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VIP룸 옆의 화장실 안.서유는 손을 씻은 후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쳤다.현재 그녀의 피부는 예전처럼 창백하지 않았고 생기가 돌았다. 파운데이션을 살짝 바르고 립스틱을 바르면 더 생기 있어 보였다.그녀가 화장을 고치고 VIP룸으로 돌아가려 할 때, 우뚝 솟은 그림자가 갑자기 그 안으로 들어왔다.검은 수트 차림에 차가운 기운이 한껏 감도는 남자의 얼굴은 칼로 깎은 듯 날카롭기만 했다. 싸늘한 그의 눈빛은 점점 그녀를 향해 무섭게 파고들었고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가 터벅터벅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입술을 꽉 다문 채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충격에서 벗어난 서유가 있는 힘껏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그는 그녀를 단단히 가둔 채 도망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승하 씨.”충분히 그에게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 자신을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이승하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그녀를 끌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서유가 문을 꽉 잡은 채 한사코 따라가지 않으려 했다.그는 눈을 감으며 마음의 화를 가라앉히더니 이내 문밖에 있는 소수빈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무도 들이지 마.”말을 마친 그가 돌아서서 서유를 벽에 가두고는 그녀의 턱을 잡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서유가 귀국한 뒤 이승하는 그녀를 세 번 찾아왔었다. 매번 그녀를 찾아와서는 늘 이런 식으로 그녀를 강요했다.분노가 극에 달한 서유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 그녀의 머리 위로 올렸다. 우뚝 솟은 그의 몸은 그녀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가두었고 그가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킬 듯이 미친 듯이 탐하고 있었다.숨 막히는 키스가 쏟아지자 그녀는 당해낼 힘이 없었다.그녀는 차라리 몸부림을 포기하고 눈을 뜬 채 담담하게 미친 남자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 그녀의 뺨과 목덜미에 키스를 퍼부었다.품 안의 여인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가
그의 말에 서유도 차갑게 웃었다.“아직까지 당신한테 맞는 섹스 파트너를 찾지 못해서겠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날 쫓아다니는 거 아닌가요?” 순식간에 이승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바로 음험하고 차갑게 변하였다. 그의 두 눈은 더욱 붉어졌고 눈 밑의 감정을 감추었다. 화가 극에 달한 그는 그녀의 뺨을 움켜쥐고는 그녀를 자신의 눈앞까지 끌어당겼다.그가 손바닥만 한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를 악물었다.“당신 말이 맞아. 아직은 당신처럼 잘하는 파트너를 찾지 못해서 말이야. 그래서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어.”그녀는 가슴이 찢어졌고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에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그 감정을 꾹꾹 눌러 가라앉혔다. 서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난 이미 누군가의 아내가 된 사람이에요. 더 이상 거래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이승하 씨,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말아요.”그녀의 말에 이승하는 숨이 멎을 듯한 고통에 빠져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서유가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벌렸다.“이승하 씨, 남편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비켜주세요.”“그 남자가 당신 남편이면 그럼 난 뭔데?”“한때 스폰서였던 사람이요.”눈을 붉히며 묻는 그의 물음에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한때 스폰서였던 사람이라? 하아...’이승하는 입술을 깨물며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억누르고는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서유, 당신 진짜 지독한 여자군.”‘내가 지독하다고? 이승하 당신한테 비하면 난 독한 사람도 아니지.’더 이상 그와 엮일 마음이 없었던 그녀는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을 차갑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이거 놔요.”안색이 굳어진 이승하는 손을 놓기는커녕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당신이 그 인간 따라가는 거 나 절대 용납 못해.”지현우는 그가 서유를 찾지 못하도록 별장의 하인들과 공항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시켰다. 그걸 믿지 않은 그가 항공사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현우의 일정을 확인하라고 하였길래 망정이지 그렇지
그녀를 꼭 껴안고 있지만 그녀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텅 빈 느낌에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이때, 그녀가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싫어요? 싫으면 그냥 나 보내줘요.”숨을 쉴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을 만큼 가슴이 찢어진 이승하는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가져다 댔다.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를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그녀는 그가 얼마나 아픈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았다.서유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는 그저 그녀를 꼭 껴안은 채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난감해진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날 놓아줄 거예요?”“날 사랑해 봐.”이승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그 말을 들은 서유는 마음이 살짝 떨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품에 안긴 여인은 시종일관 침묵했고 이승하는 그녀의 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그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붉히며 물었다.“서유야, 날 한 번만 사랑해 주면 안 돼?”단 한 번만이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그녀가 날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그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그의 옷깃을 잡고 있던 서유가 마음이 흔들린 건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꽉 주며 옷깃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 남자를 사랑했던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어서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바로 잡았다. “이승하 씨, 우리는 계약 관계였었어요. 근데 지금 와서 사랑이라니요?”그녀의 목소리는 사람을 떨리게 할 정도 차분했고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픔이 그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그의 온몸을 아프게 만들었다.“김초희.”문밖에서 지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으로 들어오려는 그를 누군가 막아서는 바람에 지현우는 그녀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고 있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서유는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이거 놔요. 이제 그만 해요.”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꼭 껴안은
서유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사월이... 아직 살아있는 거예요?”이승하는 주먹을 불끈 쥔 채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억누르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아직 살아있어.”깜깜하고 빛이 없던 그녀의 눈이 송사월이라는 세글자에 이내 빛을 발하였다.역시 송사월만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반면 이승하가 무슨 짓을 해도 그녀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이승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자신을 비웃었다. 그의 입에서 긍정적인 답이 나오자 서유는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사월이는...”뉴스에 의하면 송사월은 자살했다고 했고 정가혜도 그가 죽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이승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살렸어.”눈물을 글썽이던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승하 씨가 사월이를 구했다고?’그녀는 조금 놀랐고 의심스러웠지만 결국은 짧게 고맙다는 인사만 했다.“고마워요.”그 고맙다는 말이 두 사람 사이를 완전히 멀어지게 만든 것 같아 이승하는 몹시 불쾌했다. 그가 차갑게 웃으며 서유에게 따져 물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고맙다고 하는 거야? 지현우의 와이프로 아니면 송사월의 와이프로?”그 말에 서유는 죄책감이 사라지기는커녕 한없이 커져 버렸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하도 손에 힘을 꽉 주고 있어 손톱이 손바닥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승하는 꽉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을 풀어주며 그녀에게 말했다.“나랑 같이 송사월 씨 만나러 가자.”그의 큰 손이 작은 그녀의 손을 감싸고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조금 더 파고들어 그녀와 깍지를 끼었다.그는 그녀를 끌고 문밖으로 나갔다.한편, 소수빈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문밖에서 지현우를 막고 있었다. 지현우는 한 손을 양복 주머니에 넣은 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수빈을 향해 호통쳤다.“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 불러올 테니까.”소수빈은 지씨 가문의 도련님 지현우가 그의 앞에서 전화를
이승하는 서유를 데리고 공항을 빠져나가 고급 차에 올라탔다.뒷좌석에 앉은 서유가 안전벨트를 매려고 할 때, 이승하의 큰 손이 다가가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잠시 후,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서유를 쳐다보았다.평온한 얼굴로 몸을 곧게 펴고 앉은 그녀를 보고 이승하는 소수빈한테 차를 출발하라고 명했다. 차가 출발하자 서유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없이 창밖을 쳐다보았다.이승하 역시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묵묵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두 사람은 같은 뒷좌석에 앉아있지만 낯선 사람들처럼 사이가 멀어 보였다. 얼마 후, 이승하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는 문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반쯤 열린 차창으로 산들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순한 모습은 예전에 그와 함께 했던 그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승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고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차 세워.”소수빈은 바로 속도를 줄이고 옆으로 차를 세운 뒤, 눈치껏 차를 빠져나왔다. 그 모습에 서유는 고개를 돌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사월이한테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이승하는 초조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만나러 갈 거야. 하지만...”잠깐 머뭇거리던 그가 서유를 향해 다가갔다.“그 사람을 만나러 가지 전에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그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뭐라고요?”이승하는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이목구비를 어루만졌다.“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한 번만 내 여자가 되어줘.”그녀는 그가 자신의 몸을 원하는 줄 알고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럴 수는 없어요.”그가 손길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 만나러 가기 전까지 그냥 예전처럼 지내면 안 될까?”문뜩 서유의 머릿속에는 이승하가 그녀를 안고 거실에서 물도 먹여주고 음식도 먹여주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이승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붙잡고 그녀한테 눈을 마주치라고 압박했다.눈앞의 남자는 예전처럼 세련된 모습이었고 잘생긴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깊은 눈매 아래 다크서클이 생겼을 뿐, 외모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꼼꼼하게 빗어넘긴 그의 머리는 기품이 넘쳐 보였고 극도의 금욕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장 재킷 아래의 흰 셔츠는 그녀로 인해 단추 두 개가 풀려있었다. 네크라인이 살짝 열리면서 그의 쇄골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더 내려가면 탄탄한 가슴과 늘씬한 허벅지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다시 돌아온 후 처음으로 그를 이리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의 모습은 변한 것 같기도 하고 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이승하는 그녀의 눈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런 순간에만 그녀의 눈에 자신이 있는 것 같다.뼈마디가 뚜렷한 손으로 그녀의 단발머리를 만지며 그가 입을 열었다.“예전에는 긴 머리를 좋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그의 말에 서유는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예전의 그녀는 머리를 기르는 것을 좋아했었다. 이 남자가 긴 머리를 좋아해서 단 한 번도 단발로 자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지현우의 핍박에 의해 단발머리를 하긴 했지만 이 또한 그녀가 과거를 끊어버리겠다는 결심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승하를 위해 긴 머리를 기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승하의 손끝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따라 내려가더니 그녀의 심장에 멈추었다. 심장에 손길이 닿는 순간, 그는 뭔가 생각난 듯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여기... 아직도 아파?”서유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이식 수술한 후부터는 안 아파요.”그녀는 자신의 심장 위에 놓인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무심결에 고개를 숙여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손목에는 칼에 베인 듯한 네 개의 깊은 흉터가 있었다. 그리고 손바닥에도 네 개의 흉터가 있는데 다 아물었지만 뼈가 보일 정도로 무서워 보였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연녀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던 서유였다. 근데 그가 어떻게 서유를 실망시키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그녀를 꼭 껴안은 채 그가 참지 못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당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난 평생 어떤 여자와도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었어.”그 말에 서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혐오가 가득 찼던 그녀의 눈빛이 점점 의아한 눈빛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그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그녀는 속으로 매우 놀랐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그에게 왜 연지유와 결혼하지 않았는지도 묻지 않았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은 당신이었으니까.”무거운 그의 목소리에 참을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불신으로 가득 찼다. 잠시 후, 이승하가 무슨 말을 더 하려 할 때 앞쪽에서 소수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이승하는 살짝 고개를 들고 서유를 바라보며 아쉬운 듯 그녀를 다시 한번 안았다.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눈빛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그를 탓하고 있는 듯했다. 씁쓸하게 웃던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이젠 끝났어.”서유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그의 목덜미를 감싸고 있던 손을 풀고 그의 다리에서 내려왔다. 차 문을 밀고 내리는데 이승하가 그녀를 불렀다.“서유.”서유는 고개를 돌려 차 안에 앉아 있는 기품이 넘치고 차가움이 넘치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차 안의 빛이 어두워서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몸은 온통 어둠으로 휩싸여 그를 그림자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고개를 약간 기울인 그가 붉은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예전에 내가 너무 당신한테 쌀쌀맞게 대해서 당신이 지금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믿지 않나 보군.”그의 물음에 서유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짙은 눈매가 내려앉았
이승하는 손바닥을 펴고 흉터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절망스럽기 짝이 없는 웃음을 서유는 처음 봤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가까이 오지 마.”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고 그의 무거운 목소리가 차 안에서 흘러나왔다.“앞에 있는 저 별장이 바로 그 사람이 있는 곳이야. 그 사람한테 가봐.”서유는 별장 쪽과 차 안의 남자를 한 번씩 쳐다보고는 결국 뒤돌아서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송사월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승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마치 모든 과거를 덮어 버리고 더 이상 언급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을 것처럼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소수빈은 고개를 돌리고 이승하를 쳐다보았다.“대표님, 대표님께서도 서유 씨 때문에 자살하신 적 있으시잖아요.”그의 말에 이승하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이 일은 절대 서유한테 알려서는 안 돼.”미간을 찌푸리던 소수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왜입니까?”‘서유 씨를 위해 그리 많은 일을 하셨으면서 왜 그녀에게 말하지 않으시는지...’이승하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야지.”소수빈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그럼 대표님은요? 대표님은 어떡합니까?”서유를 사랑하다 못해 매번 그녀의 기일이면 손바닥과 손목에 칼자국을 남겼던 이승하였다. 그렇게 그녀를 사랑하고 소유욕이 강한 남자가 지금 자기 손으로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다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이승하는 소수빈의 말에 대답이 없었고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차창 밖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바라보았다. 빛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젠 그의 것이 아니었다.억지로 놓아주지 않는다 해도 그 빛은 그에게로 오지 않을 것이고 그에게 따뜻함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가르침을 받았을 때부터 어쩌면 그는 평생을 외롭게 살아가고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별장 입구에 도착한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