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연석이 가장 걱정하던 일은 바로 이승하가 서유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었다.하여 몇 번을 떠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부정이었고 그 뒤로는 더 이상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하지만 서유가 죽고 형이 그 여자를 위해 손목을 긋거나 미친 듯이 약을 먹으며 자살 시도를 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지금 막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되어 돌아왔는데 깨어나자마자 주사기를 뽑고는 집에 돌아와 필사적으로 술을 마셔대니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듯싶다.이승하는 이연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못했고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를 향해 까딱였다. “그거 줘.”이연석은 술병을 붙잡고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형 계속 이렇게 마시면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제발 더 마시지 말아요.”그러자 이승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난 원래 살고 싶지 않았어.”이연석의 안색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의 뇌리에는 순간 어릴 적 이승하가 박화영에게 시달리다 죽을 뻔했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고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씨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이승하는 진즉 세상을 떴을지도 모른다...결국, 술병을 누르던 손가락을 풀고 다시 이승하에게 건네주었다.“적당히 마셔요.”이승하는 술을 따라 마신 후 잔을 들고 안에 든 와인을 바라보며 이연석에게 물었다.“술은 왜 쓸까?”이연석은 이승하를 힐끗 바라보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형 마음이 너무 쓰니까 술이 쓰게 느껴지는 거예요.”입꼬리가 움찔거리더니 곧이어 흰 눈처럼 차가운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그렇구나...”이연석은 과거 차갑고 무정하기만 하던 남자가 한 여인 때문에 이토록 망가지는 걸 보며 가슴이 답답했다.“형, 죽은 사람은 부활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만 놓아주세요.”이승하는 이연석의 말에 답하지 않았고 계속하여 고개를 들어 술을 들이켰다.이연석이 계속하여 설득하려 할 때 소수빈이 바깥에서 걸어들어왔다.“대표님, 제가 진실을 알아냈습니다. 서유 아가씨는...”이연석도 이곳에 있을
이승하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고 그의 냉담하고 요염한 눈매에는 자조적인 웃음기가 가득 차 있었다.그는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을 억누르며 잔을 들어 다시 한번 원샷했다.섹시한 목젖을 타고 아픔을 삼키는 방식으로 술과 함께 모조리 삼켜버렸다.술도 통증을 마비시키지 못했는지 이승하는 아예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2층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갔다...그 쓸쓸하고 도도한 뒷모습을 보면서 이연석은 문득 할아버지의 감정이란 건 절대 묻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하필이면 이승하는 어릴 적 부터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가르침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는 감정이 가장 극심했던 사람이었고 오히려 이연석은 줄곧 감정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었다.이연석은 술잔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와 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소수빈을 힐끗 바라보았다.“서유 아가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도 여전히 우울해하는 걸 보니 그 사람을 찾아가 재결합을 요청했는데 거절 당한 거 아니에요?”그러다 소수빈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고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서유 아가씨께서 대표님께 실망한 모양입니다.”서유 아가씨가 이 대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는 분명 이승하를 사랑했었다.예전에 서유 아가씨를 데리러 갈 때마다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하곤 했다.그리고 이승하가 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직접 국을 끓여 그를 통해 몰래 이승하에게 전해주곤 하였다.이승하와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줄곧 착하고 순종적이며 세심한 배려심을 가지고 있었다.사실 두 사람은 8호 맨션에 머물면서 오붓하게 지낼 때가 많다.다만 가끔 이승하가 갑자기 화를 내고 떠나면 오랫동안 서유에게 냉담하게 대할 때가 있었다.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이승하에게 직접 묻지도 못한 채, 두 사람은 5년 동안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나중에 이승하가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을 때, 서유는 이승하로부터 단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고 꿋꿋하게 몸판 돈을 다시 돌려줄 정도로
말을 마친 이연석은 술잔을 내려놓고 외투를 집어 들고 자리를 떴다.밖으로 나오자마자 차 문을 당기는데 마침 정가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차에 타면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입니까?”정가혜는 휴대폰을 꼭 쥐며 물었다.“연석 씨, 어디에 있어요? 연석 씨에게 볼 일이 생겨서요.”이연석은 하늘에 걸린 태양을 올려다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낮에 보지 말고 저녁에 보자고 하지 않았나요?”그는 이혼한 여자를 애인으로 삼았다가 부잣집 도련님들에게 수없이 많은 조롱을 받았다.또 그녀의 매력이 아까워 이연석은 조롱당하는 압력을 무릅쓰고 그녀를 여자 친구 자리에 앉혔다.하지만 대신 낮에 그녀를 만날 일은 절대 없었다. 만약 그 불량배들과 마주치게 된다면 또 비웃음 어린 조롱을 받게 될 것이고 그는 이제 더 이상 그 압력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그러자 정가혜는 이연석의 별장을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저 이미 연석 씨 집 앞에 있으니까 잠깐 와봐요.”이연석은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받아들였다.“알겠어요. 잠깐만 기다려줘요.”이연석은 여자의 요구라면 항상 별말 없이 모두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물론 여자 친구는 더 말할 것도 없다.하여 그는 전화를 끊고 차에 시동을 걸어 곧장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저 멀리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입구에 서서 우아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정가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특별히 아름다운 얼굴은 아니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와 온화한 눈매, 그리고 늘씬한 몸매가 더해져 매우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이연석은 세상 물정에 눈을 뜰 때부터 이런 성숙한 여인에게 관심을 가졌는데 정가혜가 마침 그의 이상형과 가장 가까웠다.그래서 그는 클럽에서 자신에게 두 번째 골절상을 입힌 여자를 만나 일부러 자신을 꼬드길 때 일부러 쉽게 넘어져 준 것이었다.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눈물을 터뜨릴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정가혜는 눈물이 다 메마를 때까지 화장이 다 벗겨진 얼굴로 그를 가리키며 욕을 퍼부
낮에 찾아왔다고 짜증부터 낼 줄 알았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하는 말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말일 줄 예상하지 못했다.정가혜는 원래 멋지게 연석 씨, 우리 헤어져요. 라고 말한 뒤 다시 돌아설 예정이었으나 뜻밖의 상황에 갑자기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이연석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별장 안으로 걸어갔다. “무슨 급한 일이 있어 저를 찾았어요? 오랜만에 하고 싶은 거예요?”정가혜는 약간 감동하는 듯싶었으나 이연석의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그게 아니라, 저는...”정가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연석은 갑자기 돌아서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슬픔에 잠긴 깊은 키스에 질식할 뻔했던 정가혜는 그의 허리를 힘껏 꼬집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겨우 한숨을 돌리자 이연석은 또 갑자기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는 침실로 걸어갔다.이연석은 그녀를 침대로 내던진 뒤 넥타이를 풀고 셔츠 깃을 풀며 그대로 눌러버렸다.모든 과정이 끝나고 정가혜는 습관적으로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지만, 이연석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왜 그렇게 말을 안 들어요...”정가혜는 그의 품에 안겨 목선이 뚜렷한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다시는 안 필게요.”그녀만의 서유가 다시 돌아왔으니 이제 술과 담배로 마음의 고통을 완화할 필요도 없었고 단지 중독되어 끊는 데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이연석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반들반들한 이마에 입술을 포갰다.“그래요. 이래야 착하지.”이연석의 응석 부리는 말투는 정가혜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지만, 이연석이 어떤 여자를 대하든 줄곧 부드럽게 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으니 애써 마음속의 잔잔한 물결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했다.정가혜는 이연석을 밀어내고 일어나 옷을 잘 차려입은 후 침대 옆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이연석 씨, 우리 헤어져요...”그러자 이연석은 멍해져서 깊은 눈을 들어 정가혜를 바라보았고 제때 대답하지 못한 채 말없이 그녀를 훑어보기만 했다.정가혜는 항
클럽의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팔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매니저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에 정가혜는 클럽 매니저에게 지분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매달 꼬박꼬박 재무 표를 자신에게 보내달라고 말한 뒤 그녀는 클럽을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짐 정리를 한 후 서유에게 일 처리를 다 마쳤으니 이젠 출발해도 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유는 답장을 보내왔다. 서유는 비행기가 지현우의 개인 비행기라서 먼저 노선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녀한테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오래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돈 많은 지현우는 곧 이 일을 해결했다.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서면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살았던 그 별장을 둘러보았다. 원래는 팔 생각이었지만 나중에 서유가 지현우에게서 벗어나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남겨두기로 했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는 가사도우미한테 집을 잘 봐달라고 당부한 뒤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먼 곳에 세워져 있는 롤스로이스 팬텀에서 한 남자가 먼 길을 떠나려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어딜 가는 겁니까?”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가혜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그녀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하던 그의 시선이 캐리어에 떨어졌다. “여행 가는 겁니까?”그녀는 고개를 저었다.“Y국으로 가요.”그녀의 말에 이연석은 이내 눈치를 챘다.“서유 씨와 함께 Y국으로 가서 살기로 한 거예요?”정가혜는 흠칫했다. 서유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그가 알고 있을 줄은 몰랐고 자신이 서유와 함께 Y국으로 가서 살려고 했다는 걸 그가 짐작할 줄도 몰랐다. 서유의 당부가 생각난 그녀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서유는 이미 죽었어요. 근데 어떻게 서유랑 함께 Y국으로 가서 살겠어요?”이연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둘째 형은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숨길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던 정가혜는 손사래를 쳤다. 다만 그녀가 신경 쓰이는 부분은 이승하가 서유를 찾아왔다는 것이다.정가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왜 널 찾아온 거야?”이성을 잃은 이승하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 서유는 가슴이 답답해졌다.“8년 동안 날 사랑했었대.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했어.”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가혜야, 참 웃기는 일 아니니?”그동안 그렇게 모질게 대해놓고 이제 와서 사랑한다니? 뒤늦은 사랑이 그게 진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한편, 깜짝 놀라던 정가혜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이 돌아왔고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서유야, 한 가지 너한테 말 못 한 일이 있는데... 사실 네가 죽고 나서 이승하 씨가 널 찾아왔었어.”“그 당시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모양이야.”“하지만 난 그 사람이 널 죽였다는 분노에 휩싸여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어.”“근데 지금 네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어쩌면 이승하 씨가 널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하지만 서유를 사랑한다는 이승하가 왜 서유를 버렸는지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유를 버린 것도 모자라 두 계집애 때문에 그는 서유한테 손찌검까지 했었다.이연석과 함께 있는 동안 정가혜는 복수를 하기 위해 그한테 이승하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었다. 다만 이연석은 그녀가 자신을 유혹한 목적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둘째 형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여 그녀는 지금까지도 이승하가 왜 서유한테 그렇게 대했는지 알지 못하였다.서유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승하가 자신의 죽음 때문에 죽을 만큼 힘들어했다니?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지만 그녀는 그저 정가혜가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미안해서 그랬던 거겠지.”그가 때린 뺨으로 인해 서유는 예정보다 일찍 숨을 거두었다. 아무리 냉혹하고 무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사람의 목숨 앞에서는 조금이나마
공항 VIP룸 옆의 화장실 안.서유는 손을 씻은 후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쳤다.현재 그녀의 피부는 예전처럼 창백하지 않았고 생기가 돌았다. 파운데이션을 살짝 바르고 립스틱을 바르면 더 생기 있어 보였다.그녀가 화장을 고치고 VIP룸으로 돌아가려 할 때, 우뚝 솟은 그림자가 갑자기 그 안으로 들어왔다.검은 수트 차림에 차가운 기운이 한껏 감도는 남자의 얼굴은 칼로 깎은 듯 날카롭기만 했다. 싸늘한 그의 눈빛은 점점 그녀를 향해 무섭게 파고들었고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가 터벅터벅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입술을 꽉 다문 채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충격에서 벗어난 서유가 있는 힘껏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그는 그녀를 단단히 가둔 채 도망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승하 씨.”충분히 그에게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 자신을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이승하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그녀를 끌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서유가 문을 꽉 잡은 채 한사코 따라가지 않으려 했다.그는 눈을 감으며 마음의 화를 가라앉히더니 이내 문밖에 있는 소수빈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무도 들이지 마.”말을 마친 그가 돌아서서 서유를 벽에 가두고는 그녀의 턱을 잡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서유가 귀국한 뒤 이승하는 그녀를 세 번 찾아왔었다. 매번 그녀를 찾아와서는 늘 이런 식으로 그녀를 강요했다.분노가 극에 달한 서유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 그녀의 머리 위로 올렸다. 우뚝 솟은 그의 몸은 그녀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가두었고 그가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킬 듯이 미친 듯이 탐하고 있었다.숨 막히는 키스가 쏟아지자 그녀는 당해낼 힘이 없었다.그녀는 차라리 몸부림을 포기하고 눈을 뜬 채 담담하게 미친 남자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 그녀의 뺨과 목덜미에 키스를 퍼부었다.품 안의 여인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가
그의 말에 서유도 차갑게 웃었다.“아직까지 당신한테 맞는 섹스 파트너를 찾지 못해서겠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날 쫓아다니는 거 아닌가요?” 순식간에 이승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바로 음험하고 차갑게 변하였다. 그의 두 눈은 더욱 붉어졌고 눈 밑의 감정을 감추었다. 화가 극에 달한 그는 그녀의 뺨을 움켜쥐고는 그녀를 자신의 눈앞까지 끌어당겼다.그가 손바닥만 한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를 악물었다.“당신 말이 맞아. 아직은 당신처럼 잘하는 파트너를 찾지 못해서 말이야. 그래서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어.”그녀는 가슴이 찢어졌고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에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그 감정을 꾹꾹 눌러 가라앉혔다. 서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난 이미 누군가의 아내가 된 사람이에요. 더 이상 거래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이승하 씨,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말아요.”그녀의 말에 이승하는 숨이 멎을 듯한 고통에 빠져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서유가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벌렸다.“이승하 씨, 남편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비켜주세요.”“그 남자가 당신 남편이면 그럼 난 뭔데?”“한때 스폰서였던 사람이요.”눈을 붉히며 묻는 그의 물음에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한때 스폰서였던 사람이라? 하아...’이승하는 입술을 깨물며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억누르고는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서유, 당신 진짜 지독한 여자군.”‘내가 지독하다고? 이승하 당신한테 비하면 난 독한 사람도 아니지.’더 이상 그와 엮일 마음이 없었던 그녀는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을 차갑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이거 놔요.”안색이 굳어진 이승하는 손을 놓기는커녕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당신이 그 인간 따라가는 거 나 절대 용납 못해.”지현우는 그가 서유를 찾지 못하도록 별장의 하인들과 공항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시켰다. 그걸 믿지 않은 그가 항공사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현우의 일정을 확인하라고 하였길래 망정이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