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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소수빈이 미친 듯이 복수하는 가운데 서유는 친구를 잃은 슬픔에 한 달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다.

깊은 밤이면 주서희의 환한 얼굴, 엄숙한 얼굴, 웃는 얼굴, 우는 얼굴이 또렷하게 떠올라 그녀의 머릿속에 생생히 새겨질 것 같았다.

사람이 죽어서 그 사람의 흔적과 머릿속에 있는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고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면 잊혀지는 순간이라고 했는데...

서유는 주서희를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주서희의 사진을 보며 꿈속에서 그녀를 떠올렸다. 결국은 우울함 때문에 서유는 침대에서 쓰러지게 되었다.

이승하는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곁을 지키며 그가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당신 몸이 망가지면 난 어떡하라고?”

얼마 후 그는 목숨을 걸고 싸우러 루드웰로 떠나야 했다. 근데 서유가 이러니 어찌 마음이 놓이겠는가?

그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초췌한 얼굴을 어루만졌다.

“당신이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서유는 갑자기 주서희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만약 이승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녀도 그를 따라갈 것이다. 죽을 만큼 이 사람을 사랑하니까.

그녀는 손을 뻗어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미안해요. 당신 걱정하게 만들어서.”

이승하는 고개를 젓고는 죽 그릇을 가져왔다.

“주 집사님한테 부탁한 거야. 좀 먹어.”

그녀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는 한입 받아먹었다.

“하 박사님이 링거 놔주신다고 했는데. 오후에 잠깐 오시라고 해요.”

마침내 그녀가 기운을 차리는 모습을 보고 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푹 쉬어. 이런 일은 나한테 맡기고.”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죽 한 그릇을 다 비우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녀가 주서희의 죽음에서 벗어나야만 이승하도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주서희의 죽음은 그들에게 곁의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라고 가르쳐준 것이었다. 슬픔에 빠져 허망하게 살아가라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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