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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이승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가로등 아래 가냘픈 그림자를 보았다. 삼 년이나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사람이었다.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라도, 단지 한 마디뿐일지라도 불러주기만 한다면 모든 걸 버리고 당장 달려가 품에 안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승하가 겨우 한 발짝만 내디뎠을 뿐인데 서유는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다가오지 마세요.”

서유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저 한없이 담담하고 평온했을 뿐.

“제가 할 말은 이게 전부예요. 그리고 이후에 절 찾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이승하는 서유가 자신을 불러세운 이유가 붙잡는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이승하더러 더 이상 자신에게 들러붙지 말아달라 부탁하고 있었다.

이승하의 수려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온몸이 저릿저릿해 오는 고통은 그로 하여금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서유는 그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위에 말만 남긴 뒤 몸을 돌려 별장으로 걸어들어갔다.

너무나도 단호해 보이는 뒷모습이 멀어져가는 걸 보면서 이승하의 몸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멀리 서 있던 소수빈이 거의 쓰러지려 하는 이승하를 재빨리 다가와 부축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이승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슴을 에는 듯한 고통은 이윽고 지독한 두통으로 이어졌다. 이승하는 차 문 앞에 비스듬히 기대서는 고개를 틀어 소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약 가져와...”

소수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표님, 그 약 더 드시면 안 됩니다. 몸에 무리가 갈 겁니다.”

이승하는 충혈돼 벌게진 눈으로 소수빈을 노려보며 말했다.

“약까지 못 먹게 하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그 누가 알고 있을까, 어떡해야 하는 건지.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그 여자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잊을 수 있는지...

“대표님...”

소수빈은 일순간 어떻게 이승하를 위로하면 좋을지 몰랐다. 3 년 동안, 이승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소수빈이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소수빈은 이승하가 약으로 하루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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