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건축 담당자는 심이준과 서유를 맞이했고 홀을 지나 다른 건물로 향했다.서유는 걸으면서 주위의 환경, 로켓, 우주복, 우주 등 내부 환경을 훑어보며 우주 비행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었다.이전에 과학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놀라울 뿐만 아니라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영감을 얻었다.그녀는 도면을 들고 심이준의 뒤를 따랐고 담당자가 걸으면서 그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이곳은 본부이고 우리 사무 센터는 다른 건물이에요. 지금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심이준은 경직된 웃음을 지으며 담당자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따라 옆 건물로 향했다.이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었다. 완벽한 얼굴은 무표정해 보이지만 찡그린 눈썹에서는 은은한 초조함이 흘렀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은 깜빡이지 않고 엘리베이터 스크린의 숫자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층수가 너무 높고 또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어서 꽤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그는 짙은 눈썹을 찡그리고 늘씬한 다리를 내디뎌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희망에 가득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낯익은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진 그는 다시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는 경비원을 찾아가 몇 마디 물었지만 경비원은 그에게 이곳에 출입하려면 모두 카드가 있어야 하고, 그도 방금 들어온 사람이 어느 부서인지 몰랐다. 게다가 드나드는 직원이 너무 많아서 이승하가 묻는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이승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CCTV 영상을 얻으려 했지만 NASA에 들어오기 전에 휴대폰을 워싱턴의 별장에 두었던 것이 생각났다.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직접 감시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사무 센터, 증축 공사 프로젝트 책임자인 라이더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천재 디자이너를 보더니 깜짝 놀라 일어나 서유에게 따뜻한 포옹을 건넸다.“미스 김, 환영합니다.”라이더는 40세 좌우의 프랑스
심이준은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전에 김초희가 맡았던 프로젝트는 NASA보다 훨씬 위상이 높았다.매번 현장 조사를 할 때마다 총책임자가 심이준에게 맛있는 음식이며, 술이며 대접하며 늘 좋은 대우를 해줬다.그런데 NASA의 사람이 이렇게 고고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만약 이것이 김초희가 남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심이준은 당장 서유를 끌고 떠났을 것이다. 위약금 따위는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심이준이 분노로 가득 찼을 때 서유가 인내심 있게 말했다.“그럼 사람을 보내 우리를 프로젝트 장소로 데려다주시죠!”라이더는 내키지 않는 듯 전화를 걸었고 곧 제니라는 여자가 들어왔다.제니가 두 사람을 데리고 사무 센터를 나서자 라이더는 서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하얗고 곧게 뻗은 다리를 보자 눈 밑의 욕망이 서서히 드러났다.그들은 건물을 나와 NASA의 옆문으로 나갔고 차에 탔을 때 서유는 습관적으로 창밖을 내다봤다.마침 긴 그림자가 사무 센터를 향해 급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값비싼 블랙 정장을 입은 그는 변함없이 차가운 카리스마를 뿜어냈고 온몸에서는 싸늘한 분위기를 풍겼다.완벽한 얼굴에 있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마치 하느님이 조각해 놓은 것 같아 가슴이 떨릴 정도로 정교했다.안개처럼 희미한 눈은 원래 사무 센터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의 방향을 쳐다보았다.서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창문 바깥에 두꺼운 막이 씌워져 있는 것을 보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남자는 그녀가 차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차갑게 시선을 거두더니 사무 센터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그가 막 발걸음을 내디디고 계단을 넘어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이승하는 상대가 여자라는 것을 느꼈고 몸이 굳어졌다. 서유인 줄 알고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차 안의 서유는 그를 안고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보고 안색이 굳어졌다.두 달 전, 성이나가 이승하에게 구애를 펼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
“이승하, 내가 너 쫓아다녀도 된다며? 너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게 대체 무슨 태도야?”성이나의 질문에 준수한 이승하의 얼굴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3개월 이미 지났어. 그러니까 꺼져.”성이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이승하의 얼굴을 보며 달리 방법이 없었다.당시 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3년을 쫓아다니는 것이었는데, 이승하는 3개월만 주었다.지난 3개월 동안 그는 마치 시간을 계산한 것처럼 NASA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역시 이승하야. 시간 계산 한번 정확하네! 그런데 이거 어쩌나? 나 성이나는 갖고 싶은 남자를 반드시 갖는 사람이야. 네 기분 따위는 상관없다고!’성이나는 이승하가 결벽증이 있고 또 성적으로 무감각하다는 것을 알고 방금 그의 무례한 행동을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그녀는 잡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에서 손을 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 그녀는 이승하를 바라보며 자신 있게 웃었다.전에는 학교에서 가까이 갈 기회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그와 연결되어 있으니 그녀는 이승하를 가질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이승하는 그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가 역겹게 느껴졌다.그는 기다란 손가락을 미친 듯이 닦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사무 센터로 했다.라이더는 회전의자에 앉아 오늘 밤 두 디자이너를 위한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있었다.준비를 끝내고 고개를 들어보니 글쎄 존귀한 신분의 이승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라이더는 즉시 전화를 끊고 의자에서 일어나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이승하는 그의 인사치레를 들어줄 인내심이 없었고 차갑게 말을 끊었다.“방금 당신 찾아온 사람은 어디 있어?”라이더는 머쓱해 하며 손을 거두며 대답했다.“혹시 김초희 씨와 심이준 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두 분은 건설 현장에 갔습니다.”이승하는 짙은 눈썹을 찡그렸다. 서유는 지금 김초희의 신분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초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였다.마침
제니는 서유를 설득한 뒤, 차를 몰고 미용실로 향했다. 외국 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파티를 매우 중요시하는 편이었고 그들은 보통 드레스를 차려입고 파티에 참석하곤 한다. 브이넥으로 깊게 파인 블랙 롱드레스를 입자 서유의 굴곡적인 몸매가 훤히 드러났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볼록한 가슴, 잘록한 허리에 희고 늘씬한 허벅지까지 모든 것이 훤히 드러났다. 그녀는 드레스가 너무 야하다는 생각에 다른 것으로 갈아입으려 했지만 제니는 시간이 없다며 그녀를 재촉했다. 어쩔 수 없었던 그녀는 심이준의 슈트 재킷을 빌려 최대한 노출된 등을 가렸다. 잠시 후, 호텔에 도착한 심이준은 차에서 내린 후 신사답게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두 사람이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 심이준은 고개를 돌리며 서유를 향해 입을 열었다. “팔짱 껴요. 그럼 누구도 서유 씨한테 찝쩍대지 않을 거예요.”서유는 냉큼 하얀 손을 들어 그의 팔짱을 꼈고 두 사람은 나란히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파티에는 많은 사람이 참석하였다. 그러나 파티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NASA의 관리층 인사도 핵심 기술도 아닌 사무 센터의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은 디자이너 두 명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심이준은 딱딱한 미소를 지으며 웨이터가 가져온 와인을 받아 들고 서유를 끌고 푸드코트로 향했다. 서유는 한 줄로 늘어선 음식 앞에 서서 간식을 집어 입에 넣었다. 바로 이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이 대표님, 오셨습니까?”이 대표님이라는 말에 서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파티장 안으로 걸어오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파티장을 둘러보는 그 남자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심이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녀는 디저트를 내려놓고는 치맛자락을 들고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화장실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늘씬한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이내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의 탄탄한 가슴에 기댄 그녀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이승하는 그녀를 데리고 테라스로 향했고 이내 웨이터가 와인 두 잔을 들고 와 그들에게 건네주었다.그와 단둘이 있으니 어색하고 숨이 막혔다. 원래 술을 못 마시던 그녀는 술잔을 들고 고개를 숙인 채 와인을 한 모금 마셨고 이 답답한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랐다. 술을 마시는 그녀를 보고 이승하는 손을 뻗어 그녀가 들고 있는 술잔을 빼앗았다.“큰 수술 받았던 사람이잖아. 술은 적당히 마셔.”그는 술잔을 옆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서유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두운 불빛이 손바닥만 한 얼굴을 비추자 그녀의 하얀 피부가 더 빛이 났고 정교한 그녀의 이목구비는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다. 그의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고 단발머리가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감싸고 있었다. 잠깐 눈길을 스친 것뿐인데 그는 온몸에 피가 끓어올랐다. 또다시 이성을 잃어버리게 될까 봐 그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는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앞을 바라보며 옆에서 꼿꼿하게 서 있는 서유를 향해 물었다.“일은 시작했어?”서유는 짧게 대답하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바의 가장자리를 만졌다. 그는 또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 훤히 드러난 피부에 몇 개의 흉터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안쓰러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을 대신해 황산을 막아주다가 생긴 상처들을 보며 그는 손을 뻗어 쓰다듬고 싶었지만 이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그녀를 생각하며 행동을 멈추었다. 손이 허공에서 굳어져 버린 그는 마음속으로 거듭 자신은 그녀를 다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천천히 손을 거두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회복된 지 얼마 안 됐잖아. 좀 더 쉬지 그랬어.”서유는 고개를 숙인 채 바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언니가 죽기 전에 남기고 간 프로젝트가 있는데 스케줄이 빠듯해서요.”그녀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던 이승하는 그녀의 오른손 약지에 결혼반지가 없는 걸 발견하고는 참지
그는 몸이 움찔거렸다. 3년 넘게 가져본 적 없는 여자다. 그녀의 눈빛 하나만으로도 그는 이성을 잃게 된다. 하물며 이렇게 그녀가 먼저 다가와 그를 원한다고 하니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미 결혼한 그녀가 이리 그의 귓불을 물고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분명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 마시지 말아야 할 것을 마셨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귓가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숨결과 그녀의 키스 때문에 그는 온몸이 저렸고 불과 몇 초 만에 이성은 순식간에 욕망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그녀의 여린 몸을 반쯤 안아 올려 바 위에 그녀를 앉혔다. 또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꽉 잡고 고개를 숙인 채 미친 듯이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이성을 잃은 그는 그녀를 미치게 원했다. 다만 한 가닥의 이성이 남아있는 그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안으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승하는 그녀를 꼭 껴안고 고개를 숙인 채 진한 키스를 하고는 고통을 참으며 그녀를 밀어냈다.그에게서 떨어진 서유는 고개를 들고 희미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허리를 숙이고 가냘픈 그녀를 안아 올린 뒤, 고개를 숙이며 다정하게 말했다.“서유야, 착하지. 병원 가자.”그의 품에 안겨 있는 그녀는 그의 목덜미에 마구 키스를 퍼부었고 그는 한 손으로 그녀를 껴안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한편, 김초희를 찾으러 테라스로 온 라이더는 이승하가 그녀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김초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이승하를 보고 그는 이승하가 그녀한테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대담하게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이 대표님.”그가 이승하의 앞길을 막아서며 신사답게 입을 열었다. “초희 씨의 파트너분이 술에 많이 취해서 저한테 초희 씨를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저한테 맡기세요.”그 말에 이승하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당신이 약을 탄 건가?”흠칫하던 라이더는 그제야 이승하의 품에 안겨있는 그녀를 쳐
오늘 밤, 그가 만약 이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서유는 라이더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녀가 이런 늙은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할 뻔했다는 생각에 그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그녀를 송사월에게는 양보할 수 있지만 다른 남자가 그녀를 탐내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고 눈길조차 주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을 죽이라는 이승하의 말을 듣고 라이더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 날 총살하는 겁니까?”그러나 이승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유를 안은 채 재빨리 테라스를 빠져나와 파티장을 지나 바로 리무진 차량에 올라탔다. 그는 그녀를 넓은 뒷좌석에 앉힌 뒤 차가운 눈빛으로 운전기사를 쳐다보았다.“가림막 내려.”차가운 그의 눈빛에 놀란 운전기사는 급히 몸을 떨며 가림막을 내렸다.잠시 후, 이승하의 싸늘한 목소리가 또다시 차 안에서 울려 퍼졌다.“10분 내로 병원에 도착해.”운전기사는 공손히 대답한 후 재빨리 시동을 걸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한편, 심이준이 쫓아 나왔을 때 차는 이미 떠난 상태였고 화가 치밀어오른 심이준은 택시를 잡아타고 그 뒤를 따라갔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이승하는 서유를 옆에 두고 감히 그녀에게로 다가가지 못하였다. 그러나 서유는 손끝을 더듬거리며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이승하는 고개를 젖히고 뒷좌석의 쿠션에 기대어 얼굴이 잔뜩 붉어진 여인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온몸이 뜨거워진 그녀는 이성을 잃은 듯 풍성한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두 손을 집어넣고는 고개를 숙이고 다급히 그에게 키스하려 했다. 그 모습에 이승하는 그녀의 턱을 잡고 흐리멍덩한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서유는 자신을 밀어내는 그를 향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못된 아이처럼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승하는 옅은 한숨을 쉬고는 물티슈를 꺼내 그녀의 뺨을 닦아주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이승하는 병상 옆에 앉아 얼음주머니로 그녀의 열을 식혀주었다. 뜨겁고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몸은 점차 정상적인 핏빛으로 회복되었다. 그가 얼음주머니를 내려놓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뜨겁던 그녀의 얼굴이 점차 식어가자 그는 그제야 잔뜩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천천히 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미련이 가득한 얼굴로 손바닥만 한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고 이튿날 날이 밝아서야 병상에 누워있던 그녀가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펴며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베일 듯한 날카로운 그의 턱선이 눈에 들어왔고 그가 매혹적인 눈빛으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서유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내리깔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자신이 그에게 먼저 다가가 키스하는 장면이었다. 그 기억이 떠올라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젯밤, 술을 몇 모금 마신 뒤 몸이 이상해지고 그다음...그녀는 이승하를 슬쩍 쳐다보았고 그의 목덜미에는 키스 자국이 가득했다. 술을 먹은 그녀가 그한테 엉뚱한 짓을 한 것이다. 그 생각이 떠오른 서유는 이내 얼굴이 빨개졌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이승하가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아직 약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야. 병원에 남아서 좀 더 지켜봐야 해.”그의 말에 서유는 그제야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니까 승하 씨가 날 병원으로 데려다준 거고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네.’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결 편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이승하는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않아서 다행으로 생각하는 건가?”가뜩이나 민망해 죽겠는데 이승하가 이리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니 그녀는 더 난감해졌다. 화가 난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그의 손이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