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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새벽에 되어서야 잠이 든 두 사람,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 질 무렵이었다.

술기운이 가신 그녀는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참으며 노현정을 부르려다가 실수로 입술이 남자의 딱딱한 가슴에 닿았다.

따뜻한 감촉에 놀라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고 희미한 시선 속에 잘생긴 얼굴이 나타났다. 누구인지 똑똑히 확인해 보던 그녀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때, 창밖으로 저녁노을이 들어와 그의 매끄럽고 하얀 피부에 내려앉았다. 옅은 붉은빛이 그를 비추자 눈을 감고 있는 그의 모습은 천사 같아 보였고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얼굴을 따라 아래로 시선을 돌리니 선명한 복근과 우뚝 솟은 남자의 그것 그리고 늘씬한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고 있었고 남자의 큰 손은 그녀의 허리에 얹혀 있었고 남자의 그것은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끼어있었다.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린 뒤 다른 한 손으로 허리에 놓여있는 그의 손을 떼고는 날렵하게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 순간 옆에 놓인 타월을 집어 들어 재빨리 몸을 감싼 뒤 다시 고개를 돌려 단잠에 빠져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어젯밤은 꿈이 아니었다. 정말 그와 잠자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게 몇 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아랫배와 다리에서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미친 듯이 서로를 탐했던 모습들을 떠올리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붉혔다. 욕실로 뛰어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고는 머리를 물속에 파묻었다.

찬물의 온도를 빌려 자신을 진정시킨 후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때렸다.

그러게 술은 왜 마셨어? 이제 어떡할 거야? 결국은 사고를 치고 말았잖아.

물방울이 잔뜩 묻은 얼굴을 들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온몸에 울긋불긋한 흔적들로 가득했고 목덜미 아래로는 온전한 곳이 없었다.

어젯밤 두 사람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몸은 온통 붉게 묻들었지만 얼굴은 광채가 났다. 역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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