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는 김 씨의 메시지에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이미 몇 개월이나 그녀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던 그였던 터라 이대로 연락이 끊긴 줄로만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오늘 메시지가 도착했다.서유는 조금 긴장한 듯 심이준을 향해 말했다.“김 씨 기억나요? 그 사람이 나한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왔어요.”심이준은 그 메시지를 보더니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얘기했다.“만나요. 내가 대신 죽여줄 테니까!”서유는 지난번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 심이준에게 밀리던 그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또다시 심이준을 바라보았다.“언제가 좋을까요? 장소는요? 불러내오면 어떻게 잡을 건데요?”계획도 없이 어설프게 상대를 불러냈다가는 오히려 이쪽이 당할 수도 있었다.심지우는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자신이 직접 메시지를 적었다.[내일 밤 10시, 해운 호텔 2203로 오세요.]서유는 그 메시지를 보더니 순식간에 미간을 찌푸렸다.“왜 호텔로 불러요?!”“그 놈의 목적은 당신을 어떻게 해보려는 거잖아요. 그럼 호텔로 부르는 게 가장 효과적이죠.”서유는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김 씨와는 3번 정도 만났지만, 매번 그는 그녀와 잠자리를 갖고 싶어 했다. 게다가 한 달 전에는 그녀와 한번 자보려고 그녀의 팔에 칼까지 들이밀었다.서유는 그 생각에 또다시 분노로 몸이 떨렸고 주먹을 꽉 쥐었다.“이번에는 반드시 잡을 거예요!”심이준은 그녀와 달리 꽤 평온한 표정이었다.“어떻게 답장하나 한번 보죠.”이승하는 서유가 정말 답장을 보내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더 놀랐던 건 그녀가 호텔에서 만나자는 내용을 보내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제대로 본 것이 맞나 몇 번이나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서유가 왜 굳이 장소를 호텔로 정했지?의문을 품은 그였지만 그럼에도 손은 멋대로 [그러죠.]라고 답장을 보냈다.지금은 서유를 만날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심이준은 이승하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피식 웃었다.“봤죠? 호텔에서 만나자
이승하는 그녀의 질문에 입술을 달싹였다.이대로 진실을 얘기해버리고 싶었지만, 경찰들과 직원들이 가득 있는 이 상황에서 정체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심이준은 상대가 이승하인 것을 보고는 서유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대표님, 혹시나 해서 묻는 겁니다만 혹시 정체를 숨기고 여자를 겁간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신 건 아니죠?”그 말에 이승하의 싸늘한 눈빛이 그에게로 향했다.이에 심이준은 몸을 움찔 떨더니 자기도 모르게 손을 덜덜 떨었다.이승하는 그에게 머물렀던 시선을 천천히 서유에게로 돌렸다. 그녀의 올곧은 시선이 마주해오자 그는 심장이 답답해 나는 느낌이었다.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에게 모든 걸 밝히고 싶었지만 문득 전에 김 씨의 모습으로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 떠올라버렸다.만약 자신이 바로 김 씨라는 걸 그녀가 알아버린다면 아마 더욱더 원망하고 분노할 것이다.그녀의 눈에 김 씨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일 뿐일 테니까...이승하는 그 자리에서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반문했다.“김 씨라니?”서유는 그 말에 놀라운 기색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방금 이승하가 2203방 문 앞에 멈춰 섰을 때는 정말 그가 김 씨가 아닌가 의심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 달 전 이승하는 줄곧 NASA에 있었기에 그녀를 해친 김 씨일 수가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 의문인 게 이승하는 왜 갑자기 이 호텔에 나타나 그것도 2203방 문을 두드린 걸까?그녀의 의문이 점점 더 커질 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택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마에 땀이 가득 맺힌 것 치고는 담담한 얼굴로 이승하에게 다가왔다.“대표님, 제가 예약한 방은 그쪽이 아니라 이쪽입니다.”택이는 방 키를 꺼내 들며 반대편 방을 가리켰다.강세은의 당부로 이승하에게 사람을 붙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지금쯤 조직의 비밀이 새어나갈 뻔했다.택이의 목소리에 이승하는 서유에게 향했던 시선을 애써 돌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위 사람들을 한번 훑었다.그를 에워싼 경찰과 직원들은 그
한편, 맞은편 방안으로 이승하를 데리고 들어간 택이는 가장 먼저 방안 곳곳을 한번 훑어보았다.다행히 투숙객은 현재 자리를 비웠고 이에 택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이승하를 바라보며 방 키를 내보이더니 씩 하고 웃었다.“대표님, 저 때문에 위기를 넘기셨네요.”이승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피식 웃다가 뭔가 떠오른 듯 다시 표정을 굳히고 물었다.“나한테 사람을 붙였어?”그의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더니 택이의 어깨가 무겁게 짓눌렸다.택이는 몸이 굳어버리고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강세은 씨가 대표님께서 정체를 드러내실까 봐 저한테 꼭 따라다니라고...”이승하의 입꼬리가 무섭게 위로 올라더니 싸늘한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지금 누구와 일하는지 까먹지 마.”그 말에 택이는 뜨끔하며 이내 예의를 갖춰 얘기했다.“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목숨은 대표님께서 주신 거라 저는 당연히 대표님 말만 들어야죠. 다만 정체가 드러나게 되면 가장 먼저 대표님께서 위험해지실 것 같아 이번만큼은 강세은 씨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믿어주세요. 저는 오로지 대표님께만 충성합니다!”이승하는 택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더 질책하지 않고 그의 어깨에 올린 손을 거두어들였다.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서유가 왜 경찰을 대동해 그를 잡으려고 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바로 그때 그의 개인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서유가 보내온 메시지를 보고 잠깐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을 고민한 뒤 답장을 보냈다.[오늘 저녁은 안 될 것 같네요. 내일 아침 8시, 나이트 레일에서 다시 만나는 거로 하죠.]그러고는 택이에게 지시를 내렸다.“심이준이 김 씨와 서유 사이의 일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한번 알아봐.”그가 김 씨 신분으로 서유와 만난 건 단 2번으로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오직 둘만 알고 있을 뿐 제삼자가 알 리가 없었다.줄곧 옆에 있던 택이와 소수빈조차 그가 김 씨 신분으로 서유를 만나러 간 줄 몰랐으니까.게다가 그 2번 모두 3년 전 일로
서유의 시선이 다시 한번 맞은편 방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승하는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났다.게다가 지독한 결벽증인 그가 집을 놔두고 굳이 호텔에 투숙한다는 것 또한 이상했다.그때 심이준이 그녀의 휴대폰을 힐끗 바라보고 큰소리로 외쳤다.“뭐야, 오늘 안 온대요?!”다시 비상계단으로 가 진을 칠 예정이던 경찰들은 그 소리에 우뚝 멈춰 섰다.“그게 무슨 말입니까?”서유는 정신이 번쩍 들어 다급하게 설명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 남자가 우리의 움직임을 알아챈 것 같아요. 방금 시간과 장소를 바꾸자고 연락이 왔네요.”그녀는 연신 사과하며 허리를 숙였다.“정말 죄송합니다. 시간만 뺏었네요.”경찰들은 허탕에 조금 허무했지만, 신고자를 탓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서유와 심이준은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호텔 앞까지 배웅해준 뒤 두 사람도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올라탔다.심이준은 시동을 걸면서 서유에게 물었다.“그 김 씨라는 남자 생각보다 더 교활한 놈인 것 같은데 내일 그 장소로 갈 거예요?”경찰들까지 대동해도 잡지 못한 상대에 서유도 자신감이 떨어졌다.“나이트 레일은 그 인간 영역이라 아마 가게 되면 이번에는 정말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요.”심이준은 차를 몰며 힐끗 조수석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오늘은 경찰들을 허탕 치게 했으니 내일 또다시 부르는 것도 좀 그렇겠네요. 하지만 서유 씨가 정말 잡고 싶은 거면 내일 내가 깡패 몇 명 불러서 같이 가줄게요.”서유는 그의 마음에 감동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심이준은 핸들을 꽉 잡은 오른손을 풀고 그녀를 향해 검지를 흔들었다.“오해하지 말아요. 난 그냥 범인을 내 손으로 잡는 것에 흥미가 생겼을 뿐이니까.”“...”‘그럼 그렇지. 감동은 무슨.’한편, 이승하는 복도에서 진을 치던 사람들이 다 떠났다는 보고를 받은 뒤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유를 찾아가려고 할 때 택이가
폐공장 입구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택이가 그에게 가면을 건넸다.“대표님, 저 안에 있는 사칭범은 김 씨라는 존재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지시로 김 씨 모습을 하고 서유 씨를 다치게 한 것 같아요.”상대가 김 씨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S 조직에 관한 것도 아직 모를 것이고 그러면 이승하는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이승하는 가면을 쓰고 택이가 목 근처에 청룡 문신을 다 붙여주길 기다린 다음 검은색 장갑을 꼈다. 장갑을 끼는 건 오른손에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인들을 처단하는 것에 큰 지장은 없었다.이승하는 김 씨로 변장한 다음 어느새 뒤로 다가온 한 무리의 가면을 쓴 사람들과 폐공장 안으로 들어갔다.기둥에 묶여있던 남자가 인기척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한 무리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그중 제일 중심에 있는 남자는 190은 넘어 보였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고 있어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위압감이 들었다.쭉 뻗은 기럭지에 머리카락 한 올도 용납하지 않고 전부 위로 올린 남자는 무척이나 차가운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건 오로지 살기밖에 없었다.기둥에 묶여 있던 남자는 금색 가면을 보는 순간 그가 누군지 알아보고 몸을 덜덜 떨었다.그의 옷은 이미 전부 벗겨진 상태로 입안에는 천까지 있어 빌고 싶어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이승하는 이쪽으로 다가와 마치 죽은 사람 보듯 남자를 바라보았다. 얼굴 생김새는 완전히 달랐지만 체격은 확실히 비슷해 언뜻 보면 김 씨 같기도 했다.하지만 이 세상에서 김 씨는 오직 한 사람뿐이다.이승하는 뒤를 향해 손짓하며 남자의 입에 있는 천을 꺼내주라고 지시했다.“살려주세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돈을 받고 지시에 따랐을 뿐입니다.”남자는 입이 자유로워지자마자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외쳤다.“돈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그쪽에서 저한테 옷과 가면 그리고 칼을 보내줬습니다. 그리고 선금을 보내주고 일을 잘
뺨을 한 대 맞은 남자는 고통을 꾹 참고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그러고는 눈치를 보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얘기했다.“저는 그냥... 그 여자 옷을 찢고 두 손과 두 발을 잡은 뒤에... 몸 위에도 올라탔어요... 하지만 절대 손은 대지 않았어요. 어디 만지거나 이런 적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사실 전 노모와 아이들까지 있고...”진부한 대사에 택이가 또다시 뺨을 내리쳤다.“시끄러우니까 목소리 낮춰.”택이는 이토록 시끄러운 범죄자는 또 처음이었다. 이승하가 곁에 없었다면 진작에 입을 틀어막아 숨소리도 내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이승하는 수중의 칼을 천천히 아래로 이동했다.“그 여자 어디를 찔렀지?”남자는 무서움에 벌벌 떨며 빠르게 실토했다.“팔이요. 그런데 그냥 칼로 살짝 스쳤을 뿐이에요.”그가 받은 지시는 여자를 겁간하는 것이지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큰 상처는 내지 않았다.남자는 겁간에 성공도 못 했고 돈도 받았으며 지금은 복수까지 당하고 있다. 이렇게 무서운 사람들이 찾아올 줄 알았다면 그딴 돈 안 받아도 되니 진작에 무시했을 것이다.이승하는 원하는 대답을 얻은 뒤 칼을 서서히 남자의 몸에서 치웠다.남자가 이대로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이승하가 칼을 고쳐 잡더니 남자의 어깨를 향해 힘껏 찔렀다.그 칼은 무척이나 작았지만 그 어떤 칼보다 더 날카로웠고 마치 도축할 때 쓰는 칼처럼 살을 한 번에 파고들었다.남자는 칼이 살을 뚫고 뼈에까지 닿자 아파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방금 가면을 쓴 남자들의 고문이 10에서 8 정도였다면 이 일격은 거의 10을 채울 정도였다.이승하는 이대로 남자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그는 남자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방금 그 칼로 한 번 또 한 번 연속으로 내리 찔렀다.그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다른 쪽 팔도 찔렀다. 어느 한번은 칼이 반대편 살을 뚫고 나올 정도였다.“아악!!”남자는 비명을 몇 번 지르더니 이내 눈이 뒤집히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택
택이는 2시간도 채 안 돼 자료를 한가득 안아 들고 나이트 레일 제일 위층 로열 스위트룸으로 들어왔다.이승하는 창문 앞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꼰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택이는 그의 앞 탁자에 자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그 남자에게 지시한 사람은 연씨 집안 아가씨 연지유 씨입니다.”이승하는 핏줄이 가득한 눈을 뜨더니 자료를 힐끗 보고는 다시 택이를 바라보았다.“3년 전, 대표님 분부대로 달마다 사람을 보내 곤란하게 만들었더니 그 일로 앙심을 품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 씨 신분으로 서유 씨에게 복수한 것 같고요.”이승하는 눈썹을 찌푸렸다.“내 정체는 어떻게 알고?”“대표님께서 김 씨라는 건 모르는 것 같습니다.”이승하가 계속 얘기해보라며 눈짓했다.“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2년 전 서유 씨 기일 날 대표님께서 술에 취해 저희를 데리고 연지유 씨에게 복수하러 가셨잖습니까. 그때 가면 쓴 대표님을 보고 저희 보스라는 걸 단번에 파악한 것 같습니다. 그 뒤로 김 씨 특징에 맞춰 체격이 비슷한 사람을 데려와 서유 씨를 해친 것 같고요. 목적은 아마 두 가지일 겁니다. 하나는 김 씨를 사칭해 서유 씨를 해치게 하면 대표님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고 둘째는 사실을 알게 된 대표님께서 김 씨를 찾아 죽이려고 할 테니 연지유 씨는 손대지 않고 코 푼 격이겠죠. 계획은 언뜻 완벽해 보이지만 유일한 실책이 바로 김 씨가 대표님인 걸 몰랐다는 거죠.”택이의 말이 끝나자 나른하게 앉아 있던 이승하의 얼굴에 살기가 피어올랐다.연지유를 여태껏 살려둔 건 죽은 형님이 좋아했던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고작 그딴 여자의 편의를 봐주려고 하마터면 사랑하는 여자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줄 뻔했다!“지금 당장 연지유 찾아서 가둬놔.”8시까지 이제 고작 1시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승하는 일단 연지유를 가둬놓고 서유에게 모든 걸 다 해명한 뒤에 다시 처리할 예정이다.“네, 알겠습니다.”그 시각, 심이준은 서유와 함께 깡패들을 데리고 나이트 레일에 도
굳게 닫힌 문 너머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문 가까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멈춰 섰다.서유는 상대방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노크하려고 손을 올리던 찰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재빠르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문밖에 있던 심이준은 그저 누군가의 손이 갑자기 서유를 홱 끌고 들어간 것밖에 보지 못했다. 그가 데리고 온 깡패들은 제 값어치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이대로 적진으로 보내버리고 말았다.심이준의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키며 위로 올라갔다.그때 어디선가 경호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중 제일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큰소리로 외쳤다.“이놈들을 영업 방해도 싹 다 경찰서로 끌고 가!”깡패들은 경찰서라는 말에 어수선해지더니 무기를 버리고 헐레벌떡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버린 무기들은 하나둘 심이준 발 쪽에 떨어졌다. 심이준은 도망갈 겨를도 없이 발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식은땀을 흘렸다.숨을 제대로 고르기도 전에 경호원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형씨, 우리랑 같이 가줘야겠는데?”심이준은 네 명의 경호원 손에 몸이 들려진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한편, 방안으로 끌려 들어간 서유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익숙한 향기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은은한 불빛과 활짝 열린 창문으로 쏟아진 햇빛 덕에 잘생긴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이승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서유는 이승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눈동자에 어렸던 두려움이 사라지고 대신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승하 씨, 왜 당신이...”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승하의 뒤로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렸다.서유가 뒤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는 금색 가면이 씌워져 있었고 목에는 청룡 문신이 있었다.그녀는 김 씨로 추정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