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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늪에 피어난 복수
고통의 늪에 피어난 복수
Author: 진언

제1화

딸이 퇴원하던 날, 딸을 강간한 남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언론과 카메라 속에서, 송재준이라는 우리 딸의 인생을 망쳐버린 그 남자는 뻔뻔하게 웃으며 위선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공정한 판단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겠죠. 권지아 같은 돈 밝히는 여자는 다들 어떤지 아실 거예요.”

“그래도 돈이 모자란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하하...”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의 돈을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었다.

...

지아는 원래 약속했던 결혼을, 사건이 터진 다음 날 바로 파혼당했다. 그쪽에서 했던 말은 이랬다.

“이제 깨끗하지 않은데, 내가 아직도 너를 원할 것 같아?”

“대학생이면 제대로 공부나 할 것이지, 이런 천박한 짓이나 하고, 퉤, 부끄러운 줄도 모르네. 내 아들이 너 같은 애랑 결혼한다면 진짜 불행한 일이겠지.”

“처음부터 너 같은 애가 얌전할 리 없다고 생각했어. 처음 봤을 때부터 불여시 냄새가 났거든.”

역시, 남들의 험담은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되어 가슴속에 깊이 찔러졌다.

지아는 문제를 더 키우고 싶지 않아 했다. 그날 밤, 내 품에 안겨 울면서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망했다.

그리고 나는 지아의 텅 빈 눈동자를 바라보며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그래, 왜 하필 우리 집에 이런 일이 닥쳤을까.’

나는 밤새 지아를 달래며 겨우 잠들게 했다. 하지만 뜨거운 화제가 된 뉴스 하나는 나를 분노로 치밀게 했다.

송재준은 지아를 가만두지 않으려 했고, 그는 자신을 피해자라고 칭하며 대필을 시켜 글을 썼다. 거의 만 자에 달하는 장황한 글을 읽을 때마다 내 손끝은 점점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 글에서 지아는 돈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여자로 묘사되었고, 송재준은 마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신사처럼 미화되었다.

...

송재준이 실종되었다. 그가 여론을 조작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의문의 실종이었고, 마지막으로 찍힌 CCTV 영상은 우리 집 근처였다. 바로 지아가 온 힘을 다해 기어 나왔던 그 골목길에서 말이다.

몇 주 전 어느 날 밤, 나는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딸 지아가 누군가에 의해 골목에서 알몸으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고, 하반신이 심하게 손상돼 과다 출혈을 일으켰으며, 신장 하나가 없어졌다는 전화였다.

지아는 겨우 스무 살이었고, 이제 막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할 나이였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지아는 온몸에 튜브를 꽂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피부는 창백해지고, 마치 고장 난 장난감 같았다. 언제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소리 없이 흐느꼈다.

‘엄마가 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지아는 나흘 만에 눈을 떴으나, 눈동자에는 생기가 전혀 없었다. 깨어난 지 일곱 번째 되는 날, 지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송재준.”

“그 사람이 송재준이에요.”

송재준은 지아의 약혼자였던 엄성훈의 상사였다. 그는 지아보다 스무 살 많았고, 진성시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

성훈이 그들을 소개해 준 후, 송재준의 눈길은 지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지아가 어디를 가든, 송재준은 마치 우연을 가장한 듯 즉시 나타났다.

그리고 성훈은 남자친구로서 지아를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런 상황을 부추겼다.

나는 평생 처음으로 딸의 뺨을 때렸다. 성훈과 헤어지라고, 그 두 남자와는 멀어지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아는 그들과의 사랑이 진실된 것이라며, 우리가 축복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나더러 함부로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병상에 누운 딸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진정한 사랑이란 말인가? 분명히 사냥꾼이 쳐놓은 덫일 뿐인데.

...

입원한 지 2주째, 지아의 손가락에 감각이 돌아왔다. 지아가 한 첫 번째 행동은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었다. 경찰이 오기 전에, 지아는 내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그 골목길에 CCTV가 있어요.”

숨이 멎는 것 같았고, 나는 딸이 이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알았다. 나는 서둘러 지아를 안심시킨 뒤, 바로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하자, 경비원들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CCTV 영상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나는 가방에 남은 40만 원을 손에 쥐어주고 나서야, 비로소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또한, 경비원은 내가 하는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무슨 실수가 나올까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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