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의 손가락이 조금씩 조여왔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선생님, 그건 저랑 상관없는 두 분 일이세요.”성이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서유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성이나는 말을 마치고 우아하게 몸을 돌려 주서희를 바라보았다.“주 원장님, 수술실에서 봬요.”그녀는 이 말을 남기고는 걸음을 옮겨 서둘러 병실을 떠났다.성이나가 떠난 후, 정가혜가 이를 갈며 말했다.“네 수술 집도의만 아니었어도 나 진작 욕하고도 남았어!”주서희도 조금 화났지만 별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 계속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벌써 한 달째 항공기지에 머물면서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하고 있는데, 그래도 한 번쯤 나와서 휴대폰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전원이 꺼진 상태였고, 주서희는 약간 맥이 빠져 휴대폰을 놓고 서유를 바라보았다.“서유 씨,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요 두 달 동안, 주서희도 정가혜처럼 서유의 곁을 지켜주면서 그녀들과 더 가까워졌고 예전처럼 인사치레도 하지 않았다.서유는 조였던 손가락의 힘을 풀고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나보다 두 사람이 더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은데?”서유가 신경을 쓰든 안 쓰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삶 동안 이승하는 그녀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일 것이다.주서희와 정가혜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서유의 성격을 알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주서희는 수술 전 준비 사항을 알려준 후 일하러 나갔고, 정가혜는 계속 병실에 남아 서유를 돌봤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피부 이식 수술 당일이 되었다.비록 성이나는 서유를 라이벌로 여겼지만, 의사로서의 덕목은 아주 훌륭했기에 수술 중에 허튼짓을 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수술 후 외국에서 가져온 값비싼 약을 주기도 했다.서유는 두 달 동안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수많은 극심한 고통 끝에 서서히 회복되었다.퇴원하는 날, 서유는 욕실 거울 앞에 서서 몸을 기울여 자신의 등
서유는 지하 주차장의 어두운 빛을 빌려 남자의 목덜미에 청룡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그가 김 씨임을 더욱 확신했다.‘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찾아 왔지? 근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 거야?’그녀의 기억에 김 씨는 두 번 나타났었는데 매번 혼자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은 마치 그녀에게 복수하러 온 것 같았다...서유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발걸음을 약간 옮겼고, 차 문 앞으로 돌아가 문을 당겨 재빨리 앉으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움직이자 두 명의 가면 남이 재빨리 앞뒤로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서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주먹을 꽉 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무리의 가면 남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어 도저히 뚫고 나갈 수가 없었다.서유는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김 씨를 바라보았다. 직감적으로 김 씨는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오늘 눈앞의 김 씨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이상한지 말할 수 없었다.김 씨는 서유가 도망갈 곳이 없자 칼을 갖고 놀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아무 말 없이 손에 든 칼로 서유의 턱을 치켜들고 몇 초 동안 훑어보다가 옆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곧 누군가가 약물을 적신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입과 코를 막으려 했다.서유는 그 손이 뻗쳐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고개를 돌려 아주 빠른 속도로 입을 벌려 그 팔을 물어버렸다.마치 짐승이 사냥감을 만난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남자가 피를 철철 흘리며 살점이 까질 정도로 사납게 물어 뜯었다.“악, 아파!”남자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서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떼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를 물어 죽이려는 듯 끝까지 놓지 않았다.김 씨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 손에 든 칼을 들고 그녀의 팔을 찔렀다.날카로운 칼이 피부에 박혔을 때, 서유는 아파서 무의식적으로 입을 놓았다.서유가 입을 떼자 팔이 물린 남자는 즉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그녀를 끌어당겼다.남자는 심한 고통
김 씨가 그녀의 옷을 벗기려 할 때. 주차장에서 스포츠카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그 스포츠카는 주차하러 온 것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차 방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밖에 있던 가면 남들은 갑자기 스포츠카 한 대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잇달아 앞으로 나서서 그 스포츠카를 멈추려 했다.하지만 그 스포츠카는 멈출 마음이 전혀 없었다. 닥치는 대로 한 명씩 쓰러 눕히기 시작했다.김 씨는 상황을 보고 바로 서유를 놓아주고는 차에서 내려 다른 가면 남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하지만 스포츠카에 탄 사람은 김 씨에게 도망갈 틈을 주지 않았고 곧장 죽일 듯이 그를 향해 달려갔다.당황한 김 씨는 헐레벌떡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갔다.스포츠카는 그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더 쫓아가지 않았다.오히려 재빨리 후진하여 차에서 막 기어 나온 서유 앞에 멈춰 차창을 내리고는 말했다.“타요!”서유는 그를 보고 재빨리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탔다.“여긴 어떻게 왔어요?”심이준은 재빨리 출구 방향을 향해 운전하면서 대답했다.“서유 씨가 오늘 퇴원하는 걸 깜빡하고 수업하려고 왔죠.”서유는 그 말을 듣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격스러운 얼굴로 심이준을 보며 말했다.“오늘은 덕분에 감사했어요.”심이준은 언짢은 듯 계속 백미러를 쳐다보다가 결국 지하 주차장에서 나오는 순간 시선을 거두었다.차를 몰고 나온 그는 재빨리 핸들을 돌려 유턴하더니 다시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서유는 멍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안에 가면 남들이 너무 많으니 지금 돌아가는 건 현명하지 못했다.그러나 심이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들어 방금 부딪치지 않고 계속 그들을 쫓아오려던 가면 남을 향해 돌진했다.그를 부딪쳐 땅바닥에 눕힌 뒤 심이준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열 명. 이제야 완벽하네.”서유는 할 말을 잃었다.‘복수하려고 돌아온 게 아니라 강박증 때문이었어? 한 명을 놓친 게 아쉬워 돌아온 거네.’마음이 편안해
심이준은 그 말을 듣고 딱딱한 웃음을 지었다.“그런 칭찬을 듣게 되다니 대단히 영광이네요.”서유는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휴대폰 좀 빌려줘요.”휴대폰을 가지러 병원에 돌아간 정가혜는 진작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계속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서유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되었다.심이준은 휴대폰을 서유에게 던졌다.“비밀번호는 공 네 개.”서유는 그에게 왜 이렇게 간단한 비밀번호를 설정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갑자기 그의 강박증이 생각나서 말을 삼켰다.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열어 정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가혜야, 나야.”정가혜는 서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연석을 쳐다보던 시선을 거두고 물었다.“서유야, 왜 심이준 씨 휴대폰으로 전화한 거야?”서유는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한 후 말했다.“가혜야, 너 아직 병원에 있으면 거기서 기다려. 나 CCTV 영상 찾으러 갈 거야.”전에 김 씨는 모두 감시되지 않는 상황에서만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일부러 불을 꺼서 그의 용모 차림이 잘 보이지 않게 했다.하지만 오늘은 대낮에 갑자기 지하 주차장에서 모습을 드러내다니!비록 가면을 썼지만 그의 실루엣만 있다면 경찰은 그의 신상을 파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서유는 전에 김 씨가 자신을 추모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진짜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게다가 다른 일에 치여 3년 전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그런데 3년 후인 지금 김 씨가 그렇게 많은 남자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그녀를 추행하고 또 다치게 할 줄이야!서유는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반드시 그가 누구인지 알아내서 3년 전의 빚과 오늘의 치욕을 배로 갚을 것이다!전화를 끊은 서유는 주먹을 불끈 쥐며 심이준에게 말했다.“병원으로 돌아가요.”그들은 절대 서유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할 것이니 지금 병원이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심이준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서유 아가씨
김 씨는 늘 어두운 곳에 있으니 서유가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그 신상을 알아내야 했다.그를 감옥에 십몇 년 정도 가둬야만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기사 역할을 하던 심이준은 두 사람이 또 응급실로 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따라갔다.상처는 그리 크지 않았고 간단히 치료한 후, 세 사람은 재빨리 병원을 떠났다.심이준은 두 사람을 집에 데려다주고 간 김에 들어가 저녁까지 얻어먹었다.정가혜와 서유가 어떻게 김 씨를 끌어낼 방법을 의논하고 있을 때, 정신없이 먹던 심이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뱀을 굴에서 나오게 유인해야죠.”정가혜는 3년 전에도 그 방법을 사용했으니 안 된다고 말하려는데 서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살아 있는 걸 알았으니 분명 다시 절 찾아올 거예요. 언제까지 피동적으로 방어만 할 수 없어요. 주동적으로 먼저 끌어내야죠.”그 생각에 서유는 젓가락을 놓고 휴대폰을 꺼내 주소록을 열었다. 김 씨를 차단 명단에서 끌어낸 다음 다시 카톡으로 로그인해서 친구 신청을 찾아 수락 버튼을 눌렀다.그녀는 김 씨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잠시 생각한 후 카톡을 보냈다.[제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았으니 우리 차라리 만나서 확실하게 얘기하죠.]서유는 단도직입적으로 만나자는 뜻을 전했다.김 씨의 똑똑한 머리로 당연히 이는 서유가 자신을 잡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 만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승낙할 것이다.서유는 약속을 잡고 즉시 경찰에 신고할 계획이었다. ‘만나는 그날 경찰을 대동하고 가면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거야!’그러나 정가혜는 조금 걱정되었다.“저번처럼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때 나왔으면 진작 잡는 건데!”서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렸다.“안 나타난다면 다른 방법을 더 생각해야지. 일단 기다려보자.”정가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접시를 거의 다 비우는 심이준을 보았다.“심대칭 씨, 우리 서유 먹을 것 좀 남겨 주실래요?”심이준은 못들은 듯 접시의
언니가 설계한 건축물은 아이디어가 기발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화려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 그림들은 마치 또 다른 시공간에서 온 것처럼 아주 진취적이고 과학적인 느낌이 있었다.‘어쩐지 심이준이 언니가 설계한 건물은 나라와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고 하더라니.’서유가 언니와 같은 성과를 거두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서유는 펜, 자와 종이를 챙겨 책상 앞에 앉아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랫동안 펜을 잡지 않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내공으로 몇 획만 그리다 보니 어느새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모든 집중력을 그림에 쏟기 시작했다. 어느새 종이에는 독특한 모양의 집이 나타났다.서유는 펜을 내려놓고 그림을 한 번 보더니 약간 믿기지 않았다.분명 설계도는 그려본 적이 없는데, 언니의 그림을 보고 나서 머릿속에 독특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펜을 잡으니 그려낼 수 있었다.설마 그녀도 언니처럼 건축 디자인에 소질이 있는 걸까?서유는 믿기지 않아 이 스케치를 내려놓고 또 다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그림을 그리던 중 갑자기 건축 도면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릴수록 흥분 되었다.다음날까지 그림을 그린 서유는 심이준이 방문하자 비로소 펜을 내려놓았다. 기지개를 켠 후 스케치 몇 점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심이준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정가혜와 입씨름을 버리고 있었다.“정고졸 씨, 손님이 집에 왔는데 차 한 잔도 안 내줘요?”정가혜는 두 손으로 가슴을 두르고 벽에 기대어 차가운 눈으로 그를 흘겨보았다.“심대칭 씨가 제가 내린 차를 마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서유가 걸어가 두 사람의 유치한 말장난을 끊고 손에 든 스케치를 심이준에게 건넸다.“선생님, 제가 그린 그림이 어떤지 좀 봐주실래요?”서유는 기분이 좋을 때 선생님이라 부르고, 기분이 나쁠 때는 이름을 불렀다. 이에 심이준은 이미 익숙해졌다.그는 서유처럼 이론 지식도 통과하지 못한 바보가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유는 심이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굳었다.언니가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가 NASA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현장 답사를 하러 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다만 주서희가 일전에 이승하는 NASA에 있다고 했는데, 만약 마주치기라도 한다면...정가혜는 서유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곧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다.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했다.“서유야, 걱정하지 마. NASA가 얼마나 큰데 설마 마주치겠어?”그렇다, 이승하는 우주 비행, 서유는 건축, 하늘과 땅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직종을 담당하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같은 곳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겠는가? 서유는 생각이 많아졌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하고 물었다.“가혜야, 너도 같이 갈래?”정가혜도 바깥의 세상을 만나고 싶었지만 손을 내흔들었다.“난 됐어. 가게 일이 바빠서 못 가.”정가혜는 말을 마치고 또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서유야, 심이준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못 되니 외국에서 혼자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해. 알겠어?”서유는 그녀의 팔짱을 끼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겠어. 가혜 언니.”정가혜가 웃으며 그녀의 단발머리를 쓰다듬더니 서둘러 침을 챙기라고 하자 서유는 그제야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옷을 골라 캐리어에 넣은 후 병원에서 가져온 가방을 열었다.가방에서 여권을 꺼내려 할 때, 이혼 서류를 보았다.서유는 안색이 변하더니 하얗고 가는 손을 내밀어 이혼 서류를 꺼냈다.천천히 펴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서랍에 넣었다.이번 생에 송사월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아 이미 다 갚지 못할 정도였다.하지만 송사월은 그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녀를 떠났고 영원히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어린 시절처럼 온 마음을 다해 송사월을 사랑할 수 없으므로 서유는 이 양심의 가책을 영원히 마음속에 남겨두고 다시는 그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송사월에 대한 가장 좋은 보답이었다.서유는 서랍을 잠갔다. 마치 밀폐된 공간에 과거를 잠그듯 쉽게 열지 않기로 했다.
비행기가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 서유는 피곤해서 온몸이 쑤셨다.심이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줄곧 대칭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무려 10여 시간을 버텼다.비행기에서 내린 후, 그녀를 데리고 곧장 호텔로 갔다.그는 워싱턴에 자주 출장 왔는지 따로 가이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익숙해 보였다.그런 모습에 서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외국 땅인지라 여전히 조금 두려웠다.심이준은 체크인을 마친 뒤 방키를 서유에게 건넸다.“오늘은 푹 쉬고 내일 NASA로 가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키를 받은 뒤 물었다.“현장 답사를 하려면 NASA 내부에도 들어가야 하나요?”심이준은 그녀를 방 쪽으로 안내하면서 대답했다.“그건 나도 잘 몰라요. 내일 가봐야 알죠.”서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이승하를 만날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또 마주치면 어떻고,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근심이 점차 누그러졌다.서유는 캐리어를 끌고 호텔 방으로 들어갔고, 방문을 닫고 창가로 향했다.그들은 워싱턴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의 펜트하우스 룸 두 개를 예약했다. 이곳에 서서 번화한 도시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웅장하고 멋진 고층 건물들은 찬란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오색찬란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멀리 바라보니 교차하는 도로에서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행인들도 끊이지 않았다.서유는 이런 경치를 보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기지개를 켠 후 몸을 돌려 욕실로 가서 있었다.온몸의 피로를 씻은 그녀는 언니의 그림책을 꺼내 그녀의 스타일을 잠시 연구한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다음날, 8시도 안 되어 심이준이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며 빨리 일어나 NASA에 가야 한다고 재촉했다.서유는 부랴부랴 일어나 정리를 하고 빨간 원피스를 골라 입고 세련되고 단아한 화장을 한 후에야 문을 열었다.마침 맞은편 방에서 나오던 심이준은 꾸민 서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왜 언니 흉내를 내요?”“언니 신분으로 온 거잖아요. 들키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