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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주저 없이 별장을 나서는 서유의 뒷모습에 송사월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심장을 칼로 후벼파는 듯한 고통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를 안고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병신이 되어버린 그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옆에 남기겠는가.

그는 고개를 들어 노을을 바라보며 가득 차오른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바람과는 달리 계속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마음이 찢어질 듯 울고 있는데 가녀린 몸집 하나가 나타나 눈을 찌르는 햇살을 가려줬다.

손 틈 사이로 어렴풋이 서유가 고개를 살짝 비튼 채 손에 든 생수를 따서 그에게 건네주는 게 보였다.

“사월아, 입술이 말라서 갈라졌길래 물 가지러 민정이한테 다녀왔어. 내가 도와줄게.”

간 줄 알았던 서유가 아직 여기에 남아있다.

송사월은 기쁜지 아니면 짐이 될까 봐 걱정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얌전하게 입을 벌린 채 그녀가 챙겨줄 수 있게 했다.

서유는 송사월이 고분고분 말을 듣자 입꼬리가 올라갔고 다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사월아, 나한테 짐이 될까 봐 나를 밀어내려 하는 거 다 알아.”

“전에 내가 그렇게 심한 심장병을 앓을 때도 넌 나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극진하게 보살펴줬잖아.”

“지금 나 때문에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내가 널 두고 어떻게 가.”

서유는 송사월의 다리를 만지며 결심이라도 한 듯 말했다.

“이 다리가 다 나아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네 곁에 남을 거야. 그때도 내가 귀찮게 느껴진다면 그때 다시 밀어내.”

그녀의 진심에 송사월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서유야, 넌 항상 날 바보 같다고 놀려도 사실 제일 바보 같은 건 너야.”

서유의 예쁘장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송사월 씨, 바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서유가 죽기 전 그렇게 모진 말을 했는데도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따라 죽음을 선택했다.

그래도 바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서유는 어두워진 주위를 살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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