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54화

이승하가 서유에게 한 짓은 그가 언니한테 저지른 짓의 십분의 일밖에 안 된다고? 그게 언니가 그를 피해 급급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였을까? 지현우...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서유는 거실 속으로 멀어져가는 고독한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손을 들어 자기 심장을 어루만졌다. 언니가 살아온 삶은 어쩌면 내가 살아온 삶보다 더 처량하고 고통스러웠을지도. 서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언니는 이미 세상을 떴고 더 이상 답을 얻을 곳은 어디에도 없다.

서유는 한참 동안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켜 침실로 향했다. 창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건물 아래에 아직도 세워져 있는 코닉세그를 발견했다. 서유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갈기갈기 찢겨버린 마음을 뒤로 한 채 서유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후 세워져 있던 그 차를 시선에서 완벽히 차단해 버렸다.

이승하를 본 탓이었을까, 그날 밤 서유는 악몽에 시달렸다. 그에게 수도 없이 실망하고 절망을 느끼고 상처받던 나날들...셀 수 없이 많은 아픈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의 꿈을 파고들었다. 서유가 몽롱한 정신으로 깨어났을 때 이미 날이 밝은 후였다.

깨어난 뒤 습관적으로 커튼을 열어젖혔을 때, 코닉세그는 자리에 없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서유는 몸을 돌려 욕실로 향했다. 세수를 마치고 내려왔더니 이미 하녀들이 서양식 아침을 차려놓고 있었다.

지현우는 식탁 앞에 앉아있었고 빠르지 않은 손길로 여유롭게 빵 위에 치즈를 바르고 있었다. 서유가 앉는 걸 보고는 지현우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번 훑었다.

“어제 그 남자 말이에요. 약을 많이 먹었나 봐요. 기절해서 두세 시쯤인가 구급차에 실려갔어요...”

빵을 가져가던 서유의 손이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빵조각을 한입 베어 물고 지현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지현우도 더 이상 서유를 보지 않고 방금 치즈를 다 바른 빵을 그녀에게 건넸다.

“서유 씨 언니가 치즈를 참 좋아했는데.”

서유는 치즈를 듬뿍 바른 빵을 한 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