭한 자들은 그 일족까지 모조리 죽일 거라고 했었다.무인이 정치에 간섭하는 것은 금기였기 때문이다.무인이 정치에 간섭하면 조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천하의 질서도 어지럽혀질 수 있었다.그러나 윤구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문벌들은 곧바로 문씨 일가의 편에 서서 정치에 간섭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히 사람들을 데리고 윤구주의 암부 형제들을 죽였다.천하무적의 윤구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윤구주가 말을 끝맺기 무섭게 천희준이 유유히 앞으로 나섰다.“저하, 암부는 반역죄를 저질렀습니
그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살기를 내뿜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가 손을 쓰자 다른 네 명은 일제히 입을 열었다.“저하... 노여움을 가라앉히세요! 저희 문벌은 저하와 적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하, 부디 화진 무도에 전란을 일으키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희 화진의 무도에 큰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화진 무도는 종문을 필두로 세가, 문벌을 두었다.천하의 무도에는 문벌이 가장 많았고 천하의 무인 중 7할은 세속 문벌에서 나왔다.문벌 출신의 노인들 말대로 만약 오늘 윤구주가 전쟁을 일으킨다면 천하의 모든 문벌과 적이 되는 셈이었다.그것은 화진 무도에서 금기시되는 일이었다.그러나 윤구주가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었다.윤구주는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문벌 출신의 신급 절정 강자 다섯 명을 바라보았다.“6년 전, 난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봉왕팔기로 종문, 세가, 문벌을 제압하여 화진 무도의 통합을 이룩했어. 그때로부터 겨우 6년이 지났는데 문벌은 감히 공공연히 나서서 반역을 저지르려고 해? 오늘 난 말했어. 당신들이 화를 자초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그때처럼 도륙해 주지!”윤구주는 그 말을 할 때 온몸의 살기가 극에 달했다.화진의 왕으로서 윤구주가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신과 생사를 함께한 형제들이 자기 사람 손에 죽는 것이었다.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문벌이 소란을 피우려 한다면 윤구주는 다시 한번 그들을 처단할 생각이었다.“저하, 저희 문벌은 비록 3대 서열 중에서 말단이지만 설마 저희 천만 문벌을 정말 다 처단할 생각입니까?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저하께서 이미 돌아가신 줄 압니다. 심지어 종문, 세가 대부분이 국방부의 편에 섰습니다. 저하, 충고 하나 하겠습니다. 저하께서 포기하신다면 저희 문벌은 저하를 존경하고 저하를 존귀하게 여길 것입니다.”가장 처음 도깨비불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길영삼이 입을 열었다.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미친 듯이 웃었다.“종문, 세가를 언급
모두의 시선이 윤구주에게로 향했다.꼬맹이 남궁서준을 포함해 다들 그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남궁서준은 겨우 15살이었으나 그는 조금 전 길영삼이 한 말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문벌을 적으로 돌린다면 대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다들 윤구주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고대 문벌 출신의 신급 절정 강자 5명도 마찬가지였다.윤구주는 검은 밤하늘 아래 당당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난 그런 말을 했었어. 이번 생에는 이 천하를, 형제들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문벌은 멋대로 설치고 다니면서 내 형제들을 해쳤지. 오늘 난 신급 절정 강자인 당신들의 피로 그들을 기릴 거야!”그렇게 외치자 하늘이 변했다.그 순간, 형언하기 어려운 엄청난 살기가 윤구주의 몸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그가 드디어 답을 내놨다.천만 문벌이라면 뭐 어떤가?천하를 적으로 돌리면 뭐 어떤가?윤구주는 그런 것들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윤구주는 자신이 했던 말처럼 형제를 해친 자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리고 지금은 그 시작이었다.윤구주의 말을 듣자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 모두 흥분해서 눈이 빨개졌다.천하를 위해, 형제를 위한 일이었다. 윤구주는 아무도 두렵지 않았다.윤구주가 뿜어대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신급 절정 실력의 길영삼이 제일 처음 큰 소리로 외쳤다.“큰일이군! 우리를 죽일 생각이야!”길영삼이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윤구주는 갑자기 천천히 허공에 떠 올랐다.그의 두 눈에서 눈부신 금빛이 발산되었고 연꽃 불꽃이 그의 동공에서 뿜어졌다.그는 마치 신과 같았다.머리가 흩날리며 허공에 떠 오른 윤구주는 발 아래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를 바라보면서 무자비한 살기를 드러냈다.“백 년 전 곤륜에서 절정은 세상에 나오면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지. 그런데 당신들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금지령을 무시했어. 원래도 죽어 마땅하지. 그런데 심지어 문씨 일가를 등에 업고 천하의 문벌을 들먹이며 날 협박했어. 오늘 당신들에게 보여주지. 6년 전, 무력으로
마지막에는 30m가 넘는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거대한 검이 나타나자 길영삼을 필두로 한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들은 전부 공격을 시전했다.그들의 나이를 다 합치면 천 살이 넘었다.절정에 오르게 되면 수명은 500살로 늘어난다.다섯 사람은 천 년 정도 되는 내공을 합쳐서 공격을 퍼부었다.엄청난 강기는 하늘을 뚫을 듯했고 어마어마한 기운은 구름층까지 뚫을 듯했다.기운들이 섞이면서 그곳은 완전히 생지옥이 되어버렸다.그러나 그 다섯 명이 윤구주의 금지술 천주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윤구주가 손바닥으로 대지를 눌렀다.“멸!”쿠구궁!30m 넘는 거대한 검이 하늘에서 내려와 파멸의 힘을 띤 채 다섯 사람을 내리눌렀다.그러나 다섯 사람도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게다가 다섯 명의 내공을 하나로 합치니 그 힘은 아무나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쿵!거대한 빛이 다섯 사람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 빛은 나타나자마자 쿵쿵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거대한 검과 부딪혔다.대지가 흔들렸다.주변의 오래된 나무들은 엄청난 충격파로 인해 부러졌다.옆에 있던 정태웅, 천현수, 재이 등 사람들은 전부 충격을 받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그러나 그 공격을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들이 막아냈다.“막았어! 우리가 그의 금지술을 막았어!”다섯 명 중 한 명인 금인후가 흥분하여 크게 웃으며 말했다.길영삼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다섯 사람이 마저 기뻐하기도 전에 어두운 하늘 아래 서 있던 윤구주가 갑자기 눈에서 눈부신 금빛을 뿜어대면서 중얼댔다.“팔기지, 뇌왕인!”팔지기.윤구주가 드디어 두 번째 공격을 시전했다.뇌왕인이 나타나자 쾅쾅 소리와 함께 어두운 하늘 위에 천둥, 번개가 나타났다.사람 팔뚝만 한 벼락이 하늘을 미친 듯이 누볐다.뇌왕인이 나타나자 조금 전까지 흥분했던 금인후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젠장, 왜 또 한 번 공격하는 거죠? 소문에 따르면 봉왕팔기는 이 세상의 금지술이라 다 쓸 수는 없다고 했잖아요.”조금 전까지
세상 사람들은 윤구주가 싸울 때 봉왕팔기 중 하나만을 쓸 수 있는 줄 알았다.그러나 사실 윤구주는 8가지 모두 쓸 수 있었다.만약 8가지 다 쓰게 되면 어떤 무시무시한 결과가 있을지 아직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10개국 간의 전쟁에서도 윤구주는 8가지를 함께 쓴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윤구주가 드디어 두 번째 기술 뇌왕인을 시전했다.하늘에 나타난 먹구름과 함께 수많은 벼락이 윤구주의 곁을 맴돌았다. 원래도 신처럼 보였던 윤구주는 더욱 신처럼 보였다.“두 가지를 잇달아 쓰다니... 세상에, 저자는 악마인 걸까?”아래에 있던 고대 문벌 신급 절정의 강자 천희준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허공에 떠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다른 네 명도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윤구주가 잇달아 두 번째 기술을 시전하자 무시무시한 살기가 그들을 눌러 와서 힘들었다.“팔기지, 술현지!”다섯 사람이 충격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을 질식하게끔 한 목소리가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뭐야? 하나 더 시전한다고? 세 가지를 시전한 거야?’윤구주가 술현지를 시전하자 아래 있던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윤구주가 잇달아 세 가지 공격을 시전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이 공간 전체가 윤구주에게 통제당하고 있었다.이 공간 안에서 윤구주는 무적 같았다.세 번째 술현지가 시전되자 윤구주의 몸은 번개와 현기로 완전히 둘러싸였다. 그는 허공에 떠 있는 채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아래 있던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들을 훑어보았다.“내게 도전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 종문, 세가, 문벌로 날 압박할 생각 아니었나? 내가 말해주지. 지금 이 순간부터 날 막는 자들은 전부 죽일 거야. 그리고 내 형제를 해치려는 자는 온가족을 죽여주겠어. 이제 당신들도 죽어!”카리스마 넘치게 말한 뒤 윤구주는 두 손으로 아래를 눌렀다.“세 기술을 융합한다. 없애 버려!”금지술 천주로 만들어진 30미터 넘는 거대한 검이 추락했다. 동시에 하늘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눈앞의 허공에 떠 있는 윤구주에게로 향했다.오직 꼬맹이만이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쥐고 중얼거렸다.“전 꼭 형님 같은 신화가 될래요!”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를 죽인 뒤 윤구주는 허공에서 내려왔다.그는 눈앞의 시체들에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말했다.“가서 민규현을 찾자!”그는 그렇게 말한 뒤 의수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뒤에 있던 정태웅 등 사람들은 서둘러 그를 따랐다.음산한 의수 감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느껴졌다.그곳에는 감방이 아주 많았지만 전부 텅 비어 있었다.안에 말라붙은 핏자국과 피가 묻은 쇠사슬만이 있어 마치 연옥 같은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그걸 제외하고 경비원 한 명도 없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정태웅과 천현수는 민규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민규현은 보이지 않았다.“형님은 이곳에 없는 건가?”정태웅이 벌게진 눈으로 물었다.천현수가 막 입을 열려는데 윤구주의 시선이 갑자기 한 벽 쪽으로 향했다.“여기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움직였다. 순간 견고하던 화강암 벽이 그대로 부서지고 비밀의 방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그 방은 이상할 정도로 컸고 안에서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났다.윤구주는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피투성이인 사람이 왼쪽 벽에 걸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암부의 호존 민규현이었다.민규현은 피투성이에 두 손, 두 발이 사슬로 묶여 있었다.그리고 견갑골과 가슴에는 문씨 일가의 독특한 무기 단혼정이 박혀 있었다.“형님!”민규현을 본 순간, 정태웅과 천현수가 외쳤다.사슬에 묶여 있던 민규현은 힘겹게 피투성이인 두 눈을 떴다. 그는 정태웅과 천현수, 윤구주를 보았다.“저하...”그가 힘없이 불렀다.“형님! 어떤 개자식이 형님을 이렇게 만든 겁니까?”정태웅은 눈이 벌게졌다.민규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음산한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왔다.“구주야, 드디어 왔구나!”구주라는 호칭이 들렸다.방 중앙에서 검은
눈앞의 노인이 그저 환영이라는 말에 정태웅은 넋이 나갔다.윤구주의 시선이 마침내 천천히 노인에게로 향했다.“문창정 씨, 오랜만이네요.”문창정.그 음산한 이름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사람들은 전부 경악했다.그 노인은 화진 4대 고대 무술 중 최고인 문씨 일가의 사람이었다.이름을 불리자 노인은 킥킥 웃으며 말했다.“그래. 아주 오랜만이구나. 난 네가 우리 문씨 일가의 기린화독에 당해서 틀림없이 죽음의 바다에서 죽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너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윤구주는 화를 내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죽지 않아서 아주 실망했나요?”“실망이라니, 그럴 리가. 그저 아쉬울 뿐이야.”문창정이라고 불린 노인이 중얼거렸다.윤구주는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놀랄 필요 없어. 난 확실히 아쉬움을 느꼈으니까. 넌 우리 화진의 용이야.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문씨 일가는 용인 널 잡지 못했지.”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문창정은 그 말을 할 때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마치 정말로 아쉬운 듯 말이다.“왜 절 해치려고 한 건지 말해봐요. 왜 저한테 독을 먹였죠?”윤구주는 오랫동안 품고 있던 의문을 물었다.아주 오래전 윤구주와 문씨 일가는 사이가 아주 좋았다.당시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화진의 4대 고대 무술 세가 중 최고였던 문씨 일가는 가장 처음 나서서 윤구주를 응원했다.그리고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은 그와 문씨 일가 정략결혼의 기반을 닦았다.그러나 윤구주는 자신이 가장 믿었던 문씨 일가가,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가 그를 배신하고 그에게 독을 먹일 줄은 몰랐다.그렇지 않으면 천하무적이던 윤구주가 어떻게 쉽게 기린화독 같은 치료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독에 당했겠는가?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문창정은 탄식했다.“그건 아직 알려줄 수 없어. 내가 유일하게 알려줄 수 있는 거라곤, 네가 무력으로 10개국을 항복시키고 화진 무도의 전례 없는 태평성대를 이룬 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널 두려워했다는
그러나 그들 중 좋은 결말을 맞이한 자는 없었다.문창정의 말에 암부 3대 지휘사 중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천현수조차 침묵했다.오직 윤구주만이 뒷짐을 지고 서서 말했다.“그것이 문씨 일가가 독으로 절 죽이려고 한 이유였나요?”“이건 이유의 일부일 뿐이야. 물론 진짜 이유는 아직 알려줄 수 없어!”안개에 둘러싸인 문창정이 탄식하며 말했다.“구주야, 내 말 들어. 아직 멈출 수 있단다. 네가 멈춘다면 난 지금 바로 명령을 내려 암부의 죄를 씻어줄 거야. 그리고 과거 널 따랐던 사람들이 남은 인생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줄게.”문창정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그를 설득했다.“멈추라고요? 어떻게 멈추라는 거죠?”윤구주가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모습을 숨기는 거야. 세상 사람들이 구주왕이라는 이름을 잊게 한다면 나 문창정은 우리 문씨 일가의 천 년 된 명예를 걸고 절대 널 건드리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동시에 네 곁의 사람들도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게! 가장 중요한 건 문아름 걔가 너와 화해할 수도 있다는 거야. 구주야, 날 믿어. 네가 숨어 지낸다면 난 문아름과 네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살 수 있도록 할게.”문창정의 말을 들은 윤구주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뭘 웃는 거야?”윤구주가 미친 듯이 웃어대자 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문창정이 물었다.“정말 노망이 들었나 보네요. 당신은 그 독사 같은 지독한 여자를 너무 중요시하네요.”그 말에 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문창정은 안색이 바뀌며 살짝 화가 난 듯 말했다.“왜? 싫어?”“당신 때문에 전 독에 당했고 제 형제들은 죽었어요. 그리고 저와 함께 생사를 함께했던 이들도 죽었죠. 심지어 당신은 군형 삼마를 보내 제가 사랑하는 여자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중 하나만으로도 제가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가족까지 죽일 이유는 충분해요. 그런데 지금 감히 저한테 숨어 지내라고 한 건가요?”윤구주의 말은 칼처럼 문창정의 마음을 파고들었다.“흥! 이 자식, 좋은 말
“이걸로 돌파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넌 곤륜 구역의 어떤 구오 지존도 이길 수 없어. 가장 황당한 것은 네가 돌파하기 전에는 육신도 없었다는 거야. 봉신 시대였다면 너 같은 놈은 산신 중에서도 최하급 신이었을 거야.”수옥인은 무지막지하게 선우진웅을 조롱했다.선우진웅은 그의 말에 철저히 정신을 놓고 말았다.“이런 제기랄! 너 같은 수옥인 주제에 날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선우진웅은 재빨리 잔소리하는 수옥인부터 죽이려 했다.“윤구주! 날 살려줘!”수옥인은 겁을 먹고 윤구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하지만 윤구주는 꿈쩍도 하지 않고 수옥인이 찢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선우진웅이 분풀이하려고 할때, 조각으로 찢긴 수옥인은 거품으로 변해 사라지고 말았다.“분신인가?”선우진웅은 어안이 벙벙했다.“아니. 그럴만한 실력이 어디 있다고. 이 진법에 의해 펼쳐진 그림자일 뿐이야.”윤구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이때 수옥인의 그림자가 다시 모이면서 윤구주가 자신을 외면했다고 탓했다.“첫째, 내가 몇번을 말해. 나를 조상님이라고 부르라고. 둘째, 너의 본체가 진법의 핵심 쪽에 있어서 너를 죽이려면 먼저 진법부터 풀어야 해. 짐승보다도 못한 자식이 너를 해칠 수 있겠어?”윤구주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수옥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뻘쭘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진웅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아무리 그래도 내가 무신인데 인정하지 못할망정 나를 짐승보다도 못한 놈이라고 했어?’“윤구주! 이 도덕도 없는 자식! 화진 사람들은 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선우진웅은 긴장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조용히 해! 너 같은 짐승보다도 못한 놈이 나랑 도덕을 논해? 30만 백성을 학살할 때는 도덕을 개나 줘버렸어?”윤구주의 천둥 같은 외침에 선우진웅을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제대로 서지 못했다.그러더니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잡종 같은 인간들. 우리 용사들도 얼마나 죽었는데 도리를 따질 거 뭐 있어. 이미 항복할 기회를 줬는데 그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지
금화가 세상을 태우다!선우진웅의 음체는 천화에 의해 타오르며 온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검은 연기는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원래 거대한 음체는 빠르게 축소되고 말았다.“하하. 금화로 음령을 처치하다니. 더군다나 악성 수련자였으니!”수옥인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극전 신급의 가장 큰 장점은 육체가 파괴되더라도 영혼은 계속 수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혼이 천지의 영기를 지속해서 흡수할 수 있다면 계속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어떤 의미에서 불사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하지만 단점도 뚜렷했다. 육체가 없으면 수련 속도가 극히 느려져 몇백 년이 걸려도 동급 수련자가 1년 동안 얻은 수련 성과에 미치지 못했다.형태를 유지하려면 지속해서 천지 영기를 흡수해야 했지만 천지 영기가 음양 두 가지로 나뉘어져 대부분의 영혼은 천지 음기만 흡수했다.천지 양기를 흡수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양기가 너무 강렬하면 수련에는 유리해도 영혼의 형태를 파괴할 수 있었다.어차피 영혼의 본체가 음기에 속했기 때문이다.금화는 양기에 속하므로 전문적으로 음령 악신을 제압할 수 있었다.“이런 제기랄! 귀신족이 분명 천술이라고 말했는데? 윤구주가 사용한 것은 기술일 뿐인데 천술에 속하지도 않잖아! 그런데 왜 귀술이 쓸모없는 거지?”선우진웅은 속은 것 같았다.“병신. 귀신족의 말도 믿어? 귀신족이 정말 믿을만하다면 우리 화진도 그들을 멸망시키기 위해 애쓰지 않았겠지.”윤구주가 피식 웃었다.“그 입 다물어! 귀술은 쓸모가 없다지만 내가 부성국 출신인 것은 잊지 마! 나는 부성국 무도 제1인자라고!”선우진웅은 기세가 확 바뀌더니 무인의 기운이 온몸에서 퍼져 나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칼을 뽑으려 했지만 이미 육체가 없어서 무기도 어디에 잃어버렸는지 몰랐다.선우진웅은 급한 나머지 주먹과 발로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선우진웅이 귀술을 포기하자 금화가 그에게 주는 피해도 줄어들었다. 비록 금화가 여전히 그의 음체를 갉아먹고 있지만 탈출하려면 그 범위를 벗어나거나 윤구주를 죽일
현모는 그제야 살기가 가라앉았다.“고통을 맛보게 하겠다고? 너야말로 고통을 맛봐야 하는 거 아니고? 수련 중이었어? 좋아! 너를 괴롭히면서 마음을 어지럽혀야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 죽겠지? 현모 군신! 잘 봐! 내가 너의 왕을 어떻게 괴롭히는지.”선우진웅의 음령 육체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불꽃이 타오르면서 극한의 차가운 기운을 방출했다.현병이 수천 개의 얼음 못으로 응축되어 선우진웅의 조종 아래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날아왔다.“봉왕팔기! 술자결!”윤구주는 주문을 외치가 맹렬한 불꽃이 타오르면서 얼음 못이 순식간에 모두 녹아버렸다.“좀 하는데? 그런데 이거로는 부족할 거야. 윤구주! 내가 구오 지존일때는 승산이 30%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나도 왕도로 승급했다고. 왕도 천술을 경험해 본 적 있어? 오늘 제대로 보여줄게.”음기가 얼음으로 응집되어 현병이 다시 뼈로 조합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개의 얼음 해골이 좌우로 나타났다.수백 개의 해골은 하나같이 초입 구오 지존 신급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일시적인 음산한 기운이 윤구주의 기술을 압도했다.“천술? 정말 웃기네. 내가 곤륜 구역에서 수련한 걸 몰랐어? 소위 천술은 하늘의 영기를 자신의 것으로 삼은 것이지. 제가 사용하는 것은 음산한 기운일 뿐 천술이라 말할 수 없어. 봉왕팔기! 신주이화!”윤구주가 한 손으로 인을 만들자 표면에 떠있던 불꽃이 어두운 금색으로 승화하여 불길이 일렁거렸다. 그러다 마치 파도가 치듯이 맹렬한 불꽃이 정점으로 치솟아 천옥 진법을 충격하에 천장의 진법 문자가 드러났다.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천옥 진법마저 윤구주의 기술을 맞지 못하는 듯했다.“윤구주 안에서 뭘 하는 거지? 나도 이제 천옥 진법을 조종할 수 있는 건가?”천옥 밖을 지키고 있던 수옥인이 상황을 감지하고 천옥 진법을 바로 작동시켰다. 천옥에 있던 비석이 어두운 빛을 발사하면서 수옥인의 환영이 천옥에 나타났다.그는 한눈에 선우진웅을 알아보았지만 임세현은 보이지 않았다.“어르신
선우진웅은 봉인이 풀리자마자 윤구주 밑에 있는 군신에게 손을 대려 했다.“선우진웅! 나를 보고도 무릎 꿇지 않아? 그것도 모자라 내 부하에게 손을 대다니. 정말 내가 안중에도 없구나! 봉왕팔기! 술자결! 술자결!”윤구주가 연속으로 두 번 기술을 시전하자 현모가 폐쇄된 동굴에서 다시 방어막을 형성하고 부적이 더해져 에너지가 배가 되었다.악귀의 기운이 방어막 앞에 닿기도 전에 부적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윤구주!”악귀 같은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쿵!선우진웅이 땅에 떨어지자 청판이 부서지고 천옥이 진동했다.“나를 구주왕이라고 불러!”윤구주가 경멸의 눈빛으로 쓰레기 취급을 하자 선우진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화진의 비천한 놈이 자기를 왕이라고 불러? 무신인 나를 만났으면 너부터 무릎을 꿇어야지!”선우진웅은 음기가 강해 피비린내 나는 살기로 윤구주를 억누르려 했다.“웃기지 마! 넓은 화진에서 왕으로 불리는 게 어때서? 오천 년 역사 동안 왕은 수도 없이 많았어. 너야말로 무술을 화진에서 배워갔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무신으로 불리는 거야!”“이런 제기랄!”선우진웅은 화가 나서 머리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윤구주를 당장 찢어버리고 싶어했다.“정말 예의가 없네. 화진 사람들은 5천 년의 문명을 가지고도 하늘과 땅을 존중하지 않고 신령도 존중하지 않잖아. 이른바 너 같은 왕자는 우리 부성국에서 인정해 주지도 않아!”선우진웅이 냉랭하게 말했다.“우리 화진이 택한 길은 올바른 길이자 존경하는 것은 사람에게 이로운 성인이야. 부성국은 나와 예의에 관해 이야기할 자격도 없어! 우리가 문명을 논할 때 너희들은 아직도 원시인이었어! 신령을 존경한다고? 하하, 존경하는 것들 모두 악신이면서! 너 보고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것도 내가 많이 봐준 거야. 지금 바로 엎드려서 우리 화진 백성들에게 사과해! 진심으로 회개한다면 자결 정도는 허락해 줄게.”선우진웅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무릎을 꿇는 것도 모자라 엎드리라고? 진심으로 회개하면 자
임세현은 듣다 보니 모든 걸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서울에서 전투가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왕손 임정설이 왕족의 기운을 지키지 못할 것 같고, 또 윤구주도 몸이 하나라 여기저기 돌보지 못할 것 같아 미리 기운을 가져온 것이다.“구주야, 간단히 말할게. 우리 임씨 일가의 기운을 파괴하려는 것은 부성국의 무신 선우진웅이야. 원래 내 상대가 아니었는데 선우진웅이 귀신족 음기를 흡수하는 바람에 실력이 대폭 증가하였거든. 내가 유일하게 할수 있는 것은 내 음혼을 태워서 잠시 구오 지존의 시체에 봉인시키는 거였어.임세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봉왕팔기 중의 소생술로 그를 구하려 해다.“구주야, 내 몸에 시간 낭비하지 마.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죽은 사람은 구할 수 없어. 내 음혼은 이미 흩어졌어. 마지막으로 남은 이 의식도 임씨 일가의 기운 덕분이야. 그래서 말인데 임씨 일가의 기운은 너에게 맡길게. 이 기운을 임정설한테 돌려줄 생각하지 마. 내가 모든 기술을 기운에 넣어놔서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도 못해. 기운을 파괴하거나 흡수하여 정화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너의 부하인 현모가 이미 회복되어서 임씨 일가 현공을 전수해 줬어. 지금 중요한 시기에 처해있는데 순조롭게 돌파하면 구오 지존 후기 신급이 될수도 있어. 하지만 외부의 방해를 받았을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이제는 일어날 수 있겠어?”임세현은 또 한 번 윤구주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윤구주도 이번에는 더 이상 버티지 않고 바로 일어섰다.임세현은 임씨 일가의 기운을 윤구주에게 넘겨주고는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았다.“구주야, 이 무거운 짐을 잘 견뎌야 해. 화진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을 위해! 화진의 부흥을 위해! 화진 사람들이 더 이상 억압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윤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임세현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통해 하늘을 응시했다.“너희들 같은 악당들이 내 화진을 어지럽히고, 우리 국운을 쇠
곤륜 구역이 뒤에서 방해하는 바람에 화진이 통일하지 못한 것이다.그 이후로 곤륜 구역은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귀신족에게 수련할 기회를 준 것이다.종문 동맹, 세가, 문파, 심지어 군부대도 곤륜 구역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다.“곤륜 구역이 화진의 앞길을 막는 것은 화진이 다시 일어설까 봐 두려운 거예요. 봉신 전쟁 이전에는 천하가 모두 화진의 땅이었고, 소위 신명도 화진보다 못했어요.”임세현이 육신을 포기하고 곤륜 구역에 온 것은 인질로 잡힌 것과 같았다.다른 방법이 있었더라면 임세현도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때 화진은 비교적 안정된 정세가 절실히 필요했고, 더 이상 혼란스러웠다간 나라가 망하고 종족이 멸종할 위험에 처해있었다.“구주야, 난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 너 구주왕이야말로 화진의 추를 세운 거지. 다시 한번 귀신족을 멸망시키고 분계선의 위협을 제거하면서 화진의 근대 치욕을 씻어버렸지. 모든 게 나를 능가하는 수준인데 너야말로 우리 화진의 진정한 왕자인 거지!”임세현은 한 사람을 이렇게 극찬한 적이 없었다.거침없이 말하자면 전체 화진에서 오직 윤구주만이 그를 이렇게 존경하게 만들었다.하지만 임세현은 윤구주가 우울해하는 것을 발견하고 아마도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 때문에 이러는 줄 알고 위로하기 시작했다.“구주야, 직접 체험해 봐야만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윤구주, 넌 우리 화진의 신검이야! 이 검은 도덕 있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거야. 나의 왕손 임정설은 그래도 도덕이 있는 군주인 거지. 문씨 가문이 너를 검으로 이용했지만 도덕이 부족해서 반드시 되갚음을 당할 거야. 문아름이 너를 속이고 쉽게 다뤄서 총명한 사람인 것 같아? 천만에. 진정한 지혜는 대도에 숨겨져 있는 거야. 고대부터 지금까지 화진의 큰 인물 중에 올바른 길을 택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비겁한 짓을 했더라도 특정한 인물만 겨냥한 거지. 그런데 문씨 가문은 그 누구에게나 똑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어
“화진 구주왕... 아니, 화진 진국왕, 선 국주 님을 뵙습니다.”“왜 이렇게 큰 예를 갖추는 거야? 얼른 일어나. 너무 부담스러우니까.”노인은 한 덩어리의 음기로 윤구주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전혀 일으킬 수가 없었다.“선배님!”윤구주는 노인이 인사를 받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너 이 자식, 왜 이렇게 진지하게 굴어? 정말 나를 귀찮게 하네.”노인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불쾌한 모양이다.“선배님, 저를 존중하지 않는 거예요?”‘뭐라고?’노인은 웃으며 먼저 절벽동굴을 한번 훑어보고는 윤구주에게 물었다.“참 재밌군.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내가 너를 존중하지 않는 거라고? 그러면 내가 어떻게 존중하지 않았는지 말해볼래?”노인은 웃다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위엄을 드러냈다.다시 보았을 때는 이미 천하를 다스리는 왕자의 모습을 하고있었다.이에 윤구주는 비로소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저를 존중하지 않는 거죠. 선배님은 화진의 개국공신이자 제1대 왕 임세현이잖아요. 화진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외적에 짓밟혀 거의 민족의 추가 끊어질 뻔했을 때 선배님이 갑자기 나타나 화진 자녀들을 이끌고 외적과 싸워서 내란을 평정한 거잖아요. 그리고 귀신족까지 멸망시키고 화진을 일으켜 세웠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만났는데 저희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니 저를 존중하지 않는 거 아니겠어요?”윤구주는 이 한마디로 노인을 웃게 했다.“하하! 구주왕이, 아니, 진국왕이 이렇게 아부꾼인 줄은 몰랐네.”아까까지만 해도 천하를 다스리던 개국공신의 모습이더니 지금은 온화한 노인으로 변해 전혀 국주다운 모습이 아니었다.“얼른 일어나. 우리 사이에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어. 과거의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 이미 지나간 일이야. 난 그저 내 의무를 다했을 뿐이야.”“능력이 있을수록 책임이 큰 법이죠!”윤구주가 여전히 일어나지 않자 노인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구주야, 할 말이
윤구주는 혼자서 감옥에 들어갔다.천옥은 안과 밖, 두 곳으로 나뉘었다.밖에는 일반 유배자들이 수감되어 있었으며 천옥 산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안에는 곤륜 중범죄자들이 수감되어 있었고, 이들은 모두 신귀를 범한 수련자들이었다.수련자의 유죄 여부는 곤륜 구역에서 결정했기에 안에 수감되어 있다고 해서 악질 범죄자인 것은 아니었다.윤구주가 이번에 천옥에 온 것은 이곳 중범죄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윤구주가 이 산에 세워진 천옥에 발을 들였을 때, 이곳에는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없었다.천옥은 산중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산체의 공간은 넓고 높이는 천 미터가 넘었다.여러 개의 감옥은 산체의 절벽 측면에 박혀있었고, 가장 위쪽에는 천장이 있었으며 천옥에서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는 곳이었다.수련자들을 가둘 수 있는 감옥도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모두 제기 수련자들이 만든 법기였다.현재는 감옥들이 이미 파손되었고 수감되어 있던 죄수들은 피투성이로 끔찍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윤구주는 현장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중범죄자들을 가두는 감옥이 무효가 되는 순간 어떤 더 강한 자에게 학살당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중범죄자들은 함께 반항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엔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다.“여기 수감된 자들은 최소한 신급 수련자들일 텐데 더 높은 위치에 수감된 수련자일수록 실력이 더 강했을 거야.”윤구주는 고개 들어 가장 꼭대기에 있는 열몇 개의 감옥을 올려다보았다.감옥 위에 새겨진 문양은 분명 아래에 있는 감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이로써 여기에 수감된 수련자들이 이미 구오 지존에 도달했음을 알수 있었다.열몇 명의 구오 지존 실력자들이 모이면 극전 실력자와 맞서도 실력이 비등비등했다.그런데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니...윤구주는 가장 위에 있는 천창 근처의 산체에 균열이 일어난 것을 발견했다. 분명 구오 지존 실력자들이 이곳에서 탈출하려고 했던 흔적일 것이다.“제일 꼭대기에 천옥 진법이 여전히 작동 중이라 구오 지존 실
“견민기는 성격이 거만하고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긴 하지만 그 정도로 멍청한 건 아니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내가 할 말이 있어. 얼마 전에 네가 사해에서 일이 벌어졌을 때 임씨 일가 어르신이 신규를 위반하고 곤륜 구역을 몰래 나가서 인간 세계에서 한 사람을 천옥까지 데려왔어. 길을 안내한 사람은 검도 사람들이었고 그들을 건드릴 수 없었던 나는 위협을 당하기도 했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천옥 이곳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몇 명이 더 늘어나거나 몇 명이 줄어들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는 곳이야. 그래서 나도 그냥 입 다물고 있었어.”수옥인의 씁쓸한 표정에 윤구주가 말했다.“신이 되는 게 좋아? 자유가 하나도 없는데 개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잖아. 계속해서 말해봐. 그 후에 또 누가 왔어?”수옥인은 입을 삐죽거리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맞아! 하나같이 나만 괴롭혀! 종문 동맹에서 아무나 와도 나를 협박하고 있잖아. 흑흑...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그 사건이 일어난 후로 넌 곤륜 구역과 계속 연락이 없었잖아. 아니다. 네가 곤륜 구역을 떠난 이후로 여기 수련자들과 연락이 없었다고 말해야 하나?”이번에는 윤구주가 화를 참지 못했다.“다 내가 문아름을 너무 믿어서 그래. 걔가 나 대신 곤륜 구역과 연락하고 있었다고.”그때 문아름더러 곤륜 구역과 접촉하게 한 것도 윤구주가 그 위선적인 수련자들을 싫어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말인데 견민기는 그냥 바보야. 문씨 가문에서 계속 임씨 일가를 지켜보고 있었어. 계획대로라면 나를 죽이고 임씨 가문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을 거야. 곤륜 구역에 문씨 가문 스파이가 많은데 견민기가 문씨 가문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수옥인은 머리를 긁적거렸다.“그래서 붙은 거야? 문씨 가문이 천옥을 쳐들어왔어. 너도 보았듯이 천옥 수호자들이 전부 문씨 가문이 데려온 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어. 다행히 내가 천옥 진법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진법을 파괴할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더라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을 속이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