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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이승하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고 그의 냉담하고 요염한 눈매에는 자조적인 웃음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을 억누르며 잔을 들어 다시 한번 원샷했다.

섹시한 목젖을 타고 아픔을 삼키는 방식으로 술과 함께 모조리 삼켜버렸다.

술도 통증을 마비시키지 못했는지 이승하는 아예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2층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그 쓸쓸하고 도도한 뒷모습을 보면서 이연석은 문득 할아버지의 감정이란 건 절대 묻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이승하는 어릴 적 부터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가르침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는 감정이 가장 극심했던 사람이었고 오히려 이연석은 줄곧 감정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이연석은 술잔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와 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소수빈을 힐끗 바라보았다.

“서유 아가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도 여전히 우울해하는 걸 보니 그 사람을 찾아가 재결합을 요청했는데 거절 당한 거 아니에요?”

그러다 소수빈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고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서유 아가씨께서 대표님께 실망한 모양입니다.”

서유 아가씨가 이 대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는 분명 이승하를 사랑했었다.

예전에 서유 아가씨를 데리러 갈 때마다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하곤 했다.

그리고 이승하가 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직접 국을 끓여 그를 통해 몰래 이승하에게 전해주곤 하였다.

이승하와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줄곧 착하고 순종적이며 세심한 배려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8호 맨션에 머물면서 오붓하게 지낼 때가 많다.

다만 가끔 이승하가 갑자기 화를 내고 떠나면 오랫동안 서유에게 냉담하게 대할 때가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이승하에게 직접 묻지도 못한 채, 두 사람은 5년 동안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중에 이승하가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을 때, 서유는 이승하로부터 단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고 꿋꿋하게 몸판 돈을 다시 돌려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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