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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는 죽은 개처럼 바닥에 누워 지아를 바라보며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무대 아래에서는 이 공연의 절정을 기념하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송재준은 손을 들어 지아의 뺨을 세게 때렸고, 순식간에 그녀의 뺨이 부어올랐다.

“이 속에는 너는 포함되지 않아.”

지아는 순순히 무릎을 꿇고, 송재준의 발에 머리를 내맡겼다.

나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그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쇠사슬에 묶여 있는 탓에,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세차게 내팽개쳐졌다.

그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우리가 있는 곳은 땅이 아니라, 배 위였다. 아까 배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아직 기회가 있었다. 배에서만 뛰어내릴 수 있다면 말이다.

송재준은 지아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여.”

그는 재미있다는 듯, 흥미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지켜보았다. 지아는 칼을 손에 들고 점점 나에게 다가왔고, 칼날이 떨어지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방향을 돌렸다.

지아는 몸으로 나를 가로막으며, 뒤를 돌아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엄마, 어서 도망쳐.”

뜻밖의 상황에 송재준은 분노에 휩싸였고, 긴 칼을 들고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지아를 붙잡고 옆으로 몸을 날려, 간신히 그의 칼날을 피했다.

송재준은 다시 달려와 지아의 긴 드레스를 발로 밟고, 지아의 머리채를 왼손으로 잡아당겼다.

“도망쳐 봐, 도망쳐 보라고, 이 새끼들아!”

송재준의 모습은 완전히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송재준이 지아와 나의 사이 거리를 좁혀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가 송재준이 내 팔 길이 안에 들어온 순간, 비녀를 거꾸로 잡아 그의 눈을 찔렀다. 이윽고 송재준은 왼쪽 눈을 감싸 쥐고 나를 노려보았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사람들은 저마다 도망치거나 철수하기에 급급했고, 오직 우리 셋만이 무대 위에 남아 있었다.

“임숙희, 네가 감히!”

송재준은 손에 든 버튼을 눌렀고, 우리 위로 철창이 떨어지며 우리를 가둬버렸다.

‘이제는 도망칠 수 없는 걸까?’

나는 지아를 내 품에 감싸며, 지아의 눈을 가린 채, 운명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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