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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주서희는 서유의 영상통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소리를 끄자, 순간 온 세상이 고요해졌다. 세상이 멈춘 듯, 오직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들이 날아가는 소리만이 존재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 안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소준섭이 죽을 때 겪었을 고통을 똑같이 느끼는 듯 창백한 입술 끝이 천천히 올라갔다.

‘이렇게 피가 다 빠질 때까지는 정말 아프구나...’

주서희는 몸부림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몸을 이완한 채 통유리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눈동자는 천천히 창밖의 바다로 향했다.

소준섭도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창밖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유언조차 끝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를 위해 시신을 수습해 줄 사람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주서희의 맑은 눈동자에 점차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그녀는 지나간 인생의 장면들을 떠올렸다.

가장 많은 기억이 송문아와 관련된 것일 거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떠오르는 장면들은 모두 소준섭과 관련된 것이었다. 잊고 지냈던, 하지만 분명했던 기억들.

어린 소준섭이 그녀가 넘어질 뻔할 때 작은 손으로 그녀를 보호해 주던 모습.

또, 소준섭이 그녀를 울렸을 때 몰래 집사에게 과자를 받아 그녀 책상 위에 살짝 올려두던 모습.

그리고 성인이 된 소준섭이 그녀가 잠든 사이, 그녀 방으로 몰래 들어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키스하던 모습.

심지어 학교에서조차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책상 위에 엎드린 그녀에게 살며시 입 맞추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주서희는 자신의 첫 키스가 그 폭력배들이 아닌 소준섭에게 빼앗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희미한 시야 속에서 주서희는 검은 정장을 입은 소준섭이 찬란한 빛을 받으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소준섭은 그녀 앞에 서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주서희, 네가 만든 장조림 정말 맛있게 먹었어.”

주서희는 멍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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