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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서유는 그 편지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대체 언제부터 이승하라는 사람한테 실망하고 있었던 걸까?

그 남자가 자신을 끌어안고 친밀한 애정행각을 하면서, 입으로는 너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기대하지 말라고 했던 그때였을까?

그 말에 그녀는 깨달았던 것 같다. 남자한테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단지 그냥 그의 분풀이 상대였음을.

그런데 지금...

서유는 고개를 들어 반쯤 눈이 돌아간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기억 속의 이승하는 늘 콧대 높은 자태로 옆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같은 그의 모습은 그녀도 처음 보는 거라 도통 무슨 감정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함께 있을 때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가 전에 쓴 몇 마디 말을 가지고 그녀한테 따지는 행동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의미라 하면, 아무래도 마침표인 것 같다.

그녀가 그런 글을 남겼던 건, 스스로 다짐하고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 사람과의 안녕을 글로 썼고 펜을 내려놓았다. 그걸로 마음도 관계도 매듭을 지었고 정리했다.

이 헛된 꿈의 짝사랑은 그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을 때, 완전히 끝났음을 알아차렸다.

서유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그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서 들었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읽어보다가, 망설임 없이 편지를 찢어버렸다. 이승하가 손을 뻗었을 땐 이미 늦었다... 편지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그는 붉어진 눈시울로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야...”

서유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덤덤한 미소를 지었다.

“승하 씨, 편지 내가 별 의미 없이 쓴 것에요. 당신한테 뭘 남기고 싶어서 쓴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요.”

이승하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눈가는 빨개져서 찢어진 편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난 3년을, 천일 밤낮을 자신이 어떻게 보냈는데...

그를 지탱해 왔던 건 수면제와 이 편지에 적힌 몇 자 안 되는 글이 다였다. 지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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