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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목격자인 현태성은 순박하고 착해 보였다.

내 의도를 듣고 나자, 얼굴빛이 변하며 당장 그날 밤 외출한 적이 없다고 연신 부인했다. 옆에 있던 아내도 거들며 밤새 자신과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태성은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 나는 현태성의 앞에 무릎을 꿇고, 지아를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나와 함께 무릎을 꿇더니, 연거푸 다섯 번, 여섯 번 머리를 조아렸다.

“아주머니, 제발 절 좀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저도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십여 명이에요. 정말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 저는 가난이 너무 무서워요!”

...

경찰 앞에서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없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모두 사라졌어요.”

기록하던 경찰은 한숨을 쉬며 나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

“아주머니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사건은 매우 민감해요. 지금 직접적인 증거가 모두 없는 상황에서, 강간과 불법 장기 이식 혐의로 고소한 상태고요.”

“우리가 쉽게 사건을 접수할 수 없고, 추가적인 증거 확보가 필요해요. 다시 돌아가서 좀 더 상의해 보시죠.”

‘상의하라니? 도대체 뭘 상의하라는 거야?’

참아왔던 감정이 그 순간 폭발했고, 나는 울화통이 터져 외쳤다.

“당신 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당신은 상의할 생각이 있었겠어요? 그게 무슨 뜻이야! 그 애는 내 딸이라고, 내 딸이란 말이야!”

경찰서를 나서는 순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은 우리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은 지아의 퇴원일이었지만, 나는 병원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따님이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대동맥이 손상되었지만, 다행히도 응급조치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 소리에 나는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갔고, 병상에 누운 지아는 마치 낡아버린 헝겊 인형 같았다.

“나는 이제 깨끗하지 않아. 나는 더 이상 온전한 사람이 아니야.”

“엄마, 내가 잘못한 걸까?”

“엄마 말을 들었어야 했나?”

지아는 마치 주문이라도 걸린 듯 그 말들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위로의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이때, 옆에 있던 간호사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지아가 그 골목에서 쓰러져 있던 사진이 보였다.

수많은 포럼과 웹사이트에 지아의 사진이 올라왔고, 온갖 더러운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심지어 우리 집 주소를 알아내려는 이상한 사람들까지 있었다. 이에 나는 휴대폰을 꽉 쥐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임숙희 씨, 이 선물 마음에 드세요? 제가 당신에게 경고했었죠. 가만히 있으라고요. 아니면 정말 지아를 죽이고 싶은 건가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줄게요. 그렇지 않으면, 지아의 죽음을 보게 될 수도 있으실 거예요.]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나는 무력하게 딸을 바라보았다. 끔찍한 비극이 또다시 반복되어야만 하는 걸까?

...

송재준이 실종된 지 72시간째 되던 날, 경찰이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나는 그들이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딸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그럴 법한 이유였다.

그때 나는 고깃국을 끓이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온 동네로 퍼지며, 멀리 있는 개들까지도 그 냄새에 이끌려 와 떨어진 뼛조각을 서로 물어뜯었다.

문을 열자, 경찰의 선두에 있던 남자가 빠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형사 1팀 팀장 곽시양이라고 해요. 임숙희 씨 되십니까?”

나는 그를 힐끗 바라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형사님이 나를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냄비에서 국을 몇 그릇 떠서 경찰과 구경꾼들에게 내밀었다.

“한 번 드셔보세요. 밤새워 끓였어요.”

이웃집 아주머니는 경찰을 한 번 보고 손에 든 국을 한 번 본 뒤, 결국 그 유혹적인 냄새에 못 이겨 국을 마시기 시작했다.

“송재준이 실종되었어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그가 나타난 곳을 조사해 보니, 바로 임숙희 씨 집 근처였거든요.”

“불법 장기 이식 혐의와 성폭행 혐의가 있는 송재준 말이죠.”

마지막 말을 덧붙이며 그는 말했다.

혐의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내 눈이 붉어졌다. 지금까지 곽시양은 유일하게 그렇게 말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국을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안 드실 거예요? 되게 향기로운데.”

“아 이 국에 무슨 향신료를 넣었나요? 비린내가 너무 심한데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입에서 작은 고기 조각을 뱉어냈다.

나는 낮게 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끓고 있는 국솥으로 돌렸다. 그리고 입가의 미소는 더욱 깊어졌다.

“처음 사용하는 재료라 익숙지 않네요. 다음엔 좀 더 오래 끓여보죠.”

이 말을 듣고 나서, 방금 국을 마신 사람들은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땅바닥에서 뼛조각을 물어뜯던 개들도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아깝네요. 이렇게 맛있는 국인데.”

나는 고개를 들어 곽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가축의 오장육부로 몸보신하는 거 보거나 들어보신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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