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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익숙한 목소리에 휠체어를 타고 있던 남자는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계단 위에 서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붉은색 긴 치마에 짧은 머리, 산들바람이 불어와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

기억 속에서 수없이 꿈꿔왔던 얼굴이다. 비록 예전 같지 않은 옷차림새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꽃밭을 사이에 두고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고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먼발치에서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나타났었다. 하지만 매번 그가 그녀에게 달려갈 때마다 그녀는 사라져 버렸다.

눈앞의 사람도 아마 환각일 것이다. 잡을 수 없다면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좀 더 이곳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사월아.”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또다시 불렀고 그는 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그녀가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와 꽃밭을 건너 그에게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손에 들고 있던 책이 갑자기 땅에 떨어졌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살짝 젖히고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너...”

그는 마치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힘겹게 한 마디 내뱉었다.

서유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잘생긴 얼굴, 부드러운 이목구비에 짙은 눈매는 빛이 비치지 않을 정도로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비치자 그의 눈에 밝은 빛이 들어왔다.

그는 흰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예전처럼 온화하고 우아해 보였다.

다만 그 정장 바지 아래의 두 다리는 힘이 빠진 듯 휠체어에 늘어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서유는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그의 다리를 만져보았다.

“사월아, 다리가 왜 이래?”

그는 여전히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 정말 서유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와 눈을 맞추었다.

“사월아, 나 서유야. 내가 돌아왔어.”

휠체어를 탄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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