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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서유는 심이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굳었다.

언니가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가 NASA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현장 답사를 하러 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주서희가 일전에 이승하는 NASA에 있다고 했는데, 만약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정가혜는 서유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곧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다.

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서유야, 걱정하지 마. NASA가 얼마나 큰데 설마 마주치겠어?”

그렇다, 이승하는 우주 비행, 서유는 건축, 하늘과 땅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직종을 담당하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같은 곳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겠는가? 서유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녀는 생각을 정리하고 물었다.

“가혜야, 너도 같이 갈래?”

정가혜도 바깥의 세상을 만나고 싶었지만 손을 내흔들었다.

“난 됐어. 가게 일이 바빠서 못 가.”

정가혜는 말을 마치고 또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

“서유야, 심이준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못 되니 외국에서 혼자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해. 알겠어?”

서유는 그녀의 팔짱을 끼고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 가혜 언니.”

정가혜가 웃으며 그녀의 단발머리를 쓰다듬더니 서둘러 침을 챙기라고 하자 서유는 그제야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옷을 골라 캐리어에 넣은 후 병원에서 가져온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서 여권을 꺼내려 할 때, 이혼 서류를 보았다.

서유는 안색이 변하더니 하얗고 가는 손을 내밀어 이혼 서류를 꺼냈다.

천천히 펴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서랍에 넣었다.

이번 생에 송사월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아 이미 다 갚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송사월은 그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녀를 떠났고 영원히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어린 시절처럼 온 마음을 다해 송사월을 사랑할 수 없으므로 서유는 이 양심의 가책을 영원히 마음속에 남겨두고 다시는 그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송사월에 대한 가장 좋은 보답이었다.

서유는 서랍을 잠갔다. 마치 밀폐된 공간에 과거를 잠그듯 쉽게 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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