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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그 순간, 서유는 차가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가혜는 늘 서유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서유에게 있어 정가혜는 좋은 친구일 뿐만 아니라 까마득한 어둠 속에 깊이 빠져버린 그녀의 유일한 한 줄기의 빛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이토록 따뜻한 사람을 어찌 Y국으로 데려가 자신과 함께 위험을 무릅쓰게 한단 말인가?

“나와 현우 씨의 관계는 너무 복잡해 앞으로 어떤 문제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난 너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하지만 서유야...”

정가혜는 굳건한 눈빛으로 서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한테 가족은 이제 너밖에 없어. 네가 어디에 있다면 그곳이 곧 나의 집이야.”

네가 어디에 있다면 그곳이 곧 나의 집이다...

그 말에 서유는 결국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을 왈칵 터뜨렸고 정가혜는 다급히 손을 뻗어 눈물을 쏟아내는 서유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주었다.

“우리 서유, 착하지. 울지 마. 나 아직 Y국 못 가봤는데 세상 물정 보러 간다 생각하지 뭐.”

서유는 계속하여 그녀를 설득하고 싶었지만, 그때, 정가혜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망했다.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네. 나 학력이 높지 않아서 영어는 몇 마디밖에 할 줄 몰라. 안녕, 고마워 뭐 이런 것들밖에 아는 문장이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이윽고 정가혜는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골머리를 앓었다.

“손짓만 해도 외국인들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서유는 원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도록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으나 정가혜의 혼잣말을 듣는 순간 모든 감동의 눈물이 쏙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깨끗이 닦아내며 정가혜의 말을 바로잡았다.

“Y국에 가면 네가 그 외국인이 되는 거야.”

그러자 정가혜는 갑자기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입을 열었다.

“맞아. Y국에 가면 내가 외국인이니까 그 사람들이 날 배려해줘야겠네.”

서유도 덩달아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다시 한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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