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늘 어두운 곳에 있으니 서유가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그 신상을 알아내야 했다.그를 감옥에 십몇 년 정도 가둬야만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기사 역할을 하던 심이준은 두 사람이 또 응급실로 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따라갔다.상처는 그리 크지 않았고 간단히 치료한 후, 세 사람은 재빨리 병원을 떠났다.심이준은 두 사람을 집에 데려다주고 간 김에 들어가 저녁까지 얻어먹었다.정가혜와 서유가 어떻게 김 씨를 끌어낼 방법을 의논하고 있을 때, 정신없이 먹던 심이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뱀을 굴에서 나오게 유인해야죠.”정가혜는 3년 전에도 그 방법을 사용했으니 안 된다고 말하려는데 서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살아 있는 걸 알았으니 분명 다시 절 찾아올 거예요. 언제까지 피동적으로 방어만 할 수 없어요. 주동적으로 먼저 끌어내야죠.”그 생각에 서유는 젓가락을 놓고 휴대폰을 꺼내 주소록을 열었다. 김 씨를 차단 명단에서 끌어낸 다음 다시 카톡으로 로그인해서 친구 신청을 찾아 수락 버튼을 눌렀다.그녀는 김 씨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잠시 생각한 후 카톡을 보냈다.[제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았으니 우리 차라리 만나서 확실하게 얘기하죠.]서유는 단도직입적으로 만나자는 뜻을 전했다.김 씨의 똑똑한 머리로 당연히 이는 서유가 자신을 잡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 만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승낙할 것이다.서유는 약속을 잡고 즉시 경찰에 신고할 계획이었다. ‘만나는 그날 경찰을 대동하고 가면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거야!’그러나 정가혜는 조금 걱정되었다.“저번처럼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때 나왔으면 진작 잡는 건데!”서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렸다.“안 나타난다면 다른 방법을 더 생각해야지. 일단 기다려보자.”정가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접시를 거의 다 비우는 심이준을 보았다.“심대칭 씨, 우리 서유 먹을 것 좀 남겨 주실래요?”심이준은 못들은 듯 접시의
언니가 설계한 건축물은 아이디어가 기발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화려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 그림들은 마치 또 다른 시공간에서 온 것처럼 아주 진취적이고 과학적인 느낌이 있었다.‘어쩐지 심이준이 언니가 설계한 건물은 나라와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고 하더라니.’서유가 언니와 같은 성과를 거두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서유는 펜, 자와 종이를 챙겨 책상 앞에 앉아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랫동안 펜을 잡지 않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내공으로 몇 획만 그리다 보니 어느새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모든 집중력을 그림에 쏟기 시작했다. 어느새 종이에는 독특한 모양의 집이 나타났다.서유는 펜을 내려놓고 그림을 한 번 보더니 약간 믿기지 않았다.분명 설계도는 그려본 적이 없는데, 언니의 그림을 보고 나서 머릿속에 독특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펜을 잡으니 그려낼 수 있었다.설마 그녀도 언니처럼 건축 디자인에 소질이 있는 걸까?서유는 믿기지 않아 이 스케치를 내려놓고 또 다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그림을 그리던 중 갑자기 건축 도면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릴수록 흥분 되었다.다음날까지 그림을 그린 서유는 심이준이 방문하자 비로소 펜을 내려놓았다. 기지개를 켠 후 스케치 몇 점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심이준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정가혜와 입씨름을 버리고 있었다.“정고졸 씨, 손님이 집에 왔는데 차 한 잔도 안 내줘요?”정가혜는 두 손으로 가슴을 두르고 벽에 기대어 차가운 눈으로 그를 흘겨보았다.“심대칭 씨가 제가 내린 차를 마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서유가 걸어가 두 사람의 유치한 말장난을 끊고 손에 든 스케치를 심이준에게 건넸다.“선생님, 제가 그린 그림이 어떤지 좀 봐주실래요?”서유는 기분이 좋을 때 선생님이라 부르고, 기분이 나쁠 때는 이름을 불렀다. 이에 심이준은 이미 익숙해졌다.그는 서유처럼 이론 지식도 통과하지 못한 바보가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유는 심이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굳었다.언니가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가 NASA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현장 답사를 하러 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다만 주서희가 일전에 이승하는 NASA에 있다고 했는데, 만약 마주치기라도 한다면...정가혜는 서유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곧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다.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했다.“서유야, 걱정하지 마. NASA가 얼마나 큰데 설마 마주치겠어?”그렇다, 이승하는 우주 비행, 서유는 건축, 하늘과 땅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직종을 담당하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같은 곳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겠는가? 서유는 생각이 많아졌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하고 물었다.“가혜야, 너도 같이 갈래?”정가혜도 바깥의 세상을 만나고 싶었지만 손을 내흔들었다.“난 됐어. 가게 일이 바빠서 못 가.”정가혜는 말을 마치고 또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서유야, 심이준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못 되니 외국에서 혼자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해. 알겠어?”서유는 그녀의 팔짱을 끼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겠어. 가혜 언니.”정가혜가 웃으며 그녀의 단발머리를 쓰다듬더니 서둘러 침을 챙기라고 하자 서유는 그제야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옷을 골라 캐리어에 넣은 후 병원에서 가져온 가방을 열었다.가방에서 여권을 꺼내려 할 때, 이혼 서류를 보았다.서유는 안색이 변하더니 하얗고 가는 손을 내밀어 이혼 서류를 꺼냈다.천천히 펴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서랍에 넣었다.이번 생에 송사월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아 이미 다 갚지 못할 정도였다.하지만 송사월은 그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녀를 떠났고 영원히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어린 시절처럼 온 마음을 다해 송사월을 사랑할 수 없으므로 서유는 이 양심의 가책을 영원히 마음속에 남겨두고 다시는 그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송사월에 대한 가장 좋은 보답이었다.서유는 서랍을 잠갔다. 마치 밀폐된 공간에 과거를 잠그듯 쉽게 열지 않기로 했다.
비행기가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 서유는 피곤해서 온몸이 쑤셨다.심이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줄곧 대칭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무려 10여 시간을 버텼다.비행기에서 내린 후, 그녀를 데리고 곧장 호텔로 갔다.그는 워싱턴에 자주 출장 왔는지 따로 가이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익숙해 보였다.그런 모습에 서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외국 땅인지라 여전히 조금 두려웠다.심이준은 체크인을 마친 뒤 방키를 서유에게 건넸다.“오늘은 푹 쉬고 내일 NASA로 가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키를 받은 뒤 물었다.“현장 답사를 하려면 NASA 내부에도 들어가야 하나요?”심이준은 그녀를 방 쪽으로 안내하면서 대답했다.“그건 나도 잘 몰라요. 내일 가봐야 알죠.”서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이승하를 만날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또 마주치면 어떻고,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근심이 점차 누그러졌다.서유는 캐리어를 끌고 호텔 방으로 들어갔고, 방문을 닫고 창가로 향했다.그들은 워싱턴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의 펜트하우스 룸 두 개를 예약했다. 이곳에 서서 번화한 도시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웅장하고 멋진 고층 건물들은 찬란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오색찬란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멀리 바라보니 교차하는 도로에서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행인들도 끊이지 않았다.서유는 이런 경치를 보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기지개를 켠 후 몸을 돌려 욕실로 가서 있었다.온몸의 피로를 씻은 그녀는 언니의 그림책을 꺼내 그녀의 스타일을 잠시 연구한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다음날, 8시도 안 되어 심이준이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며 빨리 일어나 NASA에 가야 한다고 재촉했다.서유는 부랴부랴 일어나 정리를 하고 빨간 원피스를 골라 입고 세련되고 단아한 화장을 한 후에야 문을 열었다.마침 맞은편 방에서 나오던 심이준은 꾸민 서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왜 언니 흉내를 내요?”“언니 신분으로 온 거잖아요. 들키면 안
NASA, 한 무리의 우주 관리자들이 회의실에 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남자는 잘 짜인 값비싼 슈트를 입고 늘씬한 다리를 꼬고는 가죽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칼로 조각한 듯한 얼굴은 흠잡을 데 없이 정교하고 오뚝한 콧날과 섹시한 얇은 입술을 가진 그는 이목구비가 무척 또렷했다.가늘긴 긴 눈썹은 가지런하고 섬세했으며 길고 짙은 속눈썹이 얼음처럼 차가운 눈을 살짝 덮고 있었다.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차가운 기운뿐 아니라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앉은 자가 가진 강한 카리스마를 뿜고 있어 다른 사람이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였다.그림 같은 눈매를 가진 그는 지금 훤칠한 왼손으로 오른손 손바닥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회의실 안의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싸우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늘어뜨리고 그 상처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미스터 이, 이건 우리가 공동 개발한 것이니 특허는 절대 당신들에게 완전히 양보할 수 없어요.”이승하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JS 그룹에 화가 나 목까지 빨개진 피터를 보았다.JS 그룹 관계자들은 피터가 이승하를 방해하자 책상을 두드리더니 곧장 욕을 내뱉었다.“뭐? 공동 개발이라고? 지난 3개월 동안 우리 사람들이 연구할 때 당신들은 뭐 하고 있었어? 작은 데이터도 계산하지 못해낸 주제 지금 특허를 욕심 내?”JS 그룹 관계자가 계속 욕하려 하자 이승하가 피터를 향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얼마를 원하는데? 금액을 말해.”피터는 JS 그룹이 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지금 이승하가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자 피터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100억!”“달라!”JS 그룹 관계자는 화가 나서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그들과 한바탕 싸우려 했다.이승하는 제지하지 않았고 양측 사람들은 곧 다시 책상을 치며 서로 욕하기 시작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NASA의 건축 담당자는 심이준과 서유를 맞이했고 홀을 지나 다른 건물로 향했다.서유는 걸으면서 주위의 환경, 로켓, 우주복, 우주 등 내부 환경을 훑어보며 우주 비행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었다.이전에 과학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놀라울 뿐만 아니라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영감을 얻었다.그녀는 도면을 들고 심이준의 뒤를 따랐고 담당자가 걸으면서 그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이곳은 본부이고 우리 사무 센터는 다른 건물이에요. 지금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심이준은 경직된 웃음을 지으며 담당자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따라 옆 건물로 향했다.이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었다. 완벽한 얼굴은 무표정해 보이지만 찡그린 눈썹에서는 은은한 초조함이 흘렀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은 깜빡이지 않고 엘리베이터 스크린의 숫자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층수가 너무 높고 또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어서 꽤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그는 짙은 눈썹을 찡그리고 늘씬한 다리를 내디뎌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희망에 가득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낯익은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진 그는 다시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는 경비원을 찾아가 몇 마디 물었지만 경비원은 그에게 이곳에 출입하려면 모두 카드가 있어야 하고, 그도 방금 들어온 사람이 어느 부서인지 몰랐다. 게다가 드나드는 직원이 너무 많아서 이승하가 묻는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이승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CCTV 영상을 얻으려 했지만 NASA에 들어오기 전에 휴대폰을 워싱턴의 별장에 두었던 것이 생각났다.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직접 감시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사무 센터, 증축 공사 프로젝트 책임자인 라이더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천재 디자이너를 보더니 깜짝 놀라 일어나 서유에게 따뜻한 포옹을 건넸다.“미스 김, 환영합니다.”라이더는 40세 좌우의 프랑스
심이준은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전에 김초희가 맡았던 프로젝트는 NASA보다 훨씬 위상이 높았다.매번 현장 조사를 할 때마다 총책임자가 심이준에게 맛있는 음식이며, 술이며 대접하며 늘 좋은 대우를 해줬다.그런데 NASA의 사람이 이렇게 고고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만약 이것이 김초희가 남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심이준은 당장 서유를 끌고 떠났을 것이다. 위약금 따위는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심이준이 분노로 가득 찼을 때 서유가 인내심 있게 말했다.“그럼 사람을 보내 우리를 프로젝트 장소로 데려다주시죠!”라이더는 내키지 않는 듯 전화를 걸었고 곧 제니라는 여자가 들어왔다.제니가 두 사람을 데리고 사무 센터를 나서자 라이더는 서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하얗고 곧게 뻗은 다리를 보자 눈 밑의 욕망이 서서히 드러났다.그들은 건물을 나와 NASA의 옆문으로 나갔고 차에 탔을 때 서유는 습관적으로 창밖을 내다봤다.마침 긴 그림자가 사무 센터를 향해 급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값비싼 블랙 정장을 입은 그는 변함없이 차가운 카리스마를 뿜어냈고 온몸에서는 싸늘한 분위기를 풍겼다.완벽한 얼굴에 있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마치 하느님이 조각해 놓은 것 같아 가슴이 떨릴 정도로 정교했다.안개처럼 희미한 눈은 원래 사무 센터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의 방향을 쳐다보았다.서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창문 바깥에 두꺼운 막이 씌워져 있는 것을 보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남자는 그녀가 차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차갑게 시선을 거두더니 사무 센터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그가 막 발걸음을 내디디고 계단을 넘어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이승하는 상대가 여자라는 것을 느꼈고 몸이 굳어졌다. 서유인 줄 알고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차 안의 서유는 그를 안고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보고 안색이 굳어졌다.두 달 전, 성이나가 이승하에게 구애를 펼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
“이승하, 내가 너 쫓아다녀도 된다며? 너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게 대체 무슨 태도야?”성이나의 질문에 준수한 이승하의 얼굴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3개월 이미 지났어. 그러니까 꺼져.”성이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이승하의 얼굴을 보며 달리 방법이 없었다.당시 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3년을 쫓아다니는 것이었는데, 이승하는 3개월만 주었다.지난 3개월 동안 그는 마치 시간을 계산한 것처럼 NASA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역시 이승하야. 시간 계산 한번 정확하네! 그런데 이거 어쩌나? 나 성이나는 갖고 싶은 남자를 반드시 갖는 사람이야. 네 기분 따위는 상관없다고!’성이나는 이승하가 결벽증이 있고 또 성적으로 무감각하다는 것을 알고 방금 그의 무례한 행동을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그녀는 잡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에서 손을 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 그녀는 이승하를 바라보며 자신 있게 웃었다.전에는 학교에서 가까이 갈 기회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그와 연결되어 있으니 그녀는 이승하를 가질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이승하는 그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가 역겹게 느껴졌다.그는 기다란 손가락을 미친 듯이 닦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사무 센터로 했다.라이더는 회전의자에 앉아 오늘 밤 두 디자이너를 위한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있었다.준비를 끝내고 고개를 들어보니 글쎄 존귀한 신분의 이승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라이더는 즉시 전화를 끊고 의자에서 일어나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이승하는 그의 인사치레를 들어줄 인내심이 없었고 차갑게 말을 끊었다.“방금 당신 찾아온 사람은 어디 있어?”라이더는 머쓱해 하며 손을 거두며 대답했다.“혹시 김초희 씨와 심이준 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두 분은 건설 현장에 갔습니다.”이승하는 짙은 눈썹을 찡그렸다. 서유는 지금 김초희의 신분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초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였다.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