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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이승하는 서유를 데리고 공항을 빠져나가 고급 차에 올라탔다.

뒷좌석에 앉은 서유가 안전벨트를 매려고 할 때, 이승하의 큰 손이 다가가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잠시 후,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서유를 쳐다보았다.

평온한 얼굴로 몸을 곧게 펴고 앉은 그녀를 보고 이승하는 소수빈한테 차를 출발하라고 명했다.

차가 출발하자 서유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없이 창밖을 쳐다보았다.

이승하 역시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묵묵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두 사람은 같은 뒷좌석에 앉아있지만 낯선 사람들처럼 사이가 멀어 보였다.

얼마 후, 이승하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문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반쯤 열린 차창으로 산들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순한 모습은 예전에 그와 함께 했던 그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승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고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차 세워.”

소수빈은 바로 속도를 줄이고 옆으로 차를 세운 뒤, 눈치껏 차를 빠져나왔다.

그 모습에 서유는 고개를 돌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월이한테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승하는 초조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러 갈 거야. 하지만...”

잠깐 머뭇거리던 그가 서유를 향해 다가갔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가지 전에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그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뭐라고요?”

이승하는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이목구비를 어루만졌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한 번만 내 여자가 되어줘.”

그녀는 그가 자신의 몸을 원하는 줄 알고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럴 수는 없어요.”

그가 손길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 만나러 가기 전까지 그냥 예전처럼 지내면 안 될까?”

문뜩 서유의 머릿속에는 이승하가 그녀를 안고 거실에서 물도 먹여주고 음식도 먹여주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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