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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그는 행복해서 죽을 것 같은데 정가혜의 쪽은 상황이 전혀 반대였다. 그녀가 얼굴을 가린 채 안방 문을 열었다.

“아주머니, 어젯밤에 나 좀 깨우지 그랬어요...”

나이가 든 노현정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떠올랐다.

“저기 그게... 어떻게 부르겠어요?”

어젯밤 소리를 듣고 이연석이 그녀를 괴롭히는 줄 알고 급히 안방으로 달려갔다. 근데 문손잡이에 손을 대자마자 안에서 정가혜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이가 들었지만 노현정은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민망해졌다. 두 사람 사이가 좋아졌다는 생각에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정가혜를 보니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아직 이연석 씨를 좋아하고 있잖아요. 두 사람 잘 지내요.”

그 말에 정가혜는 노현정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려 욕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마음속에 아직 그가 있었기 때문에 어젯밤, 상대가 그 사람인 것을 알고 거절하지 않았던 걸까?

초반에는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했었지만 토하고 나니 확실히 정신이 좀 들었고 눈앞의 사람이 이연석이라는 알아봤다. 그래서 무방비 상태였던 걸까? 그가 다가오는 걸 내버려둔 것일까?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가까이 오지 못했 것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이연석이기 때문에 그녀가 받아들인 것이었다. 다만...

결혼을 하겠다고 한 말이 과연 진심일까?

“가혜야.”

서유의 목소리가 그녀의 엉뚱한 생각을 멈추게 했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계단을 향하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얼른, 얼른 옷 좀 가져다줘요.”

노현정은 서둘러 드레스룸으로 들어갔고 급한 마음에 겨울 코트를 꺼내왔다.

가뜩이나 이상한 데 이런 코트까지 입으니 더 수상해 보였다.

서유는 그녀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주서희의 일을 겪으면서 트라우마가 생긴 서유는 이곳으로 헐레벌떡 달려왔다. 요즘 계속 술에 취해 있는 정가혜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근데 위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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