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한 달 가까이 되는 CCTV 영상이 매일 있었지만, 유독 지아가 사고를 당한 그날 밤의 영상만 사라졌다.

골목은 마치 물로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 것처럼, 아무런 끌린 자국이나 혈흔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나는 맥이 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영상은요? 그날 밤 영상은 어디 있냐고요!”

“아줌마, 그날 CCTV가 마침 고장 났어요. 보셨죠? 이제 문제없으니, 저는 일해야 하거든요.”

‘정말 이렇게 운이 나쁜 건가?’

지아의 힘없이 내려앉은 얼굴이 떠올라, 나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왜 점점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걸까.’

밤 11시, 억지로 웃으며 병실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아가 겁에 질린 새처럼 침대 머리맡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지아의 눈은 문 뒤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문 뒤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고, 마치 옷이 벽에 스치는 듯한 사각거리는 소리였다.

처음에는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에 생긴 환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분명하게 들려오는 남자의 한숨 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고요한 병실에서 그 소리는 유난히 또렷했다. 머리카락이 곤두섰고, 지아는 더욱 몸을 떨었다. 지아는 낯선 남자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몸이 굳어 뒤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희미한 조명에 문틈 사이로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키 크고, 다부진 체격이었다.

문 뒤에는 한 남자가 숨어 있었다. 언제든 우리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남자가.

...

한 손이 문틈에서 천천히 나와 내 목을 졸랐고, 손의 힘이 점점 세져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나의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고, 필사적으로 손발을 휘저어 밀어내려 했지만, 거리와 체격 차이는 너무 컸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나는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을 만질 수 있었고, 있는 힘껏 그것을 들어 남자의 손목을 내리쳤다. 그러자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목을 조이는 힘이 느슨해졌다.

그리고 문 뒤에 숨었던 남자가 웃음을 띠며 걸어 나왔다. 그는 오만한 얼굴로 내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서프라이즈! 놀라셨어요? 임숙희 씨.”

나는 몸속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 목소리, 너무나 익숙했다. 마치 내 살에 새겨진 듯한.

“송재준, 네놈이 감히 여기까지 오다니!”

나는 이를 악물고 송재준을 노려보며, 머리가 당기는 고통을 참으며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쳤다.

송재준의 얼굴은 금세 굳었고, 쿵! 소리를 내며 나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고는 다시 내 머리채를 잡아끌며, 쓰레기처럼 지아의 침대 옆으로 나를 던졌다.

바닥에 쓰러진 채로, 나는 송재준이 지아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고, 다리를 물어뜯어 피가 날 정도였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놈은 여전히 내 배를 짓누르고 있었다.

“지아야, 우리가 연인이 맞지?”

송재준은 지아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들고, 코밑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그는 급하지 않은 듯, 지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1분이 지날 때마다 그의 발은 더 강하게 나를 눌렀다. 내가 완전히 견디지 못하고 거의 기절할 때쯤 지아가 대답했다.

“맞아요!”

“아니야! 아니라고 말해! 이 나쁜 놈, 송재준, 너는 반드시 벌 받을 거야!”

나는 목청이 터지라 외쳤다.

송재준은 몸을 일으켜 구겨진 양복을 정리한 후, 가방에서 두툼한 돈다발을 꺼내 내 얼굴에 던졌다.

“임숙희 씨,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 이렇게 오래 살아놓고 아직도 모른단 말입니까?”

“돈이 부족하면 또 나를 찾아와요. 결국 지아가 나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해 줬잖아요! 하하하!”

“다음번의 것은 언제쯤 가져갈까요?”

절망감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송재준이 떠나고,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히자 지아가 말했다.

“엄마, 나 고소 안 할래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나는 지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서에서 경찰이 나에게 물었다.

“증거 있으십니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증언, 물증, 그날 입었던 옷이나 체내에 남은 흔적이 모두 없으십니까?”

유일한 증거였던 CCTV 영상은 없었다. 옷도 발견 당시에는 옷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체내의 흔적, 송재준의 그 교만한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없다고 하자 경찰은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딸이 누군가에게 발견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목격자의 증언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겁니다.”

...

사실 경찰서에 오기 전에, 나는 이 목격자를 이미 찾아갔다. 목격자는 농민 아저씨였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